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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 [해운대역사] 뒤편 ‘부산판 경리단길’로 뜬다

금산금산 2018. 1. 23. 22:20

옛 해운대역사 뒤편 ‘부산판 경리단길’로 뜬다



동해남부선 운행 당시 ‘죽은 상권’, 6개월 새 카페 등 10여 군데 성업






- 핫플레이스 소문 나 밤에도 활기

- 주변 공원화 방침에 발전 본격화
- 젠트리피케이션 대비 목소리도



“이 집에 조만간 카페가 들어섭니다. 저기 새마을금고 뒤쪽에는 와인을 파는 바가 생긴다고 하고요.

 옛 해운대역사가 공원화되면 이 지역은 서울 경리단길 못지않은 명소로 변할 겁니다.”



   

옛 해운대역사의 개발이 좌초되면서 역사 뒤쪽이 서울의 경리단길처럼 변할 것으로 보는 사람이 늘고 있다. 사진은 옛 해운대역사 뒤쪽에 들어선 점포. 

  서정빈 기자 photobin@



폐선된 동해남부선 선로를 따라 단절된 공간으로 방치됐던 옛 해운대역사 뒷동네가

 호텔 개발 백지화(국제신문 지난 18일 자 1면 등 보도)로 꿈틀대고 있다.

조명시설이 미흡해 밤이면 인적이 끊겼던 곳이지만,

 최근 아기자기한 카페가 들어서는 등 변화의 바람이 감지되고 있다.



22일 오후 부산 해운대구의 옛 해운대역사 뒤 우1동.

오른편에 3층 신축 건물이 눈에 띄었다.

한 건축회사가 최근 완공한 이 건물의 1층은 양고기 전문점이, 2층은 홍차 전문점, 3층은 카페가 들어섰다.

카페 안으로 들어가자 여행용 가방을 옆에 둔 젊은 여성 2명과 20대 커플, 40대 여성 등이 커피를 마시고 있었다. 대구에 온 여행객 A(여·20) 씨는 “해운대해수욕장 인근에 카페가 많지만, 대부분 프랜차이즈였다.

인터넷을 검색해서 요즘 ‘뜨고 있다’는 이곳으로 왔는데, 조용하고 가게도 예쁘다”고 말했다.



   

지난 10년간 해운대 달맞이길에서 카페를 운영한 하봉근 사장은

 지난해 10월 이곳으로 옮겼다.

달맞이길 점포의 계약을 연장하려 했지만, 임대료가 비쌌다.

이전을 생각하고 장소를 물색하던 중 역사 뒤쪽이 눈에 띄었다.

하 사장은 “카페를 운영하는 사람 사이에서 해운대역사 뒤는

 이미 핫플레이스입니다. 지금은 입주에 눈치를 보지만,

 해운대역사만 공원화되면 급속하게 발전할 겁니다”며

 “해운대해수욕장과 구남로의 관광객이 자연스럽게 모이면

 제2의 전포동 카페거리처럼 될 겁니다.

저도 그것을 기대하고 미리 들어왔고요”라고 설명했다.



지난 6개월 사이에 여기엔 카페를 비롯해 아기자기한 점포가 10여 군데가 들어섰다.

대부분 2030 젊은 여성층을 겨냥한 카페가 많지만, 과자점·빵집·카레식당·일본식 라면점 등도 생겼다.

일부 식당은 이미 발 빠른 네티즌 사이에서는 맛집으로 소문나

 오후 6시에 벌써 재료가 떨어져 문을 닫거나, 줄을 서서 기다리는 손님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다.

이 외에도 와인 바, 디저트 카페 등도 개업을 준비한다.



우리동네복덕방 윤제영 소장은 “서면 등지의 비싼 임대료를 내지 않고도 미래 수익을 기대할 수 있다.

최근 서면이나 서울 등에서 가게를 운영하는 사람이 문의를 많이 한다.

‘부산의 경리단길’이 될 것이라는 소문이 나면서 주로 단층 주택을 찾는다”고 말했다.

윤 소장은 또 “아직 본격적인 상권이 형성되지 않았지만,

 옛 역사가 공원으로 조성되면 계약이 많을 것이다”고 덧붙였다.



주민은 오랜 시간 낙후된 지역에서 살았던 탓에 최근의 변화가 아직은 어색하다.

주민 김모(여·69) 씨는 “최근에 카페랑 식당이 군데군데 눈에 띄던데 왜 그런지 모르겠다”고 얼떨떨해하면서도 “사람 사는 동네에 사람이 많으면 좋지”라고 기대감도 내비쳤다.

이모(여·34) 씨는 “최근에는 커피를 마시러 길 건너까지 가지 않아서 좋다.

밤에 너무 어두워 길을 다니기 무서울 정도로 ‘죽은 상권’이었는데 기대가 크다”면서도

 “다만 임대료가 너무 비싸지면 원래 살던 주민과 상인이 쫓겨날 수도 있으니

 미리 대책을 세울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박호걸 기자 rafae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