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코델타시티에 부산 미래 건다 <2-3> [물의 도시를 위하여]- '新 해상별국'으로 가려면
맥도강·서낙동강·평강천의 작은 지류들 원형회복 선행돼야
부산 강서구 명지·강동·대저2동 일원 에코델타시티 예정지 전경. 사진 위쪽에서부터 차례로 서낙동강 평강천 맥도강 (동)낙동강 등 삼각주를 적시고 있는 네 갈래 물줄기가 보인다. 국제신문DB |
- 가야 물에 힘입어 번성했듯
- 동남권 이끌 새 문명 사명
- 수생태 맞춤 택지개발 필수
- 갯벌·습지 등 충분한 보전
- 진정한 생태도시 구축해야
- 레저·생태관광 중심지 도약
세상 모든 델타(삼각주)는 원래 흙과 모래가 아니라 물이었다.
수천, 수만 년 퇴적작용으로 형성된 낙동강 하구 삼각주 역시
땅 이전에 바다였다.
자연의 힘으로 솟아오른 삼각주는 낙동강을
세 갈래(동·서낙동강과 평강천)로 갈라놓았다.
삼차수(三叉水) 또는 삼차강(三叉江)이란 말도 여기서 나왔다.
낙동강 세 갈래 줄기는 또다시 실핏줄 같은 작은 지류로 나뉘어 삼각주를 넉넉히 적셨다.
낙동강 하구에서 문명을 일으킨 가야는 해상별국(海上別國)이라 불렸다.
당시 바다(김해만)였던 이곳은 해양 실크로드였다.
가야연맹을 이끈 금관가야는 지역에서 생산한 품질 좋은 철을 뱃길을 이용해 일본과 중국 등지에 수출했다.
이렇게 경제적으로 부유해진 가야는 이를 바탕으로 수준 높은 문화를 이뤘다.
역시 물이 없다면 설명할 수 없는 역사다.
다시, 물이다.
지금 낙동강 삼각주 11.88㎢(360만 평)에서 추진되고 있는 에코델타시티의 출발도 '물'이어야 한다.
교수 등 전문가 그룹과 환경단체들도 너나 할 것 없이 '물의 본성 회복'을 주문하고 있다.
이는 사람과 자연, 과거와 미래, 인공과 생태가 공존할 수 있는 최고의 방법으로 꼽힌다.
낙동강공동체 김상화 대표는 "물에 삼각주의 역사와 문화, 생태계가 모두 담겨 있듯이 에코델타시티의
성공 여부도 결국 물이 결정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 물, 어떻게 흘릴 것인가
에코델타시티가 '세계적 수변도시'라는 목표를 달성하려면
물길 정비가 필수적이다.
도시의 동·서 양쪽으로 흐르는 맥도강과 서낙동강, 그리고
중심을 관통하는 평강천 등 3개 국가하천의 물길 순환을
이뤄내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의견이다.
이를 위해서는 거미줄처럼 얽힌 작은 지류들을
원형대로 회복하는 작업이 선행돼야 한다.
홍수와 해수면 상승 등 자연재해를 막기 위한 시스템도
마련해야 한다.
에코델타시티 예정지인 부산 강서구 명지·강동·대저2동 일원은
80%가량이 농경지다.
따라서 일정량의 빗물을 토양으로 침투시켜 땅속으로 흐르게 한다.
그럼에도 현재 이곳은 집중호우 때 침수 피해가 잦은 상습 재해
지역이다.
서낙동강 하류에 자리한 에코델타시티는 표고 0.4~4m의 평탄지다.
하천과 육상부의 차이도 채 1m가 안 된다.
해수면이 조금만 높아져도 물에 잠기는 구조다.
여기에다 에코델타시티 개발로 농경지가 콘크리트로 덮이면 빗물이 스며들 공간은 훨씬 줄어든다.
빗물 분산 배출과 기후변화에 대한 대비가 시급한 이유다.
토지 이용계획도 물을 빼놓고 논의할 수 없다.
이곳은 오랜 시간을 두고 퇴적된 연약지반이다.
땅을 사용하려면 엄청난 양의 성토가 필요하다.
그러나 무턱대고 두꺼운 성토만을 강행한다면 진짜 낙동강의 모습은 사라지고 만다.
땅속의 철저한 지질조사를 통해 제대로 된 계획을 짜야 홍수도 지진도 막을 수 있다.
그 옛날 가야가 물에 힘입어 해상의 왕국으로 번성했듯이, 에코델타시티도 물을 중심으로 새로운 문명을
만들어야 할 사명을 가진 셈이다.
경성대 도시공학과 김민수 교수는 "세계사적으로 델타가 문명 발상지였듯이, 에코델타시티도 부산과 동남권을 이끌어갈 새로운 문명 발상지일 수 있어야 한다"고 했다.
그는 이를 위해 "도시 구조나 계획 프로세스가 지금까지의 관행이나 수법과 차별화돼야 한다. 델타의 특성을 고려할 때 기존 택지개발 방식은 안 된다"며 "수생태라는 틀에 맞춰 토지 이용계획을 세워야 한다. 그래야 공존과 공생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 수생태, 어떻게 지킬 것인가
물은 자연스럽게 생태와도 연결된다.
에코델타시티 예정지를 껴안고 있는 낙동강 하류는
강물과 바닷물이 만나 다양한 생물이 번식한 생태계의 보고다.
이 일대가 세계적 철새 도래지로 자리매김한 것도 이런 영향 덕분이다.
낙동강 하구 해역은 갯벌과 습지의 생물 다양성과 수산자원 등을 지키기 위해
5개의 보전·보호지역 및 특별관리해역으로 중복 지정된 우리나라 유일의 공간이기도 하다.
물은 습지도 선물했다.
습지의 의미는 한 가지로 요약할 수 없다.
다양한 동·식물이 서식하는 생태적 중요성뿐 아니라 땅과 물을 통해 독특한 생활 양식을 탄생시킨
문화적 가치도 지닌다.
에코델타시티 건설 이후에도 레저나 생태학습 등 창조적 공간으로 충분히 활용할 수 있다.
그러나 낙동강 하구를 중심으로 지금까지 진행된 개발사업은 자연의 본성을 거슬렀다.
특히 1987년 하굿둑이 건설되면서 물의 흐름이 끊겼다.
강과 바다의 경계도 나뉘었고, 기수역의 특성도 거의 사라졌다.
생태계와 기후환경도 급변했고, 생물 종 다양성도 단순해졌다.
환경단체들은 망가진 생태의 복원을 위해 '명확한 목표 설정'과 '장기적 시각'을 요구하고 있다.
한마디로 "무엇이 그리 급하냐"는 거다.
생태적으로 민감한 영역은 충분하게 보존지로 남기고, 미래에 창조적 발상과 첨단 에코기술을 적용할 수 있는
곳으로 활용하자는 논리다.
불확실한 장래의 변화를 수용할 수 있게 하자는 뜻도 있다.
이런 취지에서 '슬로 슬로(Slow Slow)'를 외치는 목소리가 크다.
습지와 새들의친구 김경철 습지보전국장은 "장기적 관점에서 진정한 생태도시를 구축한다면 낙동강 하구 철새 도래지와 연결돼 생태관광의 중심지로 발돋움할 수도 있을 것"이라며 "하지만 불과 몇 년 새 신도시 하나를 찍어내듯이 사업을 한다면 생태도시의 정체성은 기대할 수 없다. 수영만과 센텀시티 개발사업이 무리한 진행으로 실제 사업내용이 틀어지고 난개발로 얼룩진 사실을 잊지 말아야 한다"고 말했다.
# 낙동강 하구의 철새
- 황새 등 200종 관찰… 모래섬 풍부한 먹이 제공
낙동강 하구에서 발견된 세계적 멸종 위기종 넓적부리도요. 국제신문DB |
낙동강 하구는 1966년 7월 13일 철새 보호를 위해 천연기념물 제179호로 지정됐다.
이곳은 풍부한 먹이와 넓은 서식처 덕에 한때
동양 최대의 철새 도래지로 명성을 떨쳤다.
그러나 1970년대 이후 각종 개발과 매립사업이 이어지면서 낙동강 하구를 찾는 조류의 수가 급격히 줄었다.
낙동강 하구에서 지금까지 관찰된 조류는 200종이 넘는다.
1년 내내 사는 텃새도 있지만, 대부분이 철새다.
따라서 이곳 조류의 종류는 계절에 따라 큰 차이를 보인다.
을숙도와 일웅도를 중심으로 낙동강 삼각주가 철새들의 천국이 된 것은 지리적 위치 영향이 크다.
전 세계적으로 새들의 이동 경로는 크게 세 가지로 나뉜다.
이 가운데 낙동강 하구는 동아시아~호주 이동 경로상 중간 지점에 있다.
호주 뉴질랜드 동남아시아에서 중국 러시아 등지를 오가는 철새들에게 중간 기착지 역할을 하는 것이다.
자연이 형성한 모래섬들은 생성 시기에 따라 식물 발달 정도가 달라 새들에게 풍부한 먹이를 제공한다.
기수역에서 번식하는 다양한 생물들도 새들에겐 훌륭한 먹이가 된다.
이에 따라 추위를 피해 남쪽으로 이동하는 새들은 이곳에서 마지막으로 먹이를 보충한다.
봄철 번식을 위해 북상하는 새들도 마찬가지다.
또 여름철이면 낙동강 하구에서 쇠제비갈매기 개개비류 등 다양한 조류가 번식한다.
그동안 낙동강 하구에선 전 세계적으로 숫자가 매우 감소해 희귀종으로 분류된 조류들도 종종 발견됐다.
황새 저어새 재두루미 청다리도요사촌 넓적부리도요 검은머리갈매기 고대갈매기 등이 대표적이다.
※공동기획 : (사)부산스토리텔링협의회
'환경' 카테고리의 다른 글
에코델타시티에 부산 미래 건다 <2-4> [물의 도시를 위하여]- '진짜 성공'을 위한 제언 (0) | 2014.03.12 |
---|---|
동천 재생 4.0 [부산의 미래를 흐르게 하자] <2-7> '물길 되찾기'- 전문가 현장 답사 (0) | 2014.03.08 |
동천 재생 4.0 [부산의 미래를 흐르게 하자] <2-6> '물길 되찾기'- 하천 연계 도시 재생 사례 (0) | 2014.03.01 |
에코델타시티에 부산 미래 건다 <2-2> [물의 도시를 위하여]- '수질 개선'이 관건 (0) | 2014.02.26 |
동천 재생 4.0 [부산의 미래를 흐르게 하자] <2-5> '물길 되찾기'- 서면 상가 및 주민 반응 (0) | 2014.02.22 |