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양 청도 '범봉~운문산'

금산금산 2018. 6. 5. 05:55

밀양 청도 '범봉~운문산'




암릉·계곡·풍광… 팔방미인 소리 듣는 영남알프스의 `진수`

석골사~범봉남릉~상운암계곡 원점회귀

12㎞ 코스… 넉넉잡아 6시간이면 완주

암릉·조망·계곡 산행 종합된 복합형 코스




해발 1000m가 넘는 연봉들이 거대한 산군을 이루는 '영남알프스'.

산꾼들에게는 예나 지금이나 변함없이 사랑을 받는 '산의 클래식'이자 '영남의 지붕'이다.

그런데 유독 9개나 되는 '영남알프스'의 1000m급 산 가운데 구름 낀 날씨가 어울릴 것 같은 산이 있다.

경북 청도와 경남 밀양에 걸쳐 있는 운문산(雲門山·1195m)을 말한다.

바람을 타고 하늘을 내달리던 구름도 거대한 산맥에 막혀 넘어가지 못하다가

 운문산의 양쪽 '옆구리' 고갯길로 겨우 길을 열어 흘러갔을 것만 같은 산.

그래서 이 산의 이름의 뜻도 '구름의 문'을 가리키고 있는 것일까.

   
운문산 정상에서 바라본 서쪽의 풍광. 연분홍 철쭉 뒤로 범봉과 억산 사자봉 문바위로 연결되는 능선이 장쾌하다. 사진 중간 오른쪽에 도드라져 보이는 바위가 억산 깨진바위다.


하지만 운문산이라는 이름은

 '운문사'라는 절 이름에서 유래했다는 것이 정설이다.

불가에서는 이곳저곳 돌아다니며 공부하는 수도승에 비유해

 '백운(白雲·흰 구름)'이라 부르고, 어느 절이나 암자에 머무르며

 수도하는 승려를 '청산(靑山)'에 비유했다고 한다.

그래서 운문사는 수도하는 승려들이 불현듯 왔다가

 소리 없이 가기도 하는 '구도자의 문'과 같은 절이라는

 의미도 내포돼 있는 것이다.

이렇게 볼 때 운문산은 단순히 '구름의 문'이라는 의미 이상의 '그 무엇'을 담고 있다고 할 만하다.

실제로 해발 1195m의 운문산은 영남알프스에서 가지산(迦智山·1240m)에 이어 두 번째로 높은 산이라는 점 외에도 헤아릴 수 없을 만큼 많은 기암과 암릉, 계곡 등 비경을 품고 있는 명산이다.

특히 원시림이 우거진 상운암계곡 딱밭골 천문지골 등 여러 개의 계곡과 아름다운 폭포를 거느리고 있어

 지리산이나 강원도의 심산 못지않은 비경을 품고 있다.

사방 거칠 것 없는 정상부의 조망은 영남알프스 산군에서도 단연 으뜸으로 꼽히기도 한다.

'근교산&그 너머' 취재팀은 이번 주 '구름을 타고 오르고 싶어지는 산' 운문산을 찾았다.

통상 청도 운문산으로 불리지만 실제 산꾼들은 당일 산행으로 운문산을 오르내리기 위해

 밀양시 산내면 원서리의 석골사를 기점으로 원점회귀 산행을 즐기는 편이다.

취재팀 역시 이 같은 트렌드에 맞춰 석골사 중심으로 답사를 진행했다.

다만 수많은 전망대를 가진 훌륭한 산길임에도 불구하고 운문산 산행에서 상대적으로 소외받았던

 범봉 남쪽 능선길을 따라 범봉(962m)에 올랐다가 운문산 정상을 밟은 후

 상운암을 거쳐 계곡으로 하산하는 코스로 잡았다.

오를 때는 최상의 조망을 즐기고 하산할 때는 계곡 산행을 만끽할 수 있는 '복합형 명품 코스'다.

   
GPX & GTM 파일 / 고도표 jpg파일

전체 산행은 석골사 주차장~억산 이정표~팔풍재갈림길~

대비골 하단(횡단)~구조 위치 표시 '밀양 아-1'(바위 왼쪽으로 진입)~

잇단 전망대~범봉~딱밭재~927봉 전망대(갈림길)~

전망바위(로프·위험) 암릉~상운암 갈림길~운문산 정상~

상운암 갈림길~상운암~천상폭포 앞 계곡~돌탑군~정구지바위~

딱밭재 이정표~범봉 이정표~대비골~석골사 순으로 진행된다.

총길이 12㎞에 순수하게 걷는 시간만 4시간40분, 휴식 등을 포함하면 6시간가량 걸리는 원점회귀 코스다.

대중교통을 이용할 경우 국도 24호선 도로변의 원서리 버스주차장에서

 석골사 표지판을 보고 석골사 방향으로 들어서면 절까지 걸어서 25분쯤 걸린다.

승용차를 이용하면 석골사 밑 무료 주차장에서부터 산행을 시작할 수 있다.

석골사 아래 위치한 석골폭포는 억산 범봉 운문산 산행을 하는 산꾼들에게는 잘 알려진 명소다.

수직으로 떨어지지 않고 중간에 완충지점을 두어 마치 2단 폭포와 같은 모습이다.

최근 잦은 비 때문인지 수량이 꽤 많아 운치를 더한다.

석골사 뜰의 주목나무가 눈에 띈다.

석골사 뒷문으로 나가 100여 m만 가면 등산안내도가 있는 억산 갈림길이다.

왼쪽 능선을 타면 억산으로 가는 최단거리(3.5㎞) 코스.

여기서 직진한다.

8분 후 소박한 장승이 서 있는 두 번째 억산 이정표를 지나고 왼쪽 커다란 바위 앞 갈림길에 닿는다.

왼쪽은 대비골을 거슬러 팔풍재로 오르는 길이지만 취재팀은 직진, 대비골 하단부를 건넌다.

10분 후 작은 전망대가 나온다.

상운암계곡과 건너편 치마바위가 눈에 든다.

이곳에서 20m만 더 가면 바위 아래에 첫 번째 구조 위치 표시 말뚝(경남소방서 밀양 아-1)을 만난다.

좋은 길을 버리고 바위 왼쪽으로 곧장 오른다.

일명 범봉남릉으로 진입하는 지점이다.

물론 좋은 길을 따라 150m쯤 더 가면 범봉 이정표가 있지만 둘러가는 길이기 때문에

 이 지점에서 곧바로 능선으로 붙는 것이다.

바위 왼쪽으로 올라 3분만 가면 T자형 갈림길.

일단 왼쪽으로 20m쯤 가면 오른쪽으로 능선길이 열린다.

안내 리본을 참고하자.

이곳부터 범봉 정상까지는 줄곧 오르막이지만 6~7개에 달하는 전망대가 있어

 산꾼의 가뿐 숨을 돌릴 수 있게 도와준다.

   
석골사 인근 석골폭포. 2단 폭포로 높이는 12m 안팎이다.

8분 후 첫 전망대를 지나고 다시 5분 후 두 번째 전망대에 서면

 운문산 정상과 운문산서릉 자락의 수많은 기암, 상운암계곡,

 치마바위 등이 드러난다.

8분 뒤에 만나는 오른쪽 전망대 역시 마찬가지다.

가파르지만 뚜렷한 길을 15분쯤 더 오르면

 이번엔 왼쪽에 천길 낭떠러지를 이룬 전망대가 나온다.

발아래 대비골과 문바위 사자바위 억산 깨진바위 등이

 확연히 드러날 뿐 아니라 앞으로 가야 할 범봉남릉 자락의

 거대한 바위절벽들이 함께 어우러져 비경을 자아낸다.

이곳에서 15분을 더 가면 널따란 바위 전망대다.

범봉 정상부가 보이기 시작한다.

잠시 평탄한 능선길을 따른다.

부드러운 흙길이다.

5분 후 작은 무덤을 지나면서 다시 경사도를 높인다.

철쭉나무가 터널을 이루고 있다.

무덤에서 20분 정도 가면 범봉 정상에 닿는다.

정상석은 없고 손바닥만 한 돌에 '범봉'이라는 임시 표시가 있을 뿐이다.

운문산과 억산 사이의 당당한 봉우리로서 범봉분맥이라는 결코 만만치 않은 산줄기까지 거느린

 산봉우리치고는 너무도 평범한 모습이다.

왼쪽은 팔풍재를 거쳐 억산으로 이어지는 주능선 길.

취재팀은 오른쪽 내리막을 탄다.

딱밭재까지는 15분이면 족하다.

딱밭재 갈림길에서 왼쪽은 운문사, 오른쪽은 석골사로 하산하는 방향이지만 직진한다.

운문산 정상까지 줄곧 오르막이다.

15분 후 오른쪽이 확 트이는 전망대에 오른다.

지형도상 927봉으로 표시된 곳이다.

우측으로 하산하는 갈림길이 있다.

오른쪽 내리막은 상당히 위험한 암봉이 있어 주의해야 할 구간이다.

이곳에서 잠시 운문산 정상 아래쪽 상운암계곡 부근을 살펴보면 나무가지 사이에 폭포가 보이는데

 그곳이 바로 빙벽 애호가들에게 선녀폭포로 불리기도 하는 천상폭포다.

겨울철에는 40m짜리 거대한 빙벽이 조성되지만 지금은 수량이 많지 않다.

   
범봉남릉의 한 전망대에서 멀리 억산 깨진바위가 보인다.

능선을 오른쪽으로 살짝 비켜서 좀 더 진행하다 보면

 작은 갈림길이 나오는데

 왼쪽 어깨 위 능선 마루금에 큰 바위가 보인다.

단 능선으로 20m만 더 오르면 로프 달린 전망바위에 오를 수 있다. 하지만 고소 공포증이 있거나 로프 타기에 익숙하지 않은

 초보 산꾼이라면 피하는 것이 좋다.

갈림길에서 좋은 길로 직진해

 70m만 가면 안전하게 암릉에 올라설 수 있다.

취재팀은 일단 로프를 잡고 암봉에 오른다.

이곳에서 바라보는 전망은 일품이다.

북쪽의 천문지골과 운문사 호거대 지룡산 등이 시원하게 펼쳐지고

 서쪽의 범봉 너머로 억산 깨진바위와 사자바위 문바위 등이 모두 눈에 든다.

또 동쪽으로는 운문산 정상과 독수리바위로 이어지는

 운문산북릉 가지산 문복산까지 보이기 때문에 놓치면 아쉬울 듯하다.

암릉을 지나 5분만 가면 이정표 없는 첫 번째 상운암 갈림길이 나오고

 15분 후에는 이정표가 있는 두 번째 상운암 갈림길이 나온다.

직진해서 10분이면 닿는다.

헬기장 옆 정상에는 청도산악회에서 세운 정상석이 있는데 해발 1188m로 표시돼 있다.

물론 재측량을 통해 2001년 이후 지형도에는 1195m로 수정됐으니 참고하자.

운문산 정상에서의 조망은 영남알프스에서 가장 장엄하기로 명성이 자자하다.

동쪽의 가지산과 백운산 능동산 간월산 신불산 영취산 능선과

 남쪽의 천화산 재약산 능선, 서쪽의 범봉 억산 사자바위 수리봉,

 북쪽의 천문지골과 지룡산 문복산 쌍두봉에 이르기까지 막힘이 없다.

서쪽 멀리로는 지리산과 가야산까지 아스라이 들어온다.

고지대인 탓인지 정상부에는 아직까지 연분홍 철쭉이 한창이다.

붉은 꽃잎을 배경으로 한 영남알프스 자락의 풍경이 더욱 황홀하다.

   
하산길인 상운암계곡에서 만난 일명 '정구지바위'.

하산은 '상운암갈림길'까지 되돌아간 뒤

 왼쪽으로 꺾어 상운암을 거친다.

정상에서 상운암까지는 15분.

석골사의 부속 암자인 상운암은 기도처로 명성이 높지만

 1950년 6·25전쟁 때 빨치산과의 전투 과정에서 전소돼

 현재는 절집의 모습이라기보다는 임시 가건물 형태로 남아 있다.

 그래도 샘물은 한여름에도 이가 시릴 정도로 시원하다.

상운암에서 계곡 상류까지는 다소 가파른 내리막.

15분가량 걸린다.

계곡을 건널 때 왼쪽에 보이는 바위에는 짙푸른 이끼가 두껍게 붙어 있어 원시림의 느낌을 준다.

100여 m 가면 넓은 길 대신 왼쪽의 계곡 바닥으로 떨어지는 듯한 희미한 길이 보이는데

 그 길을 따라 2분만 내려서면 빙벽훈련장으로 유명한 천상폭포가 있다.

겨울철에 찾으면 그만이다.

취재팀은 직진.

곧이어 돌탑군에 닿으면 계곡 건너편으로 폭포의 일부가 드러난다.

깊은 계곡을 따라 25분쯤 내려서면 이정표가 있는 갈림길에서 높이 4m가량의 둥그스름한 바위를 만난다. 일명 '정구지바위'다.

오랜 옛날 마고할멈이 정구지를 앞치마에 담은 채 산길을 가다가 잠시 이 바위 위에서 쉬었는데

 그중 일부를 흘려버리는 바람에 지금까지도 바위에 정구지가 난다는 전설이 전해온다.

왼쪽 오르막은 얼음굴과 손가굴 등 동굴 4~5개가 동굴지대를 거쳐 운문산서릉으로 오르는 길이다.

얼음굴은 '동의보감' 저자 허준이 스승 유의태의 시신을 해부한 곳이라는 설이 전해져 오는 동굴인데

 밀양 호박소 인근의 얼음골과 이곳 중 어느 곳이 진짜인지 분명하지 않다.

정구지바위에서 직진해 좀 더 내려서면 오른쪽 절벽 아래 계곡에 선녀폭포가 있지만

 접근하는 길이 희미하고 험한 탓에 생략하고 15분 만에 딱밭재갈림길에 닿는다.

이곳에서 석골사까지는 25분이면 닿는다.

대비골 딱밭골 상운암계곡의 물줄기를 모아서 마지막에 떨어지는 석골폭포는

 여전히 화려한 자태와 우렁찬 물소리를 뽐내며 버티고 있다.



◆ 떠나기 전에

- 천년고찰 석골사 내력 덜 알려져 아쉬움

운문산 범봉 억산 수리봉 등의 산행 기점 역할을 하는 석골사(石骨寺)는

 한국전쟁 때 불타 없어졌다가 재건된 사찰이다 보니 그 내력이 크게 알려져 있지 않다.

하지만 사실 창건된 지 1000년이 넘는 유서 깊은 절이라는 것에는 이견이 없다.

석골사는 그 사명이 본래 석굴사(石堀寺·石窟寺)였으나 후대에 와전돼 석골사(石骨寺)가 되었으며,

 석동사(石洞寺)라는 이름도 전해오고 있다고 한다.

정확한 창건 연대를 알 기록은 찾기 어렵지만

 삼국유사에 고려 태조 왕건의 건국을 도운 보양(寶壤) 선사가 석굴사의 비허(備虛) 선사와 더불어

 형제가 되어 봉성 석굴 운문 등의 세 절을 왕래하면서 서로 교분을 가졌다는 내용을 통해

 대략 추정해 볼 수 있다.

보양과 비허 선사는 법형제(法兄弟)로서 같은 시기의 인물이다.

따라서 비허선사가 주석했던 석굴사는 적어도 왕건이 당시 후백제의 견훤을 치기 위해

 원정을 나간 927년(신라 경순왕 1) 이전에 창건됐음을 알 수 있다.

또한 석굴(石堀)이란 이름이 암시하는 것처럼 이 절은 큰 가람이 아니라

 도가 높은 선승이 개창한 산중의 조그마한 기도 암자였다는 추정이 가능하다.

1735년(조선 영조 11)에 함화당(含花堂) 의청(儀淸) 스님이 중건했다고 하며

이때 상운암(上雲庵)도 함께 중수했다고 한다.

운문산 정상 서쪽의 산을 함화산이라고 하는 것도 그런 연유다.

상운암은 또한 함화암이라고도 불렸다고 한다.

정구지바위 주변의 얼음굴은 '제2의 얼음골'이라 불리는데

 허준의 스승 유의태가 어의로 있으면서도

 지인이던 석골사 주지 스님을 만나기 위해 자주 왕래했다고 알려져 있어

허준의 해부실습실이 바로 이 얼음굴이었을 것이라는 주장을 뒷받침하고 있기도 하다.




◆ 교통편

- 경부·신대구부산고속도로 편리한대로 이용

대중교통은 밀양을 경유하는 편이 낫다.

부산역에서 밀양역까지 열차를 이용한다.

오전 5시10분부터 수시 운행. 40분 소요.

밀양역에서 시내버스 편으로 밀양시외버스터미널로 이동한 후 석남사행 또는 얼음골행 버스를 타고

 산내면 원서리 석골사 입구에 하차하면 된다.

오전 6시30분부터 약 30분 간격으로 운행.

자가용을 이용할 경우 동부산권에서는 경부고속도로를 이용, 서울산IC에서 내린 후

 언양읍을 거쳐서 밀양 방면 국도 24호선을 타면 편하다.

확장된 도로를 타고 터널 2개를 통과, 산내면 소재지에서 내리면 구도로로 연결된다.

밀양 방면으로 5분쯤 가다 보면 원서리 버스 정류장에 석골사 표지석이 보이는데 우회전,

 5분쯤 가면 주차장에 닿는다.

서부산권에서는 신대구부산고속도로를 이용한다.

밀양IC에서 내려 언양 울산 방면으로 우회전, 얼음골 방향으로 가다 보면

 마찬가지로 석골사 입구에 도착할 수 있다.


  • 글·사진=이승렬 기자 bungs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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