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 되는 약 이야기] "왜 체중이 늘지"
단골로 오는 40대 여성이 웃으면서
"가려운 것도 없고 목이나 코가 붓지도 않고 속도 괜찮으니 그냥 약만 주면 돼요"라고 하며
처방전 두 장을 내밀었다.
여러 달째 항 갑상선 약을 복용하다 보니 약사의 복약지도 내용을 거의 외우다시피한 것이다.
그런데 처방전 두 장 중 한 장에는 식욕억제제가 처방되어 있었다.
병원에서 처방하는 식욕억제제는 대개 갑상선 기능 항진증 환자가 조심해야 하는 약물이기에
이 부분에 관해 묻지 않을 수 없었다.
그 여성의 말로는 복용한 지 석 달째부터 살이 찌기 시작해서 걱정이 되어 병원에 가서
살 빠지는 약을 달라고 했다는 것이다.
갑상선 환자의 경우 체중 감소가 일반적인 증상인데 체중 증가라니 의아해서 몇 가지 더 물어 보았다.
그는 "추위를 잘 타고, 항상 피로감을 느끼고 변비까지 생긴데다 별로 먹는 것도 없는데 살이 찐다"고 했다.
오히려 갑상선 기능 저하 증상이 아닌가 의심되어, 식욕억제제를 먹지 말고
다시 병원으로 가서 의사와 상담을 통해 항 갑상선약 용량을 조절해 보는 게 좋겠다고 얘기했다.
그는 얼마 후 약 용량이 조절된 처방전을 다시 받아 왔다.
물론 식욕억제제 처방은 취소되었다.
식욕억제제를 그대로 복용했다면 질환 증상이 악화되거나, 또 그로 인해 약이 약을 부르는 결과를 낳을 뻔했다. 항 갑상선제는 몸안에서 갑상선호르몬이 생성되는 것을 막아 갑상선 기능 항진 증상을 억제한다.
복용 초기에는 피부 가려움증이나 발진 증상을 유발하지만 시간이 지나면 그 정도가 점점 약해진다.
이런 항 갑상선제를 필요 이상으로 복용하게 되면 체내 갑상선호르몬 양이 줄어들면서 체중 증가, 변비 등과 같은 갑상선 기능 저하 증상이 오기도 하는 것이다.
이처럼 약물 부작용은 단기간에 나타는 경우도 있지만 오랜 기간을 두고 나타나는 경우도 있다.
그러니 지금까지 별 문제 없었다거나, 일상적으로 늘 먹는 약이라고 해서 약물 부작용을 간과해서는 안된다.
하나 더 이야기하자.
약물 부작용은 언뜻 복용 약물이나 앓고 있는 증상과 관계가 없는 것처럼 보일 수 있다.
그래서 의사, 약사와 상담 때 자신에게 일어난 신체 변화를 상세히 이야기해주는 것이 꼭 필요하다.
정명희
일신약국 대표약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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