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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청년을 구출하라]청년과 일자리 ‘전통시장’을 희망사다리로

금산금산 2015. 8. 8. 10:18

'전통시장'을 희망사다리로

 

 

 

 

 

대형마트에 밀려나는 市場…"구원투수 청년상인을 투입하라"

 

 

 

다양한 아이디어로 무장한 청년 상인들이 전통시장에 활력을 불어넣고 있다. 청년들에게 빈 점포를 임대한 전주 남부시장은 유동인구가 크게 늘었다. 지난 10일 인파로 북적대는 남부시장 야시장(위). 반대로 부산의 번화가에 위치한 국제지하도상가는 썰렁하다. 김화영 기자

 

 

 

- 부산 전통시장 빈 점포율 12.6%
- 중·장년에 편중된 고객층이 약점

- 전주 남부시장 문닫은 33개 점포
- 청년창업가들 아지트로 내주니
- 고객 몰려들며 주변 점포도 활기



부산 중구 남포동 국제시장은 요즘 때아닌 대목이다.

1200만 명을 돌파한 영화 '국제시장'의 흥행 덕분이다.

부산교통공사에 따르면 도시철도 남포동역에서 내리는 승객이 지난해보다 5% 가까이 늘었다.

전국 1호 상설 야시장인 부평깡통시장도 발 디딜 틈이 없다.

국제시장을 찾은 손님들이 이곳에서 허기를 달래기 때문이다.


대형마트와 SSM(기업형 슈퍼마켓)의 공세에 고전 중인 다른 전통시장은 국제시장이 부럽기만 하다.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에 따르면 2013년 기준 부산의 161개 전통시장 점포 2만9538개 중 12.6%(3719곳)가

빈 상태였다.

원도심인 부산 서구(12개 시장)와 중구(20개 시장)의 공실률은 17%와 10.1%에 달했다.

활성화 평가에서도 '양호'(28.6%)보다 '침체'(32.9%) 진단을 받은 전통시장이 더 많았다.

정부와 부산시가 손을 놓고 있었던 건 아니다.

2002년부터 2012년까지 부산 전통시장 경영·시설현대화에

총 1470억 원을 투입했다.

예산의 91%는 아케이드 설치와 같은 하드웨어에 집중됐다.

결과는 신통치 않았다.

부산발전연구원(BDI)이 2012년 전통시장 상인 500명을 대상으로

설문 조사했더니 61.8%가 2011년보다 매출이 감소했다고 응답했다.

 '늘어났다'는 18.0%뿐이었다.


전통시장을 살릴 방법은 없을까.

"청년 창업가는 자본과 경험이 부족하다. 전통시장은 중·장년에 편중된 고객층이 약점이다.

청년 상인이 전통시장에서 '떡볶이' 대신 '치매 예방 떡볶이'를 판다면? 젊은 소비자들이 찾지 않겠나.

상인회가 점포를 제공하고 청년들이 아이디어 상품을 개발해 판매하는 형태의 협동조합도 가능하다."


소상공인을 위한 경영 컨설팅인 '새가게 운동'을 이끄는 부경대 이유태(경영학과) 교수의 제안이다.

전통시장을 청년 창업의 실험실로 만들자는 의미다.

동대문시장에서 시작해서 중견기업을 일군 형지그룹의 최병오 회장처럼.

앞서 부산 부전마켓타운과 전주 남부시장은 청년을 '구원투수'로 투입한 적이 있다.

결과는 상반됐다.

부전마케타운은 2010년 문화체육관광부의 '문전성시 프로젝트'에 선정돼 받은 국비로 청년들을 불러 모았다.

청년 문화예술인들이 선보인 이동식 노래방 '수레는 노래를 싣고'나

취중 토크쇼 '예술 포차'는 관광객의 인기를 끌었다.

토요문화 야시장인 '얼쑤 난장'과 창업 희망자에게 판매 공간을 제공하는 '청년 난장'도 열렸다.

3년간 계속된 문전성시 프로젝트는 2013년 국비가 끊기면서 중단됐다.

청년 상인과 예술가들도 함께 떠났다.

당시 문화공연을 주도했던 배인석 감독은 "상인회와의 협업이나 점포 확보 등 청년들이 전통시장에서 자립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하지 못했다"고 아쉬워했다.

반면 지난 10일 기자가 방문한 전주 남부시장은 말 그대로 '문전성시'였다.

야시장이 개장한 오후 5시에는 인파가 넘쳤다.

변화는 '청년몰'이 주도했다.

남부시장 상인회는 2011년 비어 있던 2층 점포(330㎡) 33개를 청년들에게 개방했다.

월 임대료는 10만 원 안팎.

보드게임방인 '같이놀다가게'나 스페인풍의 '구라파식당'처럼 2030세대를 겨냥한 청년 창업자들이 입점했다.

청년몰이 인기를 끌자 남부시장 1200여 개 점포도 덩달아 활기를 되찾았다.

청년몰 김병수 대표는 "2011년을 기점으로 매년 15%씩 매출이 상승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서울 종로4가 지하도상가도 비슷한 경우다.

한때 혼수용품 전문이던 종로지하도상가는 2011년 지상 건널목이 생기면서 손님들의 발길이 뜸해졌다.

2013년 기준 102개 점포 중 20곳이 비어 있었다.

짐을 그대로 두고 문을 열지 않는 가게들도 많았다.

서울시설공단은 2013년부터 청년들에게 빈 점포를 내줬다.

지금은 생활한복점인 '금의제'를 비롯해 14곳의 청년가게가 성업 중이다.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 곽규근 컨설팅지원실장은 "전통시장 상인들은 상품 개발이나 마케팅에서 대형마트에

뒤진다. 기발한 아이디어를 가진 청년 창업가에게 빈 점포를 내주면 서로에게 희망의 사다리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BDI 황영순 연구위원은 "2012년 기준으로 부산 전통시장 상인 중 2030세대는 9.9%에 불과하다.

전통시장에 청년상인비즈니스센터를 설치해 청년 창업을 돕는 정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남포역 지하상가 김동식 회장도 "취업난에 시달리는 청년들이 전통시장을 도전의 무대로 삼아 활기를 불어넣는다면 우리도 대환영"이라고 말했다.

중소기업청도 올해부터 '청년 장사꾼' 100명을 선발해 육성한다.

40세 미만 청년에게 빈 점포를 내주고 상품 개발 컨설팅을 지원한다.

부산시도 청년과 전통시장의 결합에 나서는 모양새다.

올해 부산진시장 근처에 '창작스튜디오'를 열고 신예 디자이너 10명에게 18㎡ 규모의 작업실을 제공할 예정이다.


#  "생기 잃은 전통시장, 젊음을 불어넣으니 손님들이 돌아왔다"

■  전주 '청년몰' 이승미 매니저

전북 전주시 남부시장 청년몰 이승미(여·30·사진) 매니저는 부산 출신이다. 성공회대를 졸업한 2010년 부산에서 6개월 동안 아르바이트를 하다가

2011년 전주의 사회적기업 '이음'에 취업해 본격적으로

청년몰 사업에 뛰어들었다. 다음은 이 씨와 나눈 일문일답.

- 청년몰에서 활동하게 된 계기는.

 

▶ 청년들이 전통시장을 살릴 수 있다고 봤다.

  2011년 '청년 장사꾼 프로젝트'를 기획했다.

  문화체육관광부의 '문전성시 프로젝트'에 선정돼 3년간 국비 7억 원을 지원받았다.

  남부시장은 모두 10개 동으로 구성돼 있다.

  예전에는 1층이 침체하면서 2층 옥상동은 거의 빈 상태였다.

  상인들 중 2030세대는 7명뿐이었다.

  활기가 없었다.

  한 개동의 2층을 '청년몰'로 개조해 임대했는데 반응이 뜨거웠다.

  입주 경쟁률이 27 대 1이었다.


- 다른 전통시장 살리기 프로젝트와 달랐던 점은.

▶정부나 자치단체는 시설 현대화에 만 관심을 기울였다.

  하드웨어는 5, 10년 지나면 낡아서 다시 골칫덩어리가 된다.

  우리는 소프트웨어에 집중했다.

  영화제 등 축제를 열어 시장 분위기를 젊게 바꾸고, 상인 교육프로그램에 많은 공을 들였다.

 


- 어려웠던 점은.

▶역시 상인들과의 관계다.

  하루 8000명에서 1만5000명의 관광객이 이곳을 찾는다.

  유동인구가 늘면서 귀찮아하시는 분들도 있다.

  다행히 청년몰 입점 후 매출이 증가한 상인들이 많아 눈치를 덜 본다.

  청년몰을 하기 전에 예쁜 간판 만들기나 상인들의 이야기를 책으로 엮으며 신뢰를 쌓은 게 많은 도움이 됐다.

  청춘은 우리 사회에서 '잉여'다.

  쓸데없이 공부를 많이 했거나 자신에게 투자를 많이 했다.

  취업기회는 '결핍'이다.

  전통시장 상인들에게는 빈 점포가 '잉여'다.

  더 이상 변화가 없는 것은 '결핍'이다.

  잉여와 결핍이라는 점에서 청년과 전통시장은 닮았다.

 


- 전주 한옥마을과 남부시장 간 거리가 가까운데.

▶50m에 불과하다.

  매년 한옥마을을 찾는 관광객이 600만 명이다.

  그들은 '밤이 되면 즐길거리가 없다'고 아쉬워했다.

  그래서 2011년 남부시장에 부정기 야시장을 시범 개장했다.

  그때부터 2층(청년몰)뿐 아니라 1200여 상가가 밀집한 1층에도 사람이 북적대기 시작했다.

  '착한 전염'이었다.

  매주 금·토요일 정기적으로 야시장이 열린다.

  술이 들어간 아이스크림인 '아이술크림'과 홍시가 든 '홍시호떡'은 히트상품이 됐다.

 


- 청년몰 운영은 누가 하나.

▶초기에는 문전성시 프로젝트 기획자들이 주도했다.

  지금은 청년몰 상인들이 모임을 만들어 스스로 문제를 해결한다.

  공동경비 마련을 위해 월 2만 원씩 회비도 낸다.

  비수도권의 공통적인 고민은 청년 인구의 유출 아닌가.

  전라도는 부산보다 더 심하다.

  뛰어 놀 무대가 있어야 청년들이 떠나지 않는다.

  청년몰은 청년들의 아지트 역할도 한다.

전주=김화영 기자 hongdam@

◇ 전통시장 시·도별 빈점포율(단위 : 개)

지역

전체

빈점포

공실률(%)

서울

4만9581

3187

6.4

부산

2만9538

3719

12.6

대구

1만3521

2375

17.6

인천

1만 484

387

3.7

광주

3369

249

7.4

대전

3491

165

4.7

울산

3606

366

1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