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순 '백아산'

전남 화순군 북면에 위치한 백아산(801)은

석회암의 기암괴석이 장관을 이루고 있다.

 

멀리서 바라보면 마치 흰 거위들이 소나무의 가지마다 옹기종기 앉아 있는

모습을 하고 있는 형상으로 「희어산」이란 별명을 갖고 있기도 하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백아산은 지리산, 광양  백운산, 회문산과함께

빨치산의 은거지였던 곳으로 더 유명하다.

 

특히 백아산은 빨치산의 전남도당 사령부가 자리잡고 있었을 만큼

천혜의 요새임이 실감나는 곳.

산행의 들머리는 북면 노기리 아산목장 입구가 되겠다.

목장앞으로 뚫린 널찍한 길을 따라 목장의 사료용 초지를 1㎞쯤 오르면 무성한 송림이 펼쳐진다.

 

오솔길 같은 솔숲길을 따라 30분쯤 가다보면 시야가 탁 트이면서

건너편의 마당바위가보인다.

 

여기서 마당바위까지는 50여분 .

 

잘

정비된 외길의 등산로를 따라 오르면 주능선

 

왼쪽 사면의 기묘한 바위들을 구경할 수 있다.

마당바위를 두고 동쪽으로 돌면 넓은 억새밭이 펼쳐지고

마당바위를 오르는 가파른 협곡에는 쇠다리가 놓여 있어 쉽게 오를 수 있다.

마당바위에 올라서면 주변 조망은 그저 그만이고

500여평쯤되는 넓은 바위 위에는 헬기장이 있다.

이곳에서 다시 억새밭으로 내려서서 50여 떨어진 샘터에서수통을 채운다.

 

맞은편에 천불봉이 우뚝 솟아 있고 주변에는 기묘한 형상의 바위들이 조화롭게 늘어 서 있다.

정상은 이곳에서 50여분 더 나아가야 하는데

대개

등산인들은 마당바위에서 하산길을 택하는 경우가 많다.

 

그것은 정상이 보잘것 없다는 사실 때문이다.

산정까지는 세개의 봉우리를 더 지나야 하며 바위를 끼고 돌거나 타고 넘어야 하는데

때로는 바위 밑으로 기어야 한다.

이윽고 백아산 산정을 밟고 서면

광주 무등산, 화순 모후산, 곡성 통명산, 옥과의 설산 등이

한눈에 펼쳐지면서 전망대 역할을 한다.

 

노기리 아산목장 입구에서 산정까지는 2시간 정도면 오를 수 있는데

하산은 문바위를 거쳐 자연휴양림 관리사무소쪽이나 579 봉을 지나 원리 쪽으로 하면 된다.

전체 산행시간은 4시간 안팎이면 충분하나 교통편이 불편한 것이 흠이다.

 

그러나 광주 광천동터미널에서 수리행 직행버스를 이용하면

백아산 부근부터는 교통형편상 완행과 마찬가지로 아무데서나 서기때문에 편리하다.

백아산 주변에서의

숙박은 불가능하고 부산서 1박2일쯤 잡아야 가능하다.

 

 

 

 

 

화순' 백아산'

 

 

 

흰 암릉사이 연분홍 꽃단장

누구를 유혹할까

기암괴석·철쭉군락 절묘한 조화 '한폭 동양화'

6·25때 빨치산 본거지로 동족상잔 비극 현장

발 밑엔 야생화 천지…산행 조망도 기가 막혀

 

 

 

 

 

	마당바위 끄트머리에서 바라본 기암괴석을 배경으로 한 철쭉군락지.

 

노루 꼬리만큼 남은 봄의 갈무리 테마산행은 바로 철쭉.

사실 올 조국산천의 봄꽃은 이상저온으로 제정신이 아니었다.

매화 개나리 목련 벚꽃 진달래가 같은 시기에 고개를 내미는

초유의 사태가 발생해 호사 아닌 호사를 누렸다.

허투루 지나칠 수도 있겠지만 곰곰이 생각해보면

대자연의 위력을 새삼 실감한 대목이기도 하다.

이마에 땀이 송송 맺히기 시작하는 5월,

연분홍 철쭉이 속살을 드러내며 산이 예의 제모습을 되찾았다.

내로라하는 철쭉산은 많다.

제암산 일림산 바래봉 봉화산 황매산 소백산 태백산 등.

이번에는 비교적 무명에 가까운 전남 화순의 백아산을 골랐다.

군락이 방대하거나 독특한 색깔도 아니다.

그렇다고 능선이나 산사면이 온통 연분홍빛으로 물드는 그런 산은 더 더욱 아니다.

그렇다면 왜.

백아산은 흰 백(白), 거위 아(鵝) 자에서 짐작이 가듯 거위처럼 미끈하고 하얀

암봉이 산릉에 줄지어 가득 <ㅓ-21m>차 있다.

한마디로 흰 기암괴석이 장관을 이루고 있는 바위산이다.

주변을 압도할 만큼 웅장하지는 않지만 수석전시관을 방불케하는 절묘함은

철쭉이 아니더라도 신선한 볼거리로 많은 산꾼들을 유혹하기에 충분하다.

결국 백아산의 매력은 바로 암릉과 철쭉의 절묘한 조화에 있다.

흔히 철쭉 명산으로 제값을 하려면 경사가 그리 심하지 않은 평원에

꽃물결의 장관이 펼쳐져야 한다.

 백아산은 여기에 철쭉단지를 둘러싼 기암괴석이 그 여백을 채워

한 폭의 동양화를 떠오르게 한다.

한 눈에 푹 빠질 만큼 화려함을 뽐내며 꽃난리를 치지도 않는다.

그렇다고 암릉 특유의 근엄함만 있는 것도 아니다.

이처럼 아름다운 백아산에 뜻밖의 슬픈 사연이 담겨있다.

기암괴석들이 무수히 서서 은밀한 공간을 여럿 만들어놔 광양 백운산,

지리산과 함께 파르티잔의 전남도당 본거지였던 것.

한국전쟁 당시에는 사단병력의 파르티잔이 버티던 천혜의 요새로 피비린내 나는 비극의 현장이었다.

산행은 백아산 관광목장(한우농원)~너른 동굴~능선삼거리(첫 이정표)~철쭉단지~마당바위~철쭉단지~샘터~개구멍~백아산 정상~산불초소(문바위 갈림길)~팔각정~백아산 자연휴양림 순.

걷는 시간만 4시간 정도 걸린다.

	자주괴불주머니

산길은 반듯해 길찾기가 전혀 문제될 게 없다.

당초 산행팀은 능선이 시작되는 원리에서 출발할 계획이었지만 이 길은 오랫동안 사람이

다니지 않아 길이 없을 것이라는 마을촌로의 설명을 듣고 관광목장쪽으로 발길을 돌렸다.

들머리는 백아산 관광목장.

알고보니 고기집이다.

등산로 팻말을 따라 고기집 건물 뒤로 가면 돌계단으로 시작되는 등산로가 열려있다.

숲이 제법 제색깔을 찾아 푸르다.

10분 뒤 넉넉잡아 20, 30명은 수용할 정도로 너른 동굴.

계속 되는 오르막이지만 힘은 부치지 않는다.

다시 10분 뒤 길 왼쪽에는 곧 오를 마당바위가 보인다.

이후 능선이 반시계 방향으로 휘어져 있음을 알 수 있다.

금붓꽃

  8분 뒤 능선삼거리.

  첫 이정표가 서 있다.

  숲에 정감이 간다.

  봄바람을 타고 새 움과 어린 잎이 돋아나는 유년의 신록.

  오랫동안 이 산 저 산을 기웃거렸지만 이처럼 걷고 싶은 정갈한 숲은 사실 처음이다.

  발밑에는 금창초 윤판나물 자주괴불주머니 각시붓꽃 금붓꽃

  큰구슬봉이 얼레지 등 봄에 만나는 야생화가 거의 고개를 내밀고 있다.

                        철쭉뿐만 아니라 야생화의 보고(寶庫)였다. 

잘 정비된 침목계단을 지나 한 굽이 오르면 철쭉군락지.

들머리에서 1시간20분.

오를 때 본 마당바위는 왼쪽.

급한 철계단을 오르자 평평한 안부.

우측 헬기장 뒤 북서쪽엔 암릉이 줄지어 있고 안부쪽 발밑에는 천불봉 등 기암들을 배경으로

철쭉군락이 활활 타오르고 있다.

전망도 기가 막힌다.

동으로 멀리 지리산이, 서쪽엔 무등산이, 남쪽으론 모후산이 확인된다.

다시 철쭉군락지 입구. 이번엔 우측 능선을 따라 가면 길 좌측에 샘터.

이곳에서 마당바위를 배경으로 한 철쭉군락 또한 한폭의 그림이다.

이어지는 산길.

10분 뒤 개구멍을 통과해 밧줄을 잡고 내려선다.

천불봉은 개구멍 위 암봉으로 크고 작은 기암이 군집을 이루고 있지만 오르기가 힘들어 그냥 지나친다.

무엇보다 이 지점은 장면 하나하나가 모두 절경이라 가급적 사방팔방으로 시선을 자주 돌려보자.

	큰구슬봉이

산죽길을 한동안 걸은 후 잠시 바윗길로 오르면 백아산 상봉(810m).

정면에 팔각정과 그 뒤 모후산이 시야에 들어온다.

하산길도 기암괴석과 암봉의 연속. 그늘 아래 잠시 쉬면서 뒤돌아보면

수석전시장이 연상되고 한편으로 기암괴석의 진수라 할 수 있는 장흥 천관산이

떠오른다.

그만큼 절경이다.

산죽과 쭉쭉 뻗은 송림을 지나면 문바위 갈림길.

산불감시초소가 서 있다.

전망대인 왼쪽의 문바위를 지나 자연휴양림으로 내려갈 수 있지만 능선길을 따라 계속 직진한다.

문바위와 산불초소 주변은 온통 얼레지군락. 꽃은 대부분 지고

녹색바탕의 자주색 얼룩무늬의 긴 타원형 잎만 무성하다.

다시 숲길.

주변 전망이 빼어난 팔각정 삼거리는 산불초소에서 대략 25분.

팔각정은 좌측 20m 능선 끄트머리에 서 있다.

시원한 바람이 부는 가운데 지리산 조계산 모후산 등이 파노라마처럼 펼쳐진다.

삼거리로 되돌아와 백아산휴양림 팻말이 적힌 곳으로 내려선다.

남쪽암릉으로 또 한번의 주옥같은 진경이 펼쳐진다.

철다리를 건너면서 펼쳐지는 크고 작은 암봉이 암릉을 따라 숲을 뚫고 불쑥 올라와 있다.

덩치는 작지만 '백아공룡'이라 해도 괜찮겠다.

하지만 하산길은 암릉을 타는 것이 아니라 바위 틈새로 난 길을 걷기 때문에 어렵지 않다.

이렇게 50여분.

휴양림 입구에서 삼거리를 만나지만 어느 길로 가도 상관없다.

왼쪽으로 5분 뒤 첫 산막인 팽나무실.

여기서 휴양림 매표소까지는 6분 걸린다.


# 교통편 

 광주터미널서 수리 노치행 버스를
승용차는 호남고속도 옥과IC 이용

 

부산 서부버스터미널(051-322-8306)에서 광주행 시외버스는 오전 6시40분, 7시20분, 8시, 8시40분에 있다.

	마당바위 끄트머리에서 바라본 기암괴석을 배경으로 한 철쭉군락지.

노포동종합터미널(051-508-9955)에선 오전 6시를 시작으로 20~40분 간격으로

출발한다.

광주 종합버스터미널에선 광진교통(062-364-8251)

수리 노치행 버스(45번 홈)를 타고 백아산 관광목장 앞에서 내린다.

오전 9시35분, 11시에 있다. 

귀가길은 휴양림 매표소에서 15분쯤 걸어내려와 광주행 버스를 탄다.

오후 2시30분, 6시20분(막차).

광주에서 부산 노포동행 고속버스는 오후 7시, 7시30분, 9시(막차).

심야버스는 밤 10시30분, 밤 12시.

사상 서부터미널행 시외버스는 오후 6시30분, 8시(막차). 심야 밤 10시.

 

 

승용차를 이용할 경우 이정표 기준으로 남해고속도로~호남고속도로 옥과IC~화순 오산 15번 국도 우회전~주암 동복 방향 직진~백아산 자연휴양림~화순군~원리교 지나 원리사거리서 직진~백아산 관광목장 입구 아치형 대형간판~관광목장 주차장 순.

휴양림에서 관광목장까지 택시(061-372-5522, 011-619-3235)를 이용할 수 있다.

# 떠나기전 

 날머리 백아산 자연휴양림
화순온천 피로풀기에 그만

백아산 자연휴양림 등산로 안내도 옆에는

 '백아산 6·25 전적지' 안내판이 눈길을 끈다.

이에 따르면 백아산은 무등산과 지리산을

연결하는 전남의 중심지일 뿐더러 남북으로

길게 뻗은 조밀한 암릉이 장벽 역할을 해

유격활동의 최적지로 한국전쟁 이전부터

유격전의 중심지였다.

입산 투쟁이 재개된 1950년 9월28일

이후에는 곳곳에서 피비린내나는

살육전이 잇따랐다.

 1951년 7월에는 군경합동대 480명이 파르티잔에 의해 전멸당하기도 했다.

철쭉군락지 인근 마당바위는 당시 전남도당 파르티잔 사령관이 지휘했던 곳으로 알려져 있다.

날머리 백아산 자연휴양림(061-374-1493)은 화순군이 직영하는 곳으로 숲속의 숲(집) 19동이 있다.

단체손님 수용이 가능한 숲속수련원도 갖추고 있다.

백아산에 왔다면 화순온천엔 꼭 들르자.

백아산 관광목장에서 차로 15분 걸린다.

금호화순온천리조트(061-370-5000).

글·사진 = 이흥곤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