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창 '강천산~산성산'
낮다 탓하지 마소, 산세 만큼은 금강이오
들머리 병풍폭포부터 아름다운 절경 연출
비룡계곡 연결 국내최장 산상 현수교 아찔
바위산 시루봉 접어들면 거대한 암봉 행렬
대중교통 이용땐 산행 시간 제약
삼한시대 축성 금성산성 자리잡아
강천산의 비경 비룡계곡의 양쪽 벼랑을 잇는 구름다리 현수교. 높이(50m)는 지난달 초 재개통된 월출산의 절반에도 못미치지만 길이(75m)만은 국내 최장을 자랑한다. 실제로 심하게 흔들려 심장이 약한 여성들은 괴성을 지르기도 한다. |
'호남의 금강'
순창 강천산에선 '산이 높으면 골이 깊다'라는 정설이 적용되지 않는다.
해발 600m도 채 안되는 봉우리가 품은 계곡이 구중심처마냥 아주 깊기 때문이다.
이런 관점에서 볼 때 강천산은 문경 주흘산과 무척 닮았다.
축소판이라 해도 괜찮을 성싶다.
우선 ㄷ자형 산세가 그렇다.
문경새재 협곡을 중심으로 주흘산과 조령산이 각각 남북으로 내달리고, ㄷ자형의 산세를 이루며
남쪽으로 터져 있다.
반면 강천산쪽은 주계곡인 삼인대계곡과 비룡계곡 양쪽으로 기암절벽을 이루며 강천산과 깃대봉,
건너편엔 산성산 시루봉 광덕산이 어깨를 나란히 하며 북동쪽으로 터진 비스듬한 ㄷ자형 모양을 하고 있다.
해발고도에 비해 계곡이 기형적으로 깊다.
주흘산(1106m)과 조령산(1025m)은 무려 7.5㎞나 되는 문경새재 협곡을 끼고 있으며,
동네 뒷산 수준의 강천산(584m)과 산성산(603m)도 해발에 비해 상대적으로 긴 2.5㎞나 되는 계곡을 자랑한다.
진입로부터 계곡길 전체가 모두 웰빙 산책로로 꾸며져 있다.
강천산의 경우 병풍폭포를 시점으로 구장군폭포까지 경사가 거의 없는 부드러운 산책로가 조성돼 있다.
과거 영남의 무수한 선비들이 과거급제를 꿈꾸며 다녔다는 새재길도
'맨발 걷기대회' 행사가 매년 열릴 만큼 부드러운 흙길로 이뤄졌다.
대간 및 정맥길이 지나거나 이웃한다.
문경새재쪽에선 마패봉에서 조령산으로 이어지는 산줄기가 백두대간 마루금인 반면
강천산쪽에선 산성산 시루봉 광덕산이 호남정맥길이다.
이 길은 무등산을 거쳐 광양 백운산까지 이어진다.
문경새재는 워낙 계곡이 깊다 보니 주흘관 조곡관 조령관이 눈길을 끌지만
강천산 비룡계곡에는 가파른 벼랑을 잇는 현수교가 단연 시선을 붙잡는다.
이같은 빼어난 산세와 볼거리로 강천산은 1981년 국내 최초로 군립공원으로,
주흘산 조령산을 거느린 문경새재는 역시 같은 해 도립공원으로 지정됐다.
매표소를 통과하면 바로 만나는 높이 40m의 병풍폭포. 알고보니 계곡수를 펌핑한 인공폭포란다. |
차이라면 주흘산 조령산은 1000m대의 큰 산이라 한 번에 하나의 산을 택할 수밖에 없지만
덩치가 비교적 작은 강천산은 산성산 시루봉 광덕산 등을 하루 만에 둘러볼 수 있다.
산행은 주차장~매표소~금강교~깃대봉 삼거리~호남정맥 갈림길~왕자봉 삼거리~강천산 정상(왕자봉)~강천사 갈림길~현수교~정자(삼선대)~신선봉 정상~광덕산 정상~임도(헬기장)~시루봉~금성산성 동문(터)~북바위(운대봉)~산성산 정상~제2강천호 갈림길(송락바위)~샘터~사방댐 삼거리~구장군폭포~강천사~주차장 순.
이럴 경우 8자 모양으로 강천산 주변을 한 바퀴 도는 셈이다.
순수 걷는 시간은 6시간 안팎. 이정표가 꼼꼼하게 정비돼 있어 길찾기는 어렵지 않다.
매표소를 지나면 이내 병풍폭포. 병풍바위를 비단처럼 감싼 아름다운 절경을 연출하는
높이 40m의 이 폭포는 놀랍게도 인공폭포란다.
이어 '웰빙산책로'라 적힌 팻말이 보이고 길 좌측에는 산책로 덱이 조성돼 있다.
금강교를 건너자마자 우측으로 산길이 열려 있다.
'깃대봉 삼거리'란 이정표가 서 있다.
곧게 자란 소나무와 신록이 조화를 이룬 아름다운 숲길이지만 경사가 제법 만만찮다.
발 밑에는 엉겅퀴 골무꽃 금대난초 자주괴불주머니 백선 국수나물 등이 눈에 띈다.
도중 계곡 건너 저 멀리 정자가 서 있는 신선봉과 광덕산 시루봉이 확인된다.
주능선인 깃대봉 삼거리까지는 들머리에서 30분 걸린다.
강천산 주봉인 왕자봉을 향해 왼쪽으로 간다.
15분 뒤 깃대봉 정상인 삼각점봉을 지나면 산죽길을 만난다.
삼각점에서 8분 뒤 무덤을 지나면서 길이 왼쪽으로 휜다.
곧 이정표.
왼쪽 왕자봉 형제봉 방향으로 향한다.
호남정맥길이다.
7분 뒤 무덤 앞 삼거리.
오른쪽은 호남정맥길인 형제봉이다.
산행팀은 왼쪽길로 향한다.
200m 뒤 왕자봉.
강천산 주봉이다.
결국 왕자봉은 호남정맥에서 200m 비켜나 있는 셈.
왕자봉에서 강천산의 최고 명물인 현수교(1.1㎞) 방향으로 내려간다.
쏟아지는 급경사길, 30분이면 현수교에 닿는다.
비룡계곡 양쪽 벼랑을 잇는 이 구름다리는 높이 50m, 길이 75m로
절묘하게 걸려 있다.
길이는 최근 재개통된 월출산과 대둔산의 그것보다 길다.
몹시 흔들림이 심한 현수교를 지나 전망대(0.5㎞)로 향한다.
된비알이라 만만찮다.
도중 왼쪽으로 내려다보면 방금 지나온 현수교와 주변 전경이 보인다.
장관이다.
정자(삼선대)에 서면 강천사와 제2강천호가 저 멀리 확인된다.
왔던 길로 50m쯤 되돌아가면 이정표가 서 있는 삼거리.
이때부터 줄곧 광덕산(1.2㎞) 방향으로 직진한다.
부드러운 능선길이지만 간혹 심하게 오르내린다.
신선고개와 신선봉 정상을 잇따라 지나면 광덕산(578m) 정상.
정자에서 38분 소요.
왼쪽 북바위(2.8㎞) 방향으로 내려선다.
급경사 내리막길로 30분쯤 정신없이 내려가면 뜻밖의 임도.
이웃한 헬기장을 지나 직진하면 산길이 열려 있다.
송락바위(3.2㎞) 방향이다.
20분쯤 뒤 정면에 암봉인 시루봉이 시야에 들어온다.
암봉에 근접할수록 차츰 길 주변에 집채만한 바위가 보이면서 등로가 험해진다.
급기야 철계단이 기다린다.
가볍게 오르면 거대 암봉인 시루봉. 오른쪽으로 에돌아 3분쯤 오르면 시루봉 입구.
왼쪽으로 정상까지 길이 열려있다.
임도에서 45분.
백선 |
시루봉에서 금성산성 동문(터)까지는 불과 5분.
산성산에 접어든 것이다.
삼한시대 축성된 것으로 추정되는 이 성은 조그만 돌로 야무지게 쌓여있다.
북문(1.6㎞) 방향으로 향한다.
능선을 따라 축성된 성벽 위로 걷는다.
15분 뒤 시루봉 못잖은 암봉 앞.
북을 닮아 북바위다.
하지만 이정표에는 '운대봉 앞'이라 돼 있다.
왼쪽 북문 방향으로 에돈다.
삼각점을 지나면서 왼쪽 담양호와 바로 뒤 추월산이 손에 잡힐 듯 가까이 와 있다.
왼쪽 뒤로 병풍산과 무등산도 확인된다.
산성산 정상은 삼각점에서 5분 뒤.
거창하게 볼록 솟은 봉우리가 아니라 그저 능선상의 한 지점이다.
여기서 1시 방향 저 멀리 현수교가 희미하게 보인다.
골무꽃 |
5분 뒤 제2강천호 갈림길.
지도상의 송락바위 지점이다.
딛고 있는 발 아래가 하나의 커다란 암봉인 까닭이다.
왼쪽은 북문 방향.
오른쪽 구장군폭포 방향으로 내려선다.
기암절벽이어서 잇따라 철계단이 설치돼 있다.
10분 뒤 삼거리에선 강천사 방향으로 직진한다.
8분쯤 뒤 제2강천호 다리에 닿는다.
다리 끝지점 갈림길에선 오른쪽 계단으로 내려선다.
사실상 산행끝.
이때부터 트레킹,
아니 탐승이다.
샘터를 지나면 사방댐 삼거리.
왼쪽으로 간다.
마한 장수의 전설이 서린 구(九)장군폭포~현수교 아래~강천사~원앙사육장~산행 들머리~매표소 순으로 잇따라 걸으면 주차장에 닿는다.
구장군폭포에서 45분 걸린다.
금대난초 |
# 교통편
부산 서부버스터미널에서 광주행 버스는
오전 6시10분 첫 차를 시작으로 40분 간격으로 있다.
3시간30분 소요.
광주서 강천사행 버스는 오전 9시50분에 있다.
1시간30분 걸린다.
강천사 정류장에서 광주행 버스는 오후 4시50분, 5시50분(막차)에 있다.
광주서 부산행(노포동종합터미널, 서부터미널) 버스는 심야버스를 포함 수시로 있다.
문제는 강천사에서 광주행 버스시간 제약 때문에 제대로 된 산행을 할 수 없다는 것이다.
참고하길.
승용차를 이용할 경우
이정표 기준으로 남해고속도로~호남고속도로 곡성IC~옥과 27번 좌회전~순창 옥과 27번~순창 15㎞~전주 순창~강천산~전북 순창군 풍산면~군립공원 강천산~순창읍~광주 담양 강천산 24번 좌회전~792번 지방도 정읍 강천산~강천산 순.
# 떠나기전에
전남 담양과 전북 순창의 경계에 위치한 사적 제353호인 금성산성은 무주 적상산성, 장성 입암산성과 함께
호남의 3대 산성이다.
금성산이 아니라 산성산의 금성산성이다.
둘레가 6.4㎞인 금성산성은 동서남북 4개의 문 이외에 절벽 등으로 통행이 불가능해
요새로는 더할 나위가 없는 지리적 특성을 갖고 있다.
특히 남문은 외남문과 내남문으로 각각 완전 복원돼 볼 만하다.
동문(터)에서 40분 정도 걸린다.
참고 하나.
담양쪽에서 금성산성 남문으로 가장 빨리 가는 방법은 담양온천 옆 금성면 원율리에서
산길로 40분 정도만 오르면 가능하다.
흔히 금성산성 사진으로 소개되는 곳이 바로 이곳이다.
하산길의 구장군폭포는 마한시대 아홉명의 장수가 전장에서 패한 후 이곳에서 자결하려다
차라리 적과 싸우다 죽자는 비장한 각오로 다시 나가 승리를 거뒀다는 전설이 내려온다.
재미있는 점은 120m의 두 줄기 폭포 중 오른쪽이 진짜이고 왼쪽 물줄기는 계곡수를 펌핑해 올린 인공폭포이다. 우측 진짜 폭포에서 50m쯤 떨어진 또 다른 한 줄기 폭포 또한 인공폭포이다.
글·사진 = 이흥곤기자 hung@
글·사진 = 이흥곤기자 hu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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