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벽 사이사이에 층층이 뿌리를 내리고 있는 푸른 소나무와
울긋불긋한 단풍나무의 오묘한 조화를 보면
‘조물주가 의도를 갖고 빚어도 이보다 아름답지 않을 것’이라는 생각이
절로 든다.
가을단풍으로 특히 유명한 청량산은 산꾼들에게
흔히 육육봉으로 불린다.
주봉인 장인봉(의상봉)을 비롯
경일봉 금탑봉 선학봉 연화봉 자소봉 탁필봉 축융봉 등
큰 봉우리가 12개이기 때문이다.
육육봉 외에 청량산에는 김생굴 등 4개의 굴과 어풍대 원효대 등
전망대나 수도처로 사용된 12개의 대(臺), 그리고 총명수 등
4개의 샘터가 유명하다.
산행 도중 시야에 들어오는 백두대간의 연봉들과
태백에서 발원한 영남의 젖줄인 낙동강의 꼬불꼬불한 물줄기도 자못 감동적이다.
이번 산행은 매표소~입석~응진전~총명수~어풍대~산꾼의 집~청량정사~청량사~청량정사~산꾼의 집~김생굴~경일봉~자소봉(보살봉)~탁필봉~뒤실고개~정상(의상봉)~두들마(민가)~폭포슈퍼~매표소 순.
5시간30분에서 6시간 정도 걸린다.
도중에 체력이 고갈된다면 청량사 쪽으로 향하는 하산길이 곳곳에 나 있어 큰 부담은 없다.
산행 도중 청량산 산행의 백미인 청량사를 중간에 넣기 위해 일부 지점이 겹침을 미리 알려둔다.
청량산 매표소에서 20분 정도 걸으면 삼거리에 닿는다.
가파른 왼쪽 오르막 포장길은 곧바로 청량사로 가는 길.
10분 정도 비포장길로 직진한다.
길 오른쪽에 3m 높이의 검은 입석이 보인다.
마주보는 왼쪽이 들머리.
등산안내도와 ‘청량사’ ‘응진전’ 이정표가 동시에 보인다.
울퉁불퉁한 돌길로 오른다.
노랗게 물든 단풍나무와 굴참나무 생강나무가 반기고 오른쪽에는 기암괴석이 병풍처럼 이어진다.
300m쯤 가면 갈림길.
왼쪽은 청량사, 오른쪽은 응진전 방향.
오른쪽 통나무 계단길로 15분 정도 오르면 외청량사라 불리는 응진전.
뒤에는 기암괴석의 금탑봉이고 앞에도 깎아지른 절벽이다.
의상대사가 창건한 기도도량인 응진전은 공민왕을 따라 피난 온 노국공주가 16나한상을 모시고 기도했던 곳.
금탑봉 꼭대기에는 바람이 불면 흔들린다는 동풍석(動風石)이 위태롭게 놓여 있지만 절대 떨어지진 않는단다.
응진전을 지나 산모롱이를 돌면 최치원 선생이 이 샘터의 물을 마시고 정신이 맑아졌다는 총명수(聰明水)가
나오고 이어 청량사와 주변 암봉을 한 눈에 볼 수 있는 최고의 전망대인 어풍대가 나온다.
수십 길 낭떠러지인 어풍대에 서면 청량사를 가운데 두고 왼쪽에서부터 연화봉 자란봉 뒤실고개 탁필봉 자송봉이 휘둘러 보인다.
오른편 낭떠러지에는 노란 단풍나무와 빨간 단풍나무가 위 아래에 각각 걸려 있어 탄성을 자아내게 한다.
3, 4분 뒤 갈림길. ‘산꾼의 집’과 ‘청량정사(淸凉精舍)’를 지나 청량사로 향한다.
대웅전 격인 그 유명한 유리보전(琉璃寶殿)을
둘러본 뒤 왔던 길로 되돌아 나와
신라의 명필 김생이 글공부를 했다는 김생굴을
본 뒤 경일봉 방향으로 발길을 옮긴다.
이제부터 본격 산행이자 오르막길.
10분이면 주능선에 닿고 20분 뒤면 경일봉 정상(750m).
지금부터는 청량사를 중심으로 반시계 방향으로 돌면서 능선길 산행이 계속된다.
오르막과 내리막을 두세 번 반복하고, 철계단과 집채만한 기암괴석을 넘고 에돌면 50분 뒤 자소봉 정상(840m).
난간이 둘러처 있고 아래로는 20m 수직 절벽이다.
장쾌한 조망이 시원하다.
정상석을 바라보고 정면 동쪽에는 일월산이, 북으로는 소백산 방면 백두대간 능선이,
남으로는 축융봉이 시야에 닿는다.
자소봉에서 철계단을 내려와 오른쪽 우회길로 5, 6분 정도 가면 탁필봉(820m).
봉우리 정상에 오르지 못하고 지나는 길에 정상석이 서있다.
여기서 7, 8분 정도 가면 연적봉에 오르지만 이 곳엔 정상석이나 표지석이 없다.
여기서 급경사 철계단을 내려서면 뒤실고개.
대개 여기서 청량사로 하산한다.
뒤실고개에서 10분 정도 걸으면 수직절벽.
왼쪽으로 크게 에돌면 다시 큰 봉우리가 막고 있어 한 번 더 암봉을 돌아간다.
이번엔 바위와 바위 사이에 난 좁은 급경사길에 올라 안부에 닿는다.
여기서 한 번 더 내리막과 오르막길을 반복하면 청량산 최고봉인 의상봉(870.4m).
숲이 사방을 에워싸고있어 조망이 좋지 않다.
서쪽인 왼쪽으로 100m만 걸으면 난간이 설치돼 있는 전망대가 나온다.
저녁노을 아래 굽이쳐 흐르는 낙동강의 풍광이 환상적이다.
하산은 전망대에서 왼쪽길로 내려선다.
급경사길이다.
전망대에서 민가인 두들마까지 30분 정도 걸리고, 두들마에서 시멘트길을 거쳐
청량폭포 앞 폭포슈퍼까지는 10분이면 충분하다.
## 떠나기전에
청량산은 경북 봉화군과 안동시의 경계에 낙동강을 끼고 솟아 있다.
맑아서 눈이 부실 것 같은 청량산은 12연봉을 두고 있다.
퇴계 이황은 ‘청량산가’에 장인봉 선학봉 자란봉 자소봉 탁필봉 연적봉 연화봉
향로봉 경일봉 탁립봉 금탑봉 축융봉을 청량산 육육봉으로 노래하여 애찬했다.
그리고 어풍대 밀성대 풍혈대 학소대 금강대 원효대 반야대 만월대 자비대 청풍대
송풍대 의상대는 청량산의 12대(臺)이며, 김생굴 금강굴 원효굴 치원굴 등 4굴에서는 당대 선각자들이 수도를 했다.
김생은 김생굴에서 9년을 서도에 전념하여 스스로를 명필이라 여기며
하산을 준비했다.
이때 9년 동안 길쌈을 했다는 여인이 나타나 솜씨를 겨루어 보자고 말하자 컴컴한 어둠속에서 솜씨를 겨루었다.
이때 김생은 자신의 솜씨가 그 여인에 미치지 못함을 깨닫고 1년을 더 수학한 뒤 하산을 했다고 한다.
청량산은 고려말 홍건적의 난을 피해 청량산으로 들어온 공민왕의 흔적이 남아있다.
산성을 쌓을 때 다섯 마리의 말이 수월하게 다닐 수 있는 길인 오마대와 군율을 어긴 군졸을
절벽에서 밀어 처형했다는 밀성대 등이 그것.
## 교통편 - 안동행 시외버스 하루 5차례 운행
노포동종합터미널에서 안동행 시외버스는 오전 7시, 9시 등 1일 5회 출발한다. 3시간 걸린다.
안동시외버스터미널에서 청량산행 버스는 오전 5시50분, 8시50분, 10시, 11시50분에 출발한다.
청량산에서 안동행 버스는 오후 4시20분, 6시50분(막차)에 있다.
안동에서 부산행 시외버스는 오후 4시35분, 7시25분(막차)에 있다.
막차를 놓쳤다면 동대구로 가서 부산행 기차를 탄다.
안동에서 동대구행 버스는 20분 간격으로 출발하며 막차 시간은 오후 9시20분.
승용차를 이용할 경우 남해고속도로~구마고속도로(대구 칠서 방향)~화원IC~서대구IC~(혹은 경부고속도로)~중앙고속도로~서안동IC~34번 국도~35번 국도~청량산 도립공원 순으로 가면 된다.
/ 글·사진 = 이흥곤기자
봉화 '청량산' 하늘다리 구간
정상에 설치된 '전국서 가장 높고 큰 현수교' 명물로…
▲ 청량산 자란봉과 선학봉 사이를 잇는 하늘다리는 지난해 5월 말 개통돼 새 명물로 부상하고 있다. |
▲ 청량산 자란봉과 선학봉 사이를 잇는 하늘다리는 지난해 5월 말 개통돼 새 명물로 부상하고 있다. |
'전국의 산'은 모두 몇 개나 될까?
산림청 조사 결과에 따르면 전국의 산은 모두 4천400여개가량 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 가운데 등산을 할 만한 산으로 산꾼들은 대략 1천300개 가량을 꼽는다.
자란봉~선학봉 90여m 다리로 연결
청량사 꽃술처럼 둘러싼 산세 '절경'
사정이 이렇다 보니 매주 다른 산을 고르기란 정말 어려운 작업이 됐다.
애써 골라놓고도 수년 전에 갔다는 이유만으로 산행을 포기하는 경우도 부지기수다.
여름철 가볼 만한 산으로 경북 봉화의 청량산(해발 870.4m)을 꼽는 이가 많았다.
많은 이들의 입에 오르내리는 산일수록 이미 지면을 통해 소개됐을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더욱 위험하다.
연꽃처럼 기암절벽들이 둘러서 있는 가운데 청량사가 마치 꽃술처럼 자리 잡은 절경이 그만이라는 설명과 함께.
3년 만에 다시 소개를 할 수 있을지를 놓고 고민을 하다 포기하려는 순간
산꼭대기에 새로 전국에서 가장 [높고] 가장 [큰] 현수교가 새롭게 놓여 명물이 됐다는 얘기가 들려왔다.
청량산은 곳곳에 산행로가 나 있어 다양한 산행코스를 선정할 수 있다.
이번 산행코스는 입석~응진전~총명수~김생굴~자소봉~탁필봉~연적봉~하늘다리~장인봉(의상봉)~청량사~산꾼의 집~입석의 원점회귀 코스.
휴식 포함 꼬박 5시간이 걸린다.
산행 들머리는 청량산삼거리에서 우회전해 도립공원으로 진입한 뒤 2.6㎞를 올라간 지점의 입석이다.
큰 바위가 도로 한 가운데 서 있는 입석에서 오른쪽으로 산행 안내도를 보며 산 위로 난 계단을 따라 올라가면 곧바로 산행이 시작된다.
오른쪽으로 난 바위 동굴을 보면서 앞으로 있을 절경을 기대하며 올라가기를 8분여.
첫 번째 이정표가 나타난다.
이번 코스를 따라 돌면 맨 마지막에 다시 만날 이정표이기도 하다.
오른쪽 나무계단을 올라간다.
8분여 뒤 왼쪽으로 길 건너편 축융봉이 보이는 전망대를 지나 5분을 더 가면
고려 공민왕의 부인 노국공주의 상이 모셔져 있다는 응진전이 나오고
다시 10분을 더 가면 최치원이 마시고 머리가 좋아졌다는 [총명수]에 닿는다.
지금은 마실 수 없는 물이므로 애써 마시려 하지 말고 길을 재촉하면
바로 앞에 청량사를 꽃술처럼 둘러싼 청량산의 모습이 잘 보인다는 어풍대가 보인다.
2분 뒤 갈림길에서 왼쪽 길은 청량사로 곧장 내려가는 길이므로 김생굴 방면으로 직진한다.
팻말을 잘 보고 김생굴 방향으로 올라가면 9분 뒤 통일신라시대 김생이 글씨공부를 했다는 김생굴에 이른다.
구멍이 뻥 뚫린 동굴을 기대했다면 오산.
그저 이슬을 피할 수 있도록 암벽에 움푹 들어간 틈이 보일 뿐이다.
이런 곳에서 10년간 글씨 공부를 한 김생은 어떤 인물일까.
여기서부터는 자소봉으로 올라가는 길을 찾아 나선다.
5분 뒤 갈림길에서 자소봉 방면으로 올라선 뒤 철제 구름다리를 건너 8분쯤 더 올라가면
가파른 철제 계단이 나온다.
계단을 올라 4분쯤 지나면 갈림길.
왼쪽은 낭떠러지로 가는 길이므로 오른쪽 자소봉 길을 따라 능선을 올라선다.
10분가량 지나면 나타나는 두 군데 사거리에서는 길을 헤맬 수 있으므로 그대로 직진, 자소봉 쪽으로 올라간다. 왼쪽으로 가파른 철제계단이 설치된 봉우리가 자소봉이다.
올라서면 정상에서 서쪽으로 멀리 태백산의 모습까지 확인이 가능하다.
다시 내려와 올라올 때 지나쳤던 사거리에서 오른쪽으로 능선을 따라 진행한다.
잠시 후 탁필봉 정상석이 보이지만 봉우리에 올라갈 길은 보이지 않는다.
그대로 직진해 철제계단이 설치된 연적봉에 올라 자소봉과 탁필봉의 모습을 감상한 뒤
다시 내려와 능선을 따라 직진하면 왼쪽 멀리 하늘다리의 모습이 눈에 들어온다.
8분 뒤 연적고개를 지나고 다시 7분을 더 가면 [뒷실고개]에 닿는다.
뒷실고개에서 6분 정도 올라간 곳이 바로 하늘다리가 설치돼 있는 자란봉.
바로 앞 선학봉까지 90m 정도의 거리를 현수교가 연결하고 있다.
이른바 하늘다리가 해발 800m 높이에 안부로부터 70여m 공중에 떠 있다.
[참여정부] 시절 실세였던 모 국무총리가 청량산 등산을 한 뒤
자란봉에서 다시 내려갔다가 선학봉에 오르기가 너무 힘들자 다리를 놓으면 좋겠다고 한 데서 건설이 시작됐다는 후문이 있는 이 다리는 지난해 5월 31일에야 개통됐다.
말로만 듣던 하늘다리에 도착한 순간 그 중후장대한 모습에 눈요기가 되기보다는
권력무상의 서글픔에 가슴이 저려왔다.
건너가는 동안 좌우로 약간씩 흔들리는 하늘다리를 지나 20분가량 능선을 따라 가면
청량산의 정상인 장인봉(의상봉)이 나온다.
여기서부터는 본격적인 하산길.
잠시 눈앞에 탁 트이는 전망대가 나오는가 싶더니 왼쪽으로 아주 가파른 내리막이 나타난다.
두 손을 써야 내려갈 수 있는 구간이 제법 많아 초보자의 경우에는 상당히 조심해야 한다.
그렇게 40분가량 내려가면 계단 왼쪽으로 막걸리를 파는 농가 몇 채가 보인다.
그대로 직진할 경우 곧바로 산행 들머리에서 가까운 슈퍼마켓으로 내려서게 되므로
청량사를 가기 위해 왼쪽으로 길을 꺾는다.
농가를 지나 30분가량 산길을 따라 가면 청량사로 올라가는 임도와 마주친다.
임도를 따라 청량사에 올라가 유리보전을 비롯한 옛 건물을 구경하고는 내려오는 길에
임도 왼편으로 난 길을 따라 산꾼의 집을 들른다.
산꾼의 집에서 첫 이정표까지는 12분이면 도착한다.
글·사진=이상윤 기자 nurumi@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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