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릉도 '성인봉'
운무가 피는 울창한 원시림 그 신록은 꽃보다 아름다워
도동 동남릉서 나리분지 하산 시종 외길
오르막길 야생화·초목류 등 생명력 발산
사람 때묻지 않은 천연 숲 고스란히 간직
성인봉 팔각정 앞에서 바라본 울릉도 오징어잡이의 전진기지인 저동항 전경. 좌우 방파제 뒤로 각각 북저바위(왼쪽)와 촛대바위가 작지만 뚜렷하게 확인된다. |
바다에서 본 화산섬 울릉도는 병풍처럼 둘러쳐진 아찔한 해안절벽 위로 숲이 울창한 하나의 거대한 산이었다.
산꾼이 아니더라도 울릉도에 발을 내딛는 순간 예외없이 놀라움을 금치 못하는 것은 바로 이 때문이리라.
해안가와 산지가 대개 일정 거리를 두고 조화를 이룬 우리 땅의 하고 많은 섬과 달리 울릉도는
산의 위세가 워낙 드세 해안가조차 온통 산이 접수했다.
대장산은 성인봉(984m)이다.
지도에서 보면 마치 여우머리처럼 생긴 울릉도의 정중앙에 똬리를 틀고 있는 이 산은
앉은 터나 산세 해발고도 덩치 등 어디 하나 흠 잡을 데가 없다.
해서 붙여진 이름이 성인(聖人)이던가.
울릉도의 대부분의 산은 성인봉을 향해 머리를 조아리고 있는 형국이다.
일주도로 옆의 산자락을 거슬러 오르면 어김없이 성인봉에 다다른다.
성인봉이 울릉도의 대장산이자 모산(母山)인 이유이다.
성인봉에는 자연 그대로의 모습을 간직한 원시림이 아직 남아있다.
물론 뭍에도 '마지막' 원시림 등 현란한 수식어가 따라붙는 숲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그것은 상대적 찬사 내지 헌사일 뿐 성인봉에 견주면 분명 한 수 아래다.
실제로 성인봉 정상 인근에는 섬의 태동기인 신생대 제3기와
4기 사이에서 지금까지 인간의 손을 타지 않은 천연의 상태가
고스란히 남아있다.
숲으로는 아주 드물게 지난 1967년 천연기념물 제189호로 지정된
사실이 이를 입증한다.
산행은 여객선 터미널이 있는 도동에서 동남릉을 타고 정상에 올랐다가 원시림, 알봉분지를 지나 나리분지로 하산했다.
열에 아홉이면 모두 이 코스를 이용한다.
도동~대원교~대원사 갈림길~쉼터~팔각정~바람등대~성인봉 정상~성인수~원시림~뺍재이등대~신령수~알봉분지~투막집~공군부대~나리동(분지) 순.
순수 걷는 시간은 4시간 안팎이며 시종일관 외길이라 길찾기는 아주 쉽다.
도동항 여객선 터미널에서 나오면 길은 두 갈래.
아무 길로 가도 상관없지만 너른 길로 오른다.
도동파출소 울릉읍사무소를 잇따라 지나 KT울릉지점에서 20m쯤 더 가면 또 갈림길.
오른쪽 커브길 입구에 '성인봉 가는 길'이라 적힌 팻말이 있지만 무시하고 직진한다.
울릉군복지회관을 지나 다리(대원교) 위로 올라서면 '대원사' '성인봉' 팻말이 서 있다.
대원사 방향으로 가다 '성인봉 등산로 4.1㎞'라 적힌 팻말을 따라간다.
포장로인데도 경사가 급해 다리품깨나 팔아야 한다.
'성인봉 3.6㎞'라 적힌 조그만 팻말이 보이면 그 산길로 오르자.
7분 뒤 포장로와 다시 만나지만 산길이 더 좋지 않은가.
다시 포장로로 나와 3분 뒤 민가 앞 벚나무 아래 평평한 지점에 서서 도동항과 도동마을,
그리고 고개들어 독도박물관이 위치한 약수공원과 망향봉을 오가는 케이블카를 바라보자.
60m쯤 더 가면 포장로가 끝나고 정면 동백나무 아래 형형색색 리본이 많이 걸려 있다.
진짜 들머리다.
도동항 입구에서 대략 30여분.
성인봉에는 울릉도 특산의 야생화가 눈에 띈다. ① 윤판나물아재비 ② 섬남성 ③ 큰두루미 ④ 큰연령초 ⑤ 섬노루귀 |
처음부터 갈 지(之) 자 오르막.
이 길은 능선이 아니라 산허리길이어서 경관은 좋지 못하지만
대신 시종일관 숲터널이다.
길도 아주 좋다.
왼쪽 저 멀리 보이는 능선이
사동리 KBS중계소 입구에서 올라오는 능선이다.
발 아래엔 울릉도 특산의 흰 선갈퀴와 윤판나물아재비, 보
라빛 금창초와 큰졸방제비꽃이 눈에 띈다.
20분 뒤 첫 쉼터.
오른쪽은 3단폭포인 봉래폭포가 있는 골짜기다.
산죽이 도열한 산길.
갓 태어난 아기 피부마냥 연초록빛 신록은 생명력을 발산하고 있다.
그저 바라보는 것만으로 희열이 넘쳐 흐른다.
산사태의 흔적이 남아있는 지점을 지날 무렵 우측 숲 사이로
울릉도 오징어잡이의 전진기지인 저동항 방파제와 등대
그리고 북저바위가 확인된다.
섬 산행에서 모처럼 만나는 바다다.
'위험'이라 적힌 팻말이 서 있는 산길도 만난다.
등로가 좁고 발 밑은 급경사여서 안전을 위해 밧줄이 매여 있다.
미끄러지지 않도록 조심하자.
다시 침목 오르막길을 지그재그로 오르면
KBS중계소쪽에서 오는 길과 만난다.
인근에는 희귀 야생화인 흰 큰연령초와 섬노루귀 큰두루미 등도
볼 수 있다.
잇단 쉼터를 그냥 지나친다.
저동항이 한 눈에 조망되는 팔각정에서 쉬기 위함이다.
앞서 안보이던 명물 촛대바위도 우측에 그 모습을 드러낸다.
이제 상봉은 불과 1.3㎞.
계속되는 된비알.
산죽길을 지나면 바람등대.
바람이 많은 등이자 쉼터이다.
안평전에서 올라오는 길과 만나는 지점이기도 하다.
우측은 말잔등(967m).
고도가 높아질수록 점차 운무가 자욱해진다.
울창한 숲의 뿌연 운무는 신비감을 자아낸다.
마침내 성인봉 정상. 바람등대에서 20분 거리.
산죽에 둘러싸인 돌밭 가운데 정상석만 홀로 서 있을 뿐 사방은
짙은 안개로 오리무중이다.
어디가 하늘인지, 어디가 수평선인지 온통 잿빛이다.
연평균 300일 정도 안개가 낀다는 사실만 실감했을 뿐이었다.
직진하면 말잔등 가는 길이지만 군사보호시설.
하산길은 왔던 길로 10m쯤 내려와 우측 침목계단으로 내려선다.
발걸음이 은근히 불편하다.
10분이면 벤치가 있는 샘터 성인수.
이때부터 아름드리 나무가 하늘을 향해 쭉쭉 뻗은 원시림이 시작된다.
얼마 안가 원시림을 알리는 안내판도 만난다.
인근 길섶의 500년된 고목인 섬피나무가 단연 눈에 띈다.
5분 뒤 쉼터.
일순간 바람이 세지고 아주 차다.
뺍재이등대다.
등산로 안내판의 현 위치를 알리는 곳에 이렇게 표시돼 있다.
또 다시 침목이 깔린 급경사 내리막길.
이 길이 끝나면 만나는 계곡을 건너 100m쯤 계류를 따라 내려간다.
길 한 켠에는 과거 물이 넘쳐 범람이 심했는지 공사를 위해
침목을 많이 쌓아 놓았다.
이렇게 10여분.
한 눈에 봐도 야영장이라 느껴지는 지점에 닿는다.
구멍 뚫린 화산암에서 물이 쏟아져 신령수 샘터인가.
대형 울릉도 관광안내판도 주변에 서 있다.
이제부턴 임도 수준의 평탄대로. 길섶에는 우산고로쇠 섬남성 등 울릉도에서만 자라는 초목류를 소개하는
안내판이 잇따라 나온다.
울릉도 고유의 전통가옥인 투막집이 위치한 알봉분지와 공군부대 철망 옆으로 걸으면
나리동 마을인 나리분지와 만난다.
성인봉 산행의 날머리이자 들머리인 입구에는 '성인봉 4.5㎞'라 적힌 팻말이 보인다.
# 교통편
- 포항서 울릉도행 여객선 오전 10시 출발 3시간 소요
부산서 울릉도에 가기 위해선 포항으로 가 울릉도행 대아고속해운 썬플라워호를 타야 된다.
부산 노포동종합터미널에서 포항행 시외버스는 오전 5시30분 첫 차를 시작으로 10분 간격으로 출발한다.
1시간10분 걸린다.
포항터미널에서 포항여객선터미널에 가기 위해선 105번 시내버스를 타면 된다.
택시를 타면 25분 정도 걸린다.
승용차를 이용할 경우 경부고속도로 경주IC~포항 울진 7번 국도~포항 방면으로 가다
강동에서 길이 넓어지면서 포항시내 방면 대신포항 우회도로인 영덕 울진 방향~위덕대 지나~포항 31번
우회전~구룡포 포항~북부해수욕장 여객선터미널 좌회전~북부해수욕장 포항해양수산청~포항여객선터미널 순.
포항서 울릉도행 여객선은 오전 10시 출발, 울릉도에선 오후 4시 출발. 3시간 걸린다.
출발 여부는 오전 7시에 결정.
문의 대아고속해운 (054)242-5111~6
# 떠나기전에..
- 도착후 도동항 주변 관광 다음날 오전 산행 적합
부산서 울릉도 성인봉 산행은 1박2일은 잡아야 한다.
울릉도에 도착하면 오후 1시.
이렇게 스케줄을 잡아보자.
반나절 동안 도동항 주변을 둘러보고 다음날 아침 일찍 산행을 떠나자.
도동항에서 큰 길을 따라 계속 걷다보면 도동파출소를 지나 도동약수공원이 나온다.
이정표가 있으니 찾기 쉽다.
도동항에서 7, 8분 걸린다.
이곳에 위치한 독도박물관 향토사료관을 둘러보고 망향봉(317m)과 연결되는 독도전망케이블카도 타보자.
도동항 주변 해안절벽을 따라 조성된 해안산책로를 걸어보거나
섬 일주 유람선(2시간)을 타보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다음날은 산행 후 도동으로 되돌아올 버스시간을 고려해 늦어도 오전 7시30분에는 출발해야 한다.
아침은 식당을 정해 부탁하면 된다.
산행은 순수 걷는 시간 4시간, 중간 중간 휴식 1시간 등 모두 5시간이면 적당하다.
나리동(분지)에서 도동에 되돌아오기 위해선 천부(항)로 와서 버스를 갈아타야 한다.
나리에서 오후 1시15분 천부행 (우산)버스를 타면, 천부에서 도동행 오후 1시30분 버스를 탈 수 있다.
천부에서 도동까지는 1시간10분 걸린다.
버스시간에 구애받지 않고 보다 여유있게 산행을 하려면 나리에서 1박을 하고 역방향으로 산행하면 된다.
민박집도 많다.
이곳에서 산행을 시작하면 오르막길이 적어 산행시간도 30분 정도 단축된다.
문의 (주)우산버스 (054)791-8888
글·사진 = 이흥곤기자 hu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