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아 숨쉬는 부산바다 <1> 백운포
인간의 침탈… 바다 처절한 몸부림
불가사리들이 엉겨있는 덩어리에서 불가사리를 떼어내자 북어가 드러나고 있다. 박수현기자 parksh@kookje.co.kr
국제신문은 연간 기획물로 '살아 숨쉬는 부산 바다'를 시작합니다.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수중사진가인 본사 박수현 기자가 기장군에서부터 낙동강 하구까지 200㎞에 이르는 부산의 바다 속을 직접 드나들며 그곳에서 만난 바다생물들의 이야기를 생생하게 전할 계획입니다. 개발과 산업화로 많은 상처를 입었지만 여전히 아름답고 신비로움을 간직하고 있는 부산 바다와 그 속에서 살고 있는 생물들의 진솔한 이야기에 귀를 기울인다면 부산 바다는 모든 것을 안은 채 우리와 영원히 함께할 것이다. 부산 바다에 대한 독자 여러분들의 많은 관심과 애정을 기대합니다.
번식을 위한 짝을 찾는 듯 군소 한마리가 자신의 몸을 노출시킨 채 더듬이를 세우고 있다
- 흰구름 쉬어가던 포구, 해산물 넘쳐났던 백운포
- 무자비한 간척사업으로 20m 자갈마당만 남아
- 뻘 범벅이 된 바다 속 폐그물·어망·통발…인간의 덫 섬뜩하다
- 저승사자 같은 불가사리, 해조류와 따개비 굴 등 바다 식구들 삶 위협
- 인간이 망친 바다, 이제라도 보듬어야
불가사리가 엉겨 있는 주변에는 무속인들이 의식후 바다에 던진 것으로 보이는 칼이 몇자루 떨어져 있다. |
겨울 바다는 다이나믹한 매력을 품고 있다. 땅위는 수은주가 영하로 곤두박질치고, 갯바위를 넘나드는 파도마저 얼어 버렸지만 바닷속 수온은 10도 안팎으로 땅위보다는 안정적이다. 물론 다이빙을 마치고 뭍으로 돌아왔을 때 젖은 몸에 휘감겨드는 칼바람은 살을 도려내는 듯 고통스럽지만….
불가사리가 엉겨 있는 주변에는 무속인들이 의식후 바다에 던진 것으로 보이는 칼이 몇자루 떨어져 있다
예전 신선대 남쪽 절벽에서 이기대까지를 아우르던 백운포는 현재 20m 남짓한 너비의 자갈마당 선착장만 남아 과거 포구의 명맥을 유지하고 있다. 자갈마당에서 입수 후 서쪽으로 향하는데 바닥이 유기물로 범벅된 뻘층이라 몸놀림이 상당히 조심스럽다. 조금만 바닥면에 닿아도 부유물이 뿌옇게 일어나 눈앞을 가려버리기 때문이다.
굶주린 불가사리들이 해면에게 기어들고 있다. |
계속 이어지는 뻘 층이 다소 지루했다. 방향을 바꿔 동남쪽으로 향했다. 수심이 얕아지면서 암반지대가 펼쳐진다. 암반 지형은 백운포 조간대 갯바위에서 오륙도 막내섬인 방패섬까지 이어진다. 바다 속 암반에는 해조류가 부착해서 자랄 수 있기에 볼거리가 다양하다. 해조류는 광합성을 통해 바다에 산소와 영양물질을 공급하는 1차 생산자의 역할을 맡는다. 그 뿐 아니라 바다 동물들에게 서식처를 제공하며 초식성 어류와 전복, 고둥, 군소(연체동물 복족류), 성게 등의 먹잇감이 된다. 암반지대에 형성된 해조류는 바다를 풍요롭게 만드는 1등 공신인 셈이다.
굶주린 불가사리들이 해면에게 기어들고 있다
암반지대에 잘피들이 자라고 있다. |
바닥면에 불가사리가 오랜시간 머물렀던 흔적이 남아 있는 것으로 보아 불가사리들이 바닥면의 유기물을 섭취한 것으로 보인다. |
암반지대에 잘피들이 자라고 있다
조간대 갯바위에서 서쪽으로 조금 벗어나자 불가사리들이 다닥다닥 엉겨 붙은 덩어리들이 보였다. 몇 마리 떼어내자 그 아래에 흐물흐물해진 북어가 흉물스러운 모습을 드러냈다. 옆에 엉겨 붙어 있는 불가사리들을 떼어내자 이번에는 불어터진 돼지머리가 나타났다. 주변을 둘러보니 제례의식에 사용했음직한 긴 칼이 몇 자루 떨어져 있다. 백운포가 명당이다 보니 이 곳에는 무속 신앙인들의 발길이 잦은 편인데 이들이 제례의식을 마친 후 바다에 던져 넣는 북어, 돼지머리 등 각종 제물들이 불가사리를 불러 모은 꼴이다.
해조류 사이로 미역치가 모습을 드러내고 있다. |
바닥면에 불가사리가 오랜시간 머물렀던 흔적이 남아 있는 것으로 보아 불가사리들이 바닥면의 유기물을 섭취한 것으로 보인다
따개비를 예로 들어보자. 따개비는 껍데기 위쪽 입구를 열어 만각을 휘둘러 먹이활동을 하고 물 속의 산소를 흡수해서 살아간다. 그런데 불가사리가 팔을 펼쳐 입구를 틀어막아 버리면 따개비는 어떻게 될까. 한동안은 입구를 굳게 닫고 버티겠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숨이 가빠지거나 먹이활동을 못해 고통스러울 수밖에 없을 거다. 숨이 간당간당해진 따개비가 껍데기 입구를 여는 순간 불가사리는 기회를 놓치지 않는다. 불가사리 몸에서 빠져나온 미끈거리는 위장은 따개비 몸속으로 밀고 들어와서는 위액을 내 뿜어 속살을 녹여 버린다. 따개비와 담치 사냥이 여의치 않은 불가사리들은 유기물로 범벅된 바닥면에 붙어 유기물을 빨아먹는다. 아무 맛이 없어 보이는 해면에까지 무리지어 달려드는 불가사리들을 보면서 마치 공포 영화 속에나 등장하는 '좀비'가 연상되어 섬뜩해졌다.
해조류 사이로 미역치가 모습을 드러내고 있다
박수현 기자 parksh@kookje.co.kr |
그런데 심각한 것은 이런저런 먹잇감을 찾지 못한 불가사리들이 해조류까지 공격한다는 점이다. 실제 백운포 곳곳에는 해조류에 달라붙어 있는 불가사리들을 어렵지 않게 찾아 볼 수 있었다. 해조류에서 불가사리를 떼어 내자 이미 영양분을 모두 빼앗긴 엽상체가 하얗게 시들어 있었다. 해조류가 불가사리들의 공격을 받는다는 것은 이들이 바다 속 1차 생산자라는 입장에서 불행한 결과를 초래할 수밖에 없다. 해조류가 없는 바다는 생명체의 흔적을 찾을 수 없는 죽음의 바다가 되기 때문이다. 건강한 바다는 생태계가 균형을 이루어야 하고 인간의 활동이 생태계에 심각한 영향을 줘서는 안 된다. 개발의 열풍으로 예전의 아름다운 포구는 아득한 기억 속에 남고 말았지만 백운포 생태계를 보존하기 위한 노력까지 소원해져서는 안 될 일이다.
암반지대에 말미잘 군락이 형성되어 있다
불가사리들이 담치를 포식하고 있다
해조류 사이에 자리잡은 갯고사리의 모습이다
불가사리들이 해조류를 포식하고 있다. 불가사리가 지나간 앞 부분은 탈색되어 시들어 버렸다
해삼이 뻘바닥을 기어다니며 먹이활동을 하고 있다
암반에 담치와 녹조류가 어우러져 있다
백운포 바닷속. 폐그물들이 흉물스럽게 방치되어 있다
백운포 바닷속. 암반지대에 굴이 자라고 있다
공동기획 : 국제신문, 국토해양부 영남씨그랜트, 국립 한국해양대학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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