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래'시장
낮과 밤이 어우러지다
부산 동래구의 동래시장은 이상하다.
낮과 밤이 판이하게 다르다.
낮이 시장 본연의 사고파는 공간이라면,밤은 왁자하고 질펀한 먹거리 공간으로 바뀐다.
그런데도 갑작스런 시장의 변신이 너무 자연스러워 더욱 이상한 시장이 동래시장인 것이다.
시장의 두 공간을 찾는 사람도 다르다.
낮에는 장을 보러 온 주부들이 대부분이지만,밤에는 동래 전통의 입맛을 찾는 남성 주객들이 그 자리를 대신한다.
이처럼 낮과 밤으로 시장의 성격이 바뀌고,찾는 사람들도 바뀌는 시장.
그러면서도 안과 밖의 조화로운 궁합이 맞아 떨어지는 시장이 동래시장이다.
동래시장의 역사는 17세기 조선시대 때부터 그 연원을 찾을 수 있다.
옛 시절 부산포를 거느린 동래부의 규모를 상징하듯,시장은 규모나 거래물품의 다양함,
그리고 엄청난 거래량을 자랑했다.
한 마디로 말해 역사와 전통이 만만찮은 시장인 것이다.
현재의 동래시장은 몇 년 전 시장 리모델링으로 현대화 된 '건물 안의 시장'과,
그 인근 골목의 노점들로 이루어진 '골목시장'으로 형성되어 있다.
골목시장은 여느 시장과 다를 바 없이 다양한 물건들을 사고파는 시장이다.
특이한 것은 그 중에서도 군것질 거리를 파는 곳이 많다는 것이다.
맛깔스런 튀김을 파는 튀김골목도 있고,파전,수수전을 파는 '지짐 노점'도 많다.
단술도 팔고 콩국도 판다.
주부들이 좋아하는 먹거리로 풍성하다.
보는 것만으로도 배가 부를 지경이다.
건물 안의 시장은 주로 생선을 파는 곳과 칼국수 등 먹거리를 파는 곳으로 대별된다.
특히 제수고기의 선어부와 생선회를 장만 해주는 활어부 모두가 그 유명세를 떨치고 있다.
칼국수집들도 싸고 양이 많기로 소문이 난 동래시장의 명물이다.
그 중에서도 동래시장의 밤을 이끌어 나가는 것은 활어부의 생선횟집과 회초장을 파는 초장집.
회 한 접시에 만 원부터이니 인근의 샐러리맨들이 안 모일 수가 없겠다.
초장값도 1인당 2천 원씩이라 다른 곳보다 저렴하고 부담이 없다.
활어부에서 회를 고른다.
가오리 한 마리,고랑치 한 마리,게르치 2마리,거기에다 개상어 한 마리를 덤으로 얻어 초장집으로 간다.
이만 원에 자연산 생선 5마리를 장만했으니 마음마저 여유롭고 풍요롭다.
초장집에 앉는다.
30여 집에 앉을 데가 없을 정도로 사람들이 들어찼다.
앉자마자 야채부터 한 소쿠리 안긴다.
상추,깻잎,쑥갓에다 풋마늘,당귀잎까지 따라 나온다.
푸짐한 기분에 회 맛조차 더 좋아진다.
살강살강 고랑치,꼬들꼬들 개상어,뽀독뽀독 가오리….
모두 씹힘성 좋은 회들이라 입이 여간 바쁘지 않다.
이 즐거운 분주함!
맛을 아는 사람들은 언제라도 맛 집에서 부딪히는 법.
우연히 지인들을 이 곳에서 만났다.
오랜만의 해후라 더욱 더 술자리의 주흥은 도도해지기만 한다.
술에 따라 시장 안의 빈대떡도 들여오고,복어를 잡아 복국도 끓이고,돼지목살 끊어 와 두루치기도 하고….
이 곳 초장집에서는 취급 안하는 음식이 없다.
시장 안의 신선한 재료를 바로 가져 와 주문하는 대로 요리를 해 주기 때문이다.
물론 실비의 조리비를 지불해야 하지만,신선한 재료로 조리한 음식 맛은 어디에도 뒤지지 않는다.
기분 좋은 사람들과 기분 좋은 음식,그리고 기분 좋은 술자리.
그래서 시장은 시끄럽다.
사람의 말이 섞이고 인정이 섞이면서 시장의 사람들은 이미 시장의 일부가 된다.
그래서 시장의 분위기는 정겹기만 하다.
오랜만에 사람 속에서 아늑하고 평화롭다.
그래서 시장을 '사람의 공간'이라 했던가?
최원준·시인 cowejoo@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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