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이바구 [바다]

살아 숨쉬는 [부산바다] <4> 나무섬의 산호서식지

금산금산 2013. 3. 16. 08:50

 

살아 숨쉬는 부산바다 <4> 나무섬의 산호서식지

남쪽 바다서 해류 타고 온 소중한 방문객…산호야, 너를 환영해

 

바다나리와 멍게 아래에 경산호의 일종인 무쓰부리돌산호들이 보인다.

- 다대포항서 4.8㎞ 떨어진 나무섬 인근
- 공생하는 조류의 광합성 돕는 맑은 물
- 먹이 날라주는 빠른 조류 등 조건 좋아
- 빨간부채꼴·무쓰뿌리돌산호 등 서식

- 지구 온난화 따른 '불청객' 시선 대신
- 더불어 살아가야할 생명으로 보아야

부산 연안에서 산호가 발견되면 호들갑을 떤다. 산호를 끌어다 놓고는 부산까지 어떻게 왔는지, 그 배후는 누구인지 밝히라고 심문한다. 함께 잡혀온 자리돔, 청줄돔, 씬벵이 등 따뜻한 해류에 밀려 온 물고기들도 곤혹을 치르기는 한가지이다. 이미 표적을 정해놓았기에 심문이 끝나기도 전에 몸통이자 배후 세력이 발표된다. 바로 지구 온난화라는 거물이다. 그런데 이놈의 거물은 봄에 꽃이 일찍 펴도, 여름에 가물거나 홍수가 져도, 늦가을에 태풍이 와도, 겨울에 며칠만 따뜻해도 약방의 감초처럼 등장한다. 이 지경이 되니 이제 온난화는 양치기 소년의 외침으로 들리기 시작했다. 분명 지구가 따뜻해지고 있고, 대비를 서둘러야 하는데 적당하게 둘러대는 온난화의 방증들이 너무 비과학적이고 흔한 탓이다.

   
나무섬 해역 수심 15m 지점에 빨간부채꼴 산호와 자리돔이 어우러져 장관을 연출하고 있다.
부산 연안에서 발견되는 산호나 아열대성 어류들도 그러하다. 이제 와서야 이들이 부산 바다에 모습을 드러낸 걸까? 기자는 최소 25년 전에도 부산 바다에서 산호를 보았다. 오히려 연안개발과 매립의 영향으로 산호가 사는 해역이 과거보다 줄어들었다. 산호나 아열대성 어류들이 오래전부터 해류에 떠밀려왔을지도 모르는데 최근 온난화가 이슈가 되자 여기에다 억지로 산호의 존재를 끌어다 꿰맞추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부산바다를 동쪽에서 서쪽으로 둘러보면 오륙도 남쪽과 서쪽, 광안리 수변공원, 광안대교 교각, 한국해양대학교 남쪽바다, 태종대 앞 생도, 송도 암남공원, 나무섬, 북형제섬, 남형제섬 등 물이 깨끗하고 조류의 들고남이 원활한 곳에는 빠짐없이 산호가 살고 있다. 이중 다대포항에서 남쪽으로 약 4.8㎞ 떨어져 있는 나무섬은 물이 맑고 깨끗한 데다 조류가 빠르게 흘러 산호의 서식 조건을 두루 갖추고 있다.

나무섬은 4만7603㎡ 면적의 무인도이다. 상엽수림을 비롯한 나무들이 숲을 이루고 있어 나무섬이라 이름 지어졌는데 본섬 주위로는 촛대바위, 납작바위, 사각바위, 노래미바위 등 낚시꾼들에게 잘 알려져 있는 십 여 개의 새끼 섬들이 둘러싸고 있다. 섬 위는 지형·지질학적으로 훼손되지 않아 원시적 자연경관을 지니고 있고 바다 속에는 산호를 비롯하여 해면, 바다나리, 자리돔, 돌돔, 조피볼락, 청줄돔, 파랑돔, 씬벵이, 멍게, 불가사리, 고둥류, 집게류 등 헤아릴 수 없이 많은 바다동물들이 어우러져있다. 종의 다양성만 놓고 보면 해양생물의 보고라 해도 손색이 없다.

   
아열대 바다에서나 볼 수 있는 파랑돔들이 바닥에 모여있다.
본격적인 수중 탐사를 위해 본섬 동쪽에 닻을 내리고 바다로 들어갔다. 바닥면은 섬에서 부터 완만한 경사로 이어지고 있다. 섬 바깥으로 나가면 30~40m 이상의 깊은 수심으로 떨어지면서 덩치가 큰 어류들을 만날 수 있지만 산호를 비롯한 다양한 바다 생물을 찾기 위해서는 어느 정도 햇빛이 투영되는 15m 안쪽에 머무는 것이 좋다.

바닥은 군데군데 덩치가 큰 암초들이 놓여 있는 암반지형이다. 암초에는 빨간부채뿔산호, 해조류, 바다나리, 해면 등 각종 부착성 바다생물들이 빽빽하게 붙어 있다. 이 중 해조류와 산호 폴립에 공생하는 편모조류들은 광합성을 통해 산소와 영양물질을 바다에 뿜어낸다. 이들이 만들어내는 일차 생산물을 받아먹기 위해 플랑크톤이 모여들고, 플랑크톤들은 작고 큰 물고기들을 불러들인다. 그래서 암초는 뱃사람들에게는 피해야만 하는 인어공주의 유혹이겠지만 바다동물들에게는 삶의 터전이 된다. 정부와 지방자치단체는 암초가 없는 바다에다 해조류 등 부착성 바다생물들이 살 수 있도록 다양한 구조물로 만들어진 인공어초를 투입하는데 이를 바다 목장화 사업이라고 한다.

   
빨간부채꼴 산호 옆에서 화려한 자태를 뽐내고 있는 자주색의 꽃총산호류.
암초 주변을 살피는데 어디서 나타났는지 자리돔 무리가 보인다. 제주도에서 해류를 타고 이곳까지 올라온 귀한 손님들이다. 아마 나무섬을 스쳐가다 이곳 환경이 마음에 들어 정착했을 것이다. 바닥면에는 아열대 바다에서나 봄직한 파랑돔들이 모여 있다. 국경 없는 바다에서 바다동물들은 해류를 타고 어디든 갈 수 있다. 해류에 떠밀려 도착한 곳이 너무 춥거나 오염되었다면 얼마 버티지 못하겠지만 적응할 만하면 터전을 잡는다.

나무섬에 정착한 산호들도 그러하다. 산호는 바다 속에 정자를 뿌려 알을 수정시키는 산호충이라 불리는 작은 동물들이 모인 군체(群體)이니 남쪽 바다 어디에선가 해류에 실려 온 산호충들이 이곳에 모여 산호가 되었을 것이다. 나무섬 산호 서식지에서는 연산호에 속하는 빨간부채꼴산호와 꽃총산호류 뿐 아니라 드물게도 경산호의 일종인 무쓰뿌리돌산호들을 찾아 볼 수 있었다. 해류에 여러 종의 산호충들이 실려 왔겠지만 이중 수온에 대한 관용도가 높은 이들만이 이곳에 정착할 수 있었을 것이다.

   
나무섬 해역 수심 15m. 빨간부채꼴 산호가 군락을 이루고 있다.
그런데 산호가 살기 위해서는 수온 뿐 아니라 두 가지 조건이 더 맞아야 한다. 먼저 물살이 흘러 먹잇감이 되는 플랑크톤이나 작은 바다동물들을 실어다 줘야한다. 한 곳에 붙어서 살아가는 산호는 먹이를 찾아 옮겨 다닐 수 없으니 먹잇감을 실어다 주는 물살에 의존할 수밖에 없다. 산호는 먹잇감이 가까이 다가오면 재빨리 촉수에 있는 자포를 발사해 기절시킨 다음 입을 통해 강장으로 집어넣는다. 그런데 물살에 실려 오는 먹이는 한정적이다.

이 부족함을 편모조류와의 공생을 통해 해결한다. 산호 폴립에 보금자리를 튼 편모조류들은 광합성을 통해 탄수화물 같은 영양물질을 만들어내고 산호는 이를 받아먹는다. 뿐만 아니라 편모조류들이 만들어내는 산소와 영양물질은 플랑크톤이나 작은 바다동물들을 유혹하여 산호의 사냥을 돕는다.

편모조류가 광합성을 하기 위해서는 물과 이산화탄소 그리고 햇빛이 필요하다. 물과 이산화탄소야 바다에 충분하지만 문제는 햇빛이다. 바다에 오염 물질이 둥둥 떠 다녀 바다 속으로 들어오는 햇빛이 가로 막히면 편모조류들은 살 수 없기 때문이다. 편모조류가 서식하지 못하는 오염된 환경에서는 산호도 살 수 없다. 결국 산호의 서식은 수온, 물살의 흐름, 오염되지 않은 환경이라는 세 가지 조건이 갖춰져야 함에도 이중 하나인 따뜻한 수온에만 주목하다보니 지구 온난화-바닷물의 수온상승-산호의 발견이라는 견강부회적인 논리가 만들어진 셈이다.

   
글·사진=박수현 기자 parksh@kookje.co.kr
산호가 산다는 것은 부산 바다의 희망일 수 있다. 이제 부산 바다의 산호를 온난화의 첨병으로만 보지 말고 우리와 더불어 사는 소중한 생명체로 받아들이는 것은 어떨까. '산호가 사는 부산 바다'. 이 얼마나 가슴 설레게 하는 말인가.

공동기획 : 국제신문, 국토해양부 영남씨그랜트, 국립 한국해양대학교
   
나무섬 수중 암반 틈에 몸을 숨기고 있는 성게들.
   
성게를 포식하기 위해 접근하는 불가사리들의 모습이 흥미롭다.
   
나무섬 수중 암반. 고둥들이 엄청난 무리를 이룬 가운데 이를 포식하는 불가사리들이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