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코델타시티에 부산 미래 건다 <2-2> [물의 도시를 위하여]- '수질 개선'이 관건
오염물질 범벅 강바닥 오니토 준설, 서낙동강 정화의 첫 단추
이달 초 촬영한 서낙동강의 모습. 여름에 비해서는 나아졌지만 강에는 여전히 녹조가 눈에 띈다. 김성효 기자 kimsh@kookje.co.kr |
- 낙동강의 본류였던 강
- 일제가 설치한 수문에
- 물 흐름 막혀 '호수'로
- 1960년대부터 공단 형성
- 오염물질 퇴적 가속화
- 60㎝~ 2m 두께 형성 추정
- 18.5㎞ 중에 7.5㎞만 준설
- 내년 정비예산 전액 삭감
- 전체 구간 준설과 더불어
- 유입되는 오염원 차단해야
지난 7일 서낙동강 중사도에서 신어천과 서낙동강이 합류하는 지점을 바라보며 전 '서낙동강권 살리기 주민대책협의회' 신정식(전 강서구의회 의장) 회장은 서낙동강 오염의 역사를 생생하게 기억해냈다.
지난 여름 극심했던 서낙동강의 녹조는 조금 옅어졌지만 여전히 일부 눈에 띄었다.
고여있는 물이다 보니 부레옥잠 개구리밥 등 부유물도 강가에 큰 면적을 형성했다.
신어천이 서낙동강과 합류하는 지점부터 조만강과 서낙동강이 만나는 지점까지는 서낙동강 총 18.5㎞ 구간 중 가장 수질이 나쁘다.
경남 김해시의 산업화(공단 형성)와 도시화, 우후죽순 들어선 강서구의 공장들로 서낙동강으로 흘러들어가는
오염원이 집중되는 곳이다.
■ 서낙동강 오염의 역사
강의 흐름을 막는 것으로 지적되는 대저 수문. 국제신문DB |
서낙동강 오염의 역사는 일제시대 때까지로 거슬러 올라간다.
1934년 일본은 낙동강의 지형을 바꾸는 대공사를 벌였다.
여기서 서낙동강의 '출생의 비밀'이 드러난다.
낙동강 삼각주와 김해 사이를 흐르는 서낙동강은
본디 낙동강의 본류였다.
하지만 홍수 피해가 반복되자 일제는 낙동강둑에 일천식 제방을 쌓고 물길의 흐름을 바꿨다.
현재의 낙동강이 본류가 되고 서낙동강은 지류로 전락하게 된 것이다.
거기서 더 나아가 일제는 수문(상류 대저수문과 하류 녹산수문)을 만들면서
서낙동강의 물 흐름을 막기 시작한다.
수문 설치는 잦은 범람으로 인한 홍수 피해를 막고 안정적인 농업용수를 확보한 긍정적 효과도 물론 있었다.
하지만 이 때부터 서낙동강의 오염의 역사는 시작됐다고 볼 수 있다.
수문으로 막혀있으니 물이 흐르지 않아 강이라기보다 거대한 호수가 된 셈이다.
물이 고이면 썩기 마련이다.
1960년대부터 서낙동강 일대에 공장들이 들어서면서 고여 있는 서낙동강의 오염은 더욱 심해져간다.
각종 생활 오폐수에 산업폐수가 더해진 것이다.
1968년 한일합섬을 시작으로 김해 안동공단이 형성되고, 주촌 내삼농공단지가 자리잡으면서 공장의 산업폐수가 제대로 처리되지 않고 서낙동강으로 유입됐다.
산업폐수처리시설(김해 덕암)과 하수처리시설(김해 화목과 장유, 부산 서부)은 모두 2000년대 들어 준공됐다. 무단 방류도 예사였다고 하니 서낙동강 오염의 정도는 짐작하고도 남는다.
생활오폐수와 산업폐수는 강으로 유입되고, 강은 흐르지 않으니(양 수문으로 막혀) 자연히 오염물질은 퇴적될 수밖에 없다.
'서낙동강 수계살리기 범시민연합회' 반재화 회장은 "오염된 오니토의 깊이가 구간별로 60㎝~2m는 될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서낙동강 수질 개선을 위해서는 준설 등 하상정비 작업이 필요하며 지천부터 오염원을 차단할 수 있도록 관리해야 한다"고 말했다.
■ 4대강 사업 때 '찔끔' 정비
전체 18.5㎞ 중 준설된 7.5㎞ 구간 |
2000년대 들어 서낙동강 오염 문제가 사회적으로 불거지면서 수질대책이 본격적으로 나오기 시작한다.
오염된 중금속 범벅의 오니토를 걷어내고 양 수문을 적절히 열며, 낙동강 본류의 맑은 물(2~3급수)을 흐르게 해 정화하자는 것이 서낙동강 수질 개선사업의 핵심이었다.
20여 개의 서낙동강 지천 오염 관리도 중요하다.
하수처리장과 산업폐수처리장이 등장해 체계적으로 물이 정화되기 시작하면서 수질은 점차 개선되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김해시 이시현 수계관리담당 계장은 "현재 갈수기를 제외하고는 조만강 해반천 신어천 등 김해 주요 지천의 물을 2~3급수로 정화해 서낙동강으로 흘려보내고 있다"고 말했다.
하수관거 정비 등 과제가 산적하지만 지천 관리는 이처럼 낮은 수준에서나마 진행되고 있다.
하지만 서낙동강 수질개선에 대한 종합대책은 아직 시행되지 못하고 있다.
가장 시급한 것이 서낙동강 전 구간에 대한 오니토 준설이다.
지난 이명박 정부의 4대강 사업은 서낙동강에게는 어쩌면 호기일 수 있었다.
하지만 22조 원을 쏟아부은 대규모 국책사업에서 서낙동강은 기회를 놓쳤다.
서낙동강 전 구간을 준설해야 했으나 대저수문부터 김해교 인근 7.5㎞ 구간만 준설하는 데 그쳤다.
오염도가 심해 준설이 가장 시급했던 신어천부터 조만강과 서낙동강 합류지점까지, 그리고 녹산수문에 이르는 서낙동강 하류까지 11㎞ 구간은 아직도 오니토를 그대로 안고 있다.
부산시는 나머지 11㎞ 중 일부 구간 준설을 위해 정부에 내년 국비 200억 원을 요청했으나 전액 삭감됐다.
경성대 이남주(토목공학과) 교수는 "전 구간 준설을 한 뒤 수문을 개방해 낙동강 본류의 물을 흐르게 하고 유입되는 오염원을 차단하자는 게 기본 대책이지만, 지금은 4대강 사업으로 본류 물도 정체수역이 생기면서 수질이 악화돼 서낙동강으로서는 새로운 고민을 떠안은 셈"이라고 밝혔다.
서낙동강은 일제시대부터 산업화 근대화 도시화의 영욕의 시기를 거치며 80년간 수탈당한 채 상처만 안고 있다. 에코델타시티 사업은 서낙동강을 치유할까?
아니면 또다시 생채기를 낼까?
이준경 생명그물 정책실장은 "찬반 논란이 거세지만 에코델타시티라는 신도시 건설사업이 서낙동강 수질에 대한 근본적 대책을 마련하는 계기가 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 서낙동강 일대 현황
- 에코델타시티 승인에 필요한 수질 미달
- 환경부 2등급 요구…현재 4등급
녹조가 끼고 부유물질이 둥둥 떠다니고 있는 평강천 인근 농수로의 모습. 김성효 기자 |
서낙동강은 부산 강서구와 경남 김해시 사이를 흐르는 18.5㎞ 연장의
국가하천이다.
서낙동강의 총 유역면적은 289㎢에 이르며 행정구역상 39%가 부산시, 나머지 61%가 김해시 소속이다.
신어천 조만강 등 20여 개의 지천을 가지고 있을 정도로 방대하다.
'친환경 수변도시'를 내세우는 에코델타시티는 이 서낙동강의 하천변인 부산 강서구 강동동 대저2동 명지동 일대에 들어선다.
총 11.88㎢ 규모에 2만9000가구와 첨단 산업단지가 건립된다.
대규모 주거단지가 들어서는 만큼 서낙동강 수질개선은
에코델타시티 사업의 성패를 가로짓는 열쇠라고 할 수 있다.
서낙동강 수질은 현재 4등급 수준(지난해 기준으로 구간별 생물학적 산소요구량 6.0~7.4㎎/ℓ)에 불과하다.
이를 2등급으로 끌어올려야 한다.
지난해 11월 에코델타시티 사업과 관련해 환경부가 목표수질을 2등급으로 못박았기 때문이다.
2급수로 만들어야만 에코델타시티 사업 시행을 승인하겠다는 것이다.
하지만 갈 길이 멀다.
에코델타시티 건립비용 5조4000억 원과 별도로 서낙동강 수질 개선에 드는 비용은 1조 원 정도로 예상되는데 현재 첫 발도 못 뗀 상태다.
수질 개선의 첫 단추가 될 오니토 준설에 대한 내년 국비 신청액 전액이 삭감됐다.
지난 4대강 사업 때 준설한 7.5㎞ 구간을 제외한 나머지 11㎞ 준설비용으로 총 1100억 원이 소요되는데
이 중 내년 사업비로 200억 원을 올렸으나 모두 삭감됐다.
부산시 국제산업물류도시개발단 정성엽 사무관은
"국가하천인만큼 국가적 차원에서 서낙동강 살리기 대책이 나와야 한다"고 밝혔다.
※ 공동기획 : (사)부산스토리텔링협의회
'환경' 카테고리의 다른 글
에코델타시티에 부산 미래 건다 <2-3> [물의 도시를 위하여]- '新 해상별국'으로 가려면 (0) | 2014.03.05 |
---|---|
동천 재생 4.0 [부산의 미래를 흐르게 하자] <2-6> '물길 되찾기'- 하천 연계 도시 재생 사례 (0) | 2014.03.01 |
동천 재생 4.0 [부산의 미래를 흐르게 하자] <2-5> '물길 되찾기'- 서면 상가 및 주민 반응 (0) | 2014.02.22 |
에코델타시티에 부산 미래 건다 <2-1> [물의 도시를 위하여]- 서 낙동강 '뱃길 탐사' (0) | 2014.02.19 |
동천 재생 4.0 [부산의 미래를 흐르게 하자] <2-4> '물길 되찾기'- 서울 청계천에서 배울 점 (0) | 2014.02.15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