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산물 테마여행] <20> 은어
입안 가득 수박향이…
청정 하천 규조류만 먹는 '귀공자'
맑고 깨끗한 1급수에 살며 은은한 수박향이 나는 은어는
수중군자(水中君子) 또는 청류의 귀공자로 불린다.
이름난 먹을거리들이 대부분 그렇듯 어물전에서도 행세깨나 한다는 놈들은
임금님의 수랏상에 올랐다는 걸 최고의 영예로 치는데,
은어도 그 옛날 진상품 가운데 하나였다.
진상품이었다는 보증수표가 있으니 은어의 맛에 대해서는 별도의 설명이 필요 없겠지만
특유의 수박향(혹은 오이향)은 은어의 주가를 올리는 한 요인이다.
은빛으로 빛나는 은어가 유유히 헤엄치는 모습은 고아하게 느껴진다.
작은 몸을 흔들면서 헤엄치는 자태는 귀공자처럼 품위가 있어 보인다.
은어는 내장째 튀기거나 굽거나 매운탕을 끓여 먹기 때문에 하나도 버릴 것이 없는 생선이다.
내장과 간에는 몸에 좋은 성분이 많이 함유돼 있는데,
이는 은어가 오염되지 않은 하천의 규조류를 먹기 때문이다.
특히 버들잎 크기만큼 자란 은어를 '버들은어'라고 하는데
이때가 횟감으로 최고여서 초고추장에 찍어 깻잎에 싸서 먹으면
입안에 가득 퍼지는 수박향이 일품이다.
은어는 맑고 깨끗한 1급수의 물이 빠르게 흐르는 하천에서만 서식하며,
오염된 물에는 민감하게 반응한다.
'궂은 물에 은어 달아나듯 한다'는 속담은 어떤 일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것을 빗대 일컫는 말이다.
은어는 봄철 바다에서 강을 거슬러 올라가고 가을에는 다시 바다로 돌아가는데,
강을 거슬러 오르던 어린 은어는 6~7월경에 어른 물고기로 성장하면서
1㎡ 남짓한 자기 영역을 지키며 다른 은어가 침범하면 쫓아내는 습성이 있다.
은어는 돌에 낀 규조류만 먹고 살기 때문에 지렁이 같은 미끼로는 낚시가 불가능하다.
따라서 은어 낚시는 은어의 '배타성'을 이용해
씨은어(낚싯바늘을 단 낚싯줄에 매달려 다른 은어를 꾀는 살아 있는 은어)로 낚는데,
다른 은어가 씨은어를 공격하다가 낚싯바늘에 걸리면 낚아 올리는 '놀림낚시'이다.
이두석·국립수산과학원 연구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