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

"경비원 해고 부결합니다" [갑질 막는] '아파트 인사위'

금산금산 2017. 2. 14. 20:48

"경비원 해고 부결합니다" 갑질막는 아파트 인사위




부산 금정구 금사대우아파트, 2015년 출범 입주자대표로 구성







- 용역직원 관련 악성민원 조율
- 인권 침해·부당해고에서 보호
- 관리소장·경비원에 표창장도


부산 금정구 금사대우아파트에는 '갑질 방지 인사위원회'가 있다.

입주민들의 악성 민원으로부터 경비원이나 환경미화원을 보호하기 위해 2015년 출범했다.

입주자 대표를 비롯해 9명(임기 2년)이 인권침해나 부당해고를 철저히 막는다.

다른 아파트 관리 용역회사들이 부러워하는 이유다.



   

부산 금정구 금사대우아파트 인사위원회 위원들이 회의하는 장면. 금사대우아파트 제공



지난해 7월 금사대우아파트 입주민 A 씨는 술에 취한 상태로 경비원 B 씨를 찾아가 따졌다.

A 씨는 '경비초소로 택배가 왔다는 사실을 왜 알려주지 않았느냐'고 몰아붙였다.

그는 또 몇몇 입주민을 설득해 관리사무소에 B 씨 해임을 요구했다.

인사위원회가 조사한 결과 B 씨가 인터폰으로 A 씨에게 택배가 왔다는 사실을 알린 것으로 드러났다.

인사위원회는 비밀투표를 해 B 씨 해고 안건을 부결시켰다.

B 씨가 인사위원회에서 소명할 기회를 얻은 덕분에 부당해고를 면하게 된 것이다.

   
인사위원회는 지난 2일 아파트 경비원과 환경미화원에게 표창을 수여했다.

당시 인사위원회 회의록을 보면 "경비원이 비록 용역회사 소속 계약직이지만 우리 아파트의 궂은 일을 처리해주는 가족이자 고마운 사람들이다. 또 한 가정의 가장이기도 하다. 해임안이 부결돼 다행"이라고

적혀 있다.



지난해 초 인사위원회는 한 입주민으로부터

'경비원이 왜 아침 출근길에 인사하지 않느냐'는 민원을 접수했다.

사실 이 아파트에서는 인사위원회가 출범한 2015년

출근길 인사를 없앴다.

인사위원회는 '입주민과 경비원은 상하관계가 아니라 동등한 관계다. 추운 겨울날 경비원에게 아침 인사를 시키는 무리한 요구를 해서는 안 된다'는 내용의 공고문을 게시판에 붙였다.

올겨울에도 금사대우 경비원들은 아침 인사를 하지 않는다.



인사위원회는 중재 역할도 한다.

지난해 10월 경비원들이 청소를 안 한다는 민원이 제기됐다.

가을철 나뭇잎이 많이 떨어져 있는데 오후에는 치우지 않아 지저분하다는 내용이었다.

경비원들의 이런 고충 사항을 전달받은 인사위원회는 '환경미화원이 오후 2시 퇴근하니 오후에는 청소가 안 될 수 있다. 경비원들에게 따지지 말자'고 주민을 설득했다.



인사위원회는 지난 2일 아파트 관리소에서 일하는 관리소장과 경비원에게 표창을 수여하기도 했다.

표창을 받은 경비원 차형균(59) 씨는 30년 넘게 창호 업체를 운영하다 그만두고 지난해 이곳에서 제2의 인생을 열었다.

그는 "주민들이 그동안 열심히 일한 부분을 알아주니 행복하다. 일하는 것도 즐겁고 책임감도 더 생긴다"고 말했다.

김진룡 기자 jryong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