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

'온천장' 서양풍 일제 별장 부동산 개발로 사라지나

금산금산 2015. 10. 14. 11:21
▲ 부산 동래구 온천동 금강공원 인근에 일제강점기 지어진 현대양식의 건축물. 최근 주인이 매매하고 떠나 재개발로 인한 문화재 소실이 우려되고 있다. 김병집 기자 bjk@

 

 

 

부산에서 유일하게 남은 일제강점기 서양풍 별장이 부동산 개발로 사라질 위기에 처했다.

11일 동래구에 따르면 동래구 온천동 금강공원 인근 주택가에 위치한 ㈜연합철강(현 동국제강) 권철현(2003년 별세) 전 회장 일가 소유였던 건물이 8월께 한 부동산개발업체에 팔린 것으로 확인됐다.

학계는 해당 가옥이 서양과 동양의 양식이 혼합된 부산 유일의 근대건축물로서 보존 가치가 높다고 평가한다.

뾰족한 지붕과 중간에 돌출된 작은 박공 지붕, 아치형 창문 등은 북유럽 양식을 닮았다.

응접실과 주방 등 내부 구조도 서양 주택과 흡사하다. 

 

 


 
동서양 혼합 부산 유일 근대건축
8월께 부동산개발업자에 팔려?

 

 



하지만 다다미가 깔린 방바닥과 창호 문살로 된 미닫이문 등 내부 인테리어는 전형적인 일본식을 보여준다.

본채 뒤편에는 일식 생활양식을 잘 보여주는 '다실(茶室)' 별채도 있다.


동아대 건축학과 김기수 교수는 "온천장은 일제강점기 일본인들의 별장지로 개발됐는데, 별장형 주택 중 이처럼 일본과 서양 스타일이 결합된 양식은 보기 드물다"고 설명했다.


학계는 2005년 부산지역 근대건축물 전수조사 당시 해당 주택을 파악해 2007년 문화재청 등록문화재 지정을

추진했지만 소유주 권 전 회장 일가의 반대로 무산됐다.


취재진이 고문서 등으로 건물 이력을 추적한 결과, 이 주택은 1920~30년대 지금의 금강공원 일대를 소유했던

일본인 히가시바라 가지로(東原嘉次郞)의 별장으로 추정된다.

지금도 대문 기둥에는 별장 이름으로 보이는 '금정장(金井莊)'이란 글자가 선명하게 새겨져 있다.

건축물대장상 등재된 건물 4개 동 중 해당 주택은 1952년에 신축한 것으로 기록돼 있지만, 건축 방식이 비슷한

북측 건물(1936년 신축)과 비슷한 시기에 지어졌을 것으로 보인다.



이 주택은 해방 후 1950년대 말 비로소 한국인 소유가 된 뒤 1971년 권 전 회장 일가가 사들였다.

시민들에게는 정원에 '고려오층석탑'(부산시 유형문화재 13호)이 있는 집으로 알려져 있었지만

6월께 이사를 하면서 석탑도 옮겨가버려, 지금은 문화재와 아무 관련 없는 빈집으로 방치되고 있다.


부산시 관계자는 "현 소유주가 재건축을 목적으로 매입한 것으로 보여 시기적으로 늦은 감이 있지만, 일제강점기 가옥으로서 보존 가치가 있는지를 검토해보겠다"고 밝혔다.


이대진 기자 djrhe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