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

[죽음에서 배운다] 말기 돌봄 1

금산금산 2016. 5. 6. 18:39

말기 돌봄 1






부모님과 솔직한 대화로 '부양 방법' 정해야







▲ 자녀는 부양 방법에 대해 부모와 솔직하게 대화를 나누는 것이 좋다.




'생로병사(生老病死)'.

인생을 가장 간결하게 설명하는 말이다.

아프다가 하루 이틀 만에 가고 싶다는 것은 나이 든 분들의 꿈이라 하여도 과언이 아니다.

내가 언제부터 스스로 아무것도 하지 못하는 '의존적 상태'가 될 것인가는 누구도 모른다.

그러나 필연적으로 그 시일이 언제인가가 다를 뿐이지 누구나 아픈 상태에 머물다가 간다.


 
그 와상(臥床)상태의 의존 기간 동안 내 옆에 누가 있어 줄 것인가가

요즘 내가 만나는 연령대 분들의 주요 화젯거리이다.

대체로 남성들은 배우자의 돌봄 혹은 부양을 받고 가신다.

아내들보다 나이도 많고, 실제 동갑이라 하더라도 예상 수명은 남성들이 5~6년 짧아서, 평균적으로

남편이 먼저 간다.

부모가 편찮으면 당연히 자녀가 함께 의논하여 돌본다면 좋겠지만, 그 부양 기간이 길어져

다른 가족들이 심한 부양부담을 가지게 되면, '편찮으신 부모를 돌본다'라는 것이

현실적으로 결코 간단한 일이 아니다. 효심 없다고 나무랄 일도 아니다.




집에서 3년을 편찮으신 아버님을 모신 여성 A 씨는 이젠 더 모시기가 정말 힘들다고 호소했다.

이젠 온 자녀들이 다 지쳐, 아버지를 요양병원에 모시자고 진작 합의는 했지만, 어느 자식도 아버지에게

그 말을 못하고 있다고 했다.

그래서 나는 설명해 주었다.

일차적으로 자녀들이 다 그렇게 생각하고 있음은 참 다행이다(이런 사례의 와중에 '큰 오빠는 아버지 재산 다 받아 놓고, 인제 와서 안 모신다니, 그게 무슨 말이고'라고 비난하는 다른 형제들이 있다면 형제 의가 상하게 된다).

누구도 아버지로부터 뭘 받은 것은 없으며, 여태껏, 형제들이 다 공동부담해 왔다는 것이다.

참으로 좋은 자녀들이다.

그리고 그다음 질문이 아버지께서는 어찌 생각하고 계시느냐고 물었고, 이 일로 아버지와 자녀들이 자주 대화를 했다.

자기를 버린다고 생각하셨는지 섭섭해 하시기에 적극적으로 말을 못하고 있다고 했다.

그래서 아버지와 부양의 방법에 대해 솔직히 이야기를 나누어 보라고 권유했다.

이후 자녀들이 돌아가면서 설명도 드리고, 실제 요양병원도 직접 방문해 보시곤 하면서 생각이 많이 바뀌어,

이젠 스스로 그런 곳에 갈 나이가 되었다고 생각하신다는 것이다.

참 다행이었다.  



지혜로운 노인들께서는 마지막 돌봄을 가족들이 몇 년씩 그렇게 한다는 것이 힘든 일임을 아신다.

우선 우리는 이 사실을 먼저 이해하고 수용하는 것이 제일 중요하다.

가족이 나를 돌보아 주겠지만, 어느 시기에는 시설이나 병원에 가야 한다는 것을. 그런데 이때

어떤 병원을 가고 어떤 치료를 선택하느냐는 전적으로 본인과 가족의 결정이기 때문에,

사전에 이에 관해 많은 대화를 나눔이 필요하고, 정보들을 알고 있어야 한다.

자꾸 이런 글을 읽고 죽음을 생각하면서, 나를 돌보는 주위 분들에까지 생각이 미쳐야 한다.  
이기숙  
 
전 신라대 교수 국제죽음교육전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