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

[죽음에서 배운다] 초고령 노인이 기대하는 '죽음의 복'

금산금산 2016. 8. 20. 17:22

초고령 노인이 기대하는 죽음의 복






'웰빙'과 '웰다잉' 하나로 이어진 삶의 묶음









친구의 모친 송 여사는 92세라는 나이에 어울리지 않게 젊다.

6·25 전쟁 때 월남해 젊은 시절부터 시장에서 가게를 하면서 자녀 교육을 시킨 분이다.

한때는 투박한 이북 사투리에 거리감도 느꼈지만

지금은 친숙함을 넘어서서 존경을 받을 만한 분이라는 걸 알게 되었다.
 
현재 익숙한 시장 근처의 작은 아파트에서 혼자 살고 있는 송 여사는

75세에 남편과 사별하면서 삶의 전기를 맞았다.

가게를 정리하고 고등학교에 진학한 것이다.

자녀들이 이젠 '그냥 쉬시라'고 했지만 못다 한 공부를 하겠다는 그녀의 뜻을 꺾지는 못했다. 이

후 송 여사는 4년여 만에 고등학교 졸업장을 받고, 각종 교육센터에 등록해 세상 사는 이치를 다시 배우고 있다. 가게에서 몇 십 년을 장사하면서 사람 공부를 꽤 했다고 여겼지만 젊은 선생님에게 역사, 사회 관련 수업을 들으면서 세상을 보는 눈을 새롭게 가지게 되었다고 했다.

요즘도 가까운 주민센터와 문화교실에 나가는 등 노익장을 자랑하고 있다. 

두 번째로 송 여사는 양로원이나 복지관에서 봉사 활동을 시작했다.

그곳에서 만난 여성 중에는 자기보다도 나이는 어리지만 투병 중인 분이 많았다.

그들의 말벗이 되어주고 가끔 손발 마사지 등을 해주는 시간이 즐겁다고 했다.

가끔 며느리나 딸과 갈등이 있어 고민하는 노인의 집을 방문해서 화해를 주선하기도 한단다.  

자신의 건강은 날마다 목욕탕에 가서 몸을 청결히 하는 것 등으로 관리한다.

게다가 매일 사람을 만나 식사하면서 웃고 산다고 했다.

물론 건강하게 타고난 신체적 조건도 있겠지만, 낙천적이고 부지런한 것이 큰 몫을 한 것 같다.

전쟁 때 피란을 내려와 가진 것 하나 없는 상태에서 새로 시작한 그녀에게 건강한 몸과 건전한 정신이

최고의 재산이었으리라.

그 다음으로 중요한 것이 '만나는 사람'이라는 삶의 진리를 터득하고 몸소 실천하는 분이셨다.  

많은 연구자가 건강한 노화의 비결로 긍정적 마음가짐, 폭넓은 사회성, 건강한 섭생 등을 꼽고 있다.

주변에서 초고령 나이(85세 이상)에도 독립적으로 건강하게 사는 어르신에게서 그런 특성을 발견할 수 있다.

인생의 긍정성은 '내 것을 내어 주는 데(마음 비움)'에서 오며,

사회성은 '사람을 귀하게 여길 줄 아는 마음'에서 비롯된다.

이런 분들은 '죽음의 복'도 가지고 있다.

그다지 오래 누워 있지는 않는다.

어느 날 홀연히 간다.

잘 죽기 위해서는 지금부터라도 잘 살아야 한다. 

 
이기숙
 
 
전 신라대 교수 국제죽음교육전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