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양 '용암봉~소천봉'
영남알프스의 숨은 전망대
밀양의 산치곤 덜 알려졌지만
산세·조망은 그야말로 '환상'
맑은 공기를 마시며 도심에서 받았던 온갖 스트레스를 풀러 산을 찾았건만 왜 이리 사람들이 많은지.
한적해야 될 산이 시골 5일장처럼 북적인다.
진정한 산꾼들이라면 이심전심으로 서로 배려를 해 별 문제는 없을 터이지만 문제는 상황이 그렇지 못하다는 점이다.
깎아지른 기암절벽과 장쾌한 조망에 반해 잔잔한 미소 같은 내적 희열로 만족해야 될 상황이 과잉 액션으로 발산돼 주위 사람들의 눈살을 찌푸리게 한다.
절이 싫으면 중이 떠나야 하는 법. 그렇다고 산을 끊을 수야 없지 않은가.
하여, 애오라지 산꾼들은 또 다시 오염이 덜 된 한적한 오지의 산을 갈구하며 찾아 나선다.
대간이나 정맥 종주를 끝낸 산꾼들이 여기서 한 번 더 갈래를 치고 나온, 상대적으로 덜 붐비는 기맥이나 지맥을 찾아 나서는 것도 따지고 보면 이와 맥을 같이 하는 것이 아닐까 싶다.
이번 주 산행지는 영남알프스의 서쪽 언저리에 똬리를 틀고 있는 밀양 용암봉~소천봉.
이장한 듯한 묘지터인 539봉을 지나 만나는 전망대에서 바라본 용암봉(왼쪽)과 소천봉이 '한 일(一)' 자 능선을 그으며 내달리고 있다. 소천봉 아래 하산길인 음지마을이 우측 하단 소나무 뒤로 보인다. |
낙동정맥 가지산에서 갈라져 나와 운문 억산 구만 중산 낙화 보두 비학산을 거쳐 밀양강으로 떨어지는 이른바 운문지맥의 중간쯤 되는 부분에 위치해 있다.
밀양의 산임에도 지명도는 상대적으로 떨어지지만 일정 수준 이상의 굴곡과 수려한 산세, 그리고 곳곳에서 펼쳐지는 환상적 조망은 겨우내 움추렸던 근교산꾼들을 다시 산으로 불러모으는 데 촉매 역할을 할 것으로 확신한다.
산행은 상동면 신곡리 양지마을~인동장씨묘~김해김씨묘~539봉(종지봉·이장한 묘지 터)~암릉길~오치령 육화산 갈림길~신(新)오치고개~밀성박씨·경주최씨묘~통천문(침니바위)~용암봉(686m)~소천봉(632m)~잇단 무덤~신곡리 교회(음지마을)~양지마을. 순수하게 걷는 시간은 4시40분 정도며 난이도는 보통이다.
신곡리 마을회관, '신곡리 양지마을' 이정석을 잇따라 지나
다리(신곡천)를 건너면 갈림길. 좌로 가면 다시 갈림길.
역시 왼쪽으로 100m쯤 가면 또 갈림길.
이번엔 '산림조합현장'이라 적힌 이정표가 가르키는 우로 간다.
마을 당산나무를 지나자마자 다시 갈림길.
왼쪽으로 간다.
대숲을 지나면 이내 갈림길.
차량 차단기가 보이는 정면 대신 석축을 따라 왼쪽으로 가면
들머리로 향하는 능선갈림길.
이제서야 오른쪽 산으로 향한다.
등로는 약간 희미하지만 그렇다고 일일이 확인하고 오를 만큼
방치돼 있지는 않다.
더군다나 거의 외길이라 걱정할 염려는 없다.
처음부터 된비알이 기다린다.
인동장씨묘쯤 한번 주춤 하더니 15분 정도 거의 사람의 혼을 뺄 정도로 오르막이 심하다.
이후부턴 경사가 덜할 뿐 그래도 여전히 오름길이다.
그 정점은 양지바른 곳의 김해김씨묘.
이제 송림길이 이어진다. 우측으로 향후 오를 용암, 소천봉이 보인다.
크게 봐서 시계 방향으로 걷고 있는 셈이다.
가만히 살펴보니 산행팀이 걷고 있는 산길과 용암 소천봉으로 이어지며 신곡리를 감싸고 있는 산세가 여성의 성기를 빼닮아 여근곡(女根谷)으로 불러도 될 성 싶다.
솔가리와 낙엽이 반복되는 오름길은 한동안 이어지다 첫 봉우리인 539봉에서 숨고르기를 한다.
들머리에서 65분. 이장한 묘지터인 이곳은 하산 후 마을주민들로부터 '종지봉'이라는 설명을 들었다.
올라온 방향으로 보면 동창천 뒤로 신대구부산 고속도로, 그 뒤로 옥교산 종남산 우령산 등 밀양의 산이,
소나무 우측으로 화악산 남산 오례산성 원정산 대남바위산 용당산 비룡산 통례산 등 청도 쪽 산이 확인된다.
20m쯤 더 가면 우측 시야가 트인 곳에서 더 선명하게 볼 수 있다.
좌측엔 코 앞의 육화산을 비롯 그 뒤로 구만산,
그 우측으로 운문산 백운산 정승봉 천황산 재약산 향로산이 보인다.
산기슭의 계단식 논은 마치 깊게 패인 촌로의 주름을 연상시킨다.
이제부턴 능선길.
낙엽길과 송림터널을 반복한다.
20분 뒤 암릉길도 만난다.
발길 닿는 곳이 모두 전망대다.
10여 분 뒤 집채만한 바위가 앞을 막는다.
에돌아 가는 길도 있지만 잠시 올라보니 사방팔방 훤히 펼쳐지는 최고의 전망대가 기다린다.
그간 숨어 있던 북암산 억산 범봉 사자봉 수리봉과 구천산 정각산과 가지산의 뾰족봉,
그리고 굽이굽이 돌아가는 오치령 고갯길 등 영남알프스의 주봉과 언저리 봉우리가 파노라마처럼 펼쳐진다.
이창우 대장도 "이처럼 완벽한 전망대는 좀처럼 보기 드물다"고 한마디 곁들인다.
눈앞의 봉우리는 무명봉이지만 산세로 봐서 구만산 육화산을 거쳐 운문지맥과 만나는 의미있는 봉우리.
실제로 봉우리를 내려서면 '오치령 육화산'이라 적힌 이정표가 서 있다.
이를 알리듯 주변에 리본이 많이 걸려 있고 산길 또한 또렷하다.
또 하나의 낮은 봉우리(536봉)를 넘으면 등로 좌우에 임도가 눈에 띄고 이내 고개에 닿는다.
오치령과 상동면 신곡리를 잇는 임도가 생기면서 생긴 고개로 흔히 오치고개라 부르고 있지만
기존의 오치령과 구분을 짓기 위해선 '신오치고개'라 부르는 것이 합당할 듯 싶다.
임도를 건너 바로 산으로 오른다.
작은 봉우리를 살짝 넘고 밀성박씨 및 경주최씨묘를 지난다.
이때부터 크고 작은 봉우리를 오르내린다.
10분쯤 뒤 뜸하던 바위군.
처음엔 농짝 크기에서 점차 집채만한 바위도 만난다.
한 전망대에선 산내면소재지 송백과 앞서 봤던 밀양 쪽 봉우리 외에
승학산 금오산 구천산과 원동 토곡산도 확인된다.
잇단 암릉과 암봉을 지나 일명 통천문이라 불리는 바위틈새 길을 통과하면 이내 용암봉 정상.
오래 전엔 헬기장이었지만 지금은 소나무숲이어서 조망이 없다.
발아래 보도블록만이 이를 확인해줄 뿐이다.
직진하면 백암봉 중산 낙화 보두 비학산으로 이어지는 운문지맥길, 산행팀은 오른쪽 정면에 소천봉으로 향한다. 정면 바로 보이는 봉우리가 소천봉이다.
40분 걸린다.
조그만 돌탑 이외에는 정상이라고 인식할 어떠한 지형지물이 없다.
조망은 없다.
하산길은 좁다란 비탈길.
오랫동안 간벌을 하지 않은 죽음의 송림길이 기다린다.
이를 알려주듯 소나무마다 무수히 많은 송방울이 매달려 있다.
또렷한 길은 없지만 크게 봐서 왼쪽으로 방향을 잡아 내려서자.
40분쯤 뒤 길다운 길이 비로소 눈에 띄고, 여기서 5분이면 산을 벗어난다.
신곡리교회가 위치한 음지마을이다.
저 멀리 건너편이 들머리 양지마을이다.
두 마을은 10여 분 걸린다.
# 떠나기 전에
정상 안내판, 노장 산꾼의 열정
용암봉 정상에는 정상석 대신 '운문지맥/용암봉 686m/준·희'라고 적힌 조그만 스테인리스판이 나뭇가지에 걸려 있다.
명산이건 근교산이건 산깨나 탄다는 사람들은 대부분 알겠지만
이처럼 고마운 일을 한 주인공은 국제신문 제2대 산행대장을 역임한 최남준(66) 씨.
그는 '그대와 가고 싶은 산, 준·희'라는 오렌지색 리본의 주인공이기도 하다.
최 대장은 한창 땐 건건산악회를 이끌고 1대간 9정맥을 주파하며 지역 산악계에 종주 산행의 붐을 불러 일으켰고 최근 타개한 후배 산악인과 함께 사비를 들여 금정산과 백두대간길의 조령산 깃대봉 등 10여 곳에 약수터를 조성한 산사나이다.
세월을 이기는 장사는 없는 법.
그도 오랜 산행으로 인한 후유증으로 무릎이 안좋아져 장시간 산행을 할 수 없다.
대신 3, 4시간 걸리는 정상석이 없는 근교산을 찾아 이정석 대신 이처럼 조그만 팻말형 안내판을 걸어두고 있다.
현재 160여 개 달았으며 이 작업은 다리에 힘이 소진될 때까지 계속될 것이라고 했다.
맛집 하나 소개한다.
22년 전통의 아랑장어구이(055-355-3895). 밀양IC에서 들머리로 가는 도중 국도변에 위치해 있다.
밀양IC에서 정확히 3.7㎞ 떨어져 있다.
주메뉴는 장어정식.
수수전 게장 등 무려 28가지의 반찬에 놀라고 입안에서 살살 녹는 장어맛에 감탄한다.
초벌구이로 기름을 뺀 후 양념을 무려 4번이나 발라 특유의 맛을 낸다.
김해 마산 양산 대구 청도 등의 단골들만 주로 찾으며 주말에는 예약을 하지 않으면 맛볼 수 없을 정도다.
# 교통편
밀양터미널에서 신곡리행 버스 이용
승용차를 이용할 경우 이정표 기준으로
신대구부산 고속도로 밀양IC~밀양 청도 24번~긴늪사거리에서 대구 청도 25번 우회전~상동면 안내판~상동면사무소 지나~신곡 고정 1077번 직진~매화 신곡 1077번 직진~신곡리 마을회관 지나자마자~신곡리 양지마을 이정석 순.
마을회관이나 다리 근처에 주차가능.
부산 서부버스터미널에서 밀양행 버스는 오전 7시부터 매시 정각에 출발한다.
55분 소요.
밀양터미널에서 신곡리행 버스는 오전 8시50분, 10시50분에 있다.
부산역에서 무궁화호 열차를 타고 상동역(옛 유천역)에서 내린다.
오전 7시50분 단 한 차례 있다.
상동역 도착 시각은 8시47분.
상동역 건너편 상동파출소 앞에서 신곡리행 버스는 오전 9시5분, 10시55분에 출발한다.
신곡리에서 밀양행 시내버스는 오후 4시, 5시40분, 7시20분에 있다.
이 버스는 도중 상동역 앞에서도 정차한다.
상동역에서 부산행 열차는 오후 4시53분, 7시57분에 있다.
밀양터미널에서 부산행 시외버스는 매시 정각 출발하며 막차는 오후 8시.
글·사진=이흥곤 기자 hung@
밀양 '소천봉~용암봉'
바위엔 부처손, 길가엔 둥굴레, 발길마다 모과·산초향 물씬
▲ 운문지맥 종주를 위해서 피할 수 없는 소천봉~용암봉 구간. 아는 산꾼들만 찾다 보니 묵은 길이 많다. 때묻지 않은 숲길을 걸었다. 야생화, 약초 향이 발밑에 은은히 깔렸다. |
낙동정맥의 명산 가지산에서 불거진 운문지맥은 운문산~억산~구만산~육화산 등
영남알프스의 북쪽 지붕에 걸쳐 있다.
영남알프스에서 가장 아름답다는 운문산, 하늘과 땅 사이 산 중에 최고의 산이라는 억산, 계곡이 유명한 구만산 등 하나같이 쟁쟁한 산들이 지맥에 밀집해 있다.
이런 운문지맥은 대간이나 정맥 종주에 물린 산꾼들이 그다음의 종주 대상으로 삼는 코스이다.
그 중에서도 소천봉(小天峰·632m)~용암봉(龍岩峰·686m) 구간은 일반인들에게 비교적 덜 알려진 곳이다.
두 봉우리는 운문지맥의 다른 산보다 높이가 낮지만 산행은 만만치가 않다.
그렇다고 정상에서 수려한 조망을 선사하는 것도 아니다.
이러다 보니 지맥의 이름난 산들에 비해 산행 우선순위가 밀리기 십상이었다.
하지만 운문지맥 종주를 위해선 반드시 거처야 하는 산이다.
정상 두 곳의 조망미는 덜 하지만, 군데군데 영남알프스의 북쪽 산군을 장쾌하게 바라보는 포인트가 있다.
낙동정맥 운문지맥 중 하나
묵은 길 많아 개척 산행 수준
소천봉까지 가파른 비탈 이어져
용암봉 인근 암봉이 전망 좋아
코스는 밀양시 상동면 매화마을을 출발해 전망 좋은 봉우리를 지나 소천봉을 지나 582봉~용암봉을 밟고
오치고개 능선을 탄 뒤 임도를 따라 내려온다.
소천봉까지는 땀깨나 흘려야 한다.
비탈이 무릎에 닿을 만큼 사나워 웬만한 산꾼도 긴장해야 한다.
소천봉에서 용암봉 구간은 상대적으로 순한 길이다.
이번 산행은 산꾼들의 발때가 덜 묻어 묵은 길을 상당히 많이 만난다.
리본을 충분히 매달아 놓았으니 주의 깊게 살피자.
산행 초입과 날머리 부근에 얕은 계곡이 있지만 식수로 활용하기에 부적합하다.
마시는 물을 충분히 챙기자.
매화마을에서 산행을 시작했다.
소담스러운 돌담길을 걸어 8분 정도 가자 첫 번째 갈림길이 나온다.
왼쪽은 청량사 방면.
우측으로 오른다.
계곡에서 얕은 물소리가 난다.
계곡 옆으로 난 임도를 따라 걷는다.
모과나무 과수원에서 나는 향이 발걸음의 기운을 돋운다.
싱그럽다. 15분 정도 올라 쉴 만한 곳이 나온다.
배낭끈을 확인하고 산행용 스틱을 꺼냈다.
솔숲으로 들어섰다.
비탈이 예사롭지 않다.
양치식물이 등산로 주변에 널려 있다.
손때를 덜 타서인지 무성하다.
등산로에 솔가리가 가득하다.
흐릿한 길에서 갈림을 찾았다.
죽고 사그라진 길이 많아 눈을 부릅뜨고 발을 옮긴다.
30분 정도 앞만 보고 간다.
솔숲에 가려 약간 답답한 느낌이다.
더덕, 산초나무 향이 소나무 사이에서 흘러나오는 것 같다.
이마에 땀이 맺혔지만, 코로 들어오는 진득한 향에 발걸음이 그다지 무겁지 않다.
잠시 뒤 전망 좋은 곳이 나타난다.
조망이 인색한 곳이라 오히려 다른 산이라면 지나칠 뻔한 조망터가 무척이나 반갑게 다가온다.
절벽 끝에 부처손이 따개비처럼 붙었다.
말려서 끓여 먹으면 항암에 도움이 된다는 약초다.
절벽 아래에는 다래나무가 융단처럼 깔렸다.
초반부터 비탈을 만나서인지 등에 땀범벅이다.
물을 꺼내 목을 축였다.
전망대를 벗어나니 또다시 된비알이다.
발목과 스틱을 쥔 손에 저절로 힘이 갔다.
너덜에 이끼가 앉아 미끄럽다.
20분가량 오르막을 걷는다.
갈림길이 나오고, 곧바로 소천봉 능선에 발이 닿았다.
비로소 한숨이 나왔다.
이제부터 능선만 놓치지 않으면 소천봉까지는 평이한 코스다.
능선을 따라 난 길은 올라올 때보다 길의 윤곽이 조금 더 뚜렷하다.
둥굴레나무가 드문드문 보이더니, 나중에는 떼로 자라는 군락지를 발견했다.
산초향도 오름길보다 더 짙게 난다.
산초 잎을 엄지와 검지로 비벼 코에 댔더니 짜릿한 게 정신이 확 든다.
586봉을 지나 20분쯤 더 가서 소천봉에 도착했다.
정상에 있는 돌탑에 소천봉이라고 씌어 있는 흰색 나무판이 있다.
주변은 소나무에 가려 조망이 가뭄에 콩 나듯 했다.
위를 쳐다봐도 솔가지에 하늘이 가렸다.
작은 하늘.
그래서 소천일까?
다행히 골에서 시원한 바람이 불어와 정상 조망의 아쉬움을 달랬다.
소천봉에서 20분쯤 경사가 아래로 처지는 길을 걸었다.
이 구간도 둥굴레나무가 곳곳에 자라고 있다.
갈림길에서 582봉까지는 15분 정도 거리.
경사가 거의 없어 힘이 부치지 않는다.
하지만 이 봉우리를 지나면 갑자기 길이 툭 떨어지며 안부와 맞닥뜨린다.
오늘 산행에서 두 번째 고비이다.
난대나무와 생강나무가 사람 키 높이만한 터널을 만들었다.
고개를 숙이고 가는 길이 여간 고역이 아니다.
안부에서 12분 정도 부지런히 올랐다.
숲 터널이 끝날 무렵 너른 터가 나왔다.
용암봉 정상이다.
소천봉보다 터가 더 넓고 조망도 더 나은 편이다.
하나 이마저도 참나무, 때죽나무에 가려 시원하지 못하다.
용암봉 일대에도 항암에 좋은 하구초와 짚신나물이 군락을 이루어 자라고 있다.
용암봉에서 70m 떨어진 곳에 기가 막힌 암봉이 있다.
소천봉, 용암봉에서 못 본 영남알프스를 실컷 구경할 수 있다.
멀리 왼쪽으로 운문산, 억산, 구만산의 산덩이들이 마루금을 이룬다.
정면은 정각산의 산줄기가 부챗살처럼 갈라져 있다.
그 뒤로 천왕산, 재약산 능선이 어슴푸레 걸쳐 있다.
구름이 산정에 머물러 신비스럽기까지 하다.
전망 좋은 곳을 나왔다.
날카로운 바위 두 개가 길가에 꽂힌 듯 서 있다.
사람 한 명이 겨우 지나갈 만하다.
바위틈을 빠져나와 10분 정도 내려가면 또다시 주목할 만한 암봉 전망대가 나온다.
나무 그늘이 있어 쉬면서 영남알프스의 지붕들을 파노라마처럼 즐길 수 있다.
이제부터 하산길이다.
582봉을 내리밟고 능선을 따라 직진한다.
국토지리정보원 지도에는 이 능선을 '오치고개'로 표시했다.
흔히 오치고개는 경남 밀양시 산내면 오치마을에서 경북 청도군 매전면 내리로 연결되는 고개를 말한다.
이 길은 평평한 능선일 뿐인데 굳이 오치고개로 표기한 이유를 알 수 없다.
국토지리정보원의 적절한 조치가 필요하다.
582봉에서 임도로 떨어지는 475봉까지는 40분이면 닿는다.
여기까지 가는 데에 오르내리막이 번갈아 나오지만 크게 부담스럽지 않다.
능선을 버리고 임도를 택해 아래로 내려간다.
굽이굽이 돌 때마다 표고가 떨어진다.
시멘트 길이라 좀 딱딱하다.
길가에 산딸기와 산뽕나무 오디 열매가 제법 자라고 있다.
산딸기 몇 알을 따서 깨물었는데 아직 신맛이다.
임도 시작 지점부터 20분쯤 떨어진 곳에 포구나무 노거수가 있다.
노거수 아래에서 잠시 쉬었다가 30분 정도 걸어 내려가 종점인 새마마을 버스정류소에 도착했다.
산행 거리 9.6㎞, 쉬는 시간을 포함해 5시간 정도 걸렸다.
글·사진=전대식 기자
밀양 '소천봉~용암봉' 산행지도
밀양 '소천봉~용암봉' 가는길 먹을곳
원점 회귀 산행이 아니라서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게 좋겠다.
기차가 편하지만, 배차가 적어 시간을 잘 조절해야 한다.
부산역(1544-7788)에서 밀양 상동역(055-351-2499)으로 가는 무궁화호가
오전 7시 45분과 10시 20분에 있다. 소요시간 55분.
상동역에서 상동면 매화마을로 가는 농촌버스는 2시간 단위로 있다. 소요시간 10분. 버스를 놓쳤다면 삼삼콜(055-352-3333), 오천콜(055-355-5000), 대광콜(055-356-5656) 택시를 이용하자.
시외버스는 부산서부시외버스터미널(051-322-8303)에서
밀양시외버스터미널(055-354-3959)로 간다.
오전 7시부터 1시간 간격으로 차가 있다. 소요시간 1시간.
밀양시외버스터미널에서 매화마을로 가는 농촌버스는 오전 6시 30분, 8시 50분, 10시 40분에 있다. 소요시간 40분.
자가운전은 신대구·부산고속도로를 타고 밀양IC에서 빠져
교차로에서 청도 방면으로 좌회전한다.
긴늪사거리에서 우회전해 25번 국도를 타고 상동면사무소를 지나
10분 정도 달리면 매화마을에 도착한다. 소요시간 1시간 10분 정도.
종점인 신지리 새마마을에서 밀양시외버스터미널까지 오후 2시 40분부터 8시 40분까지 1시간 간격으로 농촌버스가 있다. 소요시간 50분.
상동역에서 부산역으로 오는 무궁화호를 타도 된다.
오후 2시, 3시 19분, 5시, 5시 16분, 5시 54분, 7시 6분, 7시 56분(막차) 열차가 있다.
예로부터 밀양 상동면은 간 해독에 좋다는 다슬기로 유명하다.
상동역 부근에 다슬기 음식점이 대여섯 군데 있다.
원조는 역 건너편에 있는 진아식당(055-352-8163)이다.
40년째 다슬기를 판다.
국부터 부침개, 회까지 산행 인원에 따라 골라 먹을 수 있다.
전대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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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양 '용암봉'
암릉에 조망권까지… 심심치않은 외길능선
호젓한 무명 겨울산… 길찾기 쉬우나 하산길 주의를
정상 앞두고 구만산 등 영남알프스 산군 눈앞 펼쳐져
백암봉과 용암봉 갈림길 옆 바위전망대에 서면 맨 앞에서부터 뒤로 승학산 정각산 구천산 천황산 재약산 등 영남알프스 산군이 시원하게 펼쳐진다. 발아래는 산내면소재지 송백과 얼음골로 가는 24번 국도가 보인다. |
'산을 배우면서부터/참으로 서러운 이들과 외로운 이들이/산으로만 들어가 헤매는 까닭을 알 것 같았다/
슬픔이나 외로움 따위 느껴질 때는 이미/그것들 저만치 사라지는 것이 보이고/산과 내가 한몸이 되어/
슬픔이나 외로움 따위 잊어버렸을 때는/머지않아 이것들이 가까이 오리라는 것을 알았다…'(이성부의 '산을 배우면서부터'에서)
산을 오르는 이유는 천자만별이겠지만 대개 이렇게 요약될 수 있으리라.
우선 건강. 40대 이상의 중장년층이 주류이듯 등산만큼 건강에 좋은 운동이 없기 때문이다.
유람은 덤이다.
비뇨기 전문의이자 설송산악회 권헌영 회장은 "등산만큼 몸에 좋은 치료와 약은 없다"면서 중년여성들의
산행을 특히 권했다.
산꾼 시인 이성부는 그의 작품에서 보듯 산은 희로애락의 감정을 보듬어준다.
사방이 온통 산인데도 심신을 추스를 때 필부들은 언제나 산으로 발걸음을 옮긴다.
산만 다녀오면 신기하게도 냉전 속의 아내에게 손을 먼저 내밀게 된다는 한 산꾼의 경험담은
그냥 웃고 넘길 농담만은 아닐 성 싶다.
겸손함도 가르친다.
조금이라도 방심의 끈을 놓는 산꾼들에겐 예의 불의의 일격을 가함으로써
산에선 항상 겸손하라는 무언의 메시지를 가르친다.
영국의 산악인 조지 말로리는 '산이 거기 있어 오른다'고 말했지만
산꾼 시인 이성부는 '왜 내가 산에 오르는가'라는 질문을 자신에게 던지지 않는다고 했다.
그는 산에 오르는 것이 무엇을 위해서가 아니라 그냥 어렵게 올라가는 과정이 좋고,
이것들이 되풀이됨으로써 형언할 수 없는 만족감과 성취감을 느끼기 때문이라고 한다.
용암봉 정상을 지나 만나는 바위틈새길. |
그렇다.
건강과 감정의 순화, 겸손함 등은 어쩌면 이 시인이 언급한 산에 오르는
이유의 부산물일지 모른다는 생각이 앞서는 것은 기자만의 괜한 판단일까.
이번주는 호젓한 외길 능선이 길게 이어지는 전형적인 겨울산
밀양 용암봉을 찾았다.
대구·부산 고속도로로 한층 가까워진 용암봉은 이름깨나 있는
밀양의 명산에 가려 아직도 '무명'이란 딱지를 떼지 못했지만
이 점이 되레 호재로 작용, 때묻지 않은 산길이 고스란히 남아있다.
호젓하지만 밋밋한 능선길뿐이란 오명을 불식시키기 위해
곳곳에 낙엽길과 암릉 그리고 시원한 조망도 갖췄다.
산행은 산외면 희곡리 괴곡마을~운상원 입구 지나~수원 백씨묘 이후 잇단 무덤~주능선~중산·백암봉 갈림길~양지바른 사거리(디실재)~용암봉·백암봉 갈림길~백암봉(678m)~평평바위 전망대 넷~전망대바위~682봉~용암봉 정상(686m)~송림터널~암벽길~경주최씨·밀성박씨묘~옛 무덤터(쇠전봇대 셋)~임도~아래 오치마을~산내면 용전리 저전마을~용전버스정류장 순.
순수 걷는 시간은 4시간10분 안팎.
이정표나 정상석은 없지만 거의 외길이라 길찾기는 어렵지 않다.
하나 막판 하산길에선 주의해야 한다.
괴곡버스정류장에서 내려 길을 건넌 후 마을회관 옆 도랑을 따라 포장로로 오른다.
마을 당산나무 앞에서 갈림길.
왼쪽 운상원 용수사 약산사 방향으로 간다.
정면의 암봉은 이름 그대로 하얀 백암봉.
같은 밀양의 백마산이나 한라산 왕관릉의 축소판이다.
정면 대숲이 보이는 독립가옥 옆에서 또 갈림길.
운상원이라 적힌 이정표를 따라 왼쪽으로 간다.
운상원 입구를 지나 모퉁이를 돌면 길 우측 소나무 아래 비탈진 사면 위로 마사토 길이 열려있다.
들머리다.
버스정류장에서 25분.
약간은 투박하기까지 한 송림길에 이어 깔끔한 신갈나무 낙엽을 만날쯤이면 경사는 한결 가팔라진다.
이어 만나는 갈림길에선 아예 고행길로 숨을 헉헉거릴 정도다.
이때부터 수원백씨묘를 시작으로 15분쯤 대여섯기의 묘지가 이어진다.
마지막 대형무덤을 지나면 일순간 길이 묘연해진다.
일단 크게 우측으로 간다 생각하고 발걸음을 조심스레 옮긴다.
10분 뒤 비로소 희미한 옛길을 발견한다.
다시 암팡진 오르막길.
6분이면 주능선.
정면엔 작은 하늘산 청도 소천봉.
오른쪽으로 방향을 잡고 낮은 무명봉들을 오르내리며 능선길을 내달린다.
10분쯤 뒤 내리막길에선 정면 백암봉, 그 왼쪽으로 용암봉과 소천봉이 한눈에 보이기도 한다.
양지바른 사거리, 디실재에선 직진한다.
10여분 뒤 이번 산행에서 계속 조우하게 되는 줄무늬바위를 만난다.
고성 상족암이나 변산반도의 채석강이 연상될 정도로 이 퇴적암은 층리가 잘 발달돼 있다.
산행은 이 바위틈새로 오르기도 하고 에돌기도 한다.
너덜을 살짝 지나면 갈림길.
오른쪽 백암봉을 다녀온 후 왼쪽 용암봉으로 간다.
백암봉은 1, 2분 거리.
억새를 지나 너른터가 상봉이다. 유의하길.
되돌아온 갈림길 앞엔 전망대가 있다.
앞에서부터 뒤로 승학산 정각산 구천산, 그 오른쪽 뒤 천황산 재약산이
확인된다.
이제 용암봉을 향한다.
정면 두 개의 봉우리 중 왼쪽이 용암봉이다.
그린색 퇴적암군을 지나 20분 뒤 편평한 바위 4개가 모여있는
지점에 닿는다.
하나같이 너른 전망대다.
왼쪽부터 밀양 중산 낙화산 보두산이, 오른쪽으로 청도 화악산 남산이
시야에 들어온다.
이곳에서 17분 뒤 용암봉 바로 앞 682봉에 닿는다.
숲이라 조망은 없고 인근 전망대바위가 이를 대신한다.
왼쪽 구만산에서 오른쪽으로 북암산 문바위 수리봉 억산 범봉 운문산 가지산 천황산 재약산 등
밀양을 대표한는 영남알프스 산군이 펼쳐진다.
발아래는 얼음골 가는 24번 국도와 산내면소재지 송백도 확인된다.
5분 뒤 확트인 전망대에선 용암봉이 코 앞에 와 있고 우측 뒤로 밀양 최고지 마을인 오치마을도 보인다.
여기서 낙엽송과 소나무가 공존하는 길을 잠시 지나면 용암봉 상봉에 닿는다.
7, 8년전만 해도 사방이 확트인 헬기장이었지만 지금은 소나무숲이 무성하다.
발아래 보도블록만이 이를 확인해줄 뿐.
여기서 왼쪽은 소천봉, 산행팀은 계속 직진한다.
속리산 세심문이나 향일암 해탈문과 흡사하지만 규모가 적은 바위틈새를 통과하면 억새 및 낙엽길이 이어진다. 나무를 벤 흔적이 역력한 이 길은 뚜렷하지만 삐죽나온 나뭇가지가 얼굴을 불편케 해 여간 곤혹스럽지 않다.
경주최씨·밀성박씨묘에선 직진하면 오치령, 산행팀은 오른쪽 산비탈을 돌아 내려선다.
이렇게 45분 힘겹게 내달리면 옛 무덤터.
바로 이웃한 쇠전봇대 옆으로 내려서면 곧 임도.
왼쪽으로 5분 정도 걸으면 도로.
무덤 2기를 지나면 곧 아래 오치마을.
사슴농장을 지나 슬래브집에서 50m쯤 내려오면 오른쪽에 사과밭. 이를 10m쯤 가로지르면
과수원과 산과의 경계지점에 길이 열려있다.
산허리를 감아도는 이 낙엽길을 7분쯤 따라가면 다시 임도.
커브길을 돌아 계류(간이다리)를 건너기 직전 전봇대 옆으로 옮겨가 계류를 따라가다 반대편으로 건너면
억새군락지.
이곳을 벗어나 다시 계류를 건너 산쪽으로 20m쯤 가면 큰 밤나무 뒤편으로 희미한 길이 보인다.
이 길로 산허리를 따라 걸으면 저전마을에 닿고 여기서 용전버스정류장까지는 10분 걸린다.
임도에서 대략 30분 소요된다.
리본을 따르면 별 무리없이 마무리할 수 있다.
◇ 교통편
- 부산 ~ 밀양 열차 수시 출발
대중교통은 기차를 이용하면 편리하다.
부산역에서 밀양행 열차는 무궁화 새마을 KTX가 수시로 출발한다.
KTX는 36분, 새마을 무궁화 열차는 45분 걸리며 밀양역에서 밀양터미널까지는 버스로 20분 소요된다.
역 앞에서 정차하는 거의 모든 버스가 터미널을 경유한다고 보면 된다.
밀양터미널에선 석남사행 버스를 타고 산외면 희곡리 괴곡마을에서 내린다.
오전 8시30분, 9시5분, 9시35분 등 30~40분 간격으로 있다.
날머리 용전버스정류장에서 밀양터미널행 버스는
오후 3시40분, 4시, 4시35분, 5시, 5시30분, 6시, 6시30분, 7시(막차)에 있다.
승용차를 이용할 경우 이정표 기준으로 대구·부산 고속도로 밀양IC~울산 언양 24번 국도 우회전~산외면 희곡리 괴곡마을 순.
버스정류장 뒤 괴곡마을회관 앞 공터에 주차하면 된다.
버스정류장 주변에는 '산천자연관광농원', '몽블랑' 등 큰 간판이 서 있다. 참고하길.
◇ 떠나기전에
- 날머리 오치마을 밀양 최고지 마을
날머리 산내면 용전리 오치(烏峙)마을은 밀양서 가장 높은 곳에 위치한
산상 분지마을.
오티 또는 오태라고 불리는 이 마을은 오치고개의 산봉우리 모양이
까마귀가 앉아있는 형상이라 하여 붙여진 이름이다.
이웃한 상동면 신곡리의 오실, 청도군 매전면쪽 오례산성 등도 같은 맥락이다.
달성서씨 집성촌인 오치마을에는 24가구가 살고 있다.
산행팀이 하산한 아래 오치마을에는 4가구가, 나머지 20가구는 고개쪽에 위치해 있다.
오치마을 아래쪽에는 사슴농장이 있다.
북유럽 큰 사슴류로 몸무게가 최고 700㎏ 정도 나가는 엄청난 크기의 엘크와 붉은색의 레드디어,
그리고 꽃사슴을 볼 수 있다.
맛집 한곳 소개한다.
밀양시청 서문 옆 옛 결혼이야기 맞은편에 위치한 생아구 전문점 고려관(055-354-6694). 주인 조계현씨가
새벽 부산 다대포 어시장에서 구입한 크고 신선한 아구를 구입해 맛이 뛰어나다.
생아구찜, 탕, 수육(사진)이 주메뉴. 특히 생아구탕은 복국보다 시원하다.
맛이 빼어나 단골손님이 많다.
글·사진 = 이흥곤기자 hu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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