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추위에 어디로 가라고"…LH, 만덕 5지구 강제퇴거 통보
공문 발송 "불응 땐 강제조치"
![]() | |
19일 부산 북구 만덕5지구 주거환경개선사업 철거 현장. 서순용 선임기자 |
- 재개발 지역에 남은 19세대
- "보상비 적어 이주비 마련 막막"
- 주민들 용산참사 7주기 맞춰
- LH 앞 '생존권 촉구 문화제'
바람이 얼굴을 할퀴었다.
스산한 거리에는 건축자재가 나뒹굴고 있었다.
알록달록했던 가게 간판은 오래전 빛이 바랬다.
승객 없는 버스는 언덕 아래로 향했다.
인적을 찾기 힘들었다.
올겨울 가장 추운 날이었던 19일
부산 북구 만덕1동 만덕5지구 주거환경개선사업(이하 만덕5지구 사업) 현장의 풍경이다.
부산시가 2005년 만덕1동 일대 18만 ㎡를 주거환경개선사업지구로 지정하기 전까지 이곳은
1948세대(소유자 1030세대, 세입자 918세대)가 사는 조용한 마을이었다.
시는 2007년 한국토지주택공사(LH)를 사업시행자로 선정했고, LH는 2011년 공시지가를 기준으로
세대당 6000만 원에서 1억 원의 보상금을 책정했다.
LH는 현재 만덕5지구에 19세대가 남았다고 추산한다.
이 지역에 살던 주민 중 98% 이상이 보상금을 받고 떠났다.
LH는 오는 3월 만덕5지구 사업 착공에 들어간다며 남은 세대에 이주를 촉구하는 공문을 지난 8일 보냈다.
수신자는 '무단거주자 제위', 내용은 '자진 이주하지 않으면 강제 퇴거 조치 가능'이었다.
남은 19세대로 구성된 '만덕5지구 주민공동체'(이하 공동체)는 거세게 반발하고 나섰다.
이들은 LH 측의 보상금을 받아도 다른 지역에 주거지를 마련할 수 없다고 주장한다.
원주민들이 받은 보상금액만으로 LH가 짓는 아파트에 들어갈 수 있게 해달라는 것이다.
겨울철에 강제 퇴거를 통보한 부분도 논란이 되고 있다.
2009년 국가인권위원회는 겨울과 야간 시간대 강제 퇴거를 법적으로 금지하라고 국토교통부에 권고했다.
공동체 최수영 대표는 "책정된 보상금은 3.3㎡당 300만 원 수준에 불과했다"며 "우리의 요구는 LH의 아파트 중 가장 좁은 곳이라도 좋으니 계속 이 동네에 남을 수 있게 해달라는 것"이라고 호소했다.
LH 측은 공동체의 주장에 난색을 보이고 있다.
이미 대부분 가구가 이주한 상태에서 공동체의 요구를 들어주는 것은 관련 법상 특혜에 해당한다는 이유에서다.
LH 관계자는 "지난해 법원에서 승소한 부당이득반환 청구 결과에 따라 강제 퇴거할 수 있다는 방침을 밝힌 것뿐"이라며 "착공 시점인 3월 이전까지 자진 이주를 설득하겠다"고 말했다.
공동체는 20일 오후 7시 LH 부산울산본부 앞에서 'LH 규탄 만덕생존권 촉구 문화제'를 연다.
이 행사는 2009년 1월 20일 서울 용산에서 벌어진 용산참사 7주기를 기억하자는 의미를 담았다.
최 대표는 "이곳 주민들은 1970년대 이주정책에 따라 강제로 옮겨 왔다"라며 "또다시 반강제적으로 떠돌아야 한다는 사실이 서글프다"고 말했다.
'생활' 카테고리의 다른 글
[미리 준비하는 설날] 한복의 변신은 무죄 (0) | 2016.01.27 |
---|---|
[죽음에서 배운다] 자녀를 잃은 '부모의 슬픔' (0) | 2016.01.23 |
[죽음에서 배운다]'어린 자녀가 겪는' 부모 죽음... (0) | 2016.01.16 |
비둘기호 정차하던 '추억의 기차역' 전시·창업공간… (0) | 2016.01.13 |
[죽음에서 배운다]죽음에 대한 경험들 (0) | 2016.01.09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