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이바구 [바다]

살아 숨쉬는 부산바다 <8> [폐 그물]에 대한 대책

금산금산 2013. 4. 14. 09:20

살아 숨쉬는 부산바다 <8>

폐그물에 대한 대책

버려진 그물, 영원히 사라지지 않는 죽음의 덫

 

통발에 갇힌 베도라치를 고둥이 달려들어 뜯어 먹고 있다.

- 폐그물속 썩어가는 물고기들
- 이를 먹기위해 꼬이는 다른 개체
- 갇히면 무조건 죽는 악순환 계속
- 다이버들에게도 위협적 존재

- 썩지않는 합성수지 그물들
- 엉키고 끊어져 수명 2~3년 불과
- 연간 5000t 바닷속에 남겨져

- 바닷물에 분해되는 생분해성 그물
- 2007년부터 실용화 단계 밟아
- 나일론보다 배 비싼 가격 걸림돌
- 그물교체 때 금액지원 시범사업 희망

   
폐그물이 바닷속에서 흉물스러운 모습을 드러내고 있다.
13년 전. 태평양전쟁 당시 침몰한 일본 선박을 탐사하기 위해 서해 고군산군도 해역을 찾았었다. 선박은 1945년 8월 미 공군기의 폭격을 받아 침몰한 일본 수송선으로 알려졌다. 서해는 수중 시야가 30㎝를 넘지 못한다. 빠르게 흐르는 조류가 바닥의 개흙을 뒤집어 대니 바다 전체가 흙탕이 되기 때문이다. 바닥을 더듬으며 기어가는데 무언가 손에 만져졌다. 전해지는 느낌이 그물이었다. 50년 넘는 세월 동안 서해를 떠돌던 폐그물들이 쌓이면서 선박은 거대한 그물 덩어리로 변해 있었다. 조류에 떠밀린 채 이리저리 흔들리던 폐그물의 흐느적거림은 저승사자의 손길처럼 느껴졌다.

바다에서 폐그물을 만나는 것은 달갑지 않다. 특히 한 치 앞도 보이지 않는 깜깜한 바닷속에서 몸이 그물에 엉키기라도 하면 벗어나기가 만만치 않다.

폐그물은 바다를 찾는 사람들에게도 위험한 존재이지만 물고기들에게는 죽음의 덫이 된다. 폐그물에 갇힌 물고기들은 그곳을 벗어나지 못한 채 죽어서 썩어들고 이를 포식하기 위해 물고기들이 그물 안으로 들어가 갇히는 악순환이 반복된다.

이를 두고 유령어업이라 한다. 유령어업으로 인한 수산업 피해는 연간 1800억 원 정도로 추산된다. 폐그물은 수산업에 피해를 줄 뿐 아니라 바다오염이라는 더 큰 문제를 불러온다. 폐그물 안에서 죽어 부패하는 물고기들이 바로 직접적인 오염원이기 때문이다.

   
자리돔들이 버려진 통발속에 갇혀 있다. 나일론 소재인 이 통발은 수백년 동안 이렇게 방치된 채 있을 것이다.
그물 재료는 합성수지인 나일론이 대부분이다. 과거에는 면사를 썼지만 1970년대를 기점으로 대량생산을 통해 공급된 나일론으로 바뀌게 되었다. 나일론 등 합성수지가 원료인 그물의 수명은 반영구적이지만 조업을 하다 보면 엉키거나 끊어지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실제 그물의 수명은 짧게는 3개월, 길게는 2~3년 정도로 봐야 한다. 2002년 국립수산과학원의 동·서·남해안 실태조사 결과에 의하면 연안 통발과 자망어구는 연간 사용량의 50%가, 근해통발과 자망어구는 20~30%가 바다에서 유실된다고 한다. 어림잡아 연간 5000t 정도 되는 엄청난 양이다.

부산 앞바다도 자유로울 수 없다. 어느 해역에서든 버려진 통발이나 폐그물을 발견할 수 있다. 특히 남구 백운포, 영도구 중리, 사하구 다대포 해역은 다소 심각하다. 지난주 영도구 중리와 남구 백운포 해역에 버려진 통발과 폐그물 덩어리 십여 개를 살펴봤다. 그 안에는 자리돔, 베도라치, 쥐치, 게 등의 바다 동물들이 갇혀 있었다. 일부는 이미 죽어서 부패하기 시작했다.

   
바다를 떠돌던 폐그물들이 바닥에 가라앉아 있다. 나일론 소재인 이 폐그물들은 수백년 동안 이렇게 방치된채 있을 것이다.
통발을 들추자 유기물 덩어리들이 뿌옇게 물속으로 흐트러진다. 바닥에 가라앉아 있는 폐그물도 한가지였다. 겹겹이 쌓인 폐그물 안에는 언제 죽었는지 모를 물고기 잔해들이 쌓여 있었다. 통발이나 폐그물 안에 갇힌 물고기를 바라보면 측은함이 앞선다. 눈동자는 초점을 잃은 데다 먹이를 못 먹어 수척해질 대로 수척해져 있다. 벗어나기 위해 얼마나 몸부림쳤는지 비늘이 떨어져 나간 몸은 상처투성이다.

통발을 살피며 지나는데 통발 그물코에 끼어 있는 베도라치 한 마리가 보였다. 머리는 간신히 빠져나왔지만 길쭉한 몸은 그대로 그물코에 끼인 채였다. 베도라치의 위기를 감지한 고둥 한 마리가 다가와 베도라치를 뜯어 먹기 시작한다. 살점이 뜯길 때마다 베도라치는 격하게 몸부림쳐 보지만 어쩔 수 없는 일이다.

바다에 유실되는 폐그물은 수거만 되면 피해를 줄일 수 있겠지만 넓고 깊은 바다를 떠돌거나 가라앉아 있는 그물을 100% 수거한다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다. 전국 각지에서 스쿠버 다이빙 동호인들을 중심으로 폐그물 수거 및 바다 정화 작업이 진행되고 있지만 버려지는 양을 생각하면 이들의 활동은 바다 살리기라는 계몽적 차원에서나 의의를 찾을 수 있다.

   
바다 바닥면에 가라 앉아 있는 폐그물과 어망들.
근본적인 대책이 필요했다. 어업 활동 도중 어쩔 수 없이 버려지는 그물이라면 바다에서 녹아 없어지면 되지 않을까. 인식의 전환은 개발로 이어졌다. 2002년 국립수산과학원은 일정 기간이 지나면 바닷물에 분해되는 생분해성 수지로 만드는 그물 개발에 착수했다.

개발 초기 일반 나일론 그물보다 강도가 떨어지는 등 실용화에 어려움이 있었지만 2007년을 기점으로 실용화 단계에 들어섰다. 세계 최초이며 국제출원 3건 등 7건의 특허를 출원 또는 등록했다.

작년 말 494척의 어선이 생분해성 그물을 사용했는데 올해는 600척으로 늘어날 전망이다. 생분해성 그물은 유실되더라도 2~5년 정도가 지나면 바닷물에 완전히 분해되어 없어진다.

나일론 소재보다 1.6~2배 정도 비싼 가격도 점진적으로 해결되고 있다. 농림수산식품부와 지방자치단체는 어민들이 기존 그물을 생분해성 그물로 교체할 때 절반 이상의 금액을 지원해주는 시범사업을 하고 있다.

   
생분해성 그물 개발 총괄책임자인 국립수산과학원 시스템공학과 박성욱 과장은 유령어업으로 인한 수산자원 손실을 방지하고 해양 오염을 막는다는 차원에서 생분해성 그물 사용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박 과장은 "생분해 그물을 실제 어업에 사용하는 것은 우리나라가 세계 최초이며 한국의 성공 여부에 세계가 주목하고 있다"며 관계기관의 지속적인 관심과 어민들의 인식 전환을 당부했다.

공동기획 : 국제신문, 국토해양부 영남씨그랜트, 국립 한국해양대학교
   
물고기 한마리가 폐그물 속에서 썩어가고 있다. 이렇게 썩어가는 물고기들은 바다를 오염시키는 직접적인 오염원이 된다.
   
게 한마리가 통발에 갇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