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복의 재발견
시공 넘나드는 저고리의 미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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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부산의 한복디자이너 이영애 씨가 지난 25일부터 오는 3월 25일까지 부산 수영구 광남로 '이영애 갤러리'에서 '저고리의 시간 여행'이라는 독특한 전시를 열고 있다. 정종회 기자 jjh@ |
마치 시간 여행을 하는 것 같았다.
저고리라고 다 같은 저고리는 아니었다.
십장생 문양이 들어간, 생사 소재의 당코 깃 저고리에서부터 여행은 시작됐다.
치마 없이 저고리만 다소곳이 걸려 있는 모습이 조금은 낯설었지만 세월을 품은 듯한, 요란하지 않으면서
은은한 색조의 현대적인 저고리는 희한하게도 조선 후기와 맞닿아 있었다.
조선 전기나 중기와 달리 후기로 갈수록 저고리 길이는 짧아졌고, 넉넉하던 품은 몸에 맞게 입었으며,
당코 깃 형태가 나타났다. 현대의 저고리가 딱 그랬다.
유행은 돌고 도는 것이라고 하더니 전혀 그르지 않았다.
어르신들이 입던 옛날 복장?
갤러리서 만나니 '종합 예술'
시중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흰색의 생활한복 누비저고리도 전시됐다.
자수와 털이 달린 토시를 함께 코디네이션 했을 뿐인데 한결 고급스러워 보인다.
거기다 저고리 배경엔 디자이너가 직접 그린 수묵화를 매치시켰는데 몽환적이기까지 하다.
다음은 연두 바탕의 모본단에, 자줏빛으로 겨드랑이, 깃, 고름, 끝동을 단 저고리가
전통 한옥 문짝 위로 장식됐다.
저고리 길이가 비교적 길고, 소매는 일자형의 직선 배래를 감안할 때 조선 중기 스타일이다.
삼작노리개가 안고름 쪽에 달렸다.
이번엔 숙고사 천으로 만든 신랑신부 양가 어머니가 입을 만한 저고리가 나타났다.
결혼식 당일, 양가 어머니는 주로 치마는 같은 색으로 하되 저고리 색깔만 달리한다는데 하나는 회색,
다른 하나는 보라색인 걸로 봐서 영락없는 한 쌍이다.
생사 소재의 신부 웃옷도 전시됐다.
연두저고리와 다홍치마를 일컫는 '녹의홍상(綠衣紅裳)'이 연두저고리와 다홍저고리로 표현됐다.
추울 때에 저고리 위에 덧입는, 주머니나 소매가 없는 옷 배자도 보인다.
특히 대나무와 국화 문양이 그려진 양단 소재의 저고리에, 명주 누비로 보온성을 가미한
전통 털배자는 보기만 해도 푸근하고 따뜻했다.
깃과 섶을 달지 않은, 갓난아기용 배냇저고리와 조선시대 예복으로 쓰던 당의도 중간중간 포함됐다.
짐승의 털가죽을 안에 댄 갖저고리도 등장했다.
양단에 양털로 장식한 품새가 현대로 치자면 밍크코트쯤 되려나 싶었다.
조선시대에 입던 긴 무명 저고리가 마지막을 장식했다.
한복디자이너 이영애 씨가 설날을 앞두고 지난 25일부터 부산 수영구 광남로 '이영애 우리옷' 지하 갤러리에서 '저고리의 시간 여행'이라는 독특한 전시를 열고 있다.
3월 25일까지 오전 10시~오후 10시(설날 휴무).
직접 디자인한 곱디고운 저고리 약 20벌과 조바위, 배시댕기, 토시, 노리개, 안경집, 바늘꽂이 등 각종 소품들,
그리고 평소 그린 그림을 매치한 일종의 컬래버레이션 전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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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시대 궁중의 비빈(妃嬪)들이 입었던 소례복인 당의를 재현한 것. 정종회 기자 jjh@ |
이 디자이너는 "오랜 세월이 흘러도 우리 고유의 한복이 가지는 아름다움은 변하지 않는다"면서 "특히 우리 옷의 가장 기본이 되는 저고리야말로 아름다운 곡선의 미학을 넘어 예술적 가치가 담긴 옷"이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시대별, 소재별, 문양별로 명확하게 구분되는 전시는 아니지만 저고리라는 종합예술에
각기 다른 시간과 소재, 디자인을 녹여 냈다.
김은영 선임기자 key6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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