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칭다오 '노산'
등반객 압도하는 화려한 화강암… 자연이 빚은 조각공원
▲ 중국인들이 '태산보다 낫다'고 평하는 칭다오의 노산. 주봉은 군사기지 탓에 접근 불가.
대신 바로 아래 있는 영기봉에 사람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다.
사진 가운데 육합정 뒤로 멀리 칭다오의 해안이 어슴푸레 보인다.
중국 진시황의 명으로 불로초를 구하러 온 신하가 이 산을 보고 감동해서 울었다.
당나라 시인 이백은 '환상적이다!'라며 이 산에서 시를 지었다.
맥주로 유명한 중국 산둥 성 칭다오. 칭다오 맥주를 만드는 물이 바로 이곳에서 흐른다.
1만 8천여㎞ 달하는 중국 해안선 가운데 '해안 제일의 절경'이라고 불리는 산.
바로 노산( 山·1,133m)이다.
노산은
태산, 황산, 화산 등과 함께 중국인들이 숭앙하는 명산 중의 하나다.
특히 도교의 발상지라서 산 곳곳에 도교와 관련된 흔적이 즐비하다.
골산과 육산이 적절히 섞인 한국의 산과는 달리 노산은 돌산 그 자체다.
날것 그대로의 화강암 덩어리들이 수도 없이 서 있다.
육중하고, 화려하고 때로는 너무 많아 돌이 징그러울 정도다.
보는 곳마다 조망미가 다르다.
산정 주변에 있는 주역의 팔괘를 본뜬 여덟 개의 돌 관문도 이색적이다.
도교 발상지, 중국 명산 중 하나
칭다오 맥주도 이곳 물로 제조
초입부터 암봉 조망미 뛰어나
팔괘 상징하는 돌 관문도 이색적
노산은 통상 '천지순화'로 부르는 노산 입구 광장에서 케이블카를 타고 출발한다.
이후 8푼 능선에서 약 1시간 정도 산행해 군사기지가 있는 정상 대신 아래 영기봉( 旗峰·1,080m)에 올랐다가
다시 돌아오는 코스가 일반적이다.
산행로 상당수가 돌계단이다.
우리나라 산꾼들에게 달갑지 않다.
그러다 보니 이 코스는 산타는 맛은 영 안 난다.
산행팀은 이 코스 대신 산행 위주의 코스를 새로 꾸몄다.
굳이 따지자면 '노산 개척 산행'인 셈이다.
산행 기점은 칭다오 시에서 동북쪽에 있는 한하(漢河) 마을에서
차량으로 30분 떨어진
채상(寨上) 마을에서 시작한다.
산행에는 군에서
퇴역해 노산 산행 가이드로 활약하는 왕웨이(42) 씨가 동행했다.
왕 씨는 매년 40~50회가량 노산을 오르내린다.
채상 마을 일대는 앵두나무와 벚나무 천지였다.
붉은 앵둣빛이 마을을 휘감았다.
산행팀은 채상 마을을 출발하면서 첫 산행 안내 리본을 매달았다.
옆에 있던 왕 씨가 "중국은 아직 산행 인구가 적다"며
"한국과 달리 산행 리본을 다는 일은 거의 없다"고 말했다.
출발한 지 10분 정도 지나 '춘죽(春竹)'이라는 휴게소를 만났다.
차와 만두를
판다.
춘죽을 지나자 첫 번째 갈림길을 만났다.
오른쪽으로 꺾자 산불감시초소가 나타났다.
감시원은 온데간데없고 흰색 초소 벽에 '방화(防火)'라는 붉은 글씨를 새겼다.
초소를 지나자 눈앞에 노산의 암봉들이 순식간에 들어왔다.
한국 산은 산행 중반부에 가야 암봉의 조망미를 맛볼 수 있는데
산행 초입부터 멋진 경관을 보니 왠지 기분이 좋다.
왕 씨한테 봉우리 이름을 물었다.
왕 씨는 "몇몇 봉우리 이외에 정해진 이름이 없다"고 말했다.
10분 정도 흙길을 오르자 임도가 나타났다.
노산 주봉에
있는 군사기지와 연결된 군용 도로다.
도를 따라 10분 정도 걷다 임도를
버리고 능선으로 붙었다.
돌계단을 따라 올랐다.
눈앞에 또 다른 암봉들이 무더기로 서 있다.
모양새도 특이하지만, 끝없는 봉우리의 물결이
산행팀을 압도했다.
물이 흐르지 않는 계곡을 따라 산을 오른다.
칭다오 지역은 최근 비가 오지 않아 노산 상류 계곡물이 말라 버렸다.
조금 가다 돌로 만든 길이 이어진다.
40분 정도 흙길과 돌길이 번갈아 나온다.
위성위치확인시스템(GPS)이 해발 820m를 가리킬 즈음 폐쇄된 산불초소를 만났다.
지상의 초소로 연결된 지하 입구에서 찬바람이 나왔다.
시원해서 땀을 식혔다.
초소부터는 비탈이 제법이다.
이마와 등을 땀이 적신다.
숲에 가려 노산의 연봉들도 보이지 않는다.
30분 정도 이런 길이 계속되다 또다시 전망이 좋은 곳을 만난다.
멀리 노산 주봉과 아래 영기봉이 아스라하다.
안개까지 배경으로
깔려 신비스럽다.
다시 숲길이 이어진다.
어디선가 웅성거리는 소리가 들렸다.
50대 아저씨 아주머니들이 녹차 잎을 채취하고 있다.
노산 녹차는 산 아래에서도 대량 재배되는데 노산 안에서 딴 녹차를 최고로 쳐준다고
한다.
30분 정도 걸었다.
아까 만난 군사용 임도가 또다시 나왔다.
임도를 따라 내려갔다.
10분쯤 가니 이번엔 망부석 모양의 봉우리가 시야에 걸쳤다.
반갑게도 이름이 있다.
바다로 떠나 돌아오지 않는 남자 친구를 그리워하는 처녀의 모습을 닮았다 해서
'처녀봉'이다.
처녀봉을 시작으로 주변에 갖가지 바위들이 뽐내고 서
있다.
물개바위, 돼지바위, 코끼리바위 등 산행팀은 무명 바위에 이름을 하나씩 달아주었다.
임도를 따라 오르다 다시 능선으로 붙었다.
상당한 된비알이다.
산행팀의 선두와 후미가 벌어졌다.
10분 정도 용을 썼다.
해발이 840m에서 880m로 단번에 올랐다.
숨이 찰 무렵 또다시 임도를
만났다.
20분 정도 더 가자 도교사원인 오봉선관에 도착했다.
휴일이라 중국인들이 많았다.
사원이라기보다는 임시휴게소에
가까웠다.
오봉선관 바로 옆에 손가락 다섯 개를 닮았다는 오지봉이 서
있다.
그 아래 '건문'이 보인다.
이곳부터 주역의 '건(乾)·태(兌)·이(離)·진(震)·손(巽)·감(坎)·간(艮)·곤(坤)' 등
팔괘를 상징하는 돌 관문이 시작된다.
일설에 따르면 이 팔괘 문을 통과하면 운수형통은 물론 한 가지 소원은 꼭 들어준다고 한다.
팔괘문만 돌아도 2시간 30분이 걸린다.
산행팀은 주 등산로에서 다소 벗어나 있는 진문·감문·간문을 제외했다.
건문에서 15분 정도 거리에 '태문'이 있다.
일부러 돌로 판자를 만든 듯 엄청난 크기의 바위가 태문 양쪽에 서 있다.
태문을 나오면 철교를 만난다.
노산의 다른 산 줄기들을 조망할 수 있다.
발아래를 보니 낭떠러지다.
일행이
다리를 흔들었지만, 전혀 요동이 없다.
20분 정도 지나면 '곤문'을
만난다.
곤문에서 20분 정도 내려가면 쉼터다.
쉼터에서 영기봉까지는 320여m. 해발 950m에서 1,000m로 높아지기에 단단히
각오해야 한다.
계단길이라 더욱 주의해야 한다.
영기봉 입구에 '손문'이 있다.
손문의 담을 따라 2분 정도 걸어 큰 바위를 지나면 훤한 돌 세상이 몰아친다.
사방이 돌이다.
조물주가 조각칼로 다듬은 것 같다.
중국인들이 노산을 '자연이 만든 조각공원'이라고 부르는 이유를 알 것 같다.
때마침 부는 골바람이 흥취를 더 돋운다.
영기봉에서 뒤를 돌아 주봉을 바라봤다.
레이더 기지가 정상에 눌러앉아
있다.
영기봉 바로 턱밑에 있는 육합정에 들렀다.
낮에는 구름 속을 거닐고 밤에는 별을 따는 곳이다.
육합정에서 칭다오 앞바다를 쳐다봤다.
안타깝게도 안개에 가려 윤곽이 희미했다.
영기봉에서 내려와 아까 지났던 쉼터로 다시 돌아왔다.
쉼터에서 '이문' 쪽으로 하산 길을 연다.
이문에서 케이블카 탑승대까지는 10분 거리.
케이블카를 타고 산행 종점인 노산 천지순화까지는 10여 분.
오후 4시에 케이블카가 끊긴다.
돌산 구경을 실컷 했다면 케이블카를 타고 이동해도 좋겠다.
산행팀은 케이블카 대신 계단 길을 따라 하산했다.
올라올 때 편했던 돌계단이 하산할 때 불편하기 짝이 없다.
계단과 계단 사이 폭이 좋아 여간 신경이 쓰이는 게 아니다.
한 산행팀원이 "돌계단이 100점짜리 노산 점수를 깎아 먹는다"고 볼멘소리를 했다.
케이블카 탑승대에서 40분쯤
돌길을 따라 내려온다.
외길이라 헷갈릴 염려는 없다.
노산 천지순화 광장에 도착하자마자 서둘러 셔틀버스를 타야 했다.
오후 5시가 막차다.
GPS를 보니 총 12㎞, 쉬는 시간을 포함해 6시간 정도 걸렸다.
중국 노산=글·사진 전대식 기자
중국 칭다오 '노산' 산행지도
중국 칭다오 '노산' 가는길 먹을곳
부산에서 중국 칭다오로 가려면 여객선이나 항공기를 이용해야 한다.
비용 면에서 선박 편이 낫다.
인천항에서 칭다오항으로 가는 위동항운유한공사(사장 최장현)의 위동훼리는
최신 여객선 '뉴골든브리지 5호(NGB V)'를 운영하는데, 안전한 운항과 쾌적한 시설이 돋보인다.
매주 화·토요일 오후 5시 30분, 목요일은 오후 7시에 출발한다.
항해시간은 16시간 정도.
항공편은 김해국제공항과 칭다오공항을 오가는 직항 노선이 있다.
대한항공(1588-2001)은 화·목·토요일 오전 11시 10분에 출발한다.
중국 산동항공(02-775-2691)은 화·금·일요일 오전 11시 45분에 칭다오행 비행기를 띄운다.
비행시간은 1시간 55분(편도 기준).
바다와 가까운 칭다오는 해산물 요리가 풍부하다.
시내에 있는 '일선보(0532-8578-7979)'는 샤부샤부로 유명한 곳이다.
칭다오 바다에서 잡은 해산물과 노산에서 채취한 한약재로 우려낸 육수가 일품이다.
한국인이
운영하는 '경복궁(0532-8387-6030)'의 해물탕도 먹을 만하다.
싱싱한 해물에다 현지에서 주인이 직접 재배한 유기농 채소로 만든 반찬이 나온다.
이색적인 맛을 원한다면 칭다오 맥주 거리로 가자. 길에서 먹는 칭다오 맥주와 안주인 꼬치요리가 일품이다.
향신료가 싫다면 주문 전에 미리 말해야 한다.
전대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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