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산물 테마여행] <22> 뱀장어
뱀 닮아 보양식 애용
바다서 부화 5㎝ 성장하면 민물로
뱀장어는 하천이나 호수에서 생활하는 담수어로 알려져 있지만 태어난 곳은 바다이다.
뱀장어의 알은 바다에서 부화해 '렙토세팔루스'라 불리는 대나무 잎사귀 모양의 유생기를 거쳐
5㎝ 정도 성장하면 실뱀장어가 되어 강으로 올라간다.
현재의 뱀장어 양식은 이 실뱀장어를 잡아 기른 것이다.
뱀장어는 이름 그대로 '뱀처럼 생긴 긴 물고기'란 뜻이다.
뱀장어가 예로부터 동서양을 막론하고 보양식으로 사랑받아 온 것은
'생김새가 비슷한 것끼리는 같은 효과를 낸다'는 '유감주술(類感呪術)'의 사고에서 기인한다.
사랑을 나누는 시간이 긴 동물인 뱀과 생김새가 흡사한데다,
어디든 파고들어가는 뱀장어의 성질을 강한 남성성과 연결지어 생각했기 때문일 것이다.
자라가 목이 늘었다 줄었다 하는 점이 '남성'과 같다고 해
정력제로 사랑받는 것 또한 유치한 발상처럼 치부되기도 한다.
그런데 대체로 그런 재료들이 영양 면에서 우수해 실제 정력제의 역할을 하는 사실 또한 재미있는 현상이다.
심리적인 영향도 정력제에 대한 신봉에 한몫을 한다.
그리고 뱀장어를 뜻하는 한자인 '만(鰻)'자는 고기어(魚)에 날일(日), 넉사(四), 또우(又)로 구성되어 있는데,
뱀장어를 먹으면 하루(日)에 네(四)번을 해도 또(又) 하고 싶어지는 물고기라 해석하는 해학적인 사람도 있다.
뱀장어는 몸에 점액이 많아 아주 미끌미끌한 물고기이다.
미끌미끌해 비늘이 없는 것처럼 보이나 아주 작은 비늘이 피부 속에 묻혀있다.
우리말에 '메기 잔등에 뱀장어 넘어가듯'이라는 속담이 있다.
뱀장어가 미끄럽지만 메기도 미끄럽기는 매한가지다.
미끄러운 메기 잔등을 미끄러운 뱀장어가 넘어가니 오죽 잘 넘어 가겠는가.
이는 슬그머니 얼버무려 넘어가는 것을 빗댄 표현이다.
'뱀장어 눈은 작아도 저 먹을 것은 다 본다'는 속담은
아무리 식견이 좁은 이라도 제 살 길은 다 마련한다는 말이다.
뱀장어를 얘기하다보면 '풍천장어'란 말을 자주 들을 수 있다.
가을에 민물과 바닷물이 어우러지는 강 하구에서 산란을 위해 멀고 긴 바다 여행을 준비하고 있는 뱀장어를 말한다.
맛과 영양에서 최고의 뱀장어다.
이두석·국립수산과학원 연구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