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안 ‘괘방산~방어산’

금산금산 2017. 5. 5. 19:23

함안 '괘방산~방어산'




남강, 너 알고 보니 운치있구나!







예천 회룡포, 안동 하회마을의 공통점은.

얼핏 보기에는 영락없는 섬이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섬마을로 보일 뿐 엄연한 육지다.

마을을 한 바퀴 휘감아 흐르는 물굽이와 금빛 모래톱이 빚어내는

이런 지형을 두고 처음이라면 열에 아홉은 비경이라 감탄한다.

사바세계를 관조하며 묵묵히 흐르기만 할 것 같은 강물이

이토록 빼어난 자연경관을 만든다는 사실에 그저 놀라울 따름이다.



   
방어산에서 남해고속도로 남강휴게소 쪽으로 하산하는 길에 만난 운치 있는 소나무 아래 전망대에서 바라본 남강.

이쯤 되면 지자체가 가만 있겠는가.

이런 멋진 풍광을 널리 알리기 위해 길을 내고 전망대를 조성,

많은 관광객을 유치하려 한다.

회룡포는 신라 천년고찰 장안사 바로 위 바위벼랑인 회룡대에

팔각정을 만들어 낙동강의 지류인 내성천이 태극모양으로

에돌아가는 절경을 감상할 수 있게 했다.

낙동강물이 역S자 모양으로 돌아 흐르는 하회마을은

강 건너편에 부용대라는 천연 절벽이 전망대 역할을 한다.

차를 이용할 경우 수 ㎞를 우회해야 하기에

하회마을보존회는 부용대로 접근이 용이하게 전통 나룻배를 띄운다.


서부경남의 젖줄이자 낙동강의 지류인 남강도

알고 보니 S라인의 아름다운 자태를 뽐내는 물줄기였다.

그 전망대는 함안과 진주의 경계인  방어산.

방어산은 남해고속도로 부산 방면 남강휴게소 뒷산이다.

백두대간 남덕유에서 발원, 진양호(남강댐)에서 호흡을 가다듬은 뒤

진주와 의령 함안을 거쳐 남지에서 본류인 낙동강과 합류되는 남강.

'강낭콩 꽃보다도 더 푸른 물결'

남강은 사실 왜장을 끌어안고 목숨을 던진 논개 및 진주성 촉석루와 더불어 잘 알려져 있을 뿐

강줄기가 그려내는 아름다운 경관은 논외였다.

   

하지만 방어산 하산길 전망대에서 바라본 남강은

나라땅에서 내로라하는 강줄기가 빚어내는

그것에 견줘도 전혀 뒤질 게 없는 평온하고도 여유로운 풍광을 연출한다.

산세도 '작은 고추가 맵다'는 속담이 떠오를 정도로 작지만 야무지다.

해발 500m급으로 동네 뒷산 수준에 불과하지만 오르내림이 잦은 데다

곳곳에 탁 트인 벼랑이 소나무숲과 한데 어울려 멋진 풍광으로 다가온다.

또 산행 중 만나는 마애약사삼존불은 마애불로는 아주 드물게

만든 연대가 새겨져 있는, 국내 약사삼존불 중 유일하게

보물로 지정돼 있는 볼거리다.



산행은 함안군 군북면 원북리 어석재~철탑~괘방산(삼각점·457m)~

잇단 전망대~503봉~헬기장~방어산고개~잇단 헬기장~마애불 갈림길~비로자나불~마애약사삼존불~마애불 삼거리~헬기장~관음사 갈림길~

헬기장~방어산(530m)~마당바위~벼랑바위~함안군 군북면 박곡리

가덕마을 순.

순수하게 걷는 시간만 3시간20분 정도 걸리는

전형적인 봄맞이 가족산행지이다.

들머리는 함안 군북면과 진주 사봉면의 경계인

어석재 약간 못미친 1004번 지방도변.

입구에 제법 큰 '방어산 등산안내도'와 이정표

그리고 안내리본이 보여 한눈에 찾을 수 있다.

방어산까지는 5.8㎞.



침목계단으로 곧바로 오른다.

한 굽이 오르면 대형 철탑.

이창우 산행대장은 "오래 전엔 어석재 지나 진주땅에 들머리가 있었지만

이 철탑 건설 때문에 함안에 새 들머리를 낸 것 같다"고 말했다.

계속되는 오름길.

하지만 그리 힘들지는 않다.

넉넉잡아 40분이면 삼각점봉에 닿는다.

정상석은 없지만 지도상의 괘방산이다.

동쪽만 조망이 열려 있다.

진주와 함안의 경계에 위치한 오봉산과 낙남정맥의 산줄기가 만들어내는 산그리메가 일품이다.

여기까진 간단한 몸풀기.



길은 외길.

북릉을 타고 내려선다.

잡목이 거의 없는 울창한 송림이 일품이다.

18분쯤 뒤 발밑 저수지가 보이는 너럭바위에 올라선다.

저 멀리 남강과 진주 월아산 장군대산 그리고 남해고속도로가 한눈에 보인다.

이후 암릉과 바윗길이 전망대 역할을 하며 이어진다.

15분 뒤 너른터가 있는 503봉에 닿는다.

'방어산 2.88㎞'라고 적힌 이정표가 서 있다.

정면으로 방어산과 우측 아래 7부 능선쯤에 비로자나불과 마애불이 확인되고,

방어산 뒤로는 의령 자굴산과 그 왼쪽 벽화산, 그 뒤로 황매산, 그 왼쪽으로 지리산 천왕봉이 우뚝 솟아 있다.

다시 내려선다.

도중 우측 발아래 마애사도 보인다.

이 마애사를 들머리로 하는 방어산 등산로도 널리 애용되는 코스다.

내리막 끝 사거리 안부에 닿는다.

흔히 방어산고개라 불리는 지점이다.

우측으로 마애사 하산로가 열려 있다.



이번엔 급경사 오르막.

시야가 확 트이는 헬기장을 지나면 마애불과 마애사가 이제 한 화면에 들어온다.

약간 기울었지만 거북을 빼닮은 너른 바위와 조그만 등산안내판, 거친 바윗길,

그리고 헬기장을 잇따라 지나면 사거리.

좌측 관음사, 우측은 마애사 방향이다.

산행팀은 방어산 방향으로 침목계단을 오르며 직진한다.

도중 우측으로 산길이 하나 열려 있다.

이정표도 없고 입구도 좁지만 마애불로 가는 길이다.

물론 조금 더 올라가면 이정표가 서 있는 마애불 삼거리를 만나지만

이 길은 마애불을 보고 되돌아와야 되기 때문에

도중에 만난 우측 길로 가서 마애불을 먼저 보고 마애불 삼거리로 가는 것을 권하고 싶다.



   

마애불에 앞서 돌탑 위에 안치된 비로자나불을 먼저 만난다.

지난해 마애사 주지스님이 조성했다 한다.

바로 옆엔 석간수와 스님 공부방인 토굴이 있다.

조금 더 가면 마애약사삼존불.

통일신라시대(801년) 불상으로 1200년이라는 세월을 넘어 간직한

온화한 미소가 무척 인상적이다.

마애불 우측 옆으로 조성된 계단을 따라 마애불 삼거리로 향한다.

10분 걸린다. 이제 방어산으로 향한다.

또 다른 헬기장을 지나면 좌측으로 방어산이 손에 잡힐 듯하다. 곧

 갈림길.

어느 길을 택해도 곧 만난다.

이제 내리막길.

굽이치는 남강의 물줄기가 시야에 들어온다.

안부인 관음사 갈림길과 헬기장을 지나면 이내 방어산 정상.

방어산 삼거리에서 20분.

일명 장군대라 불리는 너른 암반 위에 산 안내판과 조그만 정상석이 이웃해 있다.

방어산(防禦山)은 이름 그대로 사방이 훤히 내려다보이는 천연요새.

고려말과 한국전쟁 당시 방어선을 구축해 적을 물리쳤다는 얘기가 사실인 듯싶다.

산행 중 본 산들이 한눈에 요약 정리된다.

남강이 시원하게 펼쳐지는 가운데 북서쪽으로 자굴산 황매산 정수산 둔철산 웅석봉 지리산천왕봉,

남서쪽 월아산 장군대산 삼천포 와룡산,

남으로 고성 거류산 벽방산 철마산과 낙남정맥,

서쪽으로 오봉산 광려산 무학산 천주산 작대산과 군북면 그리고 그 뒤로 여항면이 보인다.

2㎞ 남짓한 남강휴게소도 발아래 보인다.



   

하산은 정상석 뒤 밧줄을 잡고 내려선다.

철계단을 내려오면 갈림길.

직진하면 전망 좋은 마당바위, 잠시 확인하고 우측으로 내려선다.

7분 뒤 입구에 목장승이 서 있는 벼랑바위.

이곳에서 90도 우측으로 꺾어 나아간다.

남강휴게소까진 1.75㎞.

하산길은 전체적으로 부드러운 송림길이지만

날머리인 가덕마을 입구에서 밤나무단지로 변하며, 파란 급수탱크를 지나면 산을 벗어난다.

벼랑바위에서 30분.

여기서 태극기가 펄럭이는 가덕경로당까진 3분 걸린다.

산 도중 만나는 바위전망대에서 바라보는 남강의 굽이치는 물길은

이번 산행의 백미라 불러도 좋을 만큼 아름답다.




◆ 떠나기 전에

- 장수와 부(富) 상징하는 마을 각각 동서에 품어

남북으로 능선이 시원하게 내달리는 방어산은 진주와 함안의 경계에 위치해 있다.

서쪽은 진주시 지수면 사봉면, 동쪽은 함안군 군북면이다.

이 방어산은 동서쪽에 각각 장수 및 부와 연관성이 있는 마을과 초등학교를 품고 있다.

동쪽 군북면 영운리 영운마을은 5년 전 보건복지부에 의해 국내 최장수 마을로 선정됐고,

서쪽 지수면 지수초등학교는 국내 굴지의 재벌 창업자를 3명이나 배출했다.

방어산 아래 위치한 영운리 영운마을은

당시 65세 이상 노인 중 80세 이상 노인이 무려 66.7%나 달해 기염을 토했다.

그 다음은 경북 김천시 남산동, 경남 김해시 진례면 송현리 오룡부락,

전남 나주시 봉황면 용곡리 원곡마을 순이다.

산 너머 진주땅에 위치한 지수초등학교는 삼성그룹의 호암 이병철,

LG그룹의 연암 구인회, 효성그룹 조홍제 씨가 1회로 졸업한 동기동창이다.

연암은 학교 근처에 있는 지금도 잘 보존된 생가에서 다녔고,

의령 중교리 출신의 호암은 역시 학교 인근 허씨가로 출가한 누이집에서 자랐다.

효성 조 회장은 산 너머 20리 길 되는 함안 군북에서 먼 길을 다녔다고 전해온다.

학교 교정에는 한국전쟁 후 폐허가 된 모교를 복구하는 데 힘을 기울인

연암을 기리기 위해 '고 연암 구인회 선생 불망탑'이 세워져 있다.

이쯤 되면 '쇠 금(金)' 자에 '돈 전(錢)' 자를 쓰는

순천 금전산에 못잖은 재복을 부르는 산이라 불러도 무난할 듯 싶다.

금전산을 품은 순천은 로또복권 발매 초기

전국에서 인구대비 1등 당첨률이 최상위권으로 분류돼 많은 산꾼들이 한때 즐겨찾는 산으로 손꼽혔다.

봄맞이 가족산행지로 부와 장수의 효험을 품은 괘방산~방어산을 적극 추천한다.





   
위로부터 산행 중 만난 남강 물줄기, 전망대 그리고 보물인 마애약사삼존불.

◆ 교통편

- 경전선 함안 군북역에서 내려 택시 이용해야

기차를 이용하는 것이 편리하다.

부전역에서 경전선을 타고 함안 군북역에서 내린다.

오전 6시50분, 10시에 출발한다.

1시간50분 걸린다.

들머리 어석재까지는 버스편이 없기 때문에

군북역에서 택시(055-585-7077)를 이용해야 한다. 

 

날머리 가덕마을에서 군북행 군내버스는 오후 3시, 6시20분에 있다.

버스는 가덕경로당에서 50m 떨어진 가덕마을 입석 앞에서 정차한다.

참고로 군북역에서 부전역행 기차는 오후 3시4분, 6시14분에 있다.

군북에서 함안터미널행 버스는 오후 3시30분, 4시40분, 5시20분, 6시, 6시55분에 있다.

함안에서 부산행 시외버스는 오후 3시, 5시, 6시30분, 8시(막차)에 있다.

승용차를 이용할 경우 이정표 기준으로 남해고속도로 군북IC~군북 79번~'마애사 5㎞' 안내판~하림~마애사~

방어산 마애불~영운마을 입구 지나~마애사 입구 지나~진주 원북 1004번 지방도 우회전~진주 사봉~

어석재 약간 못가 우측 등산로 안내판 순.

  

  • 글·사진=이흥곤 기자 hung@
  • 진주 '방어산'





    암봉 하나하나 오를 때마다 색다른 풍경 '아, 가을맛 나!'








    - 관음사~정상~출발지 5.5㎞ 코스

    - 목장승 익살 표정 산행 재미
    - 병풍·마당·두꺼비 바위 보고
    - 정상 서면 지리산 천왕봉이 성큼
    - 산이름 유래 산성은 흔적만 남아



    '옹골차다'. 알차다, 실속 있다는 뜻이다.

    이 말의 임자를 만났다.

    지난 6일 산행하러 간 경남 진주시 지수면 방어산(防禦山·530m)에서다.

    해발고도가 그리 높지 않고 덩치도 작은 편이지만, 산세는 견고하기 이를 데 없다.

    병풍바위 가마바위 마당바위 기둥바위 두꺼비바위 등등.

    깎아지른 암봉들이 능선 곳곳에 돌출해 있는 산은 천연 요새나 다름없다.

    이름에서 보듯 이들 암봉은 모두 형상이 기이해 경치 또한 수려하다.



       
    방어산 정상 아래 마당바위에서 내려다본 지수면 일대 풍경. 오른쪽 멀리 아스라한 능선이 지리산, 왼쪽 길쭉한 능선에 달음산과 장군대산이 있다.

    압권은 높이가 다른 이들 암봉을

    하나하나 오를 때마다 넓어지는 전망이다.

    풍경은 삼색삼층을 이루고 있다.

    맨 아래층은 황금빛 들판이다.

    그 위에 녹색 산들이 굴곡진 몸을 포개고 있다.

    지리산 천왕봉, 합천 황매산, 의령 자굴산, 광양 백운산 등 명산들이다.

    비단 망사 같은 안개를 두르고 좌우로 뻗어나간 산주름은

    부드럽고 아름답다.

    산들은 호수처럼 푸른 가을 하늘을 이고 있다.

    넉넉한 남도의 들녘과 명산들에다 씻은 듯 맑은 하늘까지

    시야에 넣었으니 방어산만큼 '옹골찬' 산이 있을까.

       
    마애불

    방어산의 실속은 이뿐만이 아니다.

    8부 능선에는 마애불(보물 제159호)도 있어,

    자연·역사·종교를 아우른 볼거리를 제공한다.

    마애불은 높이 5m가량의 수직 절벽에 선각으로 새긴 삼존불이다.

    가운데는 약합을 손에 든 높이 2.85m가량의 약사여래불,

    그 좌우에는 월광보살과 일광보살이 서 있다.

    마애불은 통일신라시대 작품이다.

    월광보살의 팔꿈치 부분에 새겨진 명문에서 이를 알 수 있다.

    "미도내미(彌刀乃未)가 정원(貞元) 17년 신사년(辛巳年) 3월 16일, 큰바위에 부처님을 조성하고 그 사실을 기록한다."

    정원은 중국 당나라 덕종(德宗)의 세 번째 연호로,

    불상 제작연도는 801년(애장왕 2)이다.

    이처럼 제작자와 제작연도를 밝힌 불상은 매우 드물다.

       
    병풍바위 밑 목장승


    산행은 관음사 입구에서 시작해 정상에 오른 뒤 출발지로 되돌아오는 코스다.

    총길이는 5.5㎞로

    2시간30분가량 걸린다.

    관음사 입구에서 포장도로를 따라 10분쯤 가면 관음사가 나온다.

    사찰 내 산신각 왼쪽으로

    산행을 이어간다.

    10분쯤 자드락길을 오르면

    매봉들 삼거리에 닿는다.

    삼거리에 세워진

    목장승의 표정이 익살맞다.

    눈과 입이 오른쪽으로 삐죽

    치켜져 올라간 게

    바위의 모습을

    상징적으로 표현한 듯하다.


    태풍이 휩쓸고 지나간 숲에는 서늘한 냉기가 감돌았고, 빛바랜 낙엽 위에 또 잎이 지고 있었다.

    30분가량 능선을 타면 가마바위(가마봉)에 이른다.

    바위는 산을 떠메고 갈 듯이 우람하고, 바위 아래 선 목장승은 가마꾼이라도 되는 양 함박웃음을 짓고 있다.

    10분쯤 후 삼거리에서 길은 정상 방향과 가덕마을로 갈린다.

    정상까지 거리는 400m 남짓. 정상 아래에는 면적이 약 1000㎡에 달하는 반석이 있다.

    마당바위다.

    바위 위에 서면 괘방산이 보인다.



       
    마당바위

    정상도 평평한 바위다.

    마당바위와 정상이 2층 구조의 반석으로 이뤄진 셈이다.

    정상에는 방어산 전설을 소개한 안내판이 세워져 있다.

    전설에 따르면 방어산에는 양쪽 겨드랑이에 날개가 달려

    골짜기를 날아다니며 300근짜리 활을 쏘는

    묵신우(墨神祐)라는 장군이 살았다.

    장군은 전란이 일어나자 방어산에 성을 쌓고 적을 방어했다고 한다.

    산 이름의 유래다.

    실제 1379년(고려 우왕 5) 둘레 약 700m 규모의 성을 쌓았는데,

    지금은 대부분 허물어지고 그 흔적이 일부 남아 있다.

    정상에서 마애불 쪽으로 하산한다.

    마애불까지 거리는 약 1.8㎞.

    그 구간에 두 곳의 삼거리와 한 곳의 갈림길이 있다.

    모두 마애불 쪽으로 나아간다.

    마애불 앞 공간은 제법 넓다.

    불상을 모신 법당이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마애불 왼쪽으로 난 숲길을 따라 내려간다.

    숲이 우거져 길을 잃을 염려가 있으니 본지 리본을 반드시 확인해야 한다.

    30분쯤 걸으면 사거리에 이른다.

    여기서 관음사 쪽으로 길을 잡아 1.6㎞가량 하산하면 출발지가 나온다.




    # 주변 가볼만한 곳

    ◇ 산행지 인근 고려 유신 이오 은둔지

    - 고려동 내 장원 만들어 자급자족


       
    고려동. 고려 유민들의 은거지다.

    "여기는 고려 땅!"

    황해도 개풍군 광덕산 골짜기에 있었다는 두문동(杜門洞)은

    조선 왕조 출사를 거부한 고려의 유신들이 모여 살았던 곳으로 유명하다. 이런 곳이 경남에도 있다.

    산행지에서 30㎞가량 떨어진 함안군 산인면 모곡리 '고려동(高麗洞)'이다. 고려 말 성균관 진사였던 이오(李午)가 두문동에서 나와

    식구들과 함께 은둔했던 곳이다.

    이오는 고려의 유민임을 알리기 위해 은거지 주위에 담을 쌓은 뒤

    논밭을 일구고 우물을 파 자급자족할 수 있는 장원을 만들었다.

    장원 안에는 고려동학(高麗洞壑)이라는 비석을 세웠다.

    면적은 8800여 ㎡. 지금도 그 비석과 담장, 종택과 자미정 등 기와집, 논밭이 보존돼 있다.

    마을로 들어가는 다리에도 '고려교'라는 이름이 붙었다.

    이오는 죽을 때까지 벼슬하지 않았다.

    아들에게도 새 왕조에 벼슬하지 말고, 자신이 죽은 후 위패를 다른 곳으로 옮기지 말도록 유언했다.

    자손들은 19대, 600여 년 동안 선조의 유산을 가꾸면서 살고 있다.

    자녀의 교육에 전념해 학덕과 절의가 높은 인물을 많이 배출했다.





    # 교통편

    - 부전역서 열차로 반성역 하차
    - 지수행 3·4번 버스 갈아타야


    부산 부산진구 부전역에서 오전 6시20분발 무궁화호 열차를 탄다.

    반성역에서 내려 지수행 3, 4번 버스를 갈아탄다.

    청담삼거리 정류소에서 산행 출발지인 관음사 입구까지 거리는 1㎞가량이다.



    이경식 기자 yisg@



       









     '방어산'

     

     

     

     

     

    돈 많다고 명 길다고 예선 자랑마라


     

     

     

     

    ▲ 부드러운 듯 각이 졌고 단순한 듯 굽이치는 능선이 색다른 진주. 함안의 방어산. 괘방산 너머 전망바위에서 바라본 방어산의 풍광.

     

     

     

     

     

     

     

     

    질문 하나.

    1명도 배출하기 어렵다는 국내 굴지의 재벌 창업자를 그것도 4명이나 배출한 초등학교가 있다면 믿을 수 있을까. 그리고 그 학교는 어딜까.

     

    질문 둘.

    장수마을이긴 하지만 복지부의 조사 잘못으로 작년 한 때 전국 최고의 장수마을에 오른 곳은 어딜까.

    첫 번째 질문의 답은 경남 진주의 지수초등학교이고 두 번째는 경남 함안의 영운마을이다.

    지수초등학교 출신의 재벌 창업자는 삼성그룹의 이병철씨와 엘지그룹 구인회씨,

    그리고 효성그룹 조홍제씨,삼양통상의 허정구씨가 있다.

    이 중 구인회,조홍제씨가 1회,허정구씨가 4회 졸업생이며 이병철씨가 개교 때 입학하여 2학년까지 다닌 것으로 알려져 있다.

    영운마을은 지난해 한 때 보건복지부 발표 전국 장수 마을 1위에 올랐었다.

    발표 뒤 조사상 문제가 있어 이러한 내용이 정정되었지만

    65세 이상 노인 중 80세 이상자의 비율이 66.7%에 달해 상당한 수준의 장수마을인 것은 사실로 밝혀진 셈이다.   
     


    산행기사에 웬 뚱딴지같은 이야기를 하느냐고 고개를 갸우뚱거리겠지만 지형에 밝은 산꾼이라면

    그 의도를 어렵지 않게 짐작할 것으로 보인다.

    바로 양 지역을 자락에 품고 있는 산이 방어산(530.4m)괘방산(457m)이기 때문이다.

    해발이 500m급에 불과한 두 산은 높이로만 본다면 보통의 산에 지나지 않는다.

    그러나 산세로 본다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우선 산에 잡목이 많지 않다.

    산의 대부분을 감싼 것은 소나무가 태반이다.

    그리고 군데군데 바위 벼랑이 잘 발달해 있다.

    깎아지른 듯한 천길 단애는 아니지만 울창한 소나무 숲과 잘 어울린 멋진 풍광이 곳곳에서 마주친다.

    산그리메 또한 남다르다.

    능선은 부드러운 듯 각이 졌고,단순한 듯 하면서도 돌고 또 돈다.

    때론 천천히 때론 급격하게 오르내리면서 휘돌고 굽이치는 모습은 용틀임 그대로다.

    이번주는 바로 이 산을 찾았다.

    재복과 장수의 연관성을 우연으로 차치물론하더라도 남다른 산세는 근교의 여느 산과 비교되기 때문이다.  


    외적을 막아 승리를 얻은 것에 연유해 이름 붙여진 방어산은 역사 유적지로도 이름높다.

    그 중 대표적인 것이 마애약사삼존불이다.

    국내 약사삼존불 가운데 유일하게 보물(제159호)로 지정된 통일신라시대 불상이다.

    이 마애불은 마애사 북쪽 능선 바위 벼랑에 입상의 모습으로 선각되어 오가는 산행자들을 맞고 있다.

    산행은 진주와 함안의 경계지점인 어석재를 들머리로 했다.

    구체적 경로는 괘방산~전방바위~506m봉~방어산고개~목책이정표~관음사사거리~마애불삼거리~지봉삼거리~관음사삼거리~방어산~마당바위~가덕마을 순이다. 산행은 걷는 시간만 3시간10분쯤 되고 휴식시간까지 포함하면 모두 4시간30분쯤 걸린다.

    어석재에서 진주 사봉면쪽 도로를 따라 20m쯤 내려가면 길 오른쪽에 안내 표지가 여러개 달려 있다.

    바로 들머리다. 산자락에 들어서서 왼쪽의 산판길을 확인한 뒤 오른쪽 능선 사면길로 오르면

    본격적인 산행이 시작된다.

     이 길은 능선으로 이어져 곧 철탑을 만나게 된다.

    철탑부터는 외길로 오르지만 벌목작업으로 아무렇게 베어놓은 나무들이 길을 가로 막는다.

    괘방산까지 40분 소요.

    삼각점이 있는 괘방산은 잡목에 둘러싸여 주변 조망이 좋지않다.

    조망은 괘방산 정상을 내려와 4분쯤 더 가서 만나는 전망바위가 괜찮다.

    506m봉은 전망바위에서 30분쯤 가면 만난다.

    사각형의 너럭바위가 군데군데 솟아있어 조망도 좋다.

    북쪽 방향의 낙동마을 마애사는 발아래에 있다.

    506m봉에서의 등로는 왼쪽 급경사로 조금 떨어졌다가 안부를 지나면서부터 된비알로 올라간다.

    그 안부가 방어산고개다.

    급경사로 오르면 헬기장이 나온다.

    헬기장까지 15분.

    헬기장을 지나면 목책이정표까지 길은 두갈래다.

    헬기장에서 8분쯤 지나 만나는 갈림길에서 직진하면 봉우리로 올라 능선으로 내려오고,

    오른쪽으로 나서면 사면길로 해서 안부에 닿는다.

    두 길은 결국 만나기 때문에 어느 것을 택해도 문제가 없다.  


    마애불삼거리는 능선길과 사면길의 합류점에서 30분쯤 걸려 닿는다.

    철제이정표에 '마애사 0.2㎞'라고 적혀있어 쉽게 확인된다.

    방어산 마애불은 여기서 다녀온다.

    동쪽 능선을 따라 7~8분쯤 가면 철제 난간아래 오른쪽 벼랑으로 서 있다.

    양지바른 곳에 바위로 살아 사바세계를 바라보는 천년의 미소가 참으로 평화롭다.   


    방어산은 마애불삼거리에서 25분쯤 걸린다.

    헬기장 2곳과 무명봉,그리고 고개를 하나 지나야 하지만 이정표가 잘 나와 있어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다.

    다만 헬기장을 지나 닿는 무명봉 앞의 갈림길에서 왼쪽 사면길을 택하면 별 무리없이 등로를 이어갈 수 있다.

    봉우리로 올랐다면 봉우리에서 왼쪽으로 난 희미한 오솔길을 따르면 된다.

    오른쪽은 영운리로 내려서는 하산길이다.

    제법 너른 반석에 안내판이 세워져 있는 방어산 정상은 주변 조망이 압권이다.

    북서쪽으로 지리산이 가물가물하고 북쪽으로 자굴산이 거대한 장벽으로 서 있다.

    동남쪽에는 여항산과 서북산이 아찔하다.

    발아래 굽이치는 남강의 유장한 물줄기는 보다 직접적인 자극으로 다가온다.

    햇빛을 받아 은빛 거울로 반사되는 수면이 눈에 부신다.

    헉헉대며 내달리는 고속도로 차량행렬과 묘한 대조를 이룬다.

    하산은 부산방면 고속도로 남강휴게소를 정면으로 바라보며 직진하듯 내려서면 된다.

    정상석 앞 로프가 매인 경사길이 내려서는 초입이다.

    가덕마을과 토실마을로 내려서는 갈래길이 있는 마당바위는 정상에서 10분쯤 걸린다.

    남강휴게소 방면은 여기서 90도 직각으로 꺾는다는 생각으로 나아가면 된다.


     
    가덕마을 하산길은 소나무길로 부드럽게 내려서다가 마을앞에서 밤나무단지로 변한다.

    마을에 닿으면 경로당을 지나 고속도로를 만나는 지점에서 오른쪽으로 꺾으면 남강휴게소가 나온다.

    마당바위에서 40분 소요. 

     
    글·사진=진용성기자 ysjin@

     

     

     

     

    진주·함안 방어산  '개념도'

     

     

     

     

     

     

     

    진주·함안 방어산 '산행수첩'

     

     

    산행 종점과 기점이 달라 부산에서 가까운 거리임에도 불구하고 교통편이 마땅찮다.

    참고로 자가 승용차를 이용한다면 2대를 동원하는 것이 좋다.

    미리 도착점에 차 한 대를 대기 시켜 놓으면 시작점의 차량 회수가 편리하다.

    들머리인 어석재는 남해고속도로 군북나들목을 통해 접근한다.

    고속도로 요금소를 빠져나오면 군북쪽으로 향한다.

    곧이어 만나는 삼거리에서 직진(오른쪽)한다.

    왼쪽으로 진행하면 군북면 소재지인 중암리로 간다.

    갈라지는 지점에 '마애사 5㎞'라 쓰인 팻말이 있다.

    마애사로 가는 그 길을 따라 5분쯤 올라가면 여명원마을을 지나 영운마을에 닿는다.

    어석재로 이어지는 1004 지방도는 여기서 만난다.

    다시 낙동마을과 마애사 진입도로를 통과,5분쯤 더 가면 원북마을이 나온다.

    마을 삼거리에서 오른쪽 사봉면 길을 택하면 5분쯤 걸려 고갯마루인 어석재에 닿는다.

    산행들머리는 어석재에서 고개를 넘어 20m쯤 내려가면 길 오른쪽 산자락에 여러개의 안내 표지기로 만난다.

    차는 어석재 마루에서 지수면쪽으로 3분 정도 더 내려간 휴게소 주차장에 주차시킨다.


    대중교통편은 감전동 서부시외버스터미널에서 함안을 거쳐 군북을 통해 어석재로 올라갈 수 있다.

    함안행 버스는 첫차 오전 7시30분부터 오후 6시30분까지는 1시간 간격으로 운행된다.

    1시간20분 소요.


    함안에 닿으면 군내버스인 군북행 버스를 타고 면소재지인 중암리로 가야한다.

    군북행 버스는 오전 7시40분을 첫차를 시작으로 마지막 차인 오후 9시45분편까지 20~30분 간격으로

     하루 30여차례 다닌다.

    20분 소요.

    어석재는 중암리에서 택시를 타고 가거나 걸어가야 한다. 

     

    진용성 기자

     

    함안 '방어산'

     

     

     

    봄바람이 배달한 솔향 색다른 암봉에 취하

    함안 방어산 정상에서 내려와 맞닥뜨린 거대한 마당바위.

    함안의 비옥한 벌판이 한눈에 들어온다.

    방어산은 곳곳에 암반이 이어져 있고, 요철을 즐길 만한 산등성이와 기다란 솔숲이 이어져 걷는 재미가 좋다.

     

    근교 산에서 시원한 솔숲을 만나는 게 사치스러운 일이 되어 버리고 말았다.

    소나무 에이즈로 불리는 [재선충] 탓이다.

    조만간 우리 산에서 소나무가 사라질지도 모른다는 우려까지 나올 정도니 오죽 심각한 상황일까!

    래서 더욱 반가웠는지 모르겠다.

    모처럼, 질릴 정도로 기다란 소나무 터널을 바장였으니 말이다!



    경남 함안의 방어산(防禦山·532m)을 걸으며 소나무 사이로 춤을 추는 봄바람을 맞았다.

    여유로운 봄산행이었다.

    방어산은 함안의 서쪽 끝에 우뚝 서 있다.

    시야를 가로막고 나서는 고산준령이 없으니 지리산은 물론 전남 광양의 백운산까지 조망하는 산이다.

    유장한 남강을 굽어보면서 낙남정맥의 최고봉인 여항산군을 끼고 있기도 하다.

     


    지리산·광양 백운산까지 한눈에 쏙
    철옹성 같은 능선 탓에 '웅산' 별칭도
    신라 석공들의 '마애불' 감상은 덤

     


    그런데, 왜 '방어산'일까?

    그 궁금증은 하산길에 문득 정상 주변부를 되돌아봤을 때 확연해졌다.

    500m급 산이라 그리 높지는 않지만 곳곳에 암반이 이어져 있고 오르내리는 능선은 제법 요철이 심하다.

    정상 인근에는 성터가 있다는데, 이는 [병자호란 때 묵신우 장군이 농성전을 벌였다]는 전설에 맞닿아 있다.

    과연! 그러고 보니 그 능선은 철옹성처럼 보였다.

    웅산이라는 별칭도 그 때문이리라.

    그렇다고 산길이 사나운 것만은 아니다.

    부드러워 수월하게 걸을 수 있는데, 가끔 가풀막이 나타나 긴장을 잃을 수 없는 정도이니

    오히려 걷는 재미를 느끼게 한다.

    게다가 방어산에는 보너스가 숨겨져 있다.

    신라의 석공들이 바위에 아로새긴 거대한 마애불.

    1400년 전의 숨결이 생생하게 느껴지는 유적 답사를 덤으로 즐길 수 있는 것이다.

    ■ 방어산 오롯이 즐기기

    방어산은 괘방산(457m)을 이웃으로 두고 있다.

    그래서 두 산의 등성이를 종주하는 [한나절 코스]가 곧잘 선택되곤 했다.

    이 경우 남해고속도로상의 옛 남강휴게소 쪽인 가덕마을을 기점으로 삼았다.

    따라서 방어산을 오롯이 즐기는 한편, 대중교통으로 접근할 수도 있는 코스를 시도해 보았다.

    도중에 마애불 관람을 끼워 넣어 답사 느낌도 들게 했다.

    버스정류소인 '지곡'과 '하림'을 기종점으로 말발굽처럼 정상을 빙 두르는 코스다.

    하산해서 발품을 조금만 더 팔면 원점회귀도 완성된다.

    요약하자면 함안군 군북면 영운리의 지곡마을 버스정류소~돌탑군~방어산 정상~마애불~비로자나불~504봉~마당바위~임도 횡단~군북면 하림리 하림마을 버스정류소(경남발전연구원 역사문화센터)가 된다.

    9.1㎞ 걷는데 4시간 40분이 걸렸다.



    ■ 암반과 솔숲을 넘나드는 재미가

    지곡 버스정류소 오른쪽으로 난 길을 따라 올라가면 왼쪽에 지곡동회관이 보인다.

    화려하지도, 허술하지도 않게, 딱 예스러운 정감을 느낄 만하게끔 쌓은 마을 돌담이 눈에 쏙 들어온다.

    석축 옆 등산로 입구 표지판을 따라 들어가서 입산.


    약수터를 만났는데, 뒤로 돌탑 4기가 서 있다.

    100m쯤 걸어 오르니 다시 돌탑군이다.

    무려 9기.

    워낙 정교하게 쌓아 추가로 돌을 얹을 수가 없을 정도다.

    누가 어떤 염원을 담아 조성했을 지 궁금했다.


    석탑을 지나 5분 만에 갈림길을 만난다.

    직진하면 도솔암이지만 오른쪽 나무계단을 밟고 올라 능선으로 치고 올라가야 한다.

    1시간여 만에 방어산 정상에 올라섰다.

    정상의 암반에 서면 도도한 남강이 손에 잡힐 듯 내려다보인다.

    지리산 방면은 휑하니 뚫려 있지만, 날이 흐려 천왕봉은 그저 아득할 뿐이다.



    정상 아래에는 마당바위로 불리는 집채만큼 널찍한 바위가 있어서 사진 찍기에 좋다.

    다만, 오늘의 행선은 괘방산 방향이라 바위를 타고 내려갔다가 되돌아 올라왔다.

    다음 목적지는 마애불.

    주능선에서 왼쪽 아래로 빠져 내려갔다가 되돌아 올라오는 식이다.

    굳이 마애불을 들르지 않겠다면 그대로 능선길로 직진하면 될 일.

    이정표를 세 개 거친 뒤 가파른 돌계단으로 내려가면 거대한 석벽을 만난다.

    7푼 능선이 이렇게 아늑할 수 있다니!

    화강암도 아닌 퇴적암에 새긴 마애불은 1천400년이 넘었지만 옷깃과 발가락이 선명하다.

    마애불 옆에는 최근 조성된 비로자나불상이 미소를 머금은 채 앉아 있다.

    주능선으로 합류하려면 고생을 좀 해야 된다.

    길이 벌떡 일어선 듯 가팔라서다.

    헉헉거리다 누군가 한마디 내뱉었다.

    "아, 정말 고바이네!"

    근데, 이 '고바니이 쓰지 말아야 할 일본말의 잔재다.

    구배(勾配)일본어로 읽은 '고바이'에서 온 것이다.

    같은 뜻의 우리말 가풀막이나 된비알보다 일상에서 훨씬 쉽게 튀어나오는 게 문제다!

    땀을 뻘뻘 흘린 대가일까?

    능선에 합류하자 울창한 솔숲 터널이 펼쳐진다.

    가지치기도 잘 되어 있고, 잡목을 쳐낸 덕분에 소나무들이 훤칠하게 잘 컸다.

    안내리본을 매달 곳이 없을 정도로 숲이 깔끔하다!

    나무들 사이로 피톤치드가 둥둥 떠다니는 것 같아 괜히 기분이 좋아졌다.

    사거리에서 이정표를 만났다.

    괘방산 쪽으로 직진해서 가다 지능선으로 빠져 내려가면 된다.

    조망바위를 만났다.

    멀리 삐죽삐죽 튀어 나온 게 방어산 정상 암릉인데, 그곳에 농성전을 펼쳤다면 과연 난공불락이었으리라.

    504봉에서 삼거리 이정표를 만났다.

    오던 길은 방어산, 오른쪽은 괘방산. 직진은 군북 하림 방향을 가리키고 있다.

    괘방산 쪽으로 가면 종주가 될 텐데 우리는 하림 쪽으로 가는 지능선을 타야 한다.

    5분쯤 내려가자 하늘에서 뚝 떨어졌는지, 땅에서 불쑥 솟았는지 모를 거대한 바위와 맞닥뜨렸다.

    '마당바위'다.

    퇴적암이 이렇게 벼랑처럼 툭 튀어나온 게 신기하다.

    올라서면 아찔한 고도감과 함께 함안의 비옥한 벌판이 한눈에 들어온다.



    이후 하산길은 간명하다.

    임도를 만나면 바로 횡단해 지능선을 계속 타면 된다.

    등산로 입구 표지판을 만나면 산길이 끝난다.

    왼쪽으로 저수지를 둔 채 하림마을을 관통한 뒤 정자와 누각을 지나 버스정류소까지 1㎞ 남짓 걸으면

    산행이 마무리된다.

    날머리인 하림 정류소는 [경남발전연구원 역사문화센터] 앞에 있어 쉽게 찾을 수 있다.

    글·사진=김승일 기자 dojune@busan.com

    그래픽=노인호 기자 nogari@

     

     

    ▲ 지곡버스정류장이 산행의 들머리다.오른쪽으로 난 길을 따라 올라가면 왼쪽에 지곡동회관이 보인다.


    ▲ 배나무,사과나무들의 흰 꽃을 보다가 오른쪽에 석축을 만난다.등산로 입구 표지판을 따라가면 입산.본격 산행이 시작된다.


    ▲ 돌탑이 4기가 세워져 있다.길 옆에는 고맙게도 약수터까지 만들어져 나그네의 목을 적셔준다.


    ▲ 약수터에서 100m 걸어 오르니 다시 돌탑을 만났다.어떤 염원이 담겼을까.정성껏 쌓은 돌탑이 무려 9개다.


    ▲ 석탑을 지나 5분만에 갈림길을 만난다.직진하면 도솔암.오른쪽 나무계단을 밟고 능선으로 올라간다.잡목이 없는 시원스런 솔밭이 펼쳐진다.


    ▲ 1시간만에 정상 턱밑까지 왔다.출발점인 지곡에서 1.4㎞ 걸었고,정상까지는 300m 밖에 남지 않았다.


    ▲ 정상의 암릉에 서서 도도한 남강을 내려다 보고 있다.지리산이 아득하고, 동남쪽으로는 낙남정맥의 최고봉 여항산도 눈에 들어온다.


    ▲ 마애불이 가까워지고 있다.'가덕 2.65㎞'은 좀 뜬금없이 느껴지는데,예전 종주코스의 기종점으로 애용되던 옛 남강휴게소 쪽이다.


    ▲ 마애불을 들르지 않겠다면 바로 능선을 타면 된다.마애불로 들어서면 돌계단으로 내려간다.


    ▲ 1400년이 넘었지만 절벽에 새긴 옷깃과 발가락까지 선명하게 남은 방어산마애불 삼존상.보물 제159호 지정됐다.


    ▲ 방어산은 능선을 오르내리는 재미와 함께 잘 가꿔진 솔숲 터널을 걷는 맛이 좋다.


    ▲ 사거리 이정표를 만났다.괘방산으로 직진하지만 괘방산까지 가지 않고 중간에 지능선으로 빠져 내려갈 예정이다.


    ▲ 조망바위에 섰다.진주 쪽도 잘 보이고,걸어왔던 능선길을 다 한 눈에 들어온다.멀리 삐죽삐죽 튀어나온게 방어산 정상 암릉이다.


    ▲ 504봉에서 삼거리 이정표를 만나면 군북하림 쪽으로 직진해서 나아간다.괘방산쪽이 주능선이라면,지능선으로 빠진다고 보면 된다.


    ▲ 마당바위로 명명된 거대한 바위와 맞닥뜨렸다.함안의 비옥한 벌판이 한눈에 들어오고,함안의 진산 여항산군은 육중한 무게감을 자랑한다.


    ▲ 임도를 만나면 횡단해서 바로 지능선을 타고 내려가면 된다.


    ▲ 등산로 입구 표지판을 만나면서 산길이 끝났다.왼쪽으로 저수지를 둔 채 하림마을을 관통해서 도로까지 1㎞ 남짓 걸어야 한다.


    ▲ 정자를 지나 도로를 따라내려오면 경남발전연구원 역사문화센터 앞 하림 버스정류소를 만난다. 이번 산행의 날머리다

     

    함안 방어산 '가는 길 가볼 만한' 곳

    ■ 찾아가는 길

    버스로 산행의 들머리(지곡)날머리(하림)로 접근하는 방법은

    함안군 내 농어촌버스 운행시간을 감안할 때 사실상 한 개의 연결편만이 가능하다.

    부산 사상구 서부시외버스터미널(1577-3801)에서

    오전 7시 30분 출발하는 함안 방면 첫차에 오르면 한 시간 만에 닿는다.

    함안시외버스터미널(055-583-2812)에서 오전 9시 40분 출발하는 박곡(군북) 행 농어촌버스에 타면

    하림을 거쳐 지곡까지 1시간 만에 간다.

    산행의 마침표를 찍은 하림에서는 오후 3시 45분 정차하는 농어촌 버스를 타면 군북까지만 갈 수 있다.

    여기서 오후 4시 45분 출발하는 함안시외버스터미널 행 버스로 환승한다.

    열차와 택시를 연결하는 쪽이 수월해 보인다.

    예컨대 부전역에서 오전 6시 10분, 8시 18분, 10시 35분에 출발하는 무궁화호 열차에 오르면

    군북역에 각각 오전 8시 8분, 10시 12분, 12시 33분에 닿는다.

    군북역에서 7㎞에 못 미치는 지곡까지 택시를 이용하면 된다.

    군북역에서 부전역 행은 오후 7시 8분과 8시 58분 출발한다.

    군북 콜택시 055-585-6089, 군북 통일택시 055-585-7077.

    자가운전을 할 경우 군북IC에서 빠져나간 뒤 군북역 쪽으로 가다가 마애사 방향 표지가 나오면 따라간다.

    장지IC, 함안IC에서 나가도 마찬가지다.

    내비게이션에 '지곡동회관'(함안군 군북면 영운리)을 입력하면 된다.

    지곡과 하림은 버스정류소 3개 차이로 약 2.5㎞ 떨어져 있다.


    ■ 가볼 만한 곳

    군북면 원북리에서는 생육신 유적을 만날 수 있다.

    [채미정]은 생육신의 한 사람인 어계 조려가 세조의 왕위 찬탈에 격분한 끝에 낙향해 여생을 보낸 정자다.

    [서산서원]은 생육신의 제향을 위해 특별히 임금의 윤허를 받아 창립된 것이다.

    함안 무기리 주씨 고가(칠원면 무기1길 33)의 무기연당은 조선 후기의 연못 양식을 잘 보여준다.

    원효대사와 의상대사가 수도했다는 [원효암 칠성각]이 멀지 않다.

    김승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