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계에서는 '생동의 맥'이 펄떡인다
자연과 도시가 충돌하는 '엣지'를 살리다
더베이 101. 사진=이승헌 |
- 여기도 저기도 아닌 가장자리
- 묘한 일탈감 느끼는 힐링 공간
- 대표 핫플레이스 '더베이 101'
- 270도 와이드 경관 '누리마루'
- 바다·빌딩 공존, 최고의 조망
해안을 따라 조성된 갈맷길을 걷다 보면 부산의 엣지(edge·가장자리)에 매료된다.
리아스식 해변의 들쭉날쭉한 길을 따라 여러 색을 띤 바다와 기암절벽을 만날 땐...
가슴이 뻥 뚫리는 즐거움을 느낀다.
돌아 나온 어느 길에선 바다가 아닌 도시의 경관을 역으로 바라볼 수 있어 발걸음을 멈추게 된다.
항만 시설이 보이고, 바다를 가로질러 달리는 교량이 보이고, 산복도로의 빼곡한 집들이 보이고,
멋을 뽐내는 고층빌딩들도 보인다.
엣지에 서면 다이나믹한 결의 흐름을 감지할 수 있다.
뭍과 물이, 자연과 인공이, 문화와 문화가 충돌하는 경계에서는 생동의 맥이 펄떡인다.
여기도 저기도 아닌 모호한 상태이기도 하지만, 잘 융합해 전혀 새로운 것을 도출할 가능성이 다분한 것도
경계가 가지는 장점이다.
투박해 보이나 한번 제대로 필을 받으면 모든 것을 올인하는 성향도 띤다.
이것이 곧 대륙의 끝, 대양을 마주하는 부산의, 부산 사람의 특징이다.
■ 흥겨움으로 한껏 들뜬 하얀 요트 '더베이 101'
자고 일어나니 유명해져 있더라는 스타의 고백과 마찬가지로, '더베이 101'은 신축되자마자
부산을 대표하는 장소로 급부상했다.
그야말로 핫플레이스(hot place)이다.
낮에는 물론, 특히 야간이 되면 명소로서의 '간지'가 두드러진다.
거뭇거뭇 해거름이 내려앉고 바다 건너편 초고층 빌딩 숲(마린시티)의 불빛이 하나둘 켜지는 모습은
인위적으로 연출하기도 어려울 만큼 독특하다.
건물의 디자인 자체가 눈길을 사로잡을 만큼 특별한 것은 아니지만, 왠지 모를 엣지가 느껴진다.
전체 사각의 박스 형태에 잘게 쪼갠 흰색 프레임들로 건물 전체를 포장했다.
마치 은빛 바다의 잔잔함을 연상시키듯, 프레임은 열림과 막힘을 무한 반복한다.
그로 인해 내외부 상호 바라보는 효과가 생겼다.
내부에서 흘러나오는 빛과 그림자의 효과는 외부인에게 궁금증을 유발하고, 내부에서는 프레임으로 인해
외부의 경관이 액자와 같이 더욱 친근하게 다가온다.
이런 심리적 착시현상은 넓게 펼쳐놓은 마당에도 반영돼 있다.
더베이101에 들어서는 순간 시간과 공간의 경계를 벗어나는 묘한 일탈감을 느끼게 된다.
위치적 차원에서 자연의 판과 도시의 판이 충돌하는 지점인 이유도 있겠지만, 사람의 소비심리를 교묘히
자극하는 고도의 상업적 전략도 한몫하고 있다.
유럽에서나 즐길 수 있는 광장의 문화를, 그것도 바다와 마천루를 앞에 둔 야외 테라스에서 누리게 했으니,
지갑을 여는 것은 시간문제다.
내부의 공간 역시 밀도가 얼마나 높은지.
1층의 펍(pub)과 카페는 딱히 경계가 구분되어 있지 않고, 자리도 실내나 야외 테라스의 어디든 선택할 수 있다. 트렌디 제품을 다루는 편집숍도 눈요기하기에는 멋진 공간이다.
2층 한식당과 레스토랑의 인테리어도 상당히 개념 있는 디자인이 반영돼 있고, 기왓장과 노출콘크리트로
결을 강조한 로비의 벽면 디자인에도 공간의 개성이 풍성히 담겨 있다.
목재덱 위에 테이블을 배치한 옥상 노천카페에서는 밤바다와 마린시티의 야경,
하늘의 별빛을 동시에 누릴 수 있다.
하나 빼놓을 수 없을 만큼 잘 기획된 이들 공간의 매력 덕분에 각종 이벤트가 줄을 잇고 있다.
■ 부산을 조망하려 잠시 내려앉은 비행선 '누리마루 APEC하우스'
누리마루 APEC하우스. 사진=이승헌 |
더베이 101을 방문할 때, 반드시 함께 봐야 할 필수코스가
바로 '누리마루 APEC하우스'이다.
걸어서 5~10분가량 동백공원 산책로를 따라가다 보면
섬의 끝자락에 돔 형태 지붕의-불시착 비행선 같기도 한-
건물을 만나게 된다.
2005년 APEC(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 정상회의
주회의장으로 건립된 후, 현재 내외부가 관광객에게 개방되고 있다.
야간경관 조명 리모델링 공사를 통해 올 연말부터는 야간에도 입장이 가능하다 하니
이 멋진 데이트코스를 놓쳐서는 '앙~돼요'.
관람 포인트는 두 가지다.
우선 광안리 쪽으로 바라보는 도시 장관이다.
마린시티, 광안대교, 광안리해수욕장, 이기대, 영도, 오륙도까지 자연과 도시가 어우러진
270도의 와이드 경관은 세계 어디에서도 찾아볼 수 없는 최고의 조망이다.
그래서 이곳은 전국 사진 전문가들에게 최고의 출사 장소로 꼽힌다.
더불어 건물 주변 바다 바로 곁의 해송 군집과 잔디공원은 그냥 잠시 앉아만 있어도 힐링이 되는 공간이다.
운이 좋으면 잔디에 뛰어노는 토끼 가족과 갯바위로 나가 물질하는 해녀를 만날 수도 있다.
또 한가지 관람 포인트는 건물 내부에서 발견할 수 있는 스토리텔링이다.
초입의 초대형 십장생도와 각 나라 정상이 앉았던 좌석, 그리고 외부 기념촬영 단상 등은
기본적인 흥미요소이거니와, 더불어 한국 전통건축의 특징을 현대화한 디자인의 요소가
어디에 어떻게 반영되었는지를 찾아보는 것도 이 공간이 주는 재미이다.
하지만 스토리가 주는 극적 장치가 뭔가 부족하다고 느끼는 것은 나만의 생각일까.
외국인 단체 관광객의 발걸음이 멈추지 않는 이 멋진 장소에 보다
입체적인 스토리텔링이 담긴다면 더 바랄 것이 없겠다.
■ 명품의 조건은 엣지에 있다
명품의 조건은 엣지에 있다.
가장자리 부분의 박음질과 미려한 라인 처리가 장인의 기술력을 가늠하게 한다.
요리 명장의 맛이 가진 감칠맛도 약간의 조율에서 차이를 만들어 낸다.
엣지 부분을 엣지있게 처리하는 눈맛과 손맛을 가질 때 시정잡배와는 다른 경지에 오르게 된다.
공간도 마찬가지이다. 은폐된 장소의 매력을 읽어내고, 거기에 약간의 인공적 조작 행위를 더해
멋진 공간을 만들어 내는 기획 역시 일종의 장인적 능력이라 하겠다.
신기한 것은 명품의 그 미세한 차이를 대중이 금방 알아챈다는 사실이다.
더베이101과 누리마루는 부산에서 가장 멋진 조망을 제공하는 장소임에 틀림없다.
특히 해양광장문화를 선보인 더베이101의 성공적 사례는 부산 관광의 차별화에 좋은 예시라 생각한다.
서울에서는 감히 비견할만한 장소를 대지 못할 것이다.
서울에서는 자다 깨나도 찾지 못할 엣지들을 부산은 많이 가지고 있다는 사실을 잊지 않아야 한다.
완성도가 떨어지는 많은 아이템 개발에 힘을 쏟기보다는, 높은 기획력을 바탕으로
펄떡이는 공간을 발굴해내는 데 힘을 모아야 한다.
장사 오래 하는 식당의 공통점은 메뉴가 많지 않다는 사실을 기억하자.
# 더베이 101
위치: 부산 해운대구 우동
규모: 지하 2층, 지상 2층, 옥상 테라스
시설: 요트클럽, 펍, 카페, 레스토랑
연면적: 7682㎡
설계: ㈜일신설계종합건축사사무소
www.blue-marine.co.kr
# 누리마루 APEC하우스
위치: 부산 해운대구 우동
규모 : 지상 3층
시설: 오찬장, 정상회의장, 기념품숍
연면적: 2994.52㎡
설계: ㈜일신설계종합건축사사무소
문의: (051)744-3140
동명대학교 실내건축학과 이승헌교수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의 지원을 받아 게재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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