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산물 테마여행] <23> 붕장어
속살 부드러운 '바다 갱'
깻잎에 한 움큼 싸먹는 회맛 일품
붕장어 회는 부산 사람들이 '아나고 회'라 부르며 즐겨 먹는 먹을거리 중 하나이다.
붕장어의 뼈를 발라내고 살 부분만 무채처럼 잘게 썬 뒤 물기를 완전히 짜내
마치 솜털처럼 만들어 갖은 야채와 초장에 비벼 먹거나 깻잎이나 상추에
한 움큼씩 싸 먹는 맛이 일품이다.
붕장어의 학명은 그리스어로 '구멍을 뚫는 고기'라는 뜻의 말에서 유래했다.
일본 이름인 '아나고' 역시 붕장어가 모래 바닥을 뚫고 들어가는 습성에서
붙은 것으로 짐작된다.
붕장어는 원통형으로 갯장어와 생김새가 매우 비슷하게 닮았지만
등지느러미가 가슴지느러미의 중앙 부분 보다 약간 뒤쪽에서 시작되고
옆줄 구멍에 선명한 흰색 점이 있다.
또 옆줄 위에도 한 줄의 흰색 점이 있으며 머리 부분에도 다수의 흰색 점이 있다.
우리나라 전 연안에 분포하는데 뱀장어, 갯장어와 마찬가지로
알에서 깨어난 새끼는 유생기를 거치며 쿠로시오 난류를 타고
북상해 연안의 만 입구나 섬 주위의 물 흐름이 완만한 곳에 많이 모인다.
붕장어는 뱀처럼 친근하지 않은 모습을 한 때문에 예로부터 괴물로 여겨져 온 것 같다.
아리스토텔레스는 붕장어를 문어, 큰 새우와 함께 '바다의 3대 괴물'로 기록했다.
붕장어는 낮에는 모래에 몸통을 반쯤 숨긴 채
머리를 쳐들어 금색의 눈을 빛내며 사방을 살피는 섬뜩한 모습을 보이며,
밤에는 다른 물고기들이 잠잘 때 습격해 먹이를 포획하는
육식성이어서 '바다의 갱'이라는 별명을 갖고 있다.
바다에서만 사는데다 생김새 때문인지
우리 조상들은 별로 좋아하지 않은 듯 고서에 거의 등장하지 않는다.
정약전의 자산어보에도 붕장어를 '해대려'라 일컬으며
'눈이 크고 배 안이 묵색(墨色)으로 맛이 좋다'고 단 한 줄만 기록했을 뿐 별다른 언급을 하지 않았다.
붕장어는 버릴 것이 전혀 없는 생선이다.
척추 뼈 부분은 기름에 튀겨 안주로 먹고 대가리와 내장은 탕을 끓여 먹는다.
붕장어 구이는 살이 워낙 부드러워 입에 넣으면 스르르 녹는 느낌이 든다.
붕장어 탕은 끓일수록 진한 맛이 우러난다.
붕장어 뼈로 어느 정도 국물을 우려낸 뒤 붕장어를 서너 시간 푹 삶으면
살이 수프처럼 풀어진다.
거기에 숙주나물, 배추 등을 넣어 다시 끓이면 부드러운 감칠맛이 일품이다.
보기만 해도 기운이 뻗치는 것 같다.
붕장어는 연중 맛의 차이가 별로 없으나 굳이 제철을 따진다면 여름이다.
이두석·국립수산과학원 연구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