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산물 테마여행] <10> 준치
가시 많지만 맛은 일품!
'썩어도 준치'라는 속담이 있다.
원래 본바탕이 좋은 것은 시간이 지나 낡고 헐어도 그 본 성품을 잃지 않는 것처럼
성품이 올곧은 사람은 곤경에 빠지더라도 본질이나 생각이 변치 않는다는 것을 이르는 말이다.
청어목 준치과에 속하는 준치는
몸길이 50cm 정도로 밴댕이와 비슷하지만 몸집이 더 크다.
등 쪽은 암청색이고 배 쪽은 은백색이다.
아래턱이 위턱보다 앞으로 나와 있어 입이 위로 향한다.
지나친 욕심금물 상징
'참다운 물고기' 별명
준치는 예로부터 상징적인 의미의 선물로도 자주 쓰였다고 한다.
권력이나 명예, 재물에 너무 치우치면 반드시 그 반작용으로 불행이 닥친다는
훈계용으로 준치가 제격이라는 것이다.
준치는 매우 맛있는 생선이지만
잔가시가 많아 맛있다고 마구 먹어대다간 목에 가시가 걸리기 십상이므로
지나친 음식 욕심을 부릴 수 없기 때문이다.
그래서 준치에게는 참다운 물고기라는 뜻의 '진어(眞魚)'라는 별명이 붙었다.
준치는 '시어(시魚)'라는 별명도 있는데,
봄철이 지나면 완전히 사라졌다가
다음해 봄에 어김없이 나타나는 습성 때문에 붙여진 이름이다.
정약전은 자산어보에 시어의 습성을 이렇게 묘사하고 있다.
'시어는 비늘이 굵고 가시가 많으며 등은 푸르다.
맛이 좋고 시원하다.
곡우(穀雨)가 지난 뒤에 비로소 우이도(牛耳島)에서 잡힌다.'
준치는 맛이 좋지만 잔가시가 많아 먹기 불편한데,
송나라의 풍류문인 유연재는 세상을 살면서 느낀 다섯 가지 한(恨)을 꼽을 때 '시어다골(시魚多骨)',
즉 준치의 뼈가 많은 것을 들기까지 했다.
준치가 잔가시가 많은 것과 관련한 재미있는 이야기가 있다.
옛날에 준치는 맛이 좋은 데다 가시도 없어서 사람들이 너무 많이 잡아먹어 멸종 위기에 처했다.
그러자 용궁에서 묘책으로 다른 물고기로 하여금 가시를 한 개씩 빼서 준치에게 주도록 했다.
너무 가시가 많이 박혀 아픔을 참지 못해 달아나는 준치를 쫓아가서
꼬리까지 꽂는 바람에 꼬리 부근까지 가시가 있게 됐다는 것이다.
또한 좋은 일에는 방해가 많고, 무슨 일이나 다 좋은 것은 없다는 뜻으로
'맛 좋은 준치는 가시가 많다'는 속담도 있다.
준치에 대한 이야기가 지금까지 속담으로 전해 내려오는 것은
어쩌면 자칫 잊기 쉬운 겸손함을 내내 가르치려는 선조들의 뜻인지도 모르겠다.
이두석·국립수산과학원 연구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