합천 '대암산'
사방이 탁 트인 정상… 패러글라이더 즐겨찾는 '바람의 산'
▲ 개화를 시작한 진달래.
봄꽃이 만발한다는 개화 소식과 함께 기다리던 반가운 소식이 들렸다. 드디어 소·돼지 등 가축들의 이동 제한이 해제됐다고 한다. 겨우내 온 나라를
떠들썩하게 한 구제역이 사실상 마침표를 찍은 것이다. 산꾼들의 묶였던 발이 언 땅 녹듯 풀리기 시작했다. 사태는 이것으로 일단락됐다. 하지만
120여 일 동안 소, 돼지 340여만 마리가 땅속에 산 채로 묻혔다. 산에 올라가면 그들의 희생을 잠시라도 기려 보자.
경남 합천 대암산은 산행 자체도 재미가 있지만 이보다 패러글라이딩 활공장으로 유명한
곳이다.
그만큼 바람이 예사롭지 않은 곳이다.
한 텔레비전 연예오락
프로그램에서 출연진들이 패러글라이딩 미션 장면을 여기서 촬영하면서
이름값을 톡톡히 치르고 있다.
인터넷 포털 사이트에 '합천 대암산'을 입력하면 산행보다 비행·활공 관련 문서와 사진이 더 많이 검색된다.
이 뿐이 아니다.
정상에 서면 주변 경관이 360도 파노라마처럼 흐른다.
보는 사람이 '아' 하고 입을 벌린다.
정상에서 보는 벽공의 봄 하늘은 또 어떤가?
눈을 뜨고 볼라치면 눈이 시릴 만큼 푸른빛이다.
대암산은 또 흐드러지게 핀 봄꽃을 가득히 품고 있다.
산을 오르내리면서 진달래, 개나리가 경쟁하듯 춤을 춘다.
겨울 한기를 뚫고 올라온 두릅 새순의 향이 코끝을 찌른다.
시릴만큼 푸른 정상의 하늘
TV프로 나온 뒤 유명세 치러
곳곳에 진달래·야생 두릅
날머리엔 봄볕 가득 신작로
통상 합천군 대양면 무곡마을에서 오르는 코스 대신
합천군 초계면 유계마을을 들머리로 잡는 코스를 새로 열었다.
들머리에서 대암산 북쪽 능선을 타고 528봉에 올라 정상을 거쳐 무월봉까지 걷는다.
무월봉에서 남쪽 능선을 타고 순한 길을 내려와 원당마을까지 간다.
날머리에서 10분 정도 걸으면 들머리를 만날 수 있어 원점회귀를 해도
무리가 없겠다.
기점인 초계면 유계마을회관에서 유계교까지 마을길을 따라
300m 정도 걷는다.
원당1소류지에서 나온 실개천이 졸졸 흐른다.
버들강아지 몇 그루가 군데군데 피어 있다.
유계교를 지나 왼쪽으로 꺾어 마을 정자까지 신작로를 따라 20분 정도 진행한다.
부담스럽지 않은 봄바람에 발걸음이 가볍다.
잠시 뒤 새말을 통과했다.
버려진 집과 새로 짓는 축사가 묘한 대비를 이룬다.
새말 뒷길로 5분 정도 올랐다.
쑥을 뜯는 촌로가 산행팀을 물끄러미 바라봤다.
첫 번째 묘지가 나왔다.
억새와 찔레가 묘지를 둘러쌌다.
이 묘지에서 첫 번째 갈림길까지 20분 정도 걸린다.
해발 고도는 130m에서 250m로 제법 올랐다.
간벌 작업을 한 흔적이 길 여기저기에서 발견된다.
걷는 데는 무리가 없다.
다만 쓰러진 소나무, 참나무 잔가지들이 등산로에 널려 있어 주의가
필요하다.
지도에서는 이 갈림길에서 528봉으로 가는 소로가 있지만,
현지에서 그 길을 찾을 수가 없었다.
산행팀은 곧바로 능선을 타고 올라갔다.
묘 2곳을 10분 만에 지나쳤다.
꽃잎을 연 진달래가 소나무 그늘에 기립해 있다.
두릅나무에도 순이 바짝 올랐다.
크기가 엄지손가락 첫 마디만 하다.
봄철 맏물 두릅은 약에 쓸 정도로 귀한 것이다.
비탈을 10분 정도 올랐다.
554봉으로 올라가는 갈림에서 왼쪽으로 꺾었다.
떡갈나무, 갈참나무 잎으로 덮인 경사면을 조심스럽게 걸었다.
이윽고 나타난 528봉.
봉우리라고 하기엔 평탄했다.
잡목에 가려 경관이 간간이
보였다.
느슨하게 꺾인 능선을 따라 20분쯤 걸었다.
대암산 산정을 밟았다.
정상은 완만한 구릉 모양인데 잡풀과 화초가 낮은 키로 자라고 있다.
산불감시 초소와 이동전화 기지국, 삼각기준점이 있다.
제자리에서 한 바퀴를 돌았다.
사위가 막힌 곳이 없어 마음에 청정수를 머금은 듯 시원했다.
바람이 계통 없이 사방에서 불어댔다.
센 바람이 아니라 땀을 식히는
얕은 바람이었다.
주변 산을 쳐다봤다.
남동쪽으로 국사봉(675m)~천황산(665m)~미타산(662) 산줄기가 턱 하니 버티고 서 있다.
북쪽으로 인덕산(647m)~만대산(668m)이 마루금을 이루고 있다.
서쪽을 보니 악견산(492m), 의룡산(453m), 허굴산(682m) 능선이 그윽하다.
멀리 황매산(1,108m)이 어슴푸레 눈이 밟힌다.
정상에 있는 느티나무 아래에서 마을을 내려다봤다.
합천군 초계면과 청덕면의 너른 들이 넉넉하게 자리를 잡았다.
집과 도로, 들과 강이 어울려 색의 하모니가 출렁거렸다.
창공의 드높은 조망을 만나자 다소
민민했던 산행에 생기가 오르는 듯했다.
산행팀은 무월봉 방향으로
내려갔다.
20분쯤 내려가자 시멘트로 포장한 주차장이 나왔다.
여기에서 대양면과 초계면으로 가는 임도가 있다.
도로 폭이 차가 다닐 만했다.
패러글라이딩 활공을 하려는 이들은 이 길을 이용해 차로 온다.
대암산을 본 뒤 산행이 여의치 않으면 이 길을 따라 탈출하면
되겠다.
주차장을 지나 무월봉 쪽으로 난 길로 붙었다.
표고는 조금씩 올랐지만 그다지 숨이 차지 않다.
20분 정도 지나 무월봉(608m)에 이르렀다.
달이 춤을 춘다는 봉우리인데, 이름과 딜리 조망은 그다지 좋지 않다.
봉우리에 헬기장 흔적이 있고, 무월봉 표석을
세우려는지 검은 박석 두 개가 있다.
이곳에서 길이 두 갈래로 나뉜다.
왼쪽은 태백산(512m)·국사봉 방향이고, 오른쪽은 대양면 무곡마을로 가는 하산로이다.
왼쪽을 택해 내려가야 한다.
묘를 지나 임도를 만난 건 무월봉에서 20분 정도 걸어 내려와서다.
곳곳에 봉분을 새로 쌓거나 이전하는 작업이 한창이다.
지그재그 모양의 임도를 따라 무난하게 내려왔다.
절정에 이른 산수유와 이제 물이 오르기 시작한 진달래가 봄볕에
빛나고 있었다.
20분쯤 걸어서 마지막 갈림길을 만났다.
왼쪽으로 꺾어 원당마을 방면으로 길을 열었다.
원당소류지를 지나 신작로를 걸었다.
길 양쪽 보리 빛이 고와 잠시 쳐다봤다.
나물 캐던 아낙네 두 명이 개나리 울타리를 따라 마을로 내려가고 있었다.
봄날은 기어이 갈 테지만 이 봄만은 이 길에 오래도록 머물도록 붙잡고 싶었다.
소류지에서 종점인 원당마을까지 15분 정도.
전체 거리는 8.6㎞로 산행시간은 쉬는 시간을 포함해 4시간 정도 잡으면 되겠다.
글·사진=전대식 기자
합천 대암산 산행지도
합천 대암산 '가는길' 먹을곳
산행 기점과 종점이 도보로 10분 정도 거리이기에 사실상 원점회귀 산행이다.
부산에서 합천군 초계면까지 가는 시외버스가 있지만 연결 교통편이 불편하다.
이번 산행은 대중교통보다는 자가승용차를 이용하는 게 좋겠다.
남해고속도로 칠원분기점에서 중부내륙고속도로로 갈아타고 창녕IC로 빠져나온다.
창녕IC 사거리에서 우포늪·합천 방면으로 우회전해 20번 국도에 진입,
이남삼거리~적포교를 지나 합천 방면으로 우회전한다.
24번 국도를 따라 13㎞쯤 달린 뒤 초계면에 진입해 합천동부농협주유소 사거리에서
좌회전해 5분 정도 가면 유계마을회관이 나온다.
주변에 주차할 공간이
충분하다.
버스를 이용하려면 초계면으로 바로 가거나, 합천군까지 가서
초계면 방면 군내버스를 타야 한다.
부산서부시외버스터미널(051-322-8303)에서 합천군 초계경전버스정류소(055-932-1005)까지 가는
시외버스는 오전 8시 30분, 10시, 정오에 있다.
소요시간 2시간 20분.
부산서부시외버스터미널에서 합천시외버스터미널(055-931-0142)까지 운행하는 시외버스는
오전에는 7시부터 11시 40분까지 40분~1시간 간격으로 있다.
소요시간 2시간.
합천터미널에서 초계면 방면 군내버스는 오전 7시 30분부터 20~30분 간격으로 운행한다.
소요시간 30분.
초계면에서 유계마을까지는 오전 7시 30분, 8시 20분, 11시 50분 버스가 있다. 소요시간 20분.
이 버스를 놓쳤다면 초계개인택시(055-932-9967~8)나 초계24시택시(055-931-9924)를 타고
유계마을까지 가야 한다.
종점인 초계면 원당마을에서 초계경전버스정류소까지 가는 군내버스는 오후 2시, 5시 20분, 6시 50분에
있다.
날머리 부근에 마땅히 먹을 만한 곳이 없다.
원당마을에서 빠져나와 초계면 소재지로 가는 중리 삼거리에
복어요리로 유명한 동산허가네(055-931-1140) 식당이 있다.
초계면 일대에서 꽤 유명한 곳이다.
주 메뉴인 복국도 좋지만, 해물로 우려낸 육수에 가오리를 넣은 냉면·냉국수가 인기가 있다.
초계면사무소 앞에 있는 돈먹쇠숯불갈비(055-933-6669)의 된장찌개정식도 먹을 만하다.
전대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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