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

동천 재생 4.0 [부산의 미래를 흐르게 하자] <2-5> '물길 되찾기'- 서면 상가 및 주민 반응

금산금산 2014. 2. 22. 21:47

 

동천 재생 4.0 [부산의 미래를 흐르게 하자] <2-5> '물길 되찾기'- 서면 상가 및 주민 반응

햇볕 드는 '생태하천 복원' 원해… 공사기간 '상인 생계대책'도 필요

 

 

 

 

1960년대 동천의 지류인 부전천 모습(사진 왼쪽). 이곳은 영광도서 앞 복개도로로 바뀌었으며, 부산진구청이 현재 관광테마거리를 조성하고 있다. 김성효 기자 kimsh@kookje.co.kr

 

- 비만 오면 '똥천' 냄새 진동
- 주민들 "콘크리트 걷어내자"

- 서면 복개도로 테마거리 조성
- 땅밑 부전천 두 번 죽이는 일

- 개복 공사 땐 악취·먼지 등 우려
- 장사하기 어려운 환경 불보듯
- "영세상인들 몰아내선 안돼"



비가 억수로 쏟아지는 날이면

부산 최고의 번화가 서면에는 고약한 냄새가 진동한다.

악취 때문에 인상을 쓴 시민은 문을 꼭 닫은 상가로 들어가거나

버스에 급히 오르는 등 자리를 떠나기 바쁘다.

원인은 바로 서면 복개도로 아래로 흐르는 일명 '똥천'.

아무리 크고 멋진 건물로 화려하게 치장해도 사람 발 아래에 묻어놓은,

오·폐수가 함께 흐르고 있는 동천은 숨길 수가 없어서다.


■ '똥천' 씻을 대책은 복개도로 걷어내기

이러한 동천을 다시 살려내자는 지역 주민의 염원이 뜨겁다.

오물과 악취 때문에 붙여진 '똥천'이라는 오명을 깨끗이 씻어내고, 부산시민이 몰려드는 쾌적한 생태공간으로

재탄생시켜야 한다는 것이다.

부산 부산진구 옛 하야리아 부대에서 영광도서 앞을 지나 광무교까지 이어지는 동천의 복개도로를 걷어내고, 하천이 유유히 가로지르는 도심을 주민들은 꿈꾸고 있다.


지난 25일 부산 부산진구 부전2동 주민센터로 모인 10명의 통장 역시 동천을 덮은 콘크리트를 걷어내야 한다는 데 입을 모았다.

최진국 씨는 "부산시나 지자체에서 동천에 관심을 두고 정화 사업을 꾸준히 이어가고 있다는 점은 칭찬할 만하다. 그러나 진짜 동천에 관한 의지가 있다면 하천이 시민 곁에서 흐를 수 있도록 도로를 파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곳에서 상가를 운영하는 이정기 씨도 "동천 재생 사업으로 도심 한복판에 하천이 흐르고 햇볕이 들게 할 필요가 있다. 주민 삶의 질을 높이는 데 큰 역할을 할 것으로 보인다"며 기대감을 드러냈다.



■ 상인들이 내놓은 다양한 아이디어

부산진구가 지난해 초부터 영광도서 앞 복개도로에 조성하고 있는 관광테마거리에 관한 지적도 나왔다.

한 통장은  "관광테마거리에 실개천을 만들어 도로 아래로 흐르는 부전천(동천의 주요 지류)을 사람들에게 상기시키겠다고 한다.  이는 미래 세대를 위해 부전천을 살릴 방법을 고심하기는커녕 상징성만 이용하고 복개도로를 한 번 더 다지는 데 지나지 않는다고 생각한다"며 꼬집었다.

주민의 높은 관심을 반영하듯 사람 사이 오가는 하천 이야기도 다양했다.

이향숙 씨는 "주변 사람끼리 동천 이야기를 자주 한다. 예전에 복개할 때 퇴적토를 깊게 파지 않아 악취가 올라온다는 등 우리끼리 하는 말이 많다"며  "전문가가 정확하게 알겠지만, 주민도 관심을 두고 긴 시간이 걸리더라도 동천을 살리고 싶은 마음이 크다는 점을 알아줬으면 한다"고 말했다.


다른 주민은 "비가 오면 광무교 일대에는 쓸려 내려온 쓰레기가 부패하면서 불쾌한 냄새가 진동한다. 동천이 길어서 구간당 3~4년에 한 번씩 준설 작업이 돌아온다더라. 행정적, 기술적 한계가 이유겠지만, 땜질식 처방보다는 근본적인 하천 재생 수단을 강구해 봐야 하지 않겠느냐"고 지적했다.

이와 함께 "하수관거 시설을 조속히 완비해 오·폐수의 동천 유입을 막아야 한다"

 "바닷물 역류로 인한 오염을 막기 위해 부산항 준설을 통한 바다 정화가 급선무" 같은 의견이 나오기도 했다.


■ 개복 땐 영세상인 생존권 대책 마련을

복개도로를 걷어내는 동천 재생 사업에 주민의 공감대는 형성됐지만, 워낙 규모가 큰 사업이다 보니

우려를 표하는 주민도 없지 않았다.

공사하게 되면 수년간 이 지역에 통행과 교통 불편에 따른 상인들의 거센 반발이 예상된다는 것이다.

특히 지난해 복개도로 테마거리 조성 공사로 1년 내내 시달렸던 상인이 또다시 가게 앞 도로를 공사장으로

내놓지 않을 것이라며 걱정했

다.

실제 복개도로 주변에서 10여 년째 식당을 운영하는 한 업체는   "개복이 시작되면 악취와 공사 먼지, 소음으로  도저히 장사할 수 없는 환경이 될 게 뻔하다.  공사하게 된다면 무엇보다 상인을 위한 실질적인 대책 마련이 우선이다"고 강조했다.

이정기 씨도    "나도 장사하는 입장에서 동천 재생 사업을 마냥 반길 수만은 없다. 특히 건물주는 공사 몇 년만 참으면 자산가치가 높아지니까 괜찮은데 영세상인들은 버티기 힘들다.   동천을 살리는 것도 좋지만 이 때문에 영세상인을 몰아내는 일은 없어야 한다"고 말했다.


#  "서면 상권 살리려면 동천 살려야…일시적 고통은 감내를"

■ 주변 상인 '신재한' 씨

   

"한 나라의 브랜드 가치를 국민이 만들어 내듯이 지역 상권의 브랜드 가치는 상인들이 높여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부산 부산진구 부전2동에서 41년째 조명업체 '대륙조명'을 운영하는 신재한(사진) 대표는

이렇게 말했다.

주민자치위원장을 지낸 신 대표는 최근 약화한 서면 상권을 활성화하려면 어느 정도 피해는

상인이 감내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그는 서면 상권을 살리려면 반드시 동천을 살려야 한다고 강조했다.

신 대표는 "서면에는 살 거리, 먹거리는 풍부하지만 볼거리, 즐길 거리가 빈약하다. 요즘에는 동래구, 남구 등에도 온천천, 해수욕장 주변으로 관광·유흥시설이 들어서 다양한 욕구를 충족시켜주고 있다""서면에도 사람을 끌어모을 특화된 볼거리가 필요하다. 도심을 가로지르는 동천이 바로 그 답이다"고 말했다.



옛 하야리아 부대에서 서면 중심지로 이어지는 동천 물줄기를 되살리면, 그곳에 조성될 부산시민공원 방문객이 하천을 따라 걸으면서 서면으로 자연스럽게 몰려들 수 있다는 것이다.


그는 또 해외 관광객들은 주로 서면에서 백화점, 부전 재래시장, 인삼·건어물 시장에만 가는데,

동천을 따라 걸으면서 서면 곳곳을 둘러보고 소비할 수 있게 만드는 게 중요하다고 주장했다.

공사가 진행될 때 불가피한 상인과의 마찰에 대해서는 "새살이 돋아나게 하려면 헌살을 베어내는 아픔은 감수해야 한다. 상인들도 어느 정도 피해를 감수하고, 지자체도 생계 안정화 대책을 마련해 절충점을 찾아야 한다"

말했다.



# "생태 복원이 시대적 추세…주민과 대화로 해결점 찾아야"

■ 개복에 대한 '부산진구' 입장

전국 지자체들이 생태하천 복원 사업을 벌이고 있는 가운데 동천을 안고 있는 부산 지자체에서도

복원 사업을 위한 정책적 관심과 지원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높다.

부산 부산진구 최성열 환경지도계장은 "최근 환경친화적 도심 조성이 주목을 받으면서 생태 복원이 시대적 추세가 됐다. 따라서 장기적으로는 동천 지류(부전천)를 걷어낼 필요성이 있다고 본다""다만 지역 경제에 미칠 영향, 주민 의견 등을 모아 실제 사업 가능 여부에 관해 철저한 검토가 선행돼야 할 것이다"고 강조했다.


동천을 덮은 콘크리트 도로를 개복하는 데 관한 문제도 고민거리다.

부산진구 조재윤 환경위생과장은  "복개한 콘크리트가 견고해 공사가 어렵다고 들었다.  현재 이곳을 지나가는 버스나 차량 노선을 어떻게 변경해야 할지 같은 부수적으로 풀어야 할 숙제도 많다""당장 밀어붙이기보다는 충분한 고민과 지역주민과의 대화를 통해 해결점을 찾아내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지난해부터 70억 원을 들여 조성 중인 관광테마거리와 중복되는 구간이어서 다시 걷어내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며 "복원에 관한 강한 의지로 정책적 지원이 뒷받침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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