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장'시장
사시사철 풍성한 해산물 겨울철 되면 골목마다 활기
배를 드러내고 누웠다.
반듯하게 누워 살아있음을 알리려는지,하늘을 향해 삿대질 하듯 '게 발을 놀리고' 있다.
예로부터 만사 귀찮은 듯 까작까작,느릿거리는 사람들을 빗대 '게 발 놀린다'고들 했다.
한 무더기씩 포개져 벌러덩 누운 대게들의 다리가 영락없이 '게 발을 놀리고' 있었다.
아주 느리게 천천히,그리고 까닥까닥...
한 5년 쯤 됐을까?
어느 날 기장시장에 대게와 왕게(킹크랩)를 파는 가게가 한 군데 생겨났다.
한창 러시아산 게들의 수입이 허용될 때였을 것이다.
당시만 해도 국산 '영덕대게'를 맛보려면 일식집 등에서 최소 1~20만원,
박달게(껍데기가 단단하고 속이 꽉 찬 특상품 대게)는 30만원 이상을 지불해야 했던 시절이었다.
그러나 이 곳에는 러시아산 게의 상품(上品)을 1~2만원선,
하품(下品)은 2~3마리에 1~2만원선에 마구 팔아버리고(?) 있었다.
왕게도 4~5인 가족이 알맞게 먹을 만한 크기로 2~3만원선이면 충분했었다.
워낙 맛있는 음식에 대한 신명이 많다보니 이를 놓칠 수는 없는 일.
몇 년 동안 집안 어르신과 몰래몰래 많은 수의 게들을 희생시켰다.
심지어 '크랩 매니아'인 서울 동생 가족들에게도 수시로 한 박스씩 올려 보내곤 했었다.
이것이 필자가 아는 기장시장 대게골목의 시작이다.
개인적으로는 '맛있는 과자 숨겨두고 아껴먹 듯' 했던 이곳이,이제는 부산에서 최고로 유명한
대게 전문골목이 된 것이다.
원래 기장시장은 오일장(5,10일)이다.
그러나 기장군이 부산에 편입되고 도시화 되면서 자연스레 재래시장화 되었다.
예로부터 기장장은 바다 특산물이 많이 나는 '해산물 전문 장'이었다.
바닷물이 맑고 깨끗하여 전국적으로 유명한 '기장미역'이나 '대변멸치' 그리고 칼치,오징어 등
질 좋은 수산물이 사시사철 풍부하여,기장장은 항상 해산물로 풍성했었다.
지금도 철마다 갖가지 수산물이 흘러넘치는 것은 여전하다.
제철 횟감을 가장 싸고 맛있게 먹을 수 있는 곳으로 망설임 없이 '기장시장'을 꼽는 이유도 바로 이런 이유에서다. 요사이는 한창 산오징어와 참숭어(밀치)가 사람들의 입맛을 자극하고 있다.
그러나 현재의 겨울 기장시장은 대게골목이 최고의 활기를 띠고 있다.
현재 대게를 취급하는 곳은 10여 집.
주요 수요층은 해운대 신도시를 비롯한 부산 사람들이지만 일본 관광객들도 결코 무시할 수 없는 큰 단골이다.
현재 가격대는 1킬로그램에 15,000~25,000원선.
주로 러시아산과 북한산이 대부분이다.
이곳의 특징 중 하나는 중간상을 거치지 않고 무역회사와의 직거래로 대게 물량을 확보한다는 것.
그래서 저렴한 가격에 대게를 판매할 수 있는 시스템을 갖췄다.
대게골목의 원조격인 서생수산 김창병 사장에 따르면
"이곳에서 소비되는 대게만 해도 하루 평균 평일 3톤 주말에는 10여 톤 규모에 이른다."고 한다.
지역시장으로는 대단한 거래량이다.
대게골목에 대한 정보를 얻고 일어나려 하자 대뜸 '대게 맛 좀 보고 가시라'며 붙잡는다.
'시장 한 바퀴 둘러보고 오겠다.'며 도망치 듯 빠져 나온다.
그러나 뒤돌아 나오는 필자의 입안에는 이미 달큰하고 고소한 대게의 향으로 푸짐하다.
대게는 겨울이 제철이다.
찬바람이 쌩쌩 불어야 맛이 드는 것이다.
요즘부터 잡히는 대게가 육질이 쫄깃하고 탄력 있으면서도 살이 부드러워 맛이 좋다.
푸르스름한 내장의 쌉쌀한 맛과 향도 진해지는 시기다.
속살도 꽉꽉 차 있어서 특유의 단맛이 입안 가득 넘쳐흐른다.
대게는 가족과 함께 둘러앉아 먹는 음식이다.
남녀노소 상관없이 모두들 좋아하는 음식이 기 때문이다.
가족끼리 대게 한 접시로 잠시 오붓한 시간을 가져 보는 것은 어떨까?
최원준·시인 cowejoo@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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