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킹맘'이 미래다!
부산 전업주부 10명 중 넷 '경단녀(경력단절여성)'…워킹맘은 파트타임 맴돌아
![]() | |
부산 사상여성개발센터에서 경력단절여성이 취업 상담을 받고 있다. 이곳에 등록된 구직자는 3000여 명에 달한다. |
- 경제활동여성 20대 후반 68%
- 30대 후반 54%로 뚝 떨어져
- 유연근무제 정착 안 된 탓
- "정시퇴근만 지켜도 퇴사 줄어"
- 육아휴직·시설 잘 갖춘 곳에
- 인센티브 주는 가족친화 인증
- 민간기업 3.6%만 "잘 안다"
2013년 한국인의 노동시간은 OECD(경제협력개발기구) 회원국 중
멕시코에 이어 2위(연간 2163시간)였다.
가장 짧은 네덜란드(1380시간)보다 56%나 길다.
반면 한국인의 노동생산성은 OECD 국가 평균 대비 80%에 불과하다.
장시간 근무는 복잡하고 다양한 사회문제를 야기한다.
여성 취업률과 출산율 저하가 대표적이다.
우리나라는 노동자가 근로시간을 선택할 수 있는 유연근무제 도입 비율도 2013년 기준 16.1%에 불과하다.
워킹맘들이 직장을 그만둘 수밖에 없거나
다시 일터로 복귀하기 힘든 이유다.
■ 결혼적령기에 경제활동비율 '뚝'
지난 10일 부산 사상여성인력개발센터.
취업 상담이나 교육을 받으려는 여성들로 복도가 혼잡했다.
출산·육아로 직장을 그만둔 30대가 많았다.
이곳에 등록된 여성은 3000여 명. 양모(여·37) 씨는 또래의
경력단절여성(경단녀)이 상담을 받는 동안 아이를 잠시 돌봐주는
임시 보육교사이다.
월급은 90만 원 정도.
양 씨도 경단녀이다.
어린이집 교사로 근무하던 그는 27세에 결혼해 두 아이를 낳자
사표를 냈다가 4년 전 학습지 교사로 나섰다.
"남의 애들만 잘 가르치는 것 같았어요. 우리 아이는 연필을 잡지도 못하는데…. 속상해 그만뒀지요."
이후 양 씨는 화장품·보험·생활용품 판매에도 뛰어들었다.
동화구현·독서논술 자격증도 땄다.
그러나 수입은 일정치 않았다.
"일반 회사 취직은 육아 때문에 꿈도 못 꿔요. 유연근무는 고사하고 정시 퇴근하는 기업도 거의 없잖아요. 그러니 파트타임 일자리만 맴돌 수밖에요."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4월 현재 우리나라 경단녀는 213만9000명이다. 30대가 절반이 넘는 52.2%(111만6000명)를 차지했다.
경단녀들이 직장을 그만 둔 이유는 육아(35.9%) 결혼(35.8%) 임신·출산(25.3%) 순이었다.
부산은 15~54세 비취업 기혼 여성(25만6000명)의 41%(10만6000명)가 경단녀이다.
여성 경제활동인구 비율은 경단녀 증감에 따라 출렁인다.
25~29세 부산 여성의 경제활동인구 비율(2010년 기준 인구총조사)은 68.2%로 남성(60.7%) 보다 오히려 높다.
그러나 결혼 또는 출산을 경험하는 30대 초반(30~34세) 여성의 경제활동비율은 55.5%로 급격히 떨어진다.
30대 초반 남성(81.2%)보다 25.7%포인트나 낮다.
30대 후반(35~39세)은 더 심각하다.
여성과 남성의 차이가 30.6%포인트로 더 벌어진다.
정부의 워킹맘 대책도 현장에선 만족도가 높지 않다.
부산 강서구 신발제조업체 사무직인 김모(여·33) 씨는
"출산휴가나 보육휴가는 어느 정도 정착됐다.
그러나 육아기 근로시간 단축 제도는 눈치가 보여 쓰지 못한다.
3살 아이를 생각하면 날마다 사표를 쓰고 싶다"고 말했다.
부산여성가족개발원이 지난해 11월 발간한 '경력유지 현장 모니터링 보고서'를 보면,
조사대상 사업체의 92.9%가 육아기 근로시간 단축 제도를 시행하지 않는 것으로 조사됐다.
■ 현장에선 안 먹히는 모성보호
정부가 2008년 도입한 '가족친화기업 인증'도 아직 연착륙하지 못했다.
가족친화기업이란 육아휴직·모성보호제도와 보육시설을 잘 갖춘 기업을 말한다.
인증을 받으면 조달청 입찰 가점을 비롯해 92개의 인센티브를 받을 수 있다.
평가항목 중 여성가족부가 정한 '가족사랑의 날'인 수요일 정시 퇴근하면 100점 만점에 5점을 준다.
J기업 담당자는 "일주일에 하루 '정시 퇴근'해도 점수를 주더라. 웃기고도 슬픈 현실"이라고 했다.
부산에서 가족친화 인증을 받은 사업체는 1월 현재 59곳뿐이다.
이 중 공공기관이 절반을 차지한다.
근로자 300인 이상인 부산지역 대기업(225개) 상당수는 아직 인증을 받지 않았다.
부산여성가족개발원 전혜숙 연구위원은 "지난해 설문조사를 했더니 민간기업의 3.6%만 가족친화 인증에 대해 알고 있었다"며 "대기업부터 인증을 받도록 자치단체가 독려를 해야 한다"고 말했다.
부산참여연대 양미숙 사무처장은 "교직사회의 이직률이 낮은 것은 정시 퇴근이 가능하기 때문"이라며
"장시간 일하는 문화만 바꿔도 직장에 사표를 던지는 워킹맘이 크게 줄어들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여성정책연구원 홍승아 연구위원은 '가족친화제도 확산을 위한 기업 성과 연구'에서
"가족친화경영은 기업의 1인당 매출액을 늘리고 근로자의 이직률을 감소시킨다.
생산성 증가율도 0.22~1.95% 높은 것으로 확인됐다"고 밝혔다.
시간선택제는 '칼퇴근' 해도 보육이 어려운 워킹맘을 위한 제도다.
1주일에 36시간 미만 일한다.
정부는 초점을 ▷개인의 자발적인 수요가 있고 ▷전일제와 차별이 없으며 ▷최저임금의 130%와 4대 보험이 보장되는 3가지 조건을 만족하는 '양질의 일자리'에 맞췄다.
그러나 공공부문을 제외하면 가시적인 성과는 찾아보기 힘들다. 한국경영자총협회가 지난해 전국 354개 기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44.6%가 시간선택제의 필요성에는 공감했지만 시간선택제를 이미 채택했거나 채택 예정인 기업은 6.8%에 그쳤다.
# 시간선택제 임금 차별 없다더니…정규직 68% 수준
- 국회 입법조사처 보고서…네덜란드·獨은 동등한 대우
최근 시간선택제 일자리의 임금 수준이 정규직의 68%에 불과하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전일제와 차별이 없다는 정부 주장과는 거리가 있는 셈이다.
국회 입법조사처가 지난 1일 발표한 '시간제 일자리의 현황과 입법·정책적 개선 방안' 보고서에 따르면
시간선택제 근로자의 주당 평균 노동시간은 25.8시간이었다.
월 평균임금은 95만9000원(시급 8581원)으로 조사됐다.
시간선택제 근로자가 정규직의 주당 평균노동시간(40.2시간)을 일한다고 가정하면
월평균임금은 148만8000원으로 정규직(명목임금 기준 218만1000원)의 68.2%에 그쳤다.
입법조사처는 "시간선택제 일자리는 시간제 일자리에 비해서는 낫지만
기간제 근로자의 약 82%에 해당하는 시간당 임금을 받고 있다"고 지적했다.
전문가들은 시간선택제 안착 여부는 '차별 금지'에 달렸다고 지적한다.
부산여성가족개발원이 지난해 재직 여성 600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했더니
60% 이상이 시간제 일자리의 임금을 '최저임금의 130% 이상'으로 꼽았다.
반면 기업들은 최저임금 수준으로 응답했다.
고용률이 70%를 넘는 네덜란드는 임금(수당)·상여금·직업훈련 부문에서 동등한 대우를 보장하는
'비례보호정책'을 시행 중이다.
또 최저임금의 115% 이하인 저임금 근로자의 세금을 깎아주고 사용자의 사회보험료도 감면해 준다.
우리나라의 모델인 네덜란드는 가구당 1.5인 고용(전일제 남성과 시간제 여성)에 정책의 초점을 맞추고 있다.
독일은 '일자리를 위한 연대' 협약(1996년)을 통해 청년실업자를 시간제로 채용하는
기업에게 보조금 지급 근거를 마련했다.
'단시간 근로 및 기간제 근로에 관한 법률'(2001년)은 ▷시간제 근로자 차별금지 ▷근로시간 단축 청구권 ▷근로형태 전환 거부에 따른 해고 금지를 명시했다.
남녀 평등이 자리잡은 스웨덴은 전일제에 초점을 맞춘다.
전일제 근로자가 자신이 원하면 언제든 시간제로 전환했다가 다시 전일제로 돌아올 수 있도록 보장한다.
정책 방향도 '모성보호'에서 '모부성보호'로 전환해 남성도 부모 휴가 청구권을 제공하는 부모휴가제도를
이용할 수 있다.
한편 정부는 올해부터 시간선택제 일자리에 대한 지원을 강화한다.
기존 전일제 근로자를 시간선택제로 전환하는 사업주에 대해
인건비(월 50만 원 한도로 1년 지급)를 지원하는 게 골자다.
또 전환형 근로자의 노무관리에 소요되는 비용(1인당 월 20만 원씩 1년 지급)도 지원한다.
![]() | |
|
'생활' 카테고리의 다른 글
[부산…청년을 구출하라] 청년과 일자리- 청년'고용법'부터 지켜라! (0) | 2015.07.11 |
---|---|
[재미있는 직업 탐방] '이미지 컨설턴트' (0) | 2015.07.08 |
[재미있는 직업 탐방] '네이미스트' (0) | 2015.07.02 |
[아픈 역사]도 품은 도시 '군산' (0) | 2015.06.27 |
[부산…청년을 구출하라] 청년과 일자리- '비정규직'의 눈물 닦자 (0) | 2015.06.27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