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나는 여행

[시장따라 골목따라] 송도 '암남공원 해물포장집' 골목

금산금산 2015. 8. 22. 13:25

송도 '암남공원 해물포장집' 골목

 

 

 

 

강태공 가족들의 하루

 

 

 

 

                                                                               

 

 

 


팽팽하던 낚싯대 초리 끝이 푸드덕 거린다.

곧이어 힘찬 챔질.

"왔다!"

 

낚싯대가 활처럼 반원으로 휘며 꾸욱~꾹,물 속으로 처박히기 시작한다.

바야흐로 물고기와 낚시꾼과의 힘겨루기가 시작된 것이다. 


곧이어 노련한 낚시꾼의 제압에 서서히 떠오르는 검은 물체.

"와! 벵에돔이다."

 탄성에 주위 사람들이 다 모인다.

 '여기는 도다리다!'

바로 옆에서는 뼈째 먹는 깻잎 크기의 도다리가 매달렸다.

난리가 났다.

온 낚시터에 환성이 터져 오른다.
 

바다가 이제 너그러워졌다.

노도(怒濤)의 기운을 어느새 거두어 들인 것이다.

상춘객들에게 자신이 키운 바다 것들을 나누어 주며,마치 푸근한 어미의 품과 같이 평화스러워진 것이다.

송도 암남공원 입구의 매립지 주차장 낚시터.

암남공원 입구 해안을 매립하여 넓은 주차장을 만들어 놓은 곳이다.

이 곳 주차장 앞쪽을 편리하고 안전한 '시민 낚시터'로 조성해 놓았다.

'가족 낚시 나들이객'들에게는 안성맞춤인 곳. 


 
낚싯대를 드리워 놓고 가족끼리 고기나 생선을 굽고 밥을 지어 먹기도 하고,

주위의 노점에서 이런저런 주전부리도 할 수가 있다.

한 쪽에서는 '옛날 뽑기 좌판'에 둘러 앉아 심각하니 '뽑기'를 하는 아베크족들도 보인다.

주차장이 낚시터이니 편리하기도 하고 자장면도 배달되는 곳이니 신선놀음이다.

일요일 한낮이 왁자지껄하다.



낚시를 하다 조금 쌀쌀하다 싶으면 바로 옆에 있는 해물포장집에서 홍합탕을 시킨다.

따뜻한 국물이 속까지 뜨끈하게 데워 준다.

그제야 해물포장집이 눈에 들어온다.



해물포장집 골목.

이 곳은 주차장이 들어서기 전부터,해변에 천막을 치고 해물을 팔았던 곳이었다.

그 시절 암남공원 해변에는 많은 해녀들이 물질을 했었는데,이들이 건져 올린 해물은

아주 싼 값에 관광객들의 입맛을 돋웠었다. 

그 시절 송도 앞바다는 해녀의 휘파람 소리가 바다를 가득 메웠다.

그 정도로 물도 깨끗하고 해녀들도 많았다.

지금은 그런 풍경을 다소 보기 힘들어졌지만 뭐 어떠랴?

푸른 바다 앞에서 싱싱한 해물 한 점 집어먹는 묘미도 가당찮은 것을…


해물포장집 골목을 휘휘 돌아다녀 본다.

큼지막한 석화와 홍합,갈미조개 등이 입맛을 다시게 하고 멍게,해삼,개불,낚지,문어 등이 물에서 꼼지락댄다.


낚시하던 가족이 해물포장집으로 들어온다.

들고 온 살림망에는 도다리 두어 마리와 노래미 몇 마리가 들어 있다.

주인 아낙이 살림망을 받아들더니 익숙한 솜씨로 회를 뜬다.

군침이 돈다.

단골손님이 고기를 잡아오면 장만을 해 주는 '인정머리'가 아직도 있는 곳이다.

나이 지긋한 주인장과 해물을 놓고 흥정을 한다.

'해삼 한 마리 더 주이소~'

'안된다. 마~'

실랑이가 소란스러우면서도 흥겹다.

만류도 하기 전에 대야에 있는 작은 해삼 한 마리 훑어 입에 넣는다.

그 모습을 보고 어이가 없어 주인장이 깔깔 웃는다.

이 곳에서는 이런 과장된 듯한 흥정이 아주 재미있는 것이다.


이만원짜리 '해물모듬'에 이런저런 해물이 한 접시 가득이다.

모든 해물들이 맛있게들 꿈틀거린다.

우선 낙지 다리 하나 입에 쏘옥 넣는다.

긴 낙지 다리가 볼에 찰싹 달라붙어 모양이 우습다.

개불은 쫄깃거리고 멍게는 쌉쌀한 맛이 향기롭다.

씹힘 좋은 해삼과 들큰하니 고소한 석화까지 입맛을 충족시킨다.

마지막 입가심 '땡초 넣은 홍합탕'은 알싸하면서도 시원하다.

그래서 풍요로운 일요일 하루다.

바다는 이제 새삼 봄이다.

그래서 한창 좋다.

답답한 일상 잠시 내려놓고,가족들과 가까운 바다로 봄나들이 가보시라.

돌아올 땐 상쾌한 바닷바람을 가득 묻혀 올 수 있을 것이다. 

 

최원준·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