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제 '모악산'
삼라만상 품을 듯한 어머니산
김제 금산사 원점회귀 코스…걷는 시간만 3시간40분 걸려
헌걸찬 능선 옥류같은 계류 일품…정상 송신 철탑 옥에티
후백제 건국 견훤, 증산도 창시자 강일순 이곳과 인연
정상에선 드넓은 김제평야와 동진강, 전주 완주 한눈에
모악산(母岳山·794m).
전북 김제와 완주 그리고 천년고도 전주 등 3개 시·군을 구분짓는 이른바 '삼시봉(參市峰)'이다.
다소 독특한 이 이름은 정상 남쪽 아래 천길 낭떠러지를 이루며 길게 솟은 쉰길바위에서 유래한다.
그 모습이 마치 어머니가 아이에게 젖을 물리고 있는 형상이기 때문이다.
'엄뫼', 곧 '어미산'이란 우리말을 한자로 바꾼 셈이다.
북쪽의 만경강과 남쪽의 동진강을 가르는 모악지맥의 맹주로서 호남정맥의 서편에 인접한 모악산은
좀 더 크게 보면 호남평야 가운데서 그 면적이
으뜸인 김제평야의 넓고 기름진 들녘을 어머니처럼 보듬어 안고 있는 형국이다.
쉰길바위에 선 산행팀. 정상 남쪽 인근에 천길 낭떠러지를 이루며 우뚝 솟은 이 바위는 그 모습이 마치 어머니가 아이에게 젖을 물리고 있는 형상이어서 모악산(母岳山)으로 불리게 됐다고 전해온다. 맨 앞 능선이 하산길이다. |
모악산이 '어머니'에 비유되는 글귀는 여러 곳에서 발견된다.
이 산이 보이는 전주교도소에서 수감생활을 한 적이 있는
신영복 성공회대 교수는 그의 저서 '나무야 나무야'에서 '길고 부드러운 능선은 언제 봐도 그 푸근함이 어머니의 품 같았다'고 적고 있고,
시인 고은은 '내고장 모악산은 산이 아니외다 어머니외다'라고
노래했다.
산세는 어떨까.
한마디로 높은 지명도만큼은 못하다.
기본은 하지만 그 이상은 아니라는 것.
헌걸찬 능선이 서해를 향해 내달리고 옥류같은 계류가 눈길을 붙잡지만 정상에 터잡은 거대한 방송국 송신소 철탑과 군부대는
어머니 머리에 쇠말뚝을 박은 양 가슴이 아려온다.
산행은 김제시 금산면 금산사 주차장~해탈교~금산사~금강교~모악정·청룡사 갈림길~부도전~
금동계곡 입구 갈림길~(연리지)~심원암 삼거리~심원암~북강삼층석탑 갈림길~제2헬기장~정상 삼거리~
모악산 정상(KBS 송신소 옥상)~헬기장~쉰길바위(전망대)~장근재~배재~청룡사 삼거리~주차장 순.
걷는 시간만 3시간40분 정도 걸리지만 산행 도중 만나는 국보 1점과 보물 10점을 감상하다보면
의외로 지체될 수도 있다.
GPS 트랙 내려받기 |
일주문을 지나 이내 만나는 주차장에서 금산사를 향해
포장로를 걸으며 산행은 시작된다.
자연생태 소공원에 온 듯한 느낌이 들 정도로
숲이 울창하고 주변 조경이 짜임새가 있다.
5분 뒤 아치형 다리인 해탈교를 건너
금강문에 이어 보제루 아래를 통과해 경내로
모악산고도표 |
들어서면 이구동성으로 입이 쩍 벌어진다.
우선 절집의 규모에 놀라고 국내 유일의 목탑형 전각인 미륵전의
아름다움에 반하고, 미륵전 안의 미륵불 높이(11.82m)에 감탄한다.
부처님 사리를 모신 석종형 부도가 있는 방등계단, 첫 인상이
다소 이국적인 육각다층석탑 등 빠뜨려선 안 될 귀중한 국보 보물 등
불교유적 10여 점이 반경 100m 안에 널려 있다.
절집 구경이 끝났으면 경내에서 나와 금강교 입구의 경비실을 보고
다리를 건너지 않고 좌측 포장로를 따라 금산사계곡을 거슬러 올라간다.
계곡 건너편은 운치있는 전통 찻집.
하늘을 가리는 단풍나무 터널과 선방 건립공사 현장 그리고 등산안내도를 잇따라 지나면 첫 갈림길.
우측은 청룡사 방향, 산행팀은 차량 통제용 차단기가 있는 좌측으로 간다.
정상까진 3.6㎞.
훼손 방지를 위해 지붕으로 덮어 놓은 혜덕왕사 진응탑비가 눈에 띄는 부도전을 둘러본 뒤
저 멀리 철탑이 보이는 모악산 정상을 향해 나아간다.
6분 뒤 금동계곡 입구 갈림길.
우측 정상으로 가기 전 좌측 200m 지점에 위치한 일명 '사랑나무'를 잠시 보고 간다.
하나의 가지가 서로 다른 두 나무와 연결돼 있어 일명 '연리지(連理枝)'라 불린다.
한 나무가 죽어도 이웃 나무에서 영양을 공급받아 연명이 가능해
예부터 귀하고 상서로운 것으로 인식되고 있다고 안내판에 적혀 있다.
남녀가 이 나무 앞에서 기도를 하면 사랑이 이뤄진다고 한단다.
되돌아와 이정표 상의 '정상, 심원암' 방향으로 향한다.
보기만 해도 시원한 편백과 삼나무 숲길을 3분쯤 가면 심원암 갈림길.
우측 모악정 방향 대신 좌측 심원암 방향으로 간다.
이때부터 비포장로.
견훤이 지하에 갇혔었다는 국보인 미륵전. 그 우측 뒤 철탑 지점이 정상이다. |
야생차 재배지역을 지나면 이내 심원암.
이름 그대로 심산유곡 골짝에 터를 잡고 있다.
통일신라 혜공왕 때 진표 율사가 금산사를 중건하면서 건립한
호남 유일의 선도량으로 임진왜란 때 소실되기 전까지
신도들의 발길이 그칠 새 없었다고 전해온다.
암자 뒤 500m 지점에 북강삼층석탑을 알리는
안내판이 가리키는 방향으로 향한다.
여기서부터 안 보이던 안내리본과 함께 신록이 울창한 숲길로 접어든다. 오름길의 연속이다.
10분 뒤 북강삼층석탑 갈림길.
잠시 탑을 보고 정상으로 향한다.
산속에 위치해 비교적 보존 상태가 양호한 이 탑에서 탑돌이를 하면 소원이 이뤄진다고 한다.
이제 정상을 향한다.
한 굽이 오르면 또 갈림길.
좌측 부도전 대신 우측 제2헬기장 방향으로 오른다.
옛 무덤터로 추정되는 너른터에서 잠시 숨고르기를 한 후 올라서면 전망대에 닿는다.
얼핏 숲에 가려 있는 듯하지만 올라서면 정면으로 정상이 보인다.
계속되는 산죽 오름길.
숲속에 갇혔지만 골바람이 쉼없이 불어대 견딜 만하다.
곧 또 다른 전망대.
정상은 숲에 가려 안 보이지만 정면으로 보이는 능선이 하산로이다.
중간의 푹 꺼진 지점이 장근재이다.
시야가 확 트이는 헬기장은 전망대에서 10분 뒤에 올라선다.
정상이 코앞이다.
거대한 KBS 송신 철탑이 흉물스럽게 우뚝 서 있어 험악한 느낌이 든다.
호남의 어머니산 정수리를 짓누르는 형국이다.
꼭 모악산이어야 했을까, 하는 서운한 생각이 앞선다.
그래도 어머니산은 묵묵히 앉아 있다.
고맙고 미안할 따름이다.
전주와 김제를 가르는 좌측 매봉 방향을 뒤로하고 우측 정상으로 향해 내려선다.
3분 뒤 삼거리.
우측 모악정 방향 대신 직진한다.
금산사 입구에 위치한 '견훤성문'. 현재 보수 공사 중이다. |
삼거리에서 정상은 불과 300m 거리.
5분 뒤 송신소가 떡 막고 있다.
좌측 우회길로 올라야 한다.
철조망 옆으로 설치된 침목 및 돌계단을 오르면 갈림길.
좌측 모악산의 또 다른 등산로 기점인 완주군 구이면 가는 길 대신
우측 정상으로 간다.
곧 정상 입구.
접근 금지인줄 알고 올랐지만 뜻밖에 문이 열려 있다.
30년 만에 지난 4월 24일 개방됐기 때문이다.
입구 안내판에 사전 신청을 받아야 한다고 적혀 있지만
현실은 그냥 올라도 상관없다.
철계단을 올라 정상 송신소 건물 옥상에 서면
동으로 완주땅 구이면의 구이저수지가 들녘과 한데 어울려 목가적인 풍광을 연출하고 있고,
북으로 보이는 아파트촌이 전주땅이다.
그 사이 시원하게 내달리는 국도가 남원으로 이어지는 17번 국도이다.
반대편인 서쪽으론 굽이지는 골짜기 끄트머리에 금산사가 앉아 있고
그 뒤로 금평저수지와 드넓은 김제평야 그리고 동진강 물줄기가 시야에 들어온다.
날씨가 흐려 시계가 산뜻하지 못해 육당 최남선이 극찬을 아끼지 않았던
호남의 전망대 모악산의 진면목을 못 본 게 못내 아쉽기만 하다.
참, 정상 바로 아래 울타리로 둘러쳐진 출입금지 지역 안에 정상임을 알리는 안내판과 삼각점이 있다.
케이블카도 보인다. 직원 출퇴근 겸 자재 운반용이란다.
하나의 가지가 서로 다른 두 나무와 연결돼 있는 '연리지(連理枝)'. |
하산은 나무계단으로 내려선다.
곳곳의 전봇대가 눈살을 찌푸리게 한다.
능선길이 아니라 이웃한 군부대를 피해가기 위한 우회길이다.
8분 뒤 다시 능선으로 올라서면
비로소 송신소와 군부대를 지나왔음을 알게 된다.
이제 능선길 산행.
3분 뒤 헬기장.
왼쪽 완주 구이 쪽 하산로 대신 직진하며 내려선다.
2분 뒤 전망대.
등로 우측 3, 4m 지점에 위치해 있어 지나칠 수 있으므로 유의해야 한다. 바로 모악산이란 이름을 낳게 한 그 유명한 쉰길바위다.
금산사가 훨씬 더 가까이 보인다.
이후부턴 편안한 능선길이 이어진다.
'홀딱벗고새'라 불리는 검은등뻐꾸기 울음소리를 들으며 여유있게 25분쯤 내려서면 장근재.
우측 지름길인 모악정 방향 하산길은 산사태로 인해 아직 정비가 덜 돼 위험하다.
해서 좌측 배재 방향으로 향한다. 서서히 오름길이 시작된다.
17분 정도 오름길~평길~오름길~평길을 반복하면 본격 내리막이 시작된다.
3분 뒤 내리막 끝이 배재. 우측 청룡사(0.62㎞) 쪽으로 내려선다.
급경사 돌길이다.
14분 뒤 계곡과 만나고 여기서 4분이면 산을 벗어난다.
곧 청룡사 삼거리.
절 구경은 선택사항.
300m쯤 떨어져 있다.
포장로를 따라 14분 뒤 '청룡사'라 적힌 이정석이 서 있는, 이번 산행의 첫 갈림길에 닿고
여기서 10분이면 주차장에 도착한다.
◆ 떠나기 전에
- 전북 최고 한우브랜드 '총체보리 한우' 비빔밥 일품
모악산은 흔히 서쪽인 김제 쪽을 내모악,
동쪽 완주 쪽을 외모악이라 한다.
내모악과 북쪽의 전주로 뻗어내리는 능선은 길고 완만한 반면
외모악은 짧고 가파르다.
모악산 하면 빼놓을 수 없는 인물이 둘 있다.
후백제를 세운 견훤과 민족종교인 증산도의 창시자 증산 강일순이다.
통일신라 말기의 혼란을 깨치고 새로운 세상을 도모하던 견훤.
그에겐 당시 백성들의 희망이던 미륵불의 보증이 절대적으로 필요해
그는 미륵도량인 모악산 금산사에 공을 많이 들였다.
하지만 그가 넷째아들인 금강에게 왕위를 물려주려 하자
맏이인 신검과 둘째인 양검이 쿠데타를 일으켜 아버지 견훤을 미륵전 지하에 석 달 동안 가둬 버렸다.
미륵전을 겨우 탈출한 견훤은 왕건에게 투항했고, 이후 왕건이 황산벌에서
신검의 군대를 무찌르는 광경을 지켜봐야만 했던 비운의 아버지였다.
견훤이 갇혔던 그 미륵전이 바로 국보 62호인 금산사의 대표적 전각이며,
도립공원 입구의 '견훤성문'이라 불리는 돌무지개문은 신검이 아버지 견훤을 가둘 당시 만들었다고 전해온다.
증산도의 창시자 강일순은 동학농민전쟁의 무참한 좌절로 황폐해진 우리나라 사람들에게
'후천개벽'의 희망을 심어준 민족종교 지도자이다.
그가 깨달음을 완성한 곳이 바로 모악산이다.
맛집 한 곳 소개한다.
총체보리 한우촌(063-543-0076).
무농약으로 재배한 청보리와 청국장의 부산물을 섞어 발효시킨 총체보리 사료를 먹인
총체보리 한우 전문 요리점이다.
총체보리 한우는 육질이 부드럽고 생리식이섬유인 베타글루칸이 다량 함유돼 있어
2005년 축산물등급에서 최고급육으로 선정된 전북 최고 한우 브랜드이다.
김제에선 유일하게 이 집에서만 이 한우를 취급한다.
이 총체보리 한우 비빔밥(사진)이 별미이다.
금산사IC로 가는 도중인 금산면 소재지인 원평리 터미널 맞은편에 위치해 있다.
절에서 차로 7분 거리.
◆ 교통편
- 고속도로 세 번 갈아타고 금산사IC로 나와야
대중교통편은 당일치기로 불가능하다.
승용차를 이용할 경우 이정표 기준으로 남해고속도로~대전통영 고속도로~(장수분기점에서)익산장수 고속도로~호남고속도로 광주 방면 금산사IC~금산사 712번 지방도 좌회전(금산사 7㎞)~금산사 원평 우회전~
금산사 정읍 직진~금산사 원평~금산사 입구 주차장~(요금소)~일주문~주차장 순.
익산장수 고속도로 소양IC에서 나와 전주 시내를 통과하면 거리상으로 가깝지만 길찾기가 어렵다.
또 한가지.
익산장수 고속도로를 달리다 보면 진안 마이산의 모습을 오롯이 볼 수 있다.
※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 받아 취재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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