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

[죽음에서 배운다]'어린 자녀가 겪는' 부모 죽음...

금산금산 2016. 1. 16. 13:43

'어린 자녀가 겪는' 부모 죽음...

 

 

 

 

 

상실감에서 오는 슬픔, 표현하는 법 가르쳐 줘야

 

 

 

 

 

 

 

▲ 어린 나이에 부모를 잃은 아이들에게 미술치료 등을 통해 그 슬픔을 표현하도록 도와주는 게 좋다.  

 

 

 

 

내 여동생은 9살, 11살 자녀를 두고 오래 앓던 병으로 떠났다.

조카들은 어머니가 입·퇴원을 반복했기에 엄마가 돌아가실지도 모른다는 막연한 예측을 하고 있었다.

마지막 입원이 방학 때였고 동생 부부가 아이들에게 관심 가질 마음의 여유가 없어 보여 동생 병문안 뒤

내가 두 조카를 서울서 부산 우리 집으로 데리고 왔다.

아이들은 사촌들과 잘 지냈다.

그러나 나는 조카들에게 엄마가 이젠 돌아가실지도 모른다는 말을 간간이 알려주며

정신적 충격이 크지 않도록 애썼다.

아이들은 알고 있다는 표정을 지었고, 아버지와 살면 된다는 이야기도 했다.

드디어 상(喪)이 나서 내가 아이들을 데리고 서울로 갔고, 장지가 경남인 관계로

다시 내려오는 긴 행로가 며칠간 이루어졌다.

그러나 조카들은 이모와 고모의 품에 잡히어 크게 울지는 않았다.


초상을 마치고, 제부가 나에게 건넨 첫 마디가 "저놈들을 어찌 챙길까요"라는 질문이었다.

나는 "일단 학교 담임을 찾아가 아이들의 상황을 말씀드리고, 행여나 엄마 죽음의 여파가

부정적으로 나타나는 점은 없는지 세심히 봐 달라는 부탁을 해라"고 일렀다.

그 뒤 고모가 아이들 집에서 함께 기거하며 가정을 돌봐주었고, 아이들은 무난히 학교로 돌아갔다.

나는 간간이 서울 가는 길에 조카들을 만났고, 제부는 아이들을 잘 건사하면서 잘 지내고 있었다.

그리그리 그 아이들은 좋은 아버지와 좋은 고모 덕에 잘 지냈지만, 죽음 공부를 하면서

나는 부모의 죽음을 경험하는 어린 자녀들에게는 그 상실감으로 인한 슬픔을 표현하도록 도와주는

보다 체계적인 지원책이 필요하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9살, 11살은 아동 심리학자 피아제(Piget)가 말하는 '구체적 조작기'에 해당한다.

아동은 어떤 대상을 논리적으로 이해하며, 시간의 전후 관계를 알아 시간은 흘러가는 것이고

인간은 언젠가는 죽는다는 것은 안다.

그러나 이 단계의 아이들은 그 사건이 앞으로 나에게 미칠 예후,

즉 그 추상적 개념에 대해서는 잘 모르는 시기이다.

즉 슬프지만, 그 슬픔을 표현 못 하는 시기이고, 그 슬픔이 마음에 침잠(沈潛)하는 것과 함께

성장하면서 자칫 죽음의 트라우마를 간직할 수 있고, 소외감을 느낄 수도 있다.

특히 자신을 인정하고 격려해주는 존재로서의 부모(특히 엄마)의 상실은 남아에게는 이성에 대한 모호함,

여아에게는 부모화(딸로서 가족을 챙겨야 한다는 지나친 의무감)의 감정을 생산해 낼 수 있다.

행여 주위에 어린 나이에 부모를 잃은 아이들이 있다면, 그 슬픔을 표현하도록 도와주어야 한다.

요즘 놀이치료, 미술치료 등과 같은 표현예술치료 전문가가 상당히 많다.

그들과 함께 아이들이 자신의 슬픔을 만져 보면서, 그 슬픔을 조금씩 휘발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슬픔 혹은 애도 상담'이 필요하다. 


이기숙


신라대 교수
국제죽음교육전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