[시장따라 골목따라]
길거리 박물관 # '구덕골 문화장터' 골목
소장 골동품 시대별 총망라
부산의 산들을 참으로 좋아하는 필자는 산에게서 배우는 것도 많다.
낮지만 골이 깊어 중후하고,평범하지만 올망졸망 다양하며,겸손하지만 정작 정상에서의 장쾌한 위엄은,
자신을 쉽게 내어주는 그 포용력에 뒤지지 않는다.
이처럼 산에서 인생을 한수 배우고 내려오면,늘 산 초입에는 시원한 막걸리집이 가짜
산신령(?)을 맞이한다.
이 곳에서의 하산주 역시 깨달음이 도도해(?),어느 명산 밑 그 것에 비해 취흥이 뒤떨어지지 않는다.
전에도 언급한 바
있지만 부산은 꽃마을 시락국 골목이 대표적 하산주 코스다.
휴일날,이
꽃마을을 하산주 코스의 날머리로 잡은 등산객들에게는 하산의 마지막 마침표를 찍는,
유익하고 의미 있는 또 하나의 풍경을 만날 수 있다.
대신동
운동장 옆,휴일마다 장이 서는 구덕골 문화장터 골목이 그 것이다.
현재 30여명의 부산고미술협회 회원들이,자신이 소장하고 있는
다양한 골동품들을 이곳에 진열하여
시민들에게 관람시키고 있다.
때문에 이 곳에는 옛 시절 선대가 사용하던 온갖 잡동사니가 시대별로 총망라 되어
있다.
선사시대 유물에서부터 실생활에 쓰였던 근대 생활용품에 이르기까지
수 만점이 이곳에 진열되어 있는데,
이 '정지된 시간의 유물'들은 얼핏 보면 이제 갓 출토된 부장품 같은 느낌이 든다.
타임머신을 타고 그 시대의
물품을 가져와 모아놓은 것처럼 말이다.
종류도 각양각색이라 볼거리도
무궁무진하다.
청자,백자,토기 등 도자기류는 기본이고,동양화,민화,불화,서예 등 서화류,문집,서화집,언문집 등
고서적류,붓,연적,벼루 등 문방구류들이 고미술품으로 전시되고 있고
칠기,교자상,서각 등 목공예품,석상,석불,돌절구 등의 석공예품,먹통,먹줄 등
고건축용품 등등의
고민속품류도 그 시대상을 파악하기에 좋은 자료가 되고 있다.
한 쪽에는 1~2백년쯤 돼 보이는 기와에 풍란,석란 등 란 종류를 붙인
'기와분'을 팔고 있었는데 1~2만원 정도를 달라고 한다.
그 분 말씀이 란은 공짜고,순전히 기와값만 받는다고 했다.
옛기와에 란을 붙여 놓으니 이 또한 제법 고풍스럽다.
그 외 한옥 방 문살을 이용한 탁자와 마루목으로 만든 평상 등의 민속 공예품도 한자리 차지하고 있다.
이런 골동품류 외에도 60~70년대 히트한 배호,김정호 등의 유명가수의 LP판,
그 시절의 초등,중등학교의 교과서류와 교환 전화기,진공관 라디오 등 근대 가전류에 이르기까지,
지금 부모들이 그 시절 사용했던 손때 묻은 근대물품도 상당수 차지하고 있다.
때문에 자녀들에겐 더없이 유용한 근대역사학습장소로 활용할 수 있겠다.
이 곳은 개설 의도대로 견학과 관람 위주의 진열,전시를 주목적으로 하고
있지만,
요즘은 그 자리에서 골동품을 직접 사고팔기도 한다.
천원짜리 향을 꽂아 사르는 도자부터 수천만원대의 청자,백자까지 가격도 천차만별이다.
특히 중구청에서는 근대 부산의 중심지였던 중구의 근대 자료들을 의뢰,구입도 잦았다고 하니,
이 골목의 중요성을 이를 빌어 알 만하다.
처음 의도와는 조금 퇴색된 분위기도 없지 않지만,이 곳에서 가족끼리 역사의 향기에
잠시 취해보는 것도
유익한 시간이 될 듯싶다.
아직도 이 곳은 부산의 '길거리 박물관'이자,서민들을 위한 난전 형태의 '역사
학습관'이므로...
최원준·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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