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포장'
17세기 포구 들어설 때 시작 뱃길따라 전국 물자 다 모여
과연 구포장이다.
부산을 대표하는 역사와 전통의 오일장답다.
기습한파로 모든 것이 움츠러드는 날씨임에도 불구하고 이곳은 아랑곳없다.
3만여 평의 장터에 1천여 점포.
장날이면 상인들과 장을 보러 온 사람들로 철철 넘쳐흐른다.
평균 1만~1만5천여 명의 사람들이 낙동강의 도도한 흐름처럼
서로 어울려 장을 이루고 사람의 물결을 만드는 것이다.
장터에 발을 딛자마자 온갖 종류의 소리들이 발길을 잡는다.
"아지매요,배추 함 보고 가이소. 꼬신 물이 줄줄 흐릅니더."
"에라이,모리겠다. 생태 한 마리 천원!"
"묵는기 남는깁니데이. 장국밥 한 그릇 묵고 가이소"
갖가지의 억양으로 손님을 호객하는 소리를 비롯해서 흘러간 뽕짝 노랫소리,각설이의 꽹과리 소리,
멍멍 개 짖는 소리….
세상의 정겨운 소리는 다 모였을 듯싶다.
느긋한 마음으로 사람의 물결에 몸을 맡긴다.
사람 냄새가 구수하다.
구포장은 17세기 포구가 들어설 무렵부터 시작되었다.
낙동강을 끼고 있는 지리적 환경으로 뱃길이 닿는 포구에 자연스레 장이 들어선 것이다.
뱃길로 온 물자는 육지로 보내고 육지로 온 물자는 뱃길 7백여리 어디로든 보냈다.
그래서 구포장은 항상 각지에서 몰려든 물자들로 그야말로 파시를 이루었던 것이다.
현재의 구포장은 구포상설시장과 오일장(3.8장)이 함께 통칭된다.
가축시장골목,농수산물골목,약재골목 등 골목골목마다 싸고 풍성한 물건들로 가득 차 있다.
특히 가축시장골목은 예로부터 구포장이 최고였다.
구포 대리천 둑방길을 따라 매캐한 연기와 누린내가 진동하던 곳.
일명 '개시장'은 많은 논란과 함께 사양화되긴 했어도 아직 그 명맥은 이어오고 있다.
지금은 닭,오리,청둥오리,토끼,염소 등 각종 보양 관련 가축을 다양하게 취급하고 있다.
또한 구포장은 많은 시골 아낙들이 직접 재배한 야채들을 이고지고 장을 찾기로도 유명하다.
"새벽기차로 와서 야채 팔고 장 볼 것 보고 국밥 한 그릇 먹는 재미로 온다."는
이들의 순박한 웃음이 참으로 맑다.
참나물 3천원어치 사며 "추우니 옷 단속 잘 하시라" 하니 나물을 한 움큼 더 얹어 주신다.
장에 온 김에 먹을거리도 둘러본다.
구포시장의 대표 먹거리라면 소나 돼지고기로 푸욱 우려낸 '구포장국밥'과 '구포국수'로 삶아내는
'구포장터국수'가 유명하다.
특히 구포국수는 6.25동란 시절 피난민들이 싸고 맛이 좋다고 해서 전국적으로 알려졌는데,요즘은
시대에 밀려 진짜 '구포장터국수'는 먹을 수 없게 되어 아쉬울 따름이다.
횟집이 즐비한 '먹거리 골목' 곳곳에 장국밥집이 들어서 있다.
장날이라 그런지 집집마다 빈자리가 없다.
한 쪽 귀퉁이를 차지하고 장국밥을 시킨다.
이윽고 뚝배기에 고봉으로 고기를 얹은 장국밥이 앞에 놓인다.
구수하고 진한 국물이 뱃속을 뜨겁게 훑고 지나간다.
보드라운 고기 한 점을 오물오물 씹는다.
소주 한 잔에 너무 잘 어울린다.
후루룩후루룩 큰소리 내어가며 국밥을 먹는다.
이마와 목덜미에 진땀이 촉촉이 밴다.
한겨울에 땀 닦으며 먹는 국밥의 맛은,먹는 이들 말고는 아무도 모른다.
사람들 틈새로 장터를 한바퀴 휘휘 둘러 보고나니
어느새 손에는 까만 비닐봉지 몇 개가 묵직하니 손에 들려져 있었다.
배도 든든하고 장바구니도 든든하고 마음마저 든든했던 겨울의 구포장.
지하철 3호선이 개통되어 더욱 편리해졌다.
자녀들과 시간 내어 장 구경 한번 해보는 푸근한 여유도 가져들 보자!
최원준·시인 cowejoo@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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