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산물 테마여행] <25> 전어
참깨 씹는 듯 고소해
가을엔 지방질 풍부 감칠맛 최고
전어는 청어목 전어과의 물고기로 몸은 옆으로 납작하다.
몸 빛깔은 등 쪽은 누런빛을 띤 짙은 청색이며 배 쪽은 은백색이다.
등 쪽에는 갈색의 반점으로 된 세로줄이 여러 줄 있고,
등지느러미의 마지막 줄기는 실처럼 길게 뻗어있어 물 찬 제비처럼 날렵한 모습이다.
전어는 우리나라 연안에 넓게 분포하고 있는 물고기로 잔가시가 많으나 맛이 있고
어획량이 많아 주요한 수산자원으로 취급돼 왔다.
서유구의 임원경제지에는 '전어는 기름이 많고 맛이 좋아 상인들이 염장하여 서울에서 파는데,
귀한 사람이나 천한 사람이나 모두 좋아해 사는 이가 돈을 생각하지 않아 전어(錢魚)라고 한다'고 적고 있다.
또한 정약전의 자산어보에는 전어의 날렵한 모습이 화살촉을 닮았다하여 '화살 전(箭)'을 써서 전어(箭魚)라 표기하고
'큰 놈은 한 자 정도로 몸이 높고 좁으며 검푸르다.
기름이 많고 달콤하다'고 하였다.
전어는 봄(4~6월)에 산란,
여름내 각종 플랑크톤과 유기물 등을 먹고
가을이면 20㎝ 정도로 성장하는데 이때를 전후해 연중 지방질이 가장 많아지며 뼈가 부드러워 진다.
가을의 별미를 알리는 시절음식(時節飮食)으로는 전어회나 전어구이를 따를 만한 것이 없다.
전어회는 포를 떠서 얌전하게 먹는 것보다
뼈째 썰어서 깻잎에다 막장에 찍은 고추, 마늘과 함께 한 주먹 싸서 입에 우겨넣고 어적어적 씹어 먹어야 제 맛이 난다.
살과 함께 잔뼈가 입 속에서 아삭아삭 소리를 내며 지방질과 어우러져서 고소하고 감칠맛이 난다.
활어의 쫄깃쫄깃한 살맛을 강조한 일반 회와 확실히 구분되는 맛이다.
전어구이는 칼집을 넣은 전어에 굵은 소금 뿌려 20분 정도 놔뒀다가
석쇠에 얹어 구우면 기름이 벅적거리면서 고소한 냄새가 천지를 진동한다.
'가을전어 머리에는 참깨가 서말'이고 '전어 굽는 냄새에 집 나간 며느리도 다시 돌아온다'는 말이 가슴에 와 닿는다.
참을 수 없는 유혹이다.
전어는 젓갈을 담가도 맛있다.
전어 새끼로 담근 것은 엽삭젓(또는 뒈미젓)이라 하고 내장으로 담근 것은 전어속젓이라 한다.
내장 중에서도 위만 모아 담근 전어밤젓은 그것만으로도 밥 두어 공기는 뚝딱 비울 수 있는 밥도둑이다.
이두석·국립수산과학원 연구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