봉화 ‘달 바위봉’

금산금산 2018. 1. 26. 20:40

봉화 '달 바위봉'




달빛보다 더 빛나는 두 개의 암봉… `경북 마이산`이구나

산 이름 추석 저녁 태백산 단종 제사와 연관

정상부 200m 넘는 암봉 위험구간 산행 주의

태백산 청옥산 함백산 연화봉 등 조망 극치

머루 다래 지천인 청정 원시림… 소나무 멋져

하산 구간 로프 낡아 위험… 빠른 교체 필요



경북 봉화군 석포면의 달바위봉(1092m)은

 주변에 아무 것이 없더라도 그 산 자체만으로 대보름 둥근 달보다 더한 빛을 뿜어내는 명산이다.

세간에 많이 알려져 있지 않아 더욱 소중한 느낌으로 다가오는 달바위봉에 찾아갔다.


달바위봉은 흔히 '경북의 마이산'으로 불린다.

전북 진안의 마이산처럼 두 개의 암봉이 우뚝 솟아나 있어

 멀리 서쪽의 청옥산이나 태백산에서 바라보면 영락없는 마이산의 모양이다.

해발 고도가 훨씬 높고 암봉의 형상이나 산행의 재미 또한 마이산에 뒤지지 않는데

 유명세 면에서는 뒤처지니 안타까울 뿐이다.

아마도 너무 깊은 산골에 있기 때문인 듯싶다.


달바위봉. 왠지 가을의 어느 달밤과 어울릴 듯한 이 운치 있는 산 이름의 유래도 재미있다.

조선시대 6대 임금인 단종이 태백산에 들어와 살다 숨진 이후

 단종을 애도하기 위해 지역 주민들이 매년 추석(음력 8월 대보름) 저녁에

 태백산 천제단에서 제사를 지냈는데 남서쪽 먼 곳에 우뚝 솟은 2개의 암봉이 있는 것이 보였다고 한다.

그런데 낮은 산자락에 안개가 짙게 깔리고 그 위로 우뚝 솟은 암봉이 마치 보름달처럼 빛나는 모습을 보고 사람들이 '달바위봉'이라고 부르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일설에는 2개의 암봉 사이로 둥근 달이 떠오르는 모습이 너무도 아름다워 붙여진 이름이라고도 한다.


   
근교산 취재팀이 달바위봉 정상에서 주변 경치를 감상하고 있다. 달바위봉은 청량산 청옥산 등 봉화의 다른 산들에 비해 명성은 덜하지만 우뚝 솟은 2개의 암봉이 아름다워 '경북 마이산'으로 일컬어진다.

전체적인 산행 코스를 요약하면

 경북 봉화군 석포면 대현리 달바위골 입구의 문수암에서 출발해

 칠성암(옛 월암사)~이정표~전망대~로프·사다리구간~

 제2전망대~제3전망대~무덤~달바위봉 정상~갈림길~

암봉 사이 안부~성황골 갈림길~합장바위~갈림길~철탑~

속세골 입구로 이어지는 약 8㎞ 코스다.

걷는 시간만 4시간 정도.

거리는 짧지만 달바위봉 정상에서 내려서는 길에

 위험구간이 많아 신경을 집중해야 한다.

다만 암릉 산행을 좋아하는 산꾼이라면

 더 없는 만족감을 느낄 수 있을 듯하다.



산행 기점인 문수암은 그리 오래되지 않은 작은 암자다.

달바위골 계곡을 오른쪽에 끼고 임도를 따라 걷는다.

주변 숲은 조금씩 울긋불긋한 가을 옷으로 갈아입고 있다.

15분 후 '월암봉 1.8㎞'를 가리키는 이정표가 나온다.

'월암(月岩)'은 말 그대로 달바위를 뜻한다.

작은 정자가 있는 오른쪽 공터는 주차장. 산악회 대형버스 5대 이상은 충분히 주차할 수 있을 너비다.



왼쪽 칠성암 쪽으로 길을 잡는다.

5분이면 닿는 칠성암.

절집 머리 위로 우뚝 솟은 2개의 암봉이 눈에 들어온다.

왼쪽 큰 봉우리가 달바위봉이고 오른쪽은 작은 달바위봉.

칠성암은 지형도상에 '월암사'로 표기돼 있는 작은 절집이다.

1971년에 창건됐으니 이 절 역시 역사는 그리 길지 않다.

자그마한 대웅전 오른쪽으로 등산로가 열려 있다.

작은 계곡을 오른쪽에 끼고 한적한 산길을 오른다.

어른 키보다 조금 작은 산죽이 터널을 이루고 있어 걷는 맛이 그만이다.

10분 후 이정표가 있는 갈림길.

이정표가 왼쪽 산길로 올라가라고 가르쳐 준다.

암봉의 수직 고도만 200m가 넘는 거대한 바위봉우리 밑자락이라서인지

 굵직굵직한 바위들도 여기 저기 널부러져 있다.

그래도 길은 뚜렷하다.

높이 8~10m 이상 되는 나무를 감아 오르는 머루 넝쿨이 지천이다.

군침만 삼키며 길을 따르는데 이번엔 다래가 유혹한다.

키 낮은 줄기에 달린 다래를 따서 입에 넣으니 어릴 적 먹던 바로 그 맛이다.



갑자기 경사가 급해진다.

200m쯤 계속되는 안전 로프를 따라 올라 바위 틈새 작은 턱마루를 넘으면 다시 이정표를 만난다.

이정표가 가리키는 대로 오른쪽으로 길을 잡는다.

   
GPX 트랙 / 고도표 jpg파일

'빼어나다'는 말로는 도저히 다 표현할 수 없는 암릉과

 천혜의 조망미, 그리고 알록달록한 단풍을 즐길 수 있는

 달바위봉 산행의 진면목은 바로 이곳부터라 할 수 있겠다.

머리 위로 우뚝 솟은 달바위봉 벼랑 옆으로 난 길을 따르는데

 붉은 단풍의 유혹에 치가 떨린다.

짤막한 로프와 철사다리를 지나 한 고비 오르면 왼쪽에 전망대다.

서북쪽 멀리 웅장한 자태를 드러내는 백두대간 능선에

 태백산 정상인 장군봉이 우뚝 솟았고

 부쇠봉 문수봉 등 태백산군의 봉우리들도 얼굴을 드러낸다.

더 우측으로는 함백산과 매봉산 풍력발전단지가 보인다.

태백산에서 능선을 따라 왼쪽으로 시선을 옮기니 지긋이 달바위봉을 바라보고 있는 청옥산이 눈에 든다. 가까운 곳으로는 조록바위봉과 조람봉 등 문수봉에서 뻗어내린 능선 상의 아기자기한 암봉들이

 마치 제주도 오름처럼 올록볼록 솟아나 있어 조망미를 더 조화롭게 해준다.


다시 철계단을 오르면 전망대가 한 번 더 나오고

 사다리와 5m짜리 철계단 세 개가 이어진 구간을 통과하면 또다시 전망대다.

사실 발길 닿는 곳 어디나 전망대여서 일일이 열거하는 것은 의미가 없다.

세 번째 전망대에 오르면 오른쪽에 굵은 줄기의 고사목과 함께

 천년 풍상을 견디며 살아온 듯한 멋들어진 아름드리 소나무가 보인다.

둥치 지름이 1.5m는 되어 보이는 이 소나무에 '장군송'이라는 이름을 붙여 본다.

달바위봉을 '월암봉' 또는 '장군봉'으로 부른다는 것에서 착안했지만

 소나무의 실제 모습도 늠름한 장군의 기상이 물씬하니 썩 괜찮은 이름인 듯싶다.


'장군송' 옆 칼날 능선을 따라 조금 더 오르면 정상 아래 무덤.

'이 높은 곳에, 게다가 이렇게 험한 길을 도대체 어떻게 통과했기에 여기에 묘를 만들었을까'.

모두가 고개를 갸웃거린다.

무덤에서 오른쪽으로 살짝 벗어나면

 지금까지 만났던 여러 전망대를 압도해 버릴 듯한 멋진 전망대가 나온다.

달바위봉 정상과 건너편 작은 달바위봉, 그리고 두 개의 암봉이 만들어 낸

 수백 길 절벽과 그 바위 틈새의 소나무들이 진한 단풍과 어우러진 모습이

 한 폭의 진경산수화를 보는 듯하다.

고도감 또한 상당하다.

   
달바위봉 정상으로 오르는 길에 만난 단풍이 참 곱다.

무덤을 지나 30m만 오르면 대현리 주민들이 조성한

 달바위봉 정상석이 반긴다.

선 자리에서 360도를 돌아보면 거칠 것 하나 없는 최고의 전망대다. 북쪽의 연화봉은 강원도와 경상북도의 경계를 이루는 산.

그리고 그 왼쪽 멀리로는 태백산의 늠름한 봉우리들.

그리고 무엇보다도 인상적인 것은

 바로 옆에 있는 작은 달바위봉과 크고 작은 암봉들이다.


하산은 무덤으로 다시 내려서서 오른쪽 벼랑길을 따라야 한다.

작은달바위봉으로 가기 위해서도 이 길을 따라야 하지만

 상당한 위험구간이다.

실제로 '위험'을 알리는 입간판이 서 있다.

취재팀은 잠시 고민을 한 후 일단은 예정대로

 위험구간을 따라 하산하기로 했다.

달바위봉 동북쪽의 절벽 사이로 난 5~6개의 로프 구간을 통과해야 하기 때문에

 암릉 산행 경험이 없거나 초보적인 수준의 산꾼은 가급적 이 길을 피하고 올라온 길로 내려가길 권한다.


조심스럽게 로프를 잡고 위험구간을 내려서던 중

 지름 4㎝가량의 로프가 바위에 닳아서 너덜너덜해 진 곳이 있으니 특별히 주의하자.

관할 지방자치단체인 봉화군이 나서서 등산객 안전을 위해 반드시 로프를 교체해야 할 것 같다.

달바위봉과 작은달바위봉 사이의 잘록한 안부 갈림길까지는 20분가량 걸린다.

이곳에서 취재팀은 그나마 덜 위험한 산행 안내를 위해

 작은달바위봉은 오르지 않고 곧바로 하산길을 잡았다.

10m가 넘는 수직 암벽 로프구간을 타고 내려서면 비로소 위험구간이 끝난다.


편한 길을 따라 5분만 가면 이정표가 있는 갈림길.

오른쪽은 성황골과 넛재 방향, 직진하면 속세골 정법사 방향이다.

속세골 쪽으로 길을 잡는다.

능선을 걷다가 뒤돌아보니 좌우로 우뚝 솟은 크고 작은 달바위봉이 역광을 받아 검게 빛난다.

5분 뒤 마치 부처님 앞에서 합장하는 듯한 모습의 '합장바위'를 지나면 갈림길.

안내 리본이 많이 보이는 왼쪽 내리막 길로 들어서니 의외로 급경사다.

로프와 사다리가 6차례나 번갈아가며 나타난다.

특별히 위험하지는 않지만 많은 주의가 필요한 구간.

특히 두 가닥의 로프가 설치된 곳에는 로프 중간 마디에 철사로 매듭을 해 놓았는데

 자칫 잘못하면 손을 크게 다칠 수 있으니 각별히 주의하자.

등산로 정비 작업을 하고 있는 해당 지자체에서 철사를 시급히 제거해야 할 것 같다.

로프 구간을 통과하면 송전 철탑을 만나는데 15분만 편안한 능선을 따라 내려서면 진주 강씨 묘를 만난다. 곧바로 계곡.

'등산로'라고 적힌 작은 표지판을 지나 내려서면 정법사 입구 임도에 닿는다.

임도를 따라 400m가량 내려서니 백천계곡을 가로지르는 대현교에 닿아 산행을 마무리한다.

날머리 35번 국도 변의 유일한 식당인 '속세골 쉼터'가 쉬어가라며 손짓한다.




◆ 떠나기 전에

- 백천계곡 열목어 서식지 천연기념물
- 세계적 청정 지역… 훼손해선 안될 것

   
정상부에서 하산하는 위험구간에는 로프와 사다리의 연속이다.

달바위봉이 있는 경북 봉화군 석포면 대현리는

 한국에서 가장 면적이 넓다는 경북에서도

 최고 오지로 분류되는 곳이다.

옛날 한때는 강원도에 속했다고 한다.

하지만 이런 이유에서일까.

달바위봉 아래 있는 백천계곡은 물이 맑고 차갑기로 이름난 곳인데 특히 국내에서 멸종 위기에 처한 세계적인 희귀종인

 열목어(熱目漁)의 세계 최남단 분포지역으로 알려져 있다.

길이 40리에 이르는 이 계곡은 태백산과 청옥산 사이에서 발원해

 낙동강으로 흘러들어 가는 청정 계곡이다.


원래 빙하기 어족인 열목어는 눈에 열(熱)이 있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

냉수어로서 한여름에도 수온이 20℃가 넘으면 살지 못한다.

낙동강 유역 중 유일하게 열목어가 사는 백천계곡은 춘양목(금강소나무)등

 울창한 천연림으로 에워 쌓인 심산유곡이어서 열목어 서식지로 최적의 조건을 갖추고 있다.

대현리에서 현동 쪽으로 가다 보면 오른쪽으로 태백산 산행로의 기점인

 현불사라는 절 쪽으로 백천계곡이 이어진다.

또 달바위봉 산행 후 날머리에서 들머리인 문수암 쪽으로

 차량 회수를 위해 1㎞가량 걸어갈 때 백천계곡 옆을 지나는데 맑은 물 속에 노니는 열목어를 볼 수 있다.

백천계곡은 천연기념물 제74호로 지정돼 엄격히 보호되고 있으며

 계곡에 내려가는 것 조차 금지됐을 정도로 함께 가꾸고 지켜야 할 자연의 보고다.




◆ 교통편

- 영주에서 태백행 버스로 갈아타야
- 귀가땐 날머리에서 영주 대구행 버스 이용

   
정법사 방향으로 하산하는 능선에서 뒤돌아 본 달바위봉. 왼쪽이 작은 달바위봉이고 오른쪽 큰 봉우리가 정상이다.

노포동버스터미널에서 경북 영주로 간 후 다시 태백행 시외버스로

 갈아 타서 봉화군 석포면 대현리 월암마을에서 하차해야 한다.

부산발 영주행 버스는 오전 7시 첫차를 시작으로

 7시50분, 8시30분 등 하루 10여 차례 운행한다.

하지만 이동 거리와 시간을 고려하면 오전 7시대 버스는 타야 한다. 3시간 소요.

영주버스터미널에서 태백행 버스는

 오전 8시50분, 10시50분, 11시50분 등 하루 8회 운행.

소요시간은 1시간30분.


산행 후 부산으로 돌아오기 위해서는 날머리인 속세골쉼터 식당 앞에서

 태백발 영주행 버스를 이용해 영주나 안동 대구로 간 뒤 다시 부산으로 이동해야 한다.

식당 앞에서 대구로 가는 버스는


 오후 4시25분(안동 경유), 5시25분(영주 경유), 6시45분(안동 경유)에 탈 수 있다.

영주에서 부산가는 버스는 오후 6시, 6시50분, 7시40분, 8시30분(막차)에 있다. 모두 안동을 경유한다.

자가용을 이용할 때는 중앙고속도로 영주IC (28번 국도) - 영주(36번 국도, 봉화 방면) - 봉화 -

현동 삼거리(31번 35번 국도, 태백 방면) - 넛재 - 청옥산자연휴양림 입구 - 대현리로 가면 된다.

주차는 월암마을에 하거나 문수암 입구에 하면 된다. 

  

  • 글·사진=이승렬 기자 bungs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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