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산거리 '문화 사랑방' 골목
'중앙동 시대'의 안식처
1980년대 광복동 입구에는 문화를 사랑하는 지식인들과 문화를 생산하던 언론,예술인들이,
그들만의 '문화 재생산 공간'을 만들어 서로의 만남을 기꺼워하곤 했다.
이른바 '문화 사랑방'이라는 목로주막이 그것으로,대표적인 곳이 '양산박'이었다.
고 박정인 부산일보 이사(당시 논설위원)와 이윤택 국립극단 예술감독 등이 그 당시 주동이 되어
이곳에 문화예술인들을 모아 함께 놀기(?) 시작한 것이다.
양산박은 시인 임명수의 '임산박'과 소설가 윤진상의 '윤산박'으로 각각 나뉘어
문화예술인들의 활발한 '언로(言路)의 창구이자 문화 교류의 장터' 역할을 담당해 왔다.
그러던 것이 1990년대 들어 '중앙동의 문화 르네상스 시대'인 '중앙동 시대'가 도래하면서
,'문화 사랑방'도 하나 둘 동광동 백산거리로 몰려들기 시작한다.
당시 '한길','계림','수미산','산마루','양산박','죽림헌','강나루'등등이
나름의 문화인맥으로 그 시대를 풍미했던 것이다.
이들은 '중앙동 시대'가 지리멸렬해짐에 따라 부침(浮沈)을 거듭하다가
현재는 '강나루','계림','수미산','양산박' 등이 명맥을 유지하고 있다.
특히 옛 동광초등학교 입구 골목에 있는 '강나루'와 '계림'은 역사와 유서가 깊은 곳으로
'문화 사랑방'의 원조라 할 수 있다.
'강나루'는 부산시인협회 회장을 역임했던 이상개 시인의 부인인 목경희 여사가 주인장으로,
부산의 내로라하는 시인묵객들이 진을 치고 있다.
목여사의 넉넉한 품이 '열 폭 치마'라서 원로문인은 물론이고 젊은 문인들에게까지 사랑 받는 곳이다.
간간히 시 읊는 소리가 문 밖으로 새어 나오기도 하는 그야말로 '시인 사랑방'이다.
부산의 대표적 문학 동인인 '시와 자유'동인들의 아지트(?)이기도 하다.
'계림'은 이 골목의 '터잡이'로 순박한 촌부 이정매 여사가 운영하는 곳.
음식이 맛깔스럽고 종류도 다양해 사랑 받는 곳이다.
주로 영화 관계자들이나 연극배우들이 자주 들리는 곳이다.
부산국제영화제 때는 서울의 영화 관계자들이 대거 몰리는 곳이기도 하다.
'수미산'은 시립극단 배우인 정행심씨가 운영하는 곳.
주로 극단 관계자와 음악가들이 자주 모인다.
요즘도 가곡과 오페라의 한 장면들이 한바탕 연출되기도 하는데,좋은 노래를 듣고 난 후면
서로 맥주를 몇 병씩 몰아주는 인심도 발휘되는 곳이다.
주인장의 노랫가락도 들을 만하므로 권하여 들어 볼 것.
이곳은 다양한 직업의 문화 애호가들이 즐겨 찾는다.
'양산박'은 광복동의 '임산박'이 이 곳으로 옮겨 명맥을 잇다가 주인장이 부산을 뗘난 뒤,
문화 애호가 이지혜씨가 최근 다시 개업을 했다.
좋은 재료로 옛 '양산박꾼'을 끌어 모음으로써 '제 4대' 양산박 주인장의 면목을 과시하고 있다.
벌써 아동문학가 강기홍씨, 영극 연출가 이동재씨 등이 후원자를 자처하고 있다.
잠시 휴업에 들어간 '산마루'도 유명한 '문화 사랑방' 민학자이자 화가인
주경업씨의 부인 강정자 여사가 주인장이다.
주인장의 음식 솜씨가 뛰어나 '부산의 맛집'에도 등재될 정도.
부산민학회 회원들과 화가들이 즐겨 찾던 곳이다.
극심한 적자로 휴업한 대표적 사례로,요즘의 '문화 사랑방' 현실을 적나라하게 반영하고 있는 곳이기도 하다.
이처럼 이들 '문화 사랑방'은 문화예술인들의 고향과 같은 곳이다.
그러나 대부분 문화 애호가나,문화 생산자가 이 곳 '주인장'이고 '나그네들'이라,
일반 실비집 수준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그래도 이곳을 출입하는 이들에게는 '문화의 향유와 교류,
그리고 확대재생산'의 풍족함에 만족해하고,그런 장소를 제공한 이 곳을 아직도 사랑하고 있다.
미약하지만 문화의 작은 씨앗을 뿌리는 이곳이,빈 벌판에 붙은 '들불'처럼 활활 다시 살아나기를,
예술인의 한사람으로서 기원하고 또 기원한다.
최원준·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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