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주 '단석산'
김유신 자취· 마애불상 즐비한 서라벌 최고봉
건천 횡단 후 능선 오르는 장거리 코스
방내리마애불 신선사마애불 모두 조우
여름 앞두고 우중산행 묘미도 만끽
경주 최고봉으로 통하는 단석산(斷石山·827.2m)에는
삼국통일을 이룬 김유신 장군과 관련된 전설이 짙게 배어있다.
널리 알려진 이야기다.
화랑 김유신이 17세 때 이 산 정상 부근 석굴에서 삼국통일의 의지를 다지며 기도를 하자
난승(難勝)이라는 신인이 나타나 신검을 하사했고, 유신은 그 칼로 무예를 익혀 큰 바위를 잘랐다고 해서
단석산이라 불리게 됐다는 것이다.
이 전설의 사실 여부를 떠나 단석산은 신라의 수도였던 경주 벌판의 서쪽에 우뚝 솟은 산으로서
방위의 요지였을 뿐 아니라 김유신을 비롯한 화랑도의 훈련장이었다고 기록돼 있기도 하다.
'근교산&그 너머' 취재팀의 이창우 산행대장이 경주 단석산 능선 답사 도중 만난 장군바위 앞 전망대에서 운무 낀 오봉산 방향을 살피고 있다. 단석산 서북쪽의 오봉산은 신라 향가인 '모죽지랑가'의 배경이 된 산으로 '여근곡'도 품고 있다. |
거대한 바위와 전망대가 유난히 많은 이 산에는
김유신과 관련된 이야기 외에도
우리 전통 고미술사와 종교사에서 빼놓을 수 없는 귀중한 유산이 있다.
바로 정상 서쪽 아래 비탈에 자리 잡은 신선사마애불상군이다.
거대한 바위에 새겨진 10개의 불상과 보살상을 접하면
마치 숨이 멎을 것 같은 감탄과 신비감에 놀라게 되는
이 신선사마애불상군은 1300여 년 전에 조성된
신라 최초의 석굴사원이기도 하다.
국보 제199호로 지정돼 있을 만큼
누구나 인정하는 문화재이지만 의외로 모르는 이가 많다.
그리고 또 하나 아직까지 국보, 보물, 지방유형문화재 등으로
지정되지 않았지만 그 정교함과 규모에 압도당할 수밖에 없는
일명 방내리마애불이 산 6부 능선의 거대한 암벽에 조성돼 있어
찾는 이의 경탄을 자아낸다.
제대로 된 평가를 받지 못해 오히려 더 가치 있어 보이는 마애불이다.
이번 주에는 방내리마애불과 신선사마애불상군을
모두 둘러보는 색다른 코스를 소개한다.
이 마애불이 과연 경주가 아닌 다른 지역의 산에 위치하고 있었다면
이런 푸대접을 받았을지 의문이 들기도 한다.
마침 답사 당일에 종일 비가 내려 뜻하지 않은
'우중산행'의 묘미도 만끽했음을 미리 밝혀둔다.
전체 산행은 경주시 건천읍 천포리 경부고속도로 굴다리 밑 강산식당 안내간판에서 시작해
송선2리 입구까지 이어지는 'J자'형 코스로 이뤄진다.
강산식당 입구~건천 횡단~월성 이씨 묘~장군바위~장군봉~사거리~443.8m봉(삼각점)~전망대~
방내리마애불~모시밭각단 갈림길~천주암(방내지)갈림길~진달래능선~단석산~쉰길바위~신선사마애불상군~
오덕선원~우중골마을~송선2리 입구 20번 국도로 이어지며 총 14㎞ 거리다.
순수하게 걷는 시간만 5시간30분 걸리며 휴식과 식사, 마애불 감상 시간 등을 더하면 7시간은 족히 잡아야 한다.
GPX & GTM 파일 / 고도표 jpg파일 |
경부고속도로 건천IC에서 내려 건천읍소재지 쪽으로 좌회전,
300m쯤 가면 고속도로 밑을 통과하자마자
오른쪽에 '강산식당' 안내판이 보이는데 이곳이 들머리다.
고속도로 옆 좁은 길을 따라 100m쯤 가면 건천천을 만난다.
오른쪽으로 살짝 꺾어 고속도로 굴다리를 다시 통과한 후
건천천을 건너 정면 임도를 타고 능선길로 붙는다.
곧바로 월성 이씨 묘를 비롯한 몇 기의 무덤군을 지나
5분 후 만나는 체육공원에서 임도는 끝난다.
잘 다져진 산길이 이어진다.
7분 뒤 갈림길이 나타나면 우측 능선길을 따르는데
5분쯤 가면 첫 번째 전망대다.
공설운동장을 비롯한 건천읍 시가지 전경과
경부고속도로, 건천IC, 들머리 등이 보인다.
시가지 건너편에는 구미산 능선이 있을 테지만
낮게 드리운 비구름과 짙은 안개에 가려 보이지 않았다.
빗방울이 점점 굵어지고 있지만 길이 뚜렷하다.
능선을 따라 10분가량 더 오르면 갑자기 오른쪽이 확 트이는 전망대다.
그런데 산 아래 마을 일부만 희미하게 보일 뿐 허공은 대부분 하얀 비구름으로 채워져 있다.
우중산행의 멋이란 이렇게 보일듯 하면서도 끝내 보이지 않는 산 아래 세상을 상상해 보는 것만으로도 족하다.
분명 서쪽 계곡 건너편에는 부산성이 있는 오봉산 정상부가 있을 것이다.
눈에 보이지 않는다 하여 그것이 없다고 말할 수는 없다.
'진실은 눈에 잘 보이지 않는다'고 하는 진리를 생각해 본다.
전망대를 지나 100m만 가면 작은 무덤가에 거대한 바위가 나타난다. 장군바위다.
김유신 장군이 이 바위에 올라서 무예를 연마하고 삼국통일 대업의 각오를 다지는 모습을 상상해 본다.
계란을 닮은 동그란 바위 하나가 저 아래 벼랑 끝에 매달린 모습도 보인다.
영락없는 흔들바위의 자태다.
하지만 접근할 수가 없으니 답을 내릴 수 없다.
장군바위까지 가파르게 올려친 후 완만한 능선길이 이어진다.
20여 분 걸었을까.
어느새 해발 457m의 장군봉을 지나고 있다.
푯말이나 안내판은 없고 그냥 밋밋한 봉우리일 뿐이다.
잘 모르고 지나칠 수도 있겠다.
내리막이 끝나는 곳에서 뚜렷한 사거리 갈림길을 만난다.
오른쪽으로 뚜렷한 길을 따르는 것이 정석이다.
정면의 작은 봉우리들을 우회하게 되니 편하게 걸을 수 있다.
하지만 취재팀은 삼각점 확인을 위해 직진, 오르막을 오른다.
8분쯤 오르니 해발 443.8m의 삼각점봉.
갈림길인데 왼쪽으로 가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
뚜렷해 보이는 왼쪽 길을 따르면 방내리마을 쪽으로 하산하게 된다.
올바른 길은 오른쪽이다.
리본을 참고하자.
살짝 내려선 뒤 희미한 길을 따라 다시 한 번 작은 봉우리를 넘고 내려서면
15분 후 사거리에서 오른쪽으로 우회했던 길과 합류한다.
단석산 정상을 향해 가던 도중 만난 방내리마애불. |
길이 뚜렷해지니 발걸음도 편해졌다.
10여 분 후 능선 왼쪽에 전망대가 있지만 스쳐 지나간다.
길은 오른쪽으로 크게 우회하기 시작한다.
갈림길을 지나고 나면 월성 이씨 묘다.
조금씩 길이 가팔라지는 듯하더니 10분 후
무덤 있는 곳에서 왼쪽으로 크게 꺾어 능선길을 오른다.
곧이어 암릉 앞 갈림길에서 왼쪽 사면의 약간 험해 보이는 길로 접어든다. 5분 후 전망대다.
날씨 탓에 조망은 잘 드러나지 않지만 맑은 날이라면
단석산 정상과 오봉산 사룡산 등이 한눈에 들어오는 전망대다.
젖은 몸으로는 한기 때문에 한곳에 오래 지체할 수 없어 길을 재촉한다.
곧이어 널따란 마당바위를 지나고 3분 후 정면에 큰 바위가 막아서는 안부에서
바위를 곧장 타고 오르는 직진 길 대신 오른쪽 내리막을 탄다.
50m가량 내려섰다가 왼쪽을 보면 마침내 거대한 바위 면에 돋을새김으로 조성된 마애불상이 나타난다.
작은 돌탑과 제단이 있는 이 마애불은 높이가 7m 안팎에 이르고,
문외한의 눈으로 봐도 정교한 솜씨가 묻어나는 작품이다.
일명 방내리마애불 또는 상제암마애불로 불리는데 아직까지 비등록문화재여서 그런지
그 내력에 대한 안내판 하나 찾아볼 수 없어 안타까운 마음이 든다.
5분 후 왼쪽 모시밭각단으로 내려가는 갈림길을 만나는데 다시 오른쪽 우회로를 탄다. 10분 후 경주국립공원관리공단에서 세운 이정표가 있는 갈림길에 닿는다. 왼쪽 내리막은 천주암과 방내지 방향으로 가는 길이다. 그 길을 따르면 단석 중 하나로 꼽히고 있는 천탑바위를 볼 수도 있는데 취재팀은 일단 '단석산 정상 1.7㎞' 이정표가 가리키는 정상 방향으로 직진, 능선길을 탄다. 평탄한 듯하던 능선은 조금씩 기울기를 높여간다. 둥치 굵은 진달래나무들이 즐비하다. 일명 진달래능선이라 불리는 곳이다.
방내리마애불에서 우측 우회로를 따르면
김유신 장군이 검으로 잘랐다는 이야기가 전해지는 바위. |
40분가량 줄기차게 오르면 이정표가 있는 정상 직전 갈림길에 닿는다.
왼쪽 내리막 능선은 비지고개와 입암산 방향으로 내려서는 길.
취재팀은 오른쪽 정상으로 향한다.
70m만 더 가면 경주에서 해발 827.2m의 단석산 정상이다.
공원지킴터 초소가 있지만 자물쇠로 굳게 채워져 있어 아쉽다.
2007년 새로 건립된 커다란 정상석 뒤에 둘로 쪼개진 둥근바위가 보인다. 기존에는 이 바위를 '단석'으로 보는 견해가 많았지만
최근에는 단석산의 '단석'을 특정한 바위가 아닌 여러 곳에 산재한
많은 날카로운 바위들을 뭉뚱그려 가리키는 것이라는 주장도 많다.
그 좋다는 단석산 정상에서의 조망을 즐길 수 없는 점이 아쉽기는 하다.
그런 아쉬움을 뒤로하고 하산을 서두른다.
정상 이정표의 신선사 방향을 택한다.
왼쪽 당고개 방향 길은 낙동정맥 갈림길을 거쳐 백운산 가지산까지 이어지는 길임을 알아두자.
헬기장을 지나 나란히 뻗어내리는 두 갈래 길 가운데 왼쪽 길을 탄다.
오른쪽 능선길은 곧바로 625봉을 거치는 능선길이다.
왼쪽 길을 택해 20분 만에 쉰길바위 이정표에 닿으면 오른쪽 신선사 방향으로 내려선다.
10분 후 이정표에서 오른쪽으로 꺾으면 거대한 바위 5개에 조성된 신선사마애불상군에 닿는다.
7세기 초에 조성된 이곳은 인공으로 지붕을 덮어 만든,
이른바 '토굴법당'으로 신라 최초의 석굴사원이었다고 한다.
그리고 벽면의 명문(銘文) 해석을 통해 이곳의 이름이 신선사였던 사실이 밝혀졌다고 한다.
대웅전은 100m쯤 떨어져 있다.
신선사에서는 사실 산령각 왼쪽 산길을 따라 다시 625봉과 505봉을 거치는 산길을 탈 수도 있지만
궂은 날씨와 시간 등을 고려해 곧바로 절 입구를 거쳐 임도를 따라 우중골 계곡 옆으로 내려섰다.
크고 작은 소와 폭포가 운치 있다.
이창우 산행대장은 "우중산행을 우중골에서 끝내는 것도 묘한 매력이 있다"는 반응을 보였다.
오덕선원을 거쳐 우중골마을까지는 천천히 걸어도 50분가량 걸린다.
중간에 '신라옛길문화재 신청 운동'을 위한 현수막이 눈길을 끈다.
◆ 떠나기 전에
- 김유신 단석 전설 관련한 이견도 존재
- 일부 학자들 대구 팔공산 연관성 주장
하산 길에 들른 신선사 마애불상군. 국보 제199호다. |
경주 단석산 산행에 나서기 전에
미리 알고 있으면 도움이 되는 이야기가 있다.
바로 신라 삼산오악(三山五岳)과 경주 오악(五岳)에 관한 정보다.
통일신라 때 '삼산오악'이라고 해서
국가적으로 성스럽게 여기고 이 산들에서 제사를 지냈다고 전해진다.
삼국사기 등의 기록에 따르면 신라의 삼산은 경주의 낭산과
청도의 오례산, 영천의 금강산을 일컫는다는 것이 정설이다.
큰 제사인 대사(大祀)를 지낸 이 3개의 산은
김유신이 고구려 첩자 백석의 꾐에 빠져 고구려로 납치될 뻔한
위기를 당했을 때 3산의 신령이 나타나 구해줬다는 이야기와 연관돼
신라 '호국의 산'으로 통한다.
그리고 '신라오악(新羅五岳)'은 동악(東岳)인 토함산을 비롯해
서악(西岳) 계룡산, 남악(南岳) 지리산, 북악(北岳) 태백산,
중악(中岳) 팔공산 등을 일컫는다.
그리고 통일 이전에는 좀 더 좁은 범위에서의 경주 오악이 있었는데
토함산(동악) 선도산(서악) 남산(남악) 소금강산(북악·이차돈 순교 유적) 낭산(중악·선덕여왕릉이 있는 산) 등을 일컫는다고 전해진다.
그런데 일부에서는 단석산을 경주오악의 '서악'으로 보기도 하고 '중악'이라고 주장하기도 한다.
특히 중악이라고 보는 사람들의 견해는 삼국사기 '김유신열전'에 나오는 '소년 화랑 김유신이
중악석굴에서 기도하다가 나흘째 되는 날 난승(難勝)으로부터 보검을 받아 무예를 연마,
돌을 칼로 자를 경지에 이르렀으며 삼국통일 대업을 이루었다'는 부분을 원용,
단석산과 김유신을 연관 지으며 이곳을 중악으로 보는 것이다.
하지만 문경현 경북대 명예교수를 비롯한 일부 연구자들은 이 '중악석굴'을 대구 팔공산 중암암 부근에 있는 미륵굴로 보고 김유신과 난승, 그리고 보검에 얽힌 이야기의 무대도 단석산이 아니라 팔공산이라는 주장을 펴고 있다. 단석산 정상의 쪼개진 바위보다 더 뚜렷하게 칼로 벤 듯한 쪼개진 바위가 중암암 부근에 많고
팔공산이 '신라 오악'의 '중악'으로 통하고 있다는 점도 이 같은 논리를 뒷받침하고 있다는 것이다.
◆ 교통편
- 경부고속도로 건천IC서 내려 좌회전
부산동부시외버스터미널에서 경주까지 가는 버스는 오전 5시30분부터 밤 9시까지 10분 간격으로 운행한다.
경주터미널에서 산내면 행 버스를 타고 건천읍 천포리 경부고속도로 못 미친 곳에서 하차한다.
약 30분 간격으로 운행.
산행 후 날머리인 송선2리 입구 국도 20호선 변에서는 산내발 경주행 버슬르 이용한다.
오후 5시20분 5시55분 6시20분 6시50분 7시25분 등 30~35분 간격으로 운행되며 막차는 8시20분이다.
자가용을 이용할 경우 경부고속도로 건천IC에서 내린 후 건천읍 방향으로 국도 20호선을 타고 좌회전,
300m만 가면 고속도로 굴다리를 만난다.
굴다리를 지나자마자 오른쪽에 강산식당 안내 간판이 있다.
들머리다. 주변 적당한 곳에 주차하면 된다.
산행 후 차량회수 때는 마찬가지로 산내발 경주행 시내버스를 이용하면 된다.
글·사진=이승렬 기자 bungse@
경주 '단석산'
김유신 숨결 느껴지는 경주 최고봉
정상석 옆 반토막 난 1m 단석 눈길
신선사 국보 마애불상군 감탄 연발
백운산 고헌산 등 낙동정맥 한눈에
국토의 3분의 2를 차지하는 우리나라의 산 중에는 역사 속의 인물과 인연이 깊은 경우가 왕왕 있다.
대표적인 예가 구미 금오산과 야은 길재.
포은 정몽주, 목은 이색과 함께 고려말 삼은(三隱)으로 불리는 야은 길재는 조선이 건국되자
두 임금을 섬기지 않겠다며 고향인 구미 금오산으로 내려와 후진 교육에 힘썼다.
'오백년 도읍지를 필마로 돌아드니…'로 시작되는 시조는
그가 초야에 묻혀 지내다 옛 도읍지 송도를 돌아보며 망국의 한을 읊은 노래이다.
의령의 진산 자굴산은 남명 조식을 떠오르게 한다.
말년엔 지리산 기슭으로 옮겨와 산천재를 짓고 후학을 양성했지만
28세 때 자굴산 명경대에서 글을 읽으며 뜻을 세웠다.
마의태자와 그의 누이 덕주공주의 안타까운 전설이 서려있는 월악산이나 고려말 이성계에게
끝까지 저항하며 지조를 지킨 안동장군 이미숭의 절개가 흐르는 고령 미숭산 등도 같은 맥락이다.
산행팀이 이번에 소개하는 경주의 최고봉 단석산(斷石山·827m)은 김유신 장군과 인연이 깊다.
삼국사기 김유신열전에 따르면 김유신은 17세 때 삼국통일의 염원을 담고 단석산에서 수련하던 중
난승(難僧)으로부터 비법을 전수받아 단칼에 큰 바위를 쪼갰다.
실제로 단석산 정상에는 김유신이 칼로 베어냈다는 큰 바위가 있다.
산행은 경주 내남면 비지1리(학동마을) 구판장(또는 마을회관)~단석산 등산안내도~사곡지~절골~낙동정맥 주능선 사거리~단석산 갈림길~신선사 갈림길~신선사~통천문~헬기장~단석산 정상~갈림길~전망대~잇단 무덤~사거리(비지고개)~입암산·백석암 갈림길~입암산 정상~경주김씨묘~비지1리 구판장 순.
순수하게 걷는 시간은 5시간20분 정도.
주능선으로 오르는 계곡길과 입암산 이후 하산길은 거의 개척 수준이라 길찾기가 까다롭다.
김유신 장군이 단칼에 쪼갰다는 가운데가 '쩍' 갈라진 단석이 바로 옆에 있는 정상에 서면 경주의 최고봉답게 경주 시가지(우측 돌탑 뒤)와 선도산 남산 토함산 동대봉산 등이 파노라마처럼 펼쳐진다. 반대편으론 백운산 고헌산 등 낙동정맥과 신불산 간월산 가지산 운문산 등 영남알프스 주능선이 손에 잡힐 듯하다. |
비지1리 구판장 앞에서 포장로를 따라 간다.
정면 '한 일(一)' 자 능선은 낙동정맥.
250m쯤 뒤 세 갈래길.
가운데로 향한다.
빛바랜 단석산 등산안내도를 지나 다리를 건너 100m쯤 가다 곡각지점에서 포장로를 버리고 우측 논 쪽으로 간다. 계속 직진하면 방주교회와 OK그린목장.
정면 절골못이라 불리는 사곡지의 둑을 기준으로 왼쪽 골짜기가 절골, 오른쪽이 화장골이다.
산행팀은 사곡지 좌측으로 절골을 택한다.
차츰 길이 좁아진다.
계류를 건너 오른 뒤 또 건넌다.
겨우내 얼었던 계곡물이 녹아 시원하게 흐른다.
이내 갈림길.
우측으로 계류를 건너 옛 농지였던 너른 터를 가로질러 파평 윤씨묘를 지난다.
묵은 길이라 낙엽이 수북하다.
이때부터 계곡을 따라 걷는다.
유량도 적고 묵은 길을 일일이 찾아 계류도 수 차례 건너야 하는 녹록지 않은 구간이다.
잡목을 헤치고 산딸기 등 가시나무를 뚫고 때론 산허리를 돈다.
이렇게 40여 분.
운지버섯이 가득 자란 쓰러진 고목을 지날 즈음 계곡도 그간 숨겨 놓은 와폭 등 절경을 하나씩 내놓는다.
멀게만 느껴지던 낙동정맥 능선이 어느새 눈앞에 와 있다.
점차 유량이 줄면서 발아래 계곡 쪽엔 과거 물을 가둔 흔적으로 추정되는 석축이 보인다.
사실상 계곡 막바지.
생각보다 긴 절골은 90분쯤 지나야 끝이난다.
집채만한 바위를 지나 마지막으로 계류를 건너 능선으로 치고 오른다.
이때 '반환점'이라 적힌 팻말이 나무에 걸려 있다.
곧 반듯한 등로를 만난다.
갈림길이다.
왼쪽으로 5분쯤 가면 낙동정맥 사거리.
왼쪽은 수의동 방주교회 백운산 고헌산.
산행팀은 우측으로 오른다.
7분 뒤 갈림길.
왼쪽은 땅고개 사룡산으로 이어지는 낙동정맥.
산행팀은 우측 단석산 방향으로 향한다.
단석산은 낙동정맥에서 약간 비켜나 있다.
이어지는 능선길.
좌측 저 멀리 숲 사이로 사룡산이 보인다.
10분 뒤 다시 갈림길.
직진하면 단석산 정상, 산행팀은 국보 제199호 마애불상군이 위치한 신선사를 둘러보기 위해 왼쪽으로 내려선다. 이 길은 또한 단석산 산행의 대표적 들머리인 우중골로 가는 길이기도 하다.
독립가옥 한 채를 지나 임도 수준의 제법 너른 길로 가다 보면 우측으로 산길이 열려 있다.
리본도 많이 걸려 있다.
신선사까지는 20분.
전체적으로 오름길이나 꼬불꼬불한 솔가리길이라 그리 힘들지 않다.
산모퉁이를 돌면 'ㄷ'자 모양의 거대 암벽을 덮고 있는 돔형태의 인공지붕이 눈길을 끈다.
신선사 마애불상군이다.
10m쯤 되는 각 암벽에, 그것도 1500여 년 전에 여래상 등
다양한 불상과 보살상을 새긴 선조들의 불심에 그저 놀라울 뿐이다.
돔 형태의 인공지붕이 덮여 있는 국보 제199호인 신선사 마애불상군. |
신선사에서 정상까지는 대략 35분.
나무뿌리가 도처에 드러날 만큼 등로가 황폐해져 있다.
금정산이 연상된다. 통천문과 진달래터널,
그리고 헬기장을 잇따라 거친다.
마른 억새평원인 정상에는 크고 작은 바위와 돌탑이 널려 있고,
그 가운데 중심부가 쩍 갈라진 높이 1m쯤 되는 단석(斷石)이
정상석 바로 옆에 서 있다.
무엇보다 경주의 최고봉답게 조망이 빼어나다.
북동쪽으로 건천읍과 그 뒤로 구미산, 동쪽으로 경주시가지.
그 앞으로 선도산과 철탑이 서 있는 벽도산, 그 뒤로 근육질의 바위산인 남산의 금오봉과 고위봉 마석산 치술령 연화산이, 금오봉 뒤로 동대봉산 토함산 삼태봉이, 동대봉산 앞으로 보문단지도 확인된다.
남쪽으로 봉우리 셋이 나란한 백운산과 그 우측으로 영남알프스 고헌산과 문복산, 그 사이 뒤로 신불산과 간월산, 문복산 뒤로 억산 가지산 운문산이, 북서쪽으로 만봉산 석두봉이 보인다. 가히 산의 물결이다.
하산은 남동쪽으로 향한다.
100m쯤 뒤 갈림길.
왼쪽 선명한 길은 방내리 가는 길, 산행팀은 우로 간다.
5분 뒤 우측으로 시야가 트이면서 낙동정맥 상의 피라미드 건물인 방주교회와 OK그린목장,
그 뒤로 백운산과 고헌산이 손 앞에 잡힐 듯하다.
이어 만나는 전망대에선 정면의 입암산과 그 우측으로 들머리인 학동마을과 사곡지가 동시에 보인다.
오천 정씨묘를 지나면 갈림길.
우측은 절골 방향, 산행팀은 좌측으로 간다.
잇단 무덤과 송림길을 지나면 사거리. 왼쪽 방내리, 오른쪽은 비지리, 산행팀은 백석암 방향으로 간다.
15분 뒤 능선 갈림길에선 좌측 백석암 쪽 대신 우측 입암산 쪽으로 방향을 잡는다.
3분 뒤 입암산 정상. 스쳐가는 봉우리로 그 일대에서 제일 높다.
5분 뒤 다시 갈림길.
왼쪽 백석마을, 산행팀은 오른쪽 학동마을 쪽으로 내려선다.
아뿔싸! 이때부터 아예 길이 없다.
다만 능선길 우측이 학동마을이라는 큰 방향만 잡고 내려설 뿐이다.
수목 간격이 넓다는 점이 불행 중 다행이다.
경사가 무척 가파른 쪽은 가급적 피하며 전체적으로 왼쪽으로 조심해서 내려선다.
리본을 아주 촘촘히 달아 놓았다.
35분쯤 정신없이 내려오면 경주 경씨묘를 끝으로 산을 벗어난다.
여기서 들머리 마을회관까지 10분 걸린다.
# 떠나기전에
- 우중골 코스 대신 비지리 원점회귀
단석산 산행의 90% 이상은 경북 경주시 건천읍 송선리 우중골에서 출발해 신선사 마애불상군을 보고
정상에 오른 뒤 진달래능선을 따라 가다 천주암를 거쳐 건천읍 방내리로 하산한다.
그 역으로도 가능하다.
이미 이 길을 소개한 산행팀은 이 산 반대편인 내남면 비지1리(학동)에서
단석산을 돌아 원점회귀하는 코스를 택했다.
단석산 코스에서 신선사를 빼면 '앙꼬없는 찐빵'.
해서 산행팀은 정상 직전 갈림길에서 20분쯤 걸리는 정상으로 곧바로 가지 않고
신선사를 거쳐 정상으로 올라가는 75분쯤 걸리는 고행의 길을 택했다.
물론 체력이 부치면 정상으로 바로 가도 상관없음을 밝혀둔다.
김유신 장군은 단석산 이외에도 경주와 그 인근의 여러 산에서 수련을 했다.
삼국사기에 따르면 경주와 인접한 울주군 백운산 정상 아래 석굴에서도 수련을 했으며, 경주시내에 위치한
망산과 선도산에서도 말을 타고 훈련을 했다고 고향이 경주인 이창우 산행대장이 어린 시절 마을 어른들로부터 전해 들었다고 말했다.
단석산은 삼국통일 이전에는 동쪽 토함산, 서쪽 선도산, 남쪽 남산, 북쪽 소금강산과 함께 신라인들이 신성시해 오악(五岳) 중 중악(中岳)으로 모셔졌다.
# 교통편
- 노포동 터미널서 경주행 버스 10분 간격
노포동 종합터미널에서 경주행 시외버스는
오전 5시30분부터 10분 간격으로 출발한다.
1시간 걸린다.
시외버스터미널 인근 고속버스터미널 앞에서
332번 버스를 타고 학동(비지1리)에서 내린다.
오전 6시56분, 8시24분, 10시37분. 35분 걸린다.
날머리 학동에서 터미널행 버스는
오후 2시25분, 5시5분, 7시10분(막차)에 있다.
경주터미널에서 부산행 시외버스는 15분 간격으로 출발하며
막차는 밤 9시50분에 있다.
승용차를 이용할 경우 이정표 기준으로 경부고속도로 경주IC~시청 시의회 좌회전~동국대 버스터미널 경주대학교 좌회전~건천 경주대학교 4번 좌회전~서천교 건너~무열왕릉 좌회전~무열왕릉~광명기사식당 앞 광명5길, 백석사 방향 좌회전(광명GS주유소 직전)~철길 건너 굴다리 통과~제1화천교~한미정공 화강서당 경주재일농산 방향~화천2교 건너자마자 갈림길서 오른쪽~경부고속철도 공사 구간~화천보건진료소, 경주초등 화천분교 잇따라 지나~제3화천교~내남면~비지 방향 오른쪽~학동마을 이정석~학동(비지) 버스정류장 앞 갈림길에서 오른쪽~비지1리 구판장(마을회관 및 경로회관) 순.
비지1리를 학동마을이라 부르는 이유는 버스정류장 옆 '숲속명상학교'가 옛 학동초등학교였기 때문이다.
글·사진=이흥곤 기자 hu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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