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해 문항마을 개막이·갯벌 체험
물고기·조개야~ 어디어디 숨었니
- 밀물때 들어온 물고기 잡는 개막이
- 뻘물 속 뒤지다 보면 시간 금방 가
- 바닷물 빠지고 시작하는 갯벌 체험
- 호미로 땅 파서 바지락 잡다 보면
- 아이들보다 부모가 더 재밌어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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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남 남해 문항어촌체험마을에서 개막이 체험자들이 그물망 안에서 물고기를 찾고 있다. 개막이는 전통어로 방법으로 갯벌에 소나무 말뚝을 반타원형으로 박은 뒤 그물을 둘러 밀물 때 그물 안으로 들어온 물고기를 썰물 때 잡는다. |
한여름 햇볕이 서서히 그 힘을 잃어가는 이맘때는
휴가철도 끝난때라 광란의 시간을 보내기도 어렵고
마냥 공기 좋은 곳에서 바람만 쐬기에는 단조롭다.
이럴 때 자연을 벗 삼아 눈으로만 보던 물고기를 직접 손으로 잡아보고
갯벌에 숨은 바지락을 캘 수도 있는 어촌체험마을을 찾아보면 어떨까.
그늘 없는 갯벌에서 체험하기는 뜨거운 햇볕이 누그러드는 요즘이 낫다.
어촌체험마을은 부산의 대항마을 공수마을을 필두로
동해 서해 남해 곳곳에 있으니 자신에게 맞는 곳을 고르기만 하면 된다. 게다가 능력에 따른 차이는 있지만 최소 한 끼 반찬 걱정을 덜 수 있고
아이들을 재운 뒤 엄마 아빠는 바지락으로 탕을 만들어
‘이슬 같은 시원한 음료’를 나누며 금슬도 키울 수 있으니
이만한 게 또 있을까.
갯벌이 발달해 있는 경남 남해의 문항어촌체험마을을 찾았다.
■ 고기를 맨손으로 잡는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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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막이 체험으로 잡은 물고기를 들고 기념촬영을 하는 체험객. |
부산에서 진주, 하동을 거쳐
남해 문항어촌체험마을에
도착하니 이미 체험객들이
삼삼오오 모여 기다리고 있다.
개막이와 갯벌 체험은
물이 빠져야 할 수 있는데
물이 어른 허리 높이까지 차 있어 대기하고 있었던 것.
예정시간을 1시간가량 넘겨서야 주최 측이 개막이 체험 개시를 알리는 방송을 한다.
개막이는 갯벌에 소나무 말뚝을 반타원형으로 박고 말뚝을 따라 그물을 둘러 물고기를 잡는 전통어로 방법이다. 밀물 때 고기들이 몰려오면 공중에 매단 그물을 바닥으로 내려 고기를 가둔 다음 썰물 때 맨손으로 잡는다.
하지만 요즘은 물고기가 예전처럼 많지 않아 양식장에서 물고기를 사 넣을 때가 많단다.
표를 주고 고기를 담을 그물망을 챙긴다.
그물망이 작아 씨알 좋은 고기 5마리면 꽉 찰 것 같다.
체험 공간은 그물 길이만 200여 m에 달하고 방파제까지 폭도 50m 이상으로 생각보다 넓다.
한동안 물고기 구경도 못하고 돌아다닌다.
고기를 몇 마리만 넣은 게 아닐까 의심도 해본다.
사람들은 어디서 팁을 얻었는지 그물 주변을 샅샅이 훑고 있다.
그런데 웬걸.
그물 주변은 조용한데 물 가운데서 “잡았다”는 소리가 들린다.
그물을 버리고 뒤늦게 물 가운데로 가보지만 여전히 물고기가 나를 피해 다니는 느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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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이 급해진다.
어슬렁거리는데 뭔가 발목을 스친다.
순간 물고기임을 직감하지만 뻘물이 흐려 동선을 놓친다.
다섯 살 난 아들은 고작 무릎까지 오는 물이 무서워 소리를 지르면서도 “우리만 고기 한 마리도 못 잡았다”고 입을 삐죽한다.
아빠의 자존심을 한껏 구긴다.
갑자기 행사 가이드 할아버지가 나를 보며 “물고기 지나간다”고 소리친다. 물고기는 보이지 않는다.
다시 한번 할아버지는 “바로 앞에 가네”라고 알려준다.
그제야 물고기 비늘 같은 것이 수면 근처에서 이동하는 모습이 보인다.
냉큼 손을 뻗어보지만 물고기의 몸통을 훑고는 놓쳐버린다.
할아버지는 “알려줘도 못 잡네”라며 혀를 끌끌 찬다.
시간이 흘러 물이 빠지면서 수면의 면적이 줄자 물고기를 잡았다는 소리가 잦아진다.
이제 몇 마리 안 남았을 텐데. ‘내 물고기는 어디 있나’라고 생각할 무렵 바로 옆에서 물살의 흔들림이 느껴진다. 전광석화(?)와 같이 대가리 쪽으로 손을 뻗는다.
이번에도 아쉽게 놓친다.
물이 얼마 남지 않아 철수해야 하나 생각하는 순간에도 고기가 잡히는 소리가 들린다.
아 끝까지 포기하지 않았어야 했는데. 결국 이날 빈 그물망만 휘두르다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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갯벌에서 바지락을 찾고 있는 부자. |
■ 바지락은 잡혀주겠지
이번엔 갯벌 체험이다.
표를 주고 조그만 소쿠리와 호미를 받아 든다.
개막이 체험을 하는 동안 물이 빠지면서 바로 앞 섬인 상장도로 이어지는 길이 열렸다.
이미 갯벌 곳곳에는 호미를 든 체험객들이 바지락 잡기에 목숨을 걸고 있다.
섬 쪽으로 들어가다 마음에 드는 곳에 퍼질러 앉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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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을 앞 상장도로 가는 갯벌에서 바지락을 캐는 체험객들. 유료 체험객 한 명당 조그만 소쿠리 하나와 호미 하나가 제공된다. |
아이들이 처음 보는 호미로 땅을 헤집으면
엄마들은 바지락을 소쿠리에 담는다.
처음엔 아이들이 열심이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엄마 아빠가 더 집중력을 발휘한다.
어릴 때 시골에서 만져봤던 호미를 보니
굴착기 못지않게 땅을 파고 싶은 마음이 든다.
그런데 땅을 많이 팠는데도 생각보다 바지락 수확이 적다.
가만 보니 땅을 판 뒤 곳곳에 흩어져 있는 바지락을
제대로 주워 담지 못하고 있었다.
체험마을 할아버지들이 중간중간 앉아 수확이 더딘 이들에게
포인트를 알려주거나 필살의 요령을 알려주기도 하니 수
확이 적으면 짜증 내지 말고 할아버지에게 애교를 부려보는 것도 좋겠다.
그런데 물이 곳곳에 차 있어서 몰랐는데 바지락을 열심히 캐는 중에 상장도로 가는 길이 완전히 열렸다.
모세의 기적이 따로 없었다.
평소에는 배를 타고 섬에 들어가야 하지만 하루에 두 번 모세의 기적이 연출되면서 섬으로 길이 이어진다고 한다. 멀리서 풍경을 담고 싶은 마음도 있었으나 체험 시간이 한정돼 있어 사진을 버리고 바지락을 챙기기로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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잡은 바지락을 깨끗이 씻어주는 마을 할머니. |
한 시간여가 지나자 소쿠리 가득 바지락을 캔 사람들이 나타난다.
그런데 이제는 어떻게 최대한 많이 담느냐가 관건이다.
규정상 두 시간의 체험시간 동안
조그만 소쿠리에 담긴 것만 들고 갈 수 있다.
그러다 보니 본전 생각이 나거나
국을 끓여 먹을 정도는 캐야겠다는 욕심이 생기나 보다.
호주머니에 바지락을 넣거나 목장갑에 쑤셔 넣는 사람도 있었다.
규정에는 어긋나지만 어린아이를 동반한 가족에게
마을 주민들도 야박하지는 않았다.
잡은 바지락은 물에 씻어 깨끗한 비닐에 담아준다.
장한칠 사무장은 “문항마을은 섬(상장도, 하장도)을 기준으로
인근 지족마을과 삼천포, 하동에서 오는 물이 마주치면서
부유물이 많아 자연산 조개가 풍족한 것이 특징이다”고 귀띔한다.
집으로 들고 가면 굵은 소금을 넣은 물에 두 시간 정도 푹 담가 해감한 뒤
국물 요리나 찜, 전 등으로 요리를 해서 먹으면 그만이다.
아이들은 피곤했는지 집에 돌아와 금방 곯아떨어지고 해감을 기다리다 지친 기자도 어느새 잠이 들어버렸다.
# 알아두면 좋아요
- 어촌어항협회 사이트서 전국 체험마을 정보 한눈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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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항어촌체험마을에서는 개막이 체험과 갯벌 체험 외에도
쏙잡이, 낚시, 자연산 돌굴 따기(12~3월), 석방렴(돌발) 관람,
모세현상 관람 등을 체험할 수 있다.
어촌체험에서는 물때가 가장 중요하니
미리 문의(장한칠 사무장 010-2224-4787)해 보는 것이 좋겠다.
문항마을을 포함해 부산 울산 경남에는 총 23곳의 어촌체험마을이 있다. 부산에는 공수마을과 대항마을 등 2곳,
울산에서는 주전마을 1곳,
경남에는 문항마을 지족마을 등 20곳이 있다.
한국어촌어항협회 사이트(www.fipa.or.kr)를 참고하면
전국의 어촌체험마을에 관한 정보를 한눈에 볼 수 있다.
글·사진=유정환 기자 defian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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