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륜1번가 상인, 병뚜껑 모아 장학금
4년째 소주뚜껑·캔 가게서 수거, 고철값 연 200만~300만 원 모아
- 연말 소외된 가정에 전달 '화제'
"이번에는 양이 많네? 이번 달에 장사 잘 됐나 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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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일 부산 동래구 명륜1번가 상인들이 소주 병뚜껑과 음료 캔을 담은 자루를 트럭으로 옮기고 있다. 백한기 선임기자 baekhk@ |
27일 부산 동래구 명륜1번가.
갈빗집 사장 강경호(62) 씨는 함박웃음을 지으며 양손에 커다란 비닐봉지를 들고 나왔다.
그는 가게 안으로 다시 들어가 문 앞에 봉지 17개를 더 가지고 나왔다.
검은 봉지 속 내용물의 정체는 바로 소주 병뚜껑과 맥주·음료 캔이다.
명륜1번가번영회·장학회 박달흠 회장과 김종균 사무국장은 10여 곳의 가게를 더 돌며 병뚜껑을 거둬들였다.
동래구에서 차량을 제공하고, 명륜동 주민센터에서 직원 2명이 나와 손을 보탰다.
1.5t 트럭이 병뚜껑과 캔으로 가득 차자 차량은 인근 고물상으로 향했다.
부산 동래지역 상인들이 소주 병뚜껑을 모아 불우이웃 돕기에 나서 화제다.
명륜 1번가번영회·장학회는 소주 병뚜껑과 음료 캔을 모아 고물상에 판매한 돈을 적립해
연말 소외된 가정에 장학금으로 전달한다.
이날 3시간 동안 이 일대 가게에서 수거한 병뚜껑과 캔은 트럭 4대분으로 무게는 약 680㎏에 이른다.
이날 고철값은 ㎏당 350원으로 쳐서 총 23만8000원어치. 김 사무국장은 "캔은 철과 알루미늄이 있는데 알루미늄값이 철값보다 5배는 높다"며 "소주 병뚜껑은 100% 알루미늄"이라고 말했다.
고물상 주인으로부터 빳빳한 현금을 받아 든 그는 은행으로 가 돈을 예금했다.
명륜 1번가번영회·장학회는 2개월마다 이처럼 가게를 돌며 병뚜껑을 수거한다.
이를 팔아 모은 200만~300만 원은 연말에 장학금으로 전달된다.
박 회장은 "예전에는 고철값이 ㎏당 550원까지 했었는데 요즘은 많이 떨어졌다.
수거되는 양에 비해 들어오는 돈이 적다"며 "더 많은 아이를 돕지 못해 안타깝다"고 말했다.
명륜1번가 상인들의 병뚜껑 모으기는 2012년 시작됐다.
마음 맞는 상인끼리 어차피 버려지는 소주 병뚜껑과 각종 캔을 모아 좋은 일도 하고, 자원도 재활용하자는 취지에서 시작한 일이 올해로 5년째가 됐다.
일식집 사장 김재웅(68) 씨는 "오랫동안 병뚜껑 모으기에 동참하면서 자부심도 생기고 상인끼리 단합도 잘 되고 있다"며 만족해했다.
명륜1번가 상인 60~70명은 병뚜껑 모으기와는 별도로 2012년 장학회를 설립해 장학금도 지급하고 있다.
2012년 2000만 원을 시작으로 2013년 3000만 원, 2014년 5000만 원,
지난해 7000만 원으로 매년 지급하는 액수도 늘고 있다.
박달흠 회장은 "올해 목표는 1억 원"이라며 "명륜1번가가 시민의 사랑으로 번창하는 만큼 이를 나누는 것은 당연한 일"이라고 말했다.
박호걸 기자 rafae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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