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령 '만지산'
낮지만 당당한 산세… 집채만 한 기암괴석 이어져
경남 의령의 산들은 올망졸망하다.
자굴산(897m)을 제외하고는 대부분 해발 500~600m 급이다.
덩치가 작다고 위엄이 떨어지는 것은 아니다.
오늘의 주 산행지인 만지산(萬芝山·606.5m)도마찬가지다.
의령군 봉수면과 궁류면 경계에 있는 만지산은 낮지만 풍모가 당당하다.
정상으로 향하는 길에는 숲 속 곳곳에 기암괴석이 숨어 있어 얕볼 만한 산이 아니다.
산행 코스는 청계마을회관~365봉~395봉~철탑~삼각점(381.6m)~346봉~한실재~343봉~철탑~성현산~임도~586봉~만지산~전망바위~내리막 갈림길~원점 순이다. 총 11.3㎞로 5시간 걸렸다.
봉수면 청계마을회관서 출발
전통 한지전시관은 '보너스'
인적 드물고 약초·나물 많아
50분 거리 하산길 경사 심해
산행 들머리는 봉수면 청계리 마을회관이다.
청계리 촌로들은 만지산을 망조산(望朝山)으로 부르고 있다.
'해가 떠올라 아침을 제일 먼저 맞을 수 있어서'라는데 정확한 유래에 대해 확신하는 분은 없다.
어르신들이 들려준 이야기는 또 있다.
만지봉과 맞은편에 솟은 국사봉(國師峰·688m)에 얽힌 전설인데, 역시 근거는 없지만 재미는 있다.
이야기는 이렇다.
옛날 두 봉우리에 의령군에서 힘깨나 쓰는 장사가 각각 살았다.
이들은 걸핏하면 봉우리에 있는 바위를 서로 던지며 힘자랑을 했다고 한다.
그러던 중 국사봉 장사가 바위를 잘못 던져 산 아래 마을에 떨어뜨렸는데, 서암(西岩)마을에 있는 낙석이
그것이다.
높이 2m쯤 되는 낙석은 마을 입구에 실제하고 있다.
바위 옆에는 전통한지 전시관이 있다.
닥나무로 한지를 만드는 과정이 재연돼 있으니 둘러본 뒤 산행을 시작하는 것도 좋다.
사실, 봉수면은 예로부터 한지로 유명한 곳이다.
고려시대 국사봉 중턱 대동사에 설(薛) 씨 성을 가진 스님이
닥나무 껍질로 종이 만드는 법을 마을 사람들에게 가르쳤다.
이후 이곳은 질 좋은 종이 생산지로 명성을 날려, 한때 지촌면(紙村面)으로 불리기도 했다.
산행은 마을회관에서 청계2로를 따라 올라가면서 시작한다.
100m가량 전진하면 오른편에 정자가 하나 보이는데 정자 방면으로 꺾어 양지교를 건너 초입을 잡는다.
축사나 공장이 없다 보니 양지교 아래 냇물은 수정같이 맑다.
다리를 건넌 후 시멘트 포장길을 따라 50m가량 전진, 큰 나무가 서 있는 곳에서 왼쪽 꺾어 산으로 오른다.
산행로 초입은 고생길이다.
사람들이 오랜 기간 다니지 않아 웃자란 풀이 무성하고, 산딸기 넝쿨이 엉켜 있다.
경사도 무척 급하다.
전정가위로 덤불을 잘라 길을 낸다.
5분가량 지나니 간벌 작업 흔적이 있고, 길이 넓어졌다.
경사도 완만해졌다.
등산로에는 둥굴레, 취나물, 오이풀 등 약초와 나물들이 지천이다.
사람 손을 타지 않았기 때문일 것이다.
애기붓꽃도 보라색 꽃을 피워 길손을 반갑게 맞는다.
갑자기 수풀 사이로 살모사 새끼가 기겁을 해서 수풀 속으로 달아난다.
제 딴에 놀란 모양인데 적잖게 놀랐다.
50분가량 산사면으로 난 등산로를 따라 오르니 주능선과 합류하는 지점이다.
오른쪽으로 꺾어 336봉 방면으로 향한다.
습기를 머금은 한 줄기 바람이 몰아쳤다.
갑자기 시야가 뿌옇게 흐려진다.
안개인가 싶었는데 자세히 보니 소나무꽃가루(송홧가루)다
336봉 아래로 난 길을 따라 365봉에 올랐다.
365봉 주변에는 작은 종 모양의 흰색 꽃을 피운 둥굴레가 군락을 이루고 있다.
다시 365봉부터 395봉 능선을 걷는다.
이 능선은 군 경계를 가르며 펼쳐진다.
왼쪽이 의령군 봉수면, 오른쪽이 합천군 대양면이다. 40분 소요.
395봉을 지나 10분가량 전진하면 고압선 철탑이 보인다.
철탑 밑으로 지나 왼쪽으로 전진한다.
이어 오래된 묘지 2기와 가족 묘지를 지나면 첫 삼각점(381.9m)이 있다.
물기를 머금은 바람이 결국 비구름을 몰고 왔다.
때 이른 소나기다.
미리 준비한 우비를 꺼내 입고 계속 전진한다.
초여름 날씨에 달궈진 길이 소나기에 급하게 식는다.
다행인 것은 호흡할 때마다 기침을 일으키게 하던 꽃가루가 가라앉은 것이다.
삼각점을 지나 20분가량 전진하면 오래 된 묘지 5기가 나온다.
바로 위 이름 없는 봉우리는 멀리 남덕유산에서 합천의 황매산을 거쳐 뻗어온 진양지맥과 만나는 지점이다.
진양지맥은 황매산에서 자굴산까지 치닫는데, 북으로 틀어 만지산을 만들고
남은 힘으로 국사봉, 미타산, 대암산 등의 산군을 이루었다.
무덤을 지나면 좁지만 진양지맥을 따라 뚜렷한 등산길이 쭉 뻗어 있다.
10분 정도 가다보면 등산로는 갑작스레 움푹 내려간다.
한실재다.
이 재는 옛날 의령군과 합천군을 연결하는 고개였으나, 요즘은 등산로 역할만 하고 있다.
여기서 20분 정도 더 전진하면 왼쪽 등산길 옆으로 난 묘지 3기를 지나 두 번째 철탑을 지난다.
여기서부터 성현산 정상(562m)까지 줄곧 오르막이다.
내리던 비는 어느덧 가늘어지기 시작했다.
기온도 다시 올라간다.
후덥지근한 날씨에 우비까지 입었으니 온몸이 땀범벅이다.
작은 위안은 길가에 약초들이 지천으로 자라 지겹지 않다는 점이다.
드디어 성현산 정상이다.
아쉽게도 잡목들이 조망이 가렸다.
진양지맥은 성현산에서 자굴산, 진양호 방면으로 이어지는데
여기서 진양지맥을 버리고 방위각 70도 방면으로 길을 잡았다.
산꾼들은 주로 진양지맥을 따라 등산을 하기 때문에 리본이 자굴산 방면으로 많이 붙어 있다.
주의하지 않고 갔다가는 길을 잘못 들 수 있다.
성현산 정상에서 완만한 능선을 타고 10분을 내려오면 임도가 나온다.
만지산으로 가는 능선을 따라 나 있기 때문에 임도를 탈 수밖에 없다.
7~8분 임도를 따라 걷다 왼쪽으로 꺾어 만지산으로 이어지는 능선에 붙는다.
여기서부터 집채 크기의 바위들이 군데군데 나타나기 시작한다.
사실, 초입부터 성현산까지 등산로는 돌멩이 하나 찾아보기 힘들 정도의 흙길이다.
청계마을 어르신들이 이야기해줬던 전설을 살짝 의심하고 있었는데, 만지산에 가까워지자
비로소 그런 전설이 생길 법도 하다는 생각이 든다.
큰 바위들이 숲을 뚫고 자리 잡으니 전망도 트인다.
맞은편 국사봉과 미타산, 반대편의 의령군 궁류면 토곡저수지를 내려다볼 수 있는 포인트가 줄줄이 이어진다.
사실 이번 산행은 줄곧 전망이 숲에 막혀 답답했는데, 이제야 숨통이 트였다.
길은 586봉에서 만지산 정상으로 이어진다. 30분 소요.
만지산 정상 역시 잡목에 가려 조망이 갑갑하다.
정상에는 힘 센 장사라면 던졌을 법한 바위들이 제법 많다.
방위각 340도 방향으로 하산길을 잡는다.
하산길은 원점인 청계마을까지 50분 거리인데 급하게 내리꽂히듯 뻗었다.
5푼 능선 내리막 갈림길에서 길이 희미하게 두 방향으로 갈린다.
산행 안내리본을 보고 왼쪽으로 빠진다.
이 구간만 주의하면 하산길은 무난하다.
글·사진=박진국 기자 gook72@
그래픽=노인호 기자 nogari@
의령 만지산 '산행지도'
의령 만지산 '가는길 먹을곳'
찾아가기
부산에서 자가승용차로 산행 들머리인 경남 의령군 봉수면 청계리로 가려면 일단 남해고속도로를 이용한다.
함안IC에서 법수 방면으로 빠져 1011번 지방도를 타고 나부터재를 넘어 32㎞를 줄곧 달린다.
금수교를 지나 60번 국도를 만나면 곧장 좌회전, 봉수초등학교를 지나 1분 정도 더 달린다.
서암리 표지판을 보이면 왼쪽으로 꺾어 들어가면 된다.
내비게이션을 이용하려면 봉수초등학교를 찾으면 쉽다.
넉넉잡아 1시간 20분 소요.
시간 여유가 있다면 남해고속도로 남지IC에서 내려 칠서·남지 방면 1021번 지방도를 타고
박진전쟁기념관 방면으로 가는 방법도 있다.
풍광은 좋지만, 갈림길이 많고 우회하는 코스여서 길 찾기는 쉽지 않다.
대중교통을 이용하려면 부산서부시외버스터미널(1577-8301)에서
의령군 부림면 신반으로 가는 시외버스를 이용한다.
매일 오전 8시 30분, 10시 30분, 오후 1시에 출발하고 1시간 40분이 소요된다.
신반시외버스터미널(055-574-6008)에서는 봉수·합천행 버스를 타고
서암리에서 내려 청계리까지 10분 정도 걸어 들어간다.
봉수·합천행 버스는 오전 7시 15분, 8시 30분, 10시 20분, 11시 45분에 출발한다.
30분 소요.
돌아오는 버스는 오후 7시까지 있다.
음 식 점
산행 날머리에서 1011번 지방도를 타고 20분 정도 나오면
의령군 정곡면 중교리에 '부자한우촌'(055-572-0957) 식당이 있다.
소고기국밥은 저렴하지만 국물 맛이 의외로 깊다.
의령 자굴산에서 칡을 먹여 키운 소의 고기도 쫀득하다.
고기와 어울린 무, 콩나물은 국물의 시원한 맛을 더한다.
든든하게 먹으려면 전골도 좋다.
고기와 함께 바글바글 끓는 국물이 진득하다.
식사를 마치고 근처에 있는 삼성그룹 창업자인 고 이병철 회장 생가를 둘러볼 수도 있다.
박진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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