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아 숨쉬는 부산바다 <3> 영도 절영해안 산책로에서 찾은 조간대
바위에 붙어산다, 파도와 붙어야산다…악착스러운 삶의 현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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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개비 몸이 물에 잠기자 여섯쌍의 만각이 모습을 드러내고 있다. 만각에는 마디가 있어 새우나 게와 같은 절지동물로 분류된다. |
- 하루 두 번 만조와 간조때 바닷물에 잠기고 드러나는 상·중·하부로 나뉘는 조간대
- 수면 깊이따라 생명체 달라
- 태양열·건조 견뎌야하는 총알고둥류·조무래기따개비
- 패각과 덮개 판 꼭 닫고 버텨
- 집게·갯강구는 자유로이갯바위 아래위 오가지만
- 조수웅덩이에 갇혀버린 새우류·바다대벌레, 탈출 위해 만조만 기다려
- 거북손·해변말미잘부터 기왓장 포갠 듯한 '군부'
- 만각 휘젓는 '검은큰따개비', 굼떠보이고 안움직이듯하나
- 플랑크톤 잡아먹기 위해 부지런하고 치열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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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체동물 다판류에 속하는 군부가 갯바위에 몸을 붙이고 있다. |
기장에서 가덕도에 이르는 부산 해안 중에서 영도 절영해안 산책로만큼 매력적인 곳도 드물다. 특히 3㎞에 이르는 해변은 자연스럽게 '조간대'를 형성해 바다생물의 삶을 관찰할 수 있는 최적의 환경을 제공한다. 그런데 이곳을 찾는 사람들은 시원한 바다가 펼쳐지는 산책로를 걷는 데만 만족하지 그 길 아래에 얼마나 많은 생명체들이 살고 있는지에 대해서는 관심을 가지지 않는다. 한번쯤 따뜻한 가슴으로 발아래 바다를 들여다보자. 우리와 더불어 사는 생명체들의 진솔한 삶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바닷물은 달과 태양의 인력, 지구 자전에 의해 주기적으로 상승하고 하강한다. 이를 조석현상이라 한다. 조석현상은 12시간 25분의 주기로 반복되기에 하루에 대략 두 번씩의 만조와 간조가 생긴다. 그래서 바다와 육지가 만나는 곳에서는 바닷물이 잠겼다가 드러나는 일이 반복된다. 이처럼 만조 때 바닷물에 잠기고 간조 때 바닷물 밖으로 드러나는 곳을 조간대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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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북이 손을 닮은 거북손은 따개비와 같이 만각을 가지고 있어 절지동물로 분류한다. |
부산 해안은 어디에서든 조간대를 형성하지만 절영해안산책로 만큼 조간대를 관찰하기 쉬운 곳도 드물다. 조간대는 높이에 따라 조간대 상부, 중부, 하부로 나누어진다. 바다로부터 가장 높은 곳인 상부는 파도가 강해야만 물이 겨우 닿는 곳이다. 이곳에 사는 생명체는 뜨거운 태양열과 건조를 견뎌내야 하다. 중부는 만조 시에는 물에 잠기지만 간조 시는 공기 중에 노출되는 곳이다. 그런데 물이 빠져 공기 중에 노출되었다 해도 파도에 의해 어느 정도의 수분은 공급된다. 가장 아래에 위치한 하부는 간조시를 제외하고는 항상 물에 잠겨 있다. 땅위 환경의 영향을 적게 받아 다소 안정적으로 보이지만 파도의 파괴력에도 바위 표면에서 떨어져 나가지 않는 강한 부착력을 지녀야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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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간대 중부와 하부에 걸쳐 검은큰따개비들이 군락을 이루고 있다. 이들은 바닷물에 실려 오는 플랑크톤을 사냥하기위해 바지런한 몸짓을 되풀이 한다. |
절영해안 산책로 바닷가는 대부분 크고 작은 자갈이 깔린 곳과 갯바위로 이루어져 있다. 제법 큼직한 갯바위로 올라서자 발 아래로 총알고둥류와 조무래기따개비들이 다닥다닥 붙어 있다. 총알고둥류와 조무래기따개비들을 발견했다면 그 곳이 조간대에서 물이 가장 높이 올라오는 지점으로 생각하면 된다. 이들은 상당시간 물밖에 노출되어도 수분손실을 막기 위해 패각과 덮개 판을 꼭 닫은 채 물이 밀려 올 때까지 버텨낼 수 있다. 그 아래로 거북손, 담치, 해변말미잘, 검은따개비, 해면류들이 서로 이웃하고 있다. 움직일 수 없는 고착성 동물들이 들고 나는 물의 높이에 따라 삶의 터전을 잡는다면 움직일 수 있는 게, 갯강구들은 몸에 습기를 머금은 채 조간대 갯바위를 부지런히 오갈 수 있다.
갯바위를 둘러보는데 표면에 움푹 들어간 곳이 눈에 띈다. 간조 시에도 바닷물이 그대로 고여 있어 조수웅덩이라 불리는 곳이다. 조수웅덩이는 흥미로운 관찰대상이다. 바닷물이 가두어진 작은 웅덩이에는 물이 빠질 때 미처 바다로 돌아가지 못한 바다동물들이 만조가 되기를 기다리며 숨어 있다. 물위를 톡톡 튀어 다니는 새우류와 대나무 마디처럼 가늘고 잘록하게 생긴 바다대벌레 들은 흔하게 볼 수 있다. 운이 좋으면 다양한 모습의 집게류들도 찾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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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수 웅덩이에서 찾은 해변 말미잘의 모습이다. 위협을 느끼자 먹이 사냥을 위해 내밀고 있던 촉수를 강장 속으로 말아 넣고 있다. |
제법 규모가 있는 조수 웅덩이를 둘러보는데 가장자리에 자리 잡은 해변말미잘들이 촉수를 움직이며 플랑크톤 사냥에 나서고 있다. 그런데 이들은 대단히 민감하다. 평상시에는 촉수를 뻗고 있다가도 작은 위협이라도 있으면 순식간에 촉수를 강장 속으로 거두어들인다. 촉수가 사라진 말미잘은 아무런 매력이 없다. 단지 원통형의 몸통과 촉수가 쑥 들어가 버린 구멍만 남아 있을 뿐이다.
말미잘 옆으로 바닥에 납작하게 붙은 군부가 보인다. 연체동물 다판류에 속하는 군부는 움직임이 느려 굼뜨다는 뜻의 '굼'자가 붙어 '굼보'가 되었다가 '군부'로 바뀌게 되었다. 몸은 타원형이고 등 쪽에 손톱모양의 여덟 개의 판이 기왓장처럼 포개져 있다. 바위에서 떼어내면 몸을 둥글게 구부리는데, 딱딱한 각판을 제거하면 속살을 먹을 수 있다. 갯바위 낚시꾼들은 조수웅덩이에서 군부를 잡아 살을 발라내서는 낚시 미끼로 사용하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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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미잘들이 조간대 하부에 군락을 이루고 있다. |
관찰의 절정은 조간대 중부에서 하부에 걸쳐 살고 있는 검은큰따개비에 있다. 따개비류의 몸은 삿갓 모양의 단단한 석회질 껍데기에 덮여있다. 따개비들이 일생을 한자리에 붙어서 산다고 이들의 삶이 정적이고 단조롭다고 생각하면 큰 오해이다. 한번이라도 따개비가 사냥하는 모습을 관찰하고 나면 따개비만큼 부지런하고 치열하게 사는 바다동물도 드물다는 생각을 하게 될 거다. 이들은 공기 중에 노출되었을 때는 수분 증발을 막기 위해 껍데기의 입구를 꼭 닫은 채 버티다가, 몸이 물에 잠기면 순간적으로 입구를 열어 넝쿨같이 생긴 여섯 쌍의 만각을 휘저어 물속에 있는 플랑크톤을 잡아낸다. 입구를 열고 닫고, 만각을 뻗어내서 휘젓는 일련의 동작들은 상당히 민첩하다. 만각을 휘젓는 방향도 일정한 패턴이 있다. 파도에 의해 물이 밀려오는 방향으로 한번 휘저은 다음 만각을 180도 돌려 물이 빠져나가는 방향을 향해 다시 휘젓는다.
따개비류는 겉모습만 보고 연체동물인 조개와 같은 종으로 생각하기 쉽지만, 이들의 만각에는 마디가 있어 새우나 게와 같은 절지동물로 분류된다. 부착성이 강한 따개비는 해안가 바위 뿐 아니라 선박이나 고래, 바다거북의 몸에도 석회질을 분비하여 단단히 들러붙어 일생을 지낸다.
그런데 이들은 번식을 위해 교미한다. 움직일 수 없는 따개비가 어떻게 배우자를 찾아 교미를 할까? 암수 한 몸인 이들은 교미침이라는 길고 유연한 생식기로 문제를 해결한다. 여러 개체가 가까이 밀집해서 살아가기에 옆에 있는 개체를 향해 교미침을 뻗어 정액을 주입한다. 이때 상대도 암수 한 몸이니 구태여 암컷을 구별해낼 필요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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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수현 기자 parksh@kookje.co.kr |
조간대는 우리에게 관찰의 기쁨을 안겨주지만 이 곳 만큼 생존 환경이 척박한 곳도 드물다. 조간대 생명체들은 물에 잠겨 있을 때와 공기 중에 노출될 때라는 상반된 환경에 삶을 맞춰나가야 할 뿐 아니라 갯바위에 부서지는 파도의 파괴력도 견뎌내야 한다. 또한 비라도 내려 빗물이 고이면 민물에도 적응해야 하며, 한 여름의 작열하는 태양과 한 겨울의 매서운 바람과 추위도 견뎌야 한다. 이뿐 아니라 강한 햇볕으로 바닷물이 증발하고 난 후에는 염분으로 범벅된 몸을 추슬러야만 한다. 이러한 극단적이고 변화무쌍한 환경에 적응할 수 있는 생물만이 조간대에서 살 수 있다. 지구상에서 가장 열악한 환경 중 한 곳인 조간대에서 살아가는 바다생물들의 치열하고 부지런한 일상을 지켜보며 이른 봄 삶의 활력을 함께 나눌 수 있기를 기대한다.
공동기획 : 국제신문, 국토해양부 영남씨그랜트, 국립 한국해양대학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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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간대 중부에 자리잡은 따개비들이 물이 밀려들어오자 만각을 뻗쳐내 먹이사냥을 하고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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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간대 중부에 자리잡은 따개비와 거북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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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게가 따개비가 붙은 고둥껍데기를 짊어진채 조간대 중부와 하부를 오가고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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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게가 따개비가 붙은 고둥껍데기를 짊어진채 조간대 중부와 하부를 오가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