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모를 잃은 슬픔 1
아버지를 떠나보내는 아들의 휴머니티
부모 세대의 죽음을 설명하는, 내가 처음 만난 책은 미치 엘봄의 '모리와 함께한 화요일'(1997)이다.
저자는 은사를 찾아뵈면서 점점 노쇠해져 가는 그에 대해 적었고, 은사는 자기 죽음 여정을
이야기와 글로 제자에게 보여주었다.
점점 죽음에 가까이 가고 있는 은사의 모습에 슬퍼하는 제자에게 오히려 스승은 '죽음은, 생명은 끝나지만,
관계를 끝내는 것은 아니다'라면서 위로해 준다.
이 책에서 나는 '죽음은 우리를 영원히 헤어지게 하는 것이 아니다'는 것을 알고 안심했다.
이상운의 '아버지는 그렇게 작아져 간다'(2014)는 여러 여건에서 아버지의 마지막 병구완을 맡게 된 아들이
아버지의 죽음에 이르는 과정을 그린 소설이다.
특히 살림에 서툰 아들이 아버지를 직접 병구완하면서 느끼는 손끝의 감정들이 묘사되고 있는 데
이는 모든 남자가 한 번쯤 경험해 봐야 할 '성스러운 행위'라고 생각된다.
'우리는 죽음에 등을 기대고 서 있는 존재들이다'라는 시인 폴 발레리의 시를 인용하면서, 아들은 죽으러 가는
그 길목에서 아버지가 만나는 것들-요도폐색, 섬망, 노인요양병원의 모순, 음식을 먹을 수 없게 된다는 슬픔 등-을 언급하고 있다.
그러면서 저자는 이 죽으러 가는 과정이 평균 7년이라는 신문기사에 진저리를 치기도 한다.
'죽음을 어떻게 말할까-아버지와 함께한 마지막 한 해'(윌리 오스발트, 2009·한국어판 2014)는
스위스에 거주하는 직업이 기자인 저자가 실제 아버지와의 마지막을 그린 자서전이다.
어린 시절부터 항상 일이 우선이었던 아버지를 존경과 분노가 뒤얽힌 감정으로 대해온 아들이, 아버지의 요청으로 아흔의 아버지를 위해 마지막 증언자가 되기를 작정하고 그 곁에 머물면서, 우리 시선에서 보면 다소 특이한 '조력자살'에 동참하는 과정을 설명하고 있다.
우리는 나의 삶과 어떻게 작별할 것인가를 생각하기도 하지만, 인간에게 '스스로 목숨을 거두어들일 권리'가 있느냐는 질문에는 우왕좌왕한다.
이 책은 그 권리에 관해 설명하면서 아버지의 선택과 죽음을 바라보는 아들의 심정을 잘 드러내고 있다.
정이 가지 않던 아버지를 이제는 내가 돌보아야 한다고 결심하는 가족애도 보여주고, 죽기 전에 우리가 화해하고 떠나야 할 대상(물론 갈등은 그 가족의 역사이겠지만)과의 마지막 의례(이 책에서는 '가족들의 마지막 식사'로 표현)도 낭만적으로 설명하고 있다.
특히 남성들의 일독을 권한다.
이기숙
신라대 교수 국제죽음교육전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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