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이바구 [바다]

멍게

금산금산 2011. 8. 15. 19:34

 

[수산물 테마여행] <9> 멍게

못생겨도 '맛있으면 그만이지~'

 

 

 

 

멍게라는 이름으로 더 널리 알려진 우렁쉥이는

몸이 두꺼운 껍질에 덮여 바위 등에 붙어살기 때문에

조개류의 일종으로 생각하기 쉽지만

사실은 척색동물의 미색류에 속하는 하등동물이다.

 

 

 

척색동물이란 척추동물과 원색동물의 특징을 모두 가진 것으로

우렁쉥이는 유생(幼生) 때는 올챙이와 같은 모양으로 헤엄친다.

그러나 곧 고형물에 붙어 자라면서

표면에는 울퉁불퉁한 젖꼭지 모양의 돌기가 생겨 '바다의 파인애플'이라고도 불린다.

 

 

 

피낭(껍질 주머니)의 상단에는 물이 들어오는 입수공과 출수공이 있어 물을 뿜어낸다.

영어권에서는 피낭이라는 뜻의 '튜니케이트(tunicate)' 또는

바다의 물총이란 뜻의 '시 스쿼트(sea squirt)'라 불린다.

일본에서는 붉고 둥근 모양이 램프의 유리통을 닮았다는 뜻으로 '호야(火屋)'로 불린다.

 

 

 

 

쌉쌀·달콤…식욕 돋워

'바다 파인애플'로 불려

 

 

 

멍게는 육질이 상큼하고 향긋한 향미를 지니고 있어

먹고 난 후에도 쌉쌀하고 달콤한 맛이 나 식욕을 돋우는 식품이다.

예전엔 우리나라 남부 일부 지방에서만 식용하였는데

한국전쟁 이후부터 전국에 퍼졌다고 한다.

 

 

 

우리 민간에서는 멍게의 어원을 '우멍거지'에서 찾는다.

우멍거지는 '끝에 껍질이 덮인 성인 남자의 생식기'를 말하는데,

포경(包莖)의 순수 우리말이다.

 

 

 

멍게가 생김새가 우멍거지와 비슷한데 차마 그대로 쓰기가 민망해

가운데 두 자를 떼 낸 '멍거'에서 왔다는 것이다.

술좌석에서 웃음 속에 풀이하는 멍게의 어원이다.

 

 

 

정지용 시인은 '부산(釜山) 2'에서 처음 먹어본 멍게를 이렇게 묘사하고 있다.

'생선 파는 장사가 이름도 모르고 파는 생선이 있다.

멍기라는 것이 있다.

우멍거지라고도 하고 우름송이라고도 한다.'

 

 

 

멍게란 이름이 쓰이기 이전에는 우멍거지와 우름송이란 이름도 함께 쓰였던 것 같다.

멍게란 이름은 1988년도 이전까지만 해도 경상도 지방의 사투리였다.

그러나 표준어인 우렁쉥이보다 워낙 널리 쓰이는 바람에

이후로는 복수 표준어로 인정돼 대접을 받고 있다.

 

 

 

껍질에 싸여 물을 쏘는 모습에서 우멍거지를 연상하고,

그리고 차마 이 말을 쓰기가 낯간지러워 가운데 두 자를 추려서 사용한

선조들의 해학과 재치를 생각하면

쌉쌀하고 달콤한 멍게의 뒷맛이 한결 정겹게 느껴진다.

 

 

이두석·국립수산과학원 연구관

 

부산일보 | 18면 | 입력시간: 2011-05-09 [10:32:00]

'부산 이바구 [바다]' 카테고리의 다른 글

달고기   (0) 2011.08.29
준치  (0) 2011.08.29
꽃게  (0) 2011.08.15
미더덕  (0) 2011.08.15
주꾸미  (0) 2011.08.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