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해 ‘무척산’ 원점회귀

금산금산 2017. 4. 29. 08:35

김해 '무척산' 원점회귀





낙동강 조망 `무척` 멋있구나

천태 토곡 용굴 오봉 석룡 금동 동신어 백두산 등

낙동강 진면목 감상할 수 있는 주변 호위봉 중 으뜸

산행팀 4시간30여 분 걸리는 원점회귀 코스 첫 개척

경부선 철길·낙동강·신대구부산 고속도 나란히 내달려

오가는 중 용당나루터, 산정호수 천지, 백운암 등 눈





강원도 태백에서 발원한 영남의 젖줄 낙동강은 1300리를 굽이굽이 돌아

서부산에서 그 고단한 삶의 끈을 내려 놓는다.

그 낙동강이 나룻배가 다닐 정도로 제법 강다운 위용을 갖추게 되는 지점은 경북 상주.

이른바 낙동강 700리 뱃길이 시작되는 출발점이다.

상주는 지난해 경북방문의 해를 맞아 이를 널리 알리기 위해

뒤늦게나마 '낙동강 700리 이곳에서 시작되다'라 음각된 대형 기념비를 세웠다.

동시에 경천대를 낙동강 1300리 중에서 가장 경치가 아름다운 곳이라고 자랑한다.

경천대에서 내려다본 낙동강 물길이 상류 쪽 아름다운 지점이라면

하류 쪽은 삼랑진에서 옛 김해 용당나루터를 거쳐 양산 원동역으로 이어지는 구간이라고 산행팀은 생각한다.



   
산행 도중 바라본 낙동강 주변 풍광이 무척 아름답다. 낙동강 좌우에는 각각 경부선과 신대구부산 고속도로가 나란히 내달리고, 강으로 돌출된 낮은 봉우리가 고속도로에 뚫린 용산이다. 강 건너 높은 산이 토곡산이며 그 우측으로 용굴산 오봉산 금정산이 시야에 들어온다. 고속도로와 만나는 우측 산줄기가 석룡산이다.

삼랑진 양산 쪽에는 나라땅에서 가장 아름다운 철길 중 하나로 손꼽히는 경부선 철길이 아스라이 펼쳐지고, 반대편 김해 쪽에선 신대구부산

고속도로가 날씬한 여인네의 각선미를 연상시키듯 시원하게 내달리며

 낙동강을 호위한다.

이처럼 아름다운 풍광을 감상할 수 있는

 낙동강 하류에는 적지 않은 봉우리들이 강을 호위하며 포진해 있다.

우선 삼랑진 양산 쪽에는 상류에서부터 천태산 토곡산 용굴산 오봉산

금정산이, 강 건너 김해 쪽에는 무척산 석룡산 금동산 동신어산 백두산이 낙동강 전망대로서의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산세나 지명도 접근성 그리고 주변 조망 등을 포함해

낙동강의 진면목을 가장 잘 확인할 수 있는 낙동강변의 대장봉은

누가 뭐래도 무척산.

이 무척산은 경부선 완행열차가 예의 기적소리를 울리며 자주 운행되던 지난 1960~1970년대 김해에서 버스를 타고 접근해

모은암~천지~정상~백운암을 거쳐 용당나루터로 하산,

나룻배를 타고 낙동강을 건넌 뒤

원동역에서 완행열차에 몸을 싣던 추억의 코스였다.

버스 타고, 나룻배 타고, 열차 타는 재미로 다니던 소위 '올드보이'들의 산행지였던 것이다.



산행팀은 앞서 언급한 기존의 무척산 코스 대신 원점회귀 코스를 새로 개척했다.

산행은 용산나루터와 인접한 상동면 여차리 용산후포마을~173봉~잇단 전망대~292봉(삼각점)~삼거리봉~

주능선(무척지맥)~전망대~안부갈림길~정상·천지 갈림길~천지(기도원)~무척산(703m)~천지 갈림길~백운암

~부도~용산후포마을 순.

식사 및 휴식시간을 제외한 걷는 시간만 4시간30분 정도 걸린다.

   

여차리 용산마을(용산초등 앞) 정류장에서 내려

버스 진행과 반대방향으로 조금만 가면 좌측으로 도로가 보인다.

청룡산업(주) 가는 길이며 이를 알리는 입간판도 서 있다.

폐비닐집하장을 끼고 우측으로 가서 청룡산업을 지나면

이내 용산후포마을. 좌측 마을로 진입하지 않고

대숲이 보이는 정면으로 직진한다.

버스정류장에서 8분.

200m쯤 뒤 좌측 산길이 열려 있다.

들머리다.

무덤 뒤로 열린 길은 약간 거칠지만 그런대로 오를 만하다.

때묻지 않은 낙엽길을 밟으며 유유히 흐르는 낙동강을 바라보며

걷는 맛이 제법 운치가 있다.

들머리에서 20여 분.

길은 차츰 좌측으로 휘면서 시나브로 173봉에 닿는다.

그 정점엔 참호같은 큰 구덩이가 눈에 띈다.

7분 뒤 양지바른 무덤 좌측으로 길이 보이지만 무시하고 무덤 뒤로 직진한다.

경사가 더 심해지고 길은 더 까칠해진다.

한 굽이 오르면 누군가 공을 들이고 있는 듯한 자연산 분재 소나무가 눈길을 끈다.



이어지는 오름길.

10분 뒤 좌우측엔 제법 위용을 갖춘 전망대가 연이어 나타난다.

낙동강으로 돌출된 용산이 금오산 향일암에서 본 거북머리를 연상시키고,

우측 무척산 줄기에서 좌측으로 석룡산 신어산 금동산 금정산 장군봉 오봉산과

강 건너 용굴산 토곡산 천태산 금오산이 파노라마처럼 펼쳐져 가히 낙동강 전망대로 불릴 만하다.

무명봉을 지나면 길이 좌측으로 꺾이면서 본격 무척산으로 이어진다.

삼각점을 지나면 역시 거친 오름길.

15분 뒤 시야가 트이면서 천태산 좌측으로 그간 안 보이던 금오산 구천산 만어산도 확인된다.



삼각점에서 30분이면 삼거리봉에 올라선다.

우측은 무척산 북릉 코스(근교산 331회 참조)의 들머리인 생림면 안양리 방향, 산행팀은 좌측으로 향한다.

등로 좌측엔 방금 지나온 능선이, 우측엔 삼랑진 뒤로 종남 화악 남산 등

밀양 청도의 봉우리들이 멋진 산그리메를 그려놓고 있다.

삼거리봉에서 무척산으로 이어지는 주능선까지의 35분은 애오라지 된비알의 연속.

도중 두 차례나 밧줄이 매여 있을 정도로 급경사길이다.

이 구간만 통과하면 이후 산행은 무난하다.

좌측 무척산으로 향한다.

5분 뒤 전망대.

앞서 봤던 주변의 조망과 함께 들머리도 보인다.

이어지는 산길 주변 소나무는 대쪽처럼 쭉쭉 뻗은 데다 아름드리 소나무도 눈에 띈다.

10여 분 뒤 특이한 삼지(三枝)형 소나무가 서 있는 사거리 안부에 내려선다.

직진하면 119구조대 신고 표지목과 '무척지맥'이라 적힌 팻말이 눈에 띈다.

우측으로 가야 되지만 잠시 직진, 전망대를 다녀온다.

오행바위라 불리는 이곳은 여차리의 기도원 사람들이 붙인 이름이다.

낙동강과 향후 하산길 능선이 한눈에 확인된다.



   

이어지는 산길.

 2분이면 갈림길.

직진하면 정상 , 우측은 천지 방향.

산행팀은 천지못을 돌아 정상에 오른 뒤 직진 방향으로 내려온다.

6분이면 기도원을 지나 산상 호수인 천지에 닿는다.

가락국 수로왕을 장사지낼 때 자꾸 능에 물이 고이자

한 신하가 주변 고을 높은 산에 못을 파면 물이 사라지게 될 것이라 예언, 그의 말대로 못을 파니 물이 나지 않았다고 전해온다.

바로 그 못이 천지라는 것.

보면 볼수록 신비감을 더해주는 평화스러운 못이다.

천지 옆에는 '모은암 1.7㎞, 정상 1.2㎞'라 적힌 이정표가 서 있다.

정상까지는 25분.

정상 직전 삼거리에선 '여덟말고개' 방향으로 가야 된다.

정상은 조망의 산이라 불러도 될 만큼 환상적이다.

서쪽 공원묘지 뒤엔 노무현 전 대통령의 봉하마을을 품고 있는 독립봉인 봉화산이 보이고,

그 왼쪽인 남서쪽으론 불모산과 그 우측 뒤로 장유 비음 정병 무학 천주산이,

밀양 창녕 쪽인 북서쪽의 낙동강 건너에는 종암 덕암 종남 덕대 화왕 관룡 영취산이,

정상석 뒤 토곡산 좌측 뒤로 축전산 채바우골만당 염수봉 오룡산 죽바우등 영축 신불 간월산이,

북으로 천태산 금오산 뒤 저 멀리 운문 천황 재약 가지산 등 영남알프스의 맹주도 확인된다.

금정산은 동쪽으로 보인다.

하산은 왔던 길로 되돌아가 만나는 삼거리에서 백운암 방향으로 내려선다.

천지못 갈림길과 무척지맥 이정표를 잇따라 지나 직진하면 백운암으로 내려서는 침목계단을 만난다.

10여 분이면 백운암에 닿는다.

엄청난 규모의 기암절벽 아래 위치한 백운암에 서면 역시 낙동강이 장관을 이룬다.

백운암에서 하산길은 셋.

절 입구 가로등 앞에 놓인 이정표가 안내하는 계곡길이 하나요, 임도를 따라 내려가는 것이 또 하나.

두 길은 중간에서 만나며 백운동이 종착지다.

산행팀은 원점회귀를 위해 150m쯤 임도를 따라 가다 급커브길에서 좌측으로 열린 산길로 내려선다.

6분 뒤 부도탑. 이끼 낀 고색창연한 돌이 조합을 이룬 이 부도탑은 아쉽게도 안내판 하나 없다.

하산길 좌측은 산행팀이 올라온 능선으로,

7부 능선쯤의 곳곳에는 기암절벽이 걸려 있고 우측 백운동으로 이어지는 능선 또한 이에 필적할 만큼 수려하다.

개척을 각오하고 택한 하산길은 고도를 낮출수록 다행히(?) 온순해진다.

되레 등로 정비를 위해 나무를 벤 흔적이 역력하다.

대숲을 지나 청룡산업(주) 정문 인근 컨테이너 박스 뒤로 내려오며 산을 벗어난다.

들머리인 용산후포마을과는 불과 150m 거리다.





   
무척산이 보이는 천지(사진 위)와 백운암을 거쳐 하산길에 만나는 부도.

◆ 교통편

- 구포역 인근에서 여차(리)행 버스 타고 용산마을서 하차

구포역에서 김해여객(055-337-3751) 여차(리)행 버스를 타고

용산마을(용산초등 앞) 정류장에서 내린다.

오전 6시50분, 8시10분, 10시10분, 11시10분. 

이곳에서 구포로 나오는 버스는

오후 2시50분, 4시50분, 5시40분, 8시50분에 있다.

구포역까지는 지하철 2호선 구명역에서 내려

'구포역' 방향으로 올라와 골목길(입구에 이정표 있음)로 10분 정도 걸어가면 된다.



승용차를 이용할 경우 이정표 기준으로

백양터널~대저분기점 지나~대동TG 맨 우측 '상동 대동' 방면~굴다리 통과~상동 69번 우회전~생림 상동~

무척산 장척계곡~상동면 표지판~여차 감로~매리취수장 지나~용산마을 입구에서 '성신테크' '청송가든' 방향~상동수양관 지나자마자 만나는 갈림길서 우회전, 성신테크 방향~상동면 폐비닐집하장 지나~청룡산업(주) 지나~용산후포마을 순.



◆ 떠나기 전에

- 고속도로에 의해 뻥 뚫린 용산 보며 산행 내내 안타까워

신어산 불모산과 함께 김해의 3대 명산으로 손꼽히는

무척산(無隻山)을 한자로 그 의미를 풀어보면 '한 쌍이 될 짝이 없는 산'.

경관이 무척 아름다워 주변에 짝을 찾을 수 없을 만큼 아름답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식산(食山)으로도 불린다.

북풍을 막아주고 낙동강 물줄기를 끌어들여 김해고을을 먹여 살리기 때문이란다.

무척산은 가락국의 전설이 서려 있는 유서 깊은 산이다.

산이 품고 있는 모은암 천지 백운암이 이를 입증한다.

모은암(母恩庵)은 가락국의 김수로왕의 장자이자 제2대 왕인 거등왕이 그의 어머니 허왕후를 위해 지었다.

참고로 아버지인 김수로왕을 기리기 위해선 천태산에 부은암(父恩庵)을 지었다.

백운암은 가락국 불교 중흥을 위해 무척대사에 의해 창건된 것으로 알려져 있으며

우리나라에 몇 안 되는 산정호수 중 하나로 영지(靈池)인 천지(天池) 또한 김수로왕의 왕릉과 관련이 있다.

무척산은 산세가 독특하다.

모은암을 품은 서면은 곳곳에 기암절벽과 암봉이 마치 만물상을 연상시키듯 서 있어

김해 암벽등반가들의 사랑을 듬뿍 받고 있는 반면

백운암을 안고 있는 동면은 바위가 비교적 적은 반면 숲이 울창하다.

또 한 가지.

낙동강으로 불쑥 튀어나온 용산(龍山)은 산행 내내 시야에 들어온다.

앉은 터가 명당이라 예부터 이곳 상동면 여차리 용산마을 사람들은 무덤도 안 썼을 정도였다.

하지만 수 년 전 신대구부산 고속도로가 주민들의 거센 반발에도 불구하고 대안이 없다는 이유로

용산을 관통했다.

그리고는 최소한의 양심이 있었던지 터널 위로 동물이동통로를 만들어 살짝 덮어 놓았다.

그 사연을 알고 있는 산행팀은 산행 내내 용산을 바라보면서 안타까운 마음을 감출 수 없었다.



  • 글·사진=이흥곤 기자 hung@







  • 김해 '무척산'

     

     

    나룻배와 사공 이젠 없지만, 수려한 산세는 옛날 그대로

     

     

     

    ▲ 무척산 주봉인 신선봉으로 오르기 전 조망이 탁월한 전망대에 올랐다.

    김해 북부지역인 생림면한림면, 진영읍 일대가 발아래로 보인다. 멀리 낙남정맥의 불모산, 용지봉, 정병산의 산줄기가 어슴푸레 눈에 밟힌다

     

     

     

       

     

     

     

     

     


     

     

    무척산(無隻山·702.5m)불모산, 신어산과 함께 [김해의 3대 명산]에 속한다.

    불모산이 김해 땅의 기운을 돋우고 신어산이 김해의 정기를 낳았다면 무척산은 김해의 뼈대를 일궜다.

    지리산에서 불거져 낙동강을 따르던 낙남정맥이 남해에 닿기 전에

    마지막으로 [용솟음친 산줄기]가 무척지맥이다.

    무척산은 지맥의 말미에 앉아 낙동강을 바라보며 김해의 북쪽을 막고 있다.

    하여 김해 사람들은 산 모양이 밥상을 닮은 이 산을

    북풍을 막고 김해를 먹여 살린다는 의미로 [식산(食山)]이라 부른다.



    베테랑 산꾼들에게 김해 무척산 하면 떠오르는 아름다운 추억들이 있을 게다.

    이른 아침 덜컹거리는 완행버스를 타고 김해시 생림면 생철리에 내린다.

    땀을 훔치며 산에 올랐다가 노을을 보면서 하산한다.

    용당마을 나루에 이들을 기다리는 배가 있다.

    사공이 노를 저어 강을 건넌다.

    양산 [원동역]에 내린 산꾼들은 '좀처럼 오지 않을 것 같은 막차' 완행열차를 기다리며 소주잔을 기울였다.

     

    선배 산꾼들은 이 루트를 '버스 타고 배 타고 열차 타고'라며 일명 [타고 코스]로 불렀다.

    한 편의 흑백TV 드라마를 떠올리게 하는 산행은 1980년대 초반까지 이어졌다.

    하지만 ['마이카' 시대]가 도래하면서 자가승용차가 무척산 산자락 입구까지 드나들자

    나룻배들은 온데간데없어졌고, 사공도 이제는 남아 있지 않다.

    '아름다운 시절'의 산행은 추억 속으로 사라졌지만 산꾼들이 아꼈던 무척산의 산세와 풍광은 지금도 여전하다.


    나룻배 타고 완행열차 기다리던
    베테랑 산꾼들에겐 추억의 산

    사람 발 때 덜 탄 동릉 코스
    무척산교회·산정호수 등 볼거리


    무척산의 산세는 산행 방향에 따라 달리 다가온다.

    암릉이 많은 [서릉] 쪽은 바라만 봐도 까칠하다.

    기암이 우툴두툴하고 걸어보면 골산처럼 암릉미가 느껴진다.

    장군바위·흔들바위, 연리지소나무, 천지폭포 등 무척산의 명소도 [이 능선]에 있다.

    [서릉 코스]는 2~3시간이면 돌아볼 정도로 코스가 짧다.

    거기에다 휴일엔 등산객, 관광객이 섞여 산중 체증을 피할 수 없다.

    반면 흙이 많고 숲이 좋은 [동쪽 능선]은 육산처럼 둥그스름하다.

    걷는 데에 여유가 있고, 까다로운 산등성이가 서쪽보다 적다.

    추억 속의 '타고' 코스가 자취를 감추면서 이 등로는 아는 사람만 타고,

    타본 사람이 다시 타는 '은밀한 코스'가 됐다.

    부산에서 가까워 산행지까지 이동시간이 짧으며 코스가 단출하고 [원점회귀 산행]이라

    산행 자체에도 부담이 적겠다.

    기존 무척산 코스(서릉 구간)보다 호젓한 산행을 즐길 수 있다는 장점도 있다.

    <코스>용산교에서 출발해 동릉 1푼 능선으로 진입한다.

    낙동강을 보면서 능선을 따르다 연봉들을 잇달아 밟는다.

    무척산터널 위를 지나 된비알 구간은 밧줄로 극복한다.

    이후 주능선을 따라가다 천지로 잠깐 떨어졌다가 정상으로 오른다.

    오행바위~백운암~부도를 지나 너덜 구간을 통과해 용산교로 내려간다.

    산행 거리 11.8㎞, 먹고 쉬는 시간을 포함해 4시간 30분 정도 걸렸다.



    원래 [무척산 동릉 코스]의 들머리는 상동면 여차리에 있는 용산초등학교였다.

    이 학교에서 서북쪽으로 600m쯤 갈대밭을 걸어 용산교까지 접근했다.

    하지만 지난해 봄부터 4대 강 살리기 사업이 시작되면서 갈대는 사라지고, 운치 있던 길에는 덤프트럭이 오간다.

    용산교에서 북쪽으로 둑을 따라 150m쯤 가다 왼쪽으로 꺾는다.

    무척산 동릉 들머리에 산행 안내리본이 달렸다.

    능선 사면 길을 따라 묘 두 기를 지나 5분 정도 가면 능선길이다.

    능선길 좌우로 조망처로 삼을 만한 자잘한 바위들이 박혀 있다.

    능선 오른쪽으로 낙동강이 흐른다.

    검푸른 물결이 잔잔하게 흐른다.

    능선에서 왼쪽으로 빠져 바위에 섰다.

    대구·부산고속도로가 낙동강과 나란히 달린다.

    그 옆으로 용당나루터가 있던 용당마을이 보인다.

    나루터 뒤로 용이 머리를 강에 담그려는 듯한 모양의 산이 보인다.

    용산(龍山·62m)이다.

    고속도로 공사 당시 주민들은 도로가 용산의 지맥을 끊는다며 강하게 반대했다.

    하지만 결국 터널은 뚫렸고, 지금은 그 위로 동물 생태로를 설치해 맥을 겨우 잇고 있다.

    173봉, 197봉을 지나 삼각점이 있는 290봉까지 고도는 조금씩 오르지만, 그다지 가파르지 않다.

    25분 정도 걸렸다.

    373봉과 385봉까지 외길이다.

    7분가량 가면 갈림길이다.

    무척지맥이 지나간다.

    왼쪽으로 꺾어 370봉까지 내리막길이다.

    370봉 아래에 무척산터널이 지나간다.

    질주하는 차들이 폭포 소리처럼 굉음을 내며 달린다.



    전망대를 지나면서부터 경사가 심상치 않다.

    위성위치확인시스템(GPS)의 고도는 400m. 앞으로 580m까지 올라야 하니 된비알이 불가피하다.

    무릎이 가슴에 닿을 정도로 비탈이 사나워지더니, 능선 바로 아래에서

    밧줄이 아니면 도저히 극복하기 어려운 구간과 맞닥뜨린다.

    이 난관만 극복하면 무척산 주능선에 오른다.

    사람 발길이 드물다 보니 주능선 길바닥에는 솔가리와 낙엽이 수북하다.

    588봉에서 5분쯤 직진하다 갈림길에서 오른쪽으로 방향을 바꾼다.

    능선 사면을 따라 왼쪽으로 비스듬히 10분간 내려가 무척산교회(기도원) 오른쪽으로 내려선다.

    [교회 안내판]에 1940년 일제에 항거한 목사들이 만든 기도터라고 쓰여 있다.

    교회 앞에 산정 호수인 [천지]가 있다.

    수면이 꽁꽁 얼었다.

    이 못에는 가락국 수로왕의 장례에 얽힌 사연이 있다.

    수로왕이 붕어하자 현재 김해시 서상동 왕릉에 묏자리를 팠는데 자꾸 물이 나왔다.

    수로왕의 부인 허왕후를 모시던 신하 신보가 "무척산에 못을 파면 물이 사라질 것"이라고 말했다.

    그 말대로 하니 왕릉에서 물이 사라졌다고 한다.

    천지 옆에 통천정이라는 정자가 있다.

    통천정 뒤를 돌아 정상 방향으로 오른다.

    이 구간부터 무척산 [서릉 코스]와 만나기에 이정표가 잘 설치돼 있다.

    20분 정도면 정상 앞 삼거리에 있는 이정표에 닿는다.

    여기서 2분가량 더 가면 무척산 주봉인 신선봉이 나온다.

    무척산은 '한 쌍이 될 짝이 없을 만큼 아름다운 산'이라는 뜻이다.

    무쌍산(無雙山)이란 명칭도 있다.

    지역 불교계에서는 '집착하지 않는다'는 뜻을 담아 무착산(無着山)으로도 부른다.

    정상 조망은 시원하지 않다.

    남북 방향은 답답하고 동서쪽이 조금 낫다.

    이마저도 참나무, 소나무 가지들에 걸려 탁 트인 편은 아니다.



    신선봉에서 아까 지나친 이정표 삼거리까지 90m가량 되돌아온다.

    푯말에 적힌 백운암 방향을 좇아 우회전한다.

    655봉을 지나 갈림길을 지나 오행바위에서 잠깐 들른다.

    조망은 정상보다 오히려 여기가 더 낫다.

    영남알프스의 동쪽과 천성산, 금정산의 마루금이 뚜렷이 확인된다.

    오행바위에서 백운암까지 10여 분 정도 내리막길.

    가락국의 무척대사가 수도했다는 백운암(白雲庵)은 툭 튀어나온 바위 아래에 앉아 있다.

    암자에서 바라보면 건너편 토곡산이 한눈에 들어온다.

    법당 뒤 바위에서 나오는 물을 먹고 병이 나았다는 전설이 있다.

    절에서 나와 1분 남짓 임도로 걸으면 왼쪽 능선으로 이어지는 갈림길이 보인다.

    갈림길에서 6분쯤 가면 능선길 가운데 부도 1기가 쓸쓸하게 서 있다.

    백운암 스님한테 물었는데, 부도의 주인은 알 수가 없었다.

    부도를 지나 399봉을 밟으면 [너덜 구간]이다.

    내리막이고 돌부리가 제법 사나우니 발밑을 살펴 걷자.

    이런 길이 10분 정도 이어진다.

    235봉부터 길이 순하다.

    183봉을 넘으면 묘가 나오는데 여기서 왼쪽으로 꺾어 10분쯤 내려가면 기점인 용산교가 나온다.

    글·사진=전대식 기자 pro@busan.com

    그래픽=노인호 기자 nogari@

    김해 무척산 고도표 (※ 사진을 클릭하면 더 크게 볼 수 있습니다.)

    김해 무척산 구글어스 (※ 사진을 클릭하면 더 크게 볼 수 있습니다.)

     

     

     

    <김해 무척산 산행지도>

    김해 무척산 산행지도 (※ 사진을 클릭하면 더 크게 볼 수 있습니다.)

     

     

     

     

    ▲ 자가용이나 대중교통을 이용하면 용산초등학교를 지난다. 학교 앞에 청룡산업 방향 간판이 있다.

     

     

     

     

     

     

    ▲ 이 간판을 따라 걷는다.

     

    ▲ 산행기점인 용산교에서 왼쪽 둑길로 간다. 왼쪽 교각은 대구부산고속도로.

     

     

     

     

    용산교와 연결된 둑을 걷다가 비포장 도로가 보이면 왼쪽으로 꺾는다.

    산행리본이 달려있다.

     

    ▲ 능선 전망대에서 본 용당마을 용산(동그라미 안). 용산의 목 부분으로 고속도로가 지나간다. 건너편 산은 양산 토곡산.

     

    ▲ 이 지점은 무척지맥이 시명산으로 나뉘는 분기점이다. 왼쪽으로 가면 무척지맥을 밟게 된다.

     

    ▲ 길은 외길. 낙엽과 솔가리가 풍성한 길이다.

    하나 잠시 뒤 언제 그랬느냐는 듯 된비알이 나온다.

     

    ▲ 무척산 동릉 구간 최대 난 코스다. 밧줄이 3단계로 달려 있다. 거의 각도는 70도 이상이다.

     

     

    ▲ 천지 옆에 있는 무척산 교회. 흔히 기도원으로 알고 있는 곳이다.

    김해지역 향토 사학자들은 이 일대에 가락국 시대에 창건된 통천사지가 있었을 것으로 추정한다. 기록이 없어 정확한 검증이 안 되었다.

     

     

    ▲ 산정호수인 천지의 전경. 왼쪽 정자가 통천정이다.

    호수 둘레를 걸을 때 얼음이 깨지는 소리가 둥둥 났다.

     

    ▲ 주봉으로 가기 전 나오는 전망대. 무척산 주봉인 신성봉 조망은 보통이다.

     

     

    ▲ 주봉 가기 전에 만나는 삼거리. 나중에 백운암으로 갈 때 이 길을 다시 지나친다.

     

    ▲ 정상인 신선봉 표석.

    무척산은 불교 색채가 곳곳에 남아 있는데, 왜 하필 신선봉이었을까?

     

     

     

    하산길은 백운암 이정표만 잘 따르면 된다.

     

     

    오행바위에서 바라본 동쪽 조망.

    낙동정맥의 마지막 자락인 천성산, 금정산이 멀리 보인다.

     

     

    ▲ 가락국시대 장유화상이 창건했다고 추정되는 무척산 백운암.

    무척산 이름을 만든 무척대사가 주석했다는 설이 있지만, 역사적 기록은 없다.

     

     

    ▲ 백운암에서 나와 1분 정도 임도를 걷다가 왼쪽 방향으로 진입해야 한다.

    하산길에서 가장 챙겨야할 지점이다.

     

    무명의 부도.

    많은 산꾼들이 이 부도의 주인을 알려고 했지만, 실패. 백운암 스님도 모른다고 한다.

     

     

    ▲ 부도를 지나면 한 30분쯤 너덜 길이다.

    돌부리가 매섭고, 위태로운 데가 많으니 주의할 것.

     

    ▲ 들머리인 용산교로 돌아왔다.

    무척산 동릉 코스는 낙동강을 즐기며 호젓한 산행을 원하는 이에게 딱이겠다.

     

     

    김해 무척산 가는길 먹을곳

     

     

    찾아가기 >>

    원점회귀 산행이라 자가운전이 낫겠다.

    대구·부산고속도로 상동IC를 빠져나와 IC삼거리에서 대동 방향으로

    좌회전한다.

    2.5㎞가량 달리다 상동농협 직영 주유소 앞 삼거리에서

    다시 여차·감로 쪽으로 좌회전한다.

    60번 지방도로로 9.2㎞가량 주행하다 용산초등학교 앞에서

    '청룡산업' 안내 간판을 보고 우회전 해 600m쯤 가면 용산교가 나온다.

    내비게이션에 '청룡산업(김해시 상동면 여차리)'으로 검색하면 된다.

    [대중교통]을 이용하려면

    부산에서 김해로 가는 시내버스(123·127·128·130·1004번)나 경전철을 타고 김해시청에서 내린다.

    시청 앞에서 오전 8시부터 2시간 30~40분 간격(하루 5회)으로 운행하는

    상동공영 1번 버스를 타고 용산마을 버스정류소에서 내린다.

    소요시간 40분.

    버스정류소에서 용산교까지 도보로 20분가량 걷는다.

    돌아올 때는 상동공영 2번 버스를 타야 한다.

    오후엔 3시 10분, 6시 20분 두 편밖에 없다.

    버스를 놓쳤다면 택시를 타야 한다.

    택시는 가야콜(055-333-1000)이나 김해개인택시(055-334-2255)를 이용하면 된다.


    음식점 >>

    산행 기점 주변인 상동면 여차리 일대에 딱히 먹을 만한 데가 없다.

    상동면 매리대감리로 나와야 한다.

    낙동강변에 있는 '할매추어탕집'(055-331-8538·상동면 매리)은 산꾼들이 즐겨 찾는 집이다.

    추어탕(7천 원)과 메기탕이 맛있다.

    직접 담근 동동주와 녹두전도 판다.

    두세 명 정도 요기할 수 있는 미꾸라지 튀김도 별미다.

     

    '하늘마당'(055-323-8234·상동면 대감리)의 추어탕도 괜찮다.

    전대식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