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이바구 [바다]

꽃게

금산금산 2011. 8. 15. 19:27

 

[수산물 테마여행] <8> 꽃게

등딱지는 '잡귀 퇴치용'

 

 

 

 

가시하면 떠오르는 나무들이 있다.

찔레나무가 있고 푸른 가시로 온몸을 싸고 있어서 울타리용으로 많이 심는 탱자나무도 있다.

그렇지만 가시가 무섭기로 치자면 엄나무를 따를 게 없다.

 

 

 

옛 사람들은 이 엄나무의 날카로운 가시가 귀신의 침입을 막아준다 하여

엄나무 가지를 대문이나 문설주에 꽂는 풍습이 있었다.

마을 입구에 엄나무를 심으면 전염병이 비켜가는 것으로 믿었다.

 

 

 

5월 알 찬 암꽃게 제철

정약전 '호랑이와 대적'

 

 

동양사상의 음양오행설로 볼 때 귀신은 음기의 상징이다.

귀신은 어둡고 축축하고 차갑고 썩은 것을 좋아한다.

엄나무의 무시무시하게 생긴 가시는 양기의 상징이다.

동양의학에서 가시가 있는 모든 식물은 음기가 성해서 생긴 병, 곧

바람과 습기로 인해서 생긴 병을 몰아낼 수 있는 것으로 보았기 때문이다.

 

 

 

한편 바닷가 지방에서는 엄나무 가시 대용으로

꽃게의 등딱지를 대문이나 문설주에 꽂아 귀신을 물리쳤는데,

 꽃게란 이름도 가시처럼 뾰족하게 생긴 그 등딱지에서 유래되지 않았나 생각된다.

 

 

 

곶(串)이란 말이 있다 있다.

곶은 바다로 가늘게 뻗어있는 육지의 끝 부분을 이르는 말이다.

예를 들어보면 지명으로는 장산곶, 장기곶, 간절곶 등이 있다.

양 끝이 뾰족한 괭이를 곡괭이(곶+괭이)이라 하고,

막대기 모양의 끝이 뾰족한 얼음은 고드름(곶+얼음)이라 한다.

따라서 등딱지의 양 옆이 가시처럼 뾰족한 꽃게는

 '곶'과 '게'가 합쳐진 말이란 것을 미루어 짐작할 수 있다.

 

 

 

꽃게는 어떤 짐승한테도 집게발을 쳐들고 대드는 용기가 있다.

정약전은 자산어보에서 꽃게를

'힘이 음력 8월이 되면 매우 강해져 능히 호랑이와 싸울 만하다'며 그 힘과 용기를 칭송했다.

인도에서는 호랑이가 게를 보고 도망치는 이야기가 있고,

불경에는 코끼리와 싸워 이기는 게가 나온다.

 

 

 

꽃게는 뒤집으면 하얗고 단단한 꼭지같은 껍질이 복부를 덮고 있다.

암꽃게는 그것이 젖꼭지처럼 둥글고, 수꽃게의 것은 아기들 고추처럼 뾰족하다.

 

 

 

꽃게는 1년 중 두 차례 제철을 맞는다.

꽃샘추위가 끝나고 수온이 올라가는 5월에는 알이 꽉 찬 암꽃게가,

 9월에는 살이 오른 수꽃게가 제철이다.

 

 

 

이두석·국립수산과학원 연구관

 

부산일보| 18면 | 입력시간: 2011-05-02 [10:34:00]

 

'부산 이바구 [바다]' 카테고리의 다른 글

준치  (0) 2011.08.29
멍게  (0) 2011.08.15
미더덕  (0) 2011.08.15
주꾸미  (0) 2011.08.15
멸치  (0) 2011.08.0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