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불황이 낳은 '명절 불효' "어머니 올 설엔 못 가요, 죄송합니다"

금산금산 2016. 2. 3. 20:36

불황이 낳은 '명절 불효' "어머니 올 설엔 못 가요, 죄송합니다"

 

부산 근로자 셋 중 한 명, 경제 사정 탓에 귀향 포기…상여금 주는 업체도 줄어

 

 

 

 

 

                                                               

 

 

 

 

 

- 지역 임금 체불도 심각

- 1년 새 25% 늘어 739억

 

 

 

"이번 설 연휴에는 일이 바빠서 못 갈 것 같아요. 시간 되면 주말에 따로 찾아뵐게요."

경북 의성군이 고향인 최동우(39) 씨는 고향 집에 있는 어머니와 통화를 끝내면서 한숨을 내쉬었다.

 부산 강서구 녹산산단의 제조업체에서 5년째 일하고 있는 최 씨는 이번 설에 고향행을 포기했다.

최 씨는 "고향에 갈 때 빈손으로 갈 수 있나요? 홀로 계신 어머니께 용돈도 드려야 하고, 조카들 장난감도 사줘야 하는데, 월급은 오르지 않고 설 상여금도 줄어 이번 명절은 그냥 집에서 쉬기로 했어요"라고 체념한 듯 말했다.


설을 앞두고 부산지역 근로자들의 시름이 깊어가고 있다.

 

경기 불황으로 지역 경기가 침체기를 겪으면서 기업의 설 상여금이 줄어드는 등 사정이 나빠지자

 설 연휴에 고향 방문을 포기하는 사례가 속출하고 있다.

부산 기업의 체불임금도 갈수록 늘어나 근로자 상황이 더 팍팍해진 것으로 드러났다.


한국노총의 설문조사 결과는 이 같은 상황을 그대로 보여준다.

 한국노총 부산본부가 29일 조합원 1000명을 대상으로 설 연휴에 관해 설문조사를 한 결과

전체 응답자의 36.9%가 '고향 방문 계획이 없다'고 답했다.


고향 방문 포기 이유는 '경제적 부담(60.1%)'이 가장 많았고 '고향이 멀어서(19.8%)'

 '여행 계획(15.1%)' '짧은 연휴(5%)' 등이 뒤를 이었다.


설 상여금을 받지 못하는 근로자도 예년보다 늘어난 것으로 조사됐다.

 올해 상여금(정기보너스 제외) 지급 계획이 있는 부산지역 사업장은 40%로 지난해(40.5%)보다 소폭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상여금 평균 액수는 41만7000원으로, 40만 원대(32.2%)가 가장 많았고 이어 30만 원(26%), 60만 원(15.4%) 순이었다.

 

반면 설 평균 휴일은 4.9일로 지난해(4.8일)보다 늘었다.

중소기업에 다니는 정경민(여·34) 씨는 "회사 사정이 좋지 않아 대체휴무까지 포함해 5일 쉬는데 상여금은 줄어 사정이 넉넉지 않다"고 털어놨다.


설 연휴를 앞두고 임금 체불도 심각한 수준이다.

 부산고용노동청 집계 결과 지난해 부산지역 임금 체불액은 739억 원으로 2014년(592억 원)보다 24.8%나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제조업 임금 체불액은 256억 원으로 전년(163억 원)보다 57% 늘었고,

 도소매·음식·숙박업은 전년(84억 원)보다 25% 증가한 105억 원으로 집계됐다.


한국노총 부산본부 예상원 상담소장은 "가뜩이나 경기가 나빠 근로자들이 힘든 설 연휴를 보내게 됐는데 해고를 쉽게 하는 정부의 양대지침 발표로 몸과 마음이 꽁꽁 얼어붙었다"고 말했다.

박호걸 기자 rafae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